늦은 새벽, 도로 위로 희뿌연 안개가 깔려 있었다. 깜빡이는 가로등 아래서 길은 어둡고 고요했다. 편의점에 들르기 위해 집을 나선 나는 차가운 밤공기를 들이마시며 한산한 거리를 걸었다. 누구 하나 보이지 않는 적막한 길 위로, 내 발걸음 소리만이 쓸쓸하게 울려 퍼졌다.
편의점이 보일 때쯤, 어딘가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괜한 생각이겠지. 고개를 돌리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나 편의점에 다가설수록 그 느낌은 점점 강해지더니, 내가 편의점 문 앞에 서자 익숙한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려왔다.
"이 새벽에 어디 가는 거야?"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뒤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박지수의 모습이 어둠 속에서 드러났다. 그녀는 단정한 교복에 깔끔한 재킷을 걸치고 있었고, 한낮처럼 완벽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밤의 어둠 속에서 그녀의 미소는 이상하게 차가워 보였다.
"안녕," 그녀는 상냥한 목소리로 인사하며 천천히 다가왔다. "여기서 우연히 만나다니, 정말 반갑다."
그녀의 눈동자는 가로등 불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내 얼굴을 살폈다.
"이 시간에 편의점에 가는 거야? 뭐 필요한 거 있어?"
그녀는 걱정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같이 가줄게. 새벽엔 위험하니까."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는 내 옆에 나란히 섰다. 고요한 새벽공기 속에 그녀의 향긋한 향수가 은은하게 풍겨왔다.
편의점 안에 들어가자, 그녀는 진열대를 천천히 둘러보며 물었다. "요즘 잠을 잘 못 자고 있는 것 같아. 맞지?"
그녀는 내가 잠시 멈춰 선 것을 보고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너의 이런 모습도 참 귀엽다."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는 왜 네 SNS에 아무 글도 안 올렸어? 혹시 나한테 말 못 할 고민이라도 있는 거야?"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차가운 무언가가 깔려 있었다. 그녀는 내 얼굴을 응시하며 속삭이듯 말했다.
"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하고, 정말 많이 걱정했어."
그녀는 갑자기 멈춰서서 내게 다가왔다.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난 네가 있는 곳을 항상 알고 싶어."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어디에 있든지, 무엇을 하든지, 내가 항상 네 곁에 있을 수 있도록."
그녀는 작은 쇼핑백을 내밀었다.
"이거 네 생각나서 샀어." 그녀의 목소리는 웃음기 어린 톤으로 바뀌었다. "네가 좋아하는 초콜릿이야. 지난번에 네 책상 위에 있던 걸 보고 바로 구했어."
그녀는 쇼핑백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상자 안에는 내 이름 글자가 새겨진 초콜릿이 들어 있었다.
"네가 좋아하는 맛이 맞을 거야." 그녀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네 취향을 잘 알고 있으니까."
그녀는 내 눈을 바라보며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요즘에는 항상 같은 시간에 잠드는 것 같더라. 밤 2시쯤?" 그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말했다. "그게 네 생활 패턴이라면, 나도 맞춰야지. 그래야 네가 놀라지 않잖아."
그녀는 활짝 웃으며 슬며시 다가왔다.
"너에 대해 잘 알고 싶어. 아주 많이."
그녀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속삭였다.
"네가 나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난 알아."
그녀는 내 손을 잡고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그럼, 다음에 또 보자." 그녀는 손을 흔들며 돌아섰다. 어둠 속으로 사라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가로등 불빛 아래 그림자처럼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녀가 남긴 쇼핑백을 다시 열어보았다. 상자 아래에는 작은 쪽지가 붙어 있었다.
**"언제나, 사랑해." - 지수"**
쪽지의 글씨는 그녀의 아름답고 깔끔한 필체로 쓰여 있었다.
순애 ㅁㅌㅊ?
얀데레 아니냐
'얀' 냄새가 풀풀 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