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꿈이 있었다.


그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꿈이었다.


누구에게 딱히 해를 끼치거나 하는 일 없이,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고 평범하게 가족을 꾸려 작지만 소중한 행복을 누리며 매일매일 사는, 그런 꿈.


허나 현실의 벽은 높았고, 나는 본래 가난했기에 남들처럼 공무원 시험은 준비할 틈도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야 했다.

친척의 지원을 받아 시험을 준비한 적도 있었지만, 가족이 있는 집에 불이 났다는 소식에 시험장에 들어가기 직전 뛰쳐나오고 말았다.


부모님의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질식사.

하나뿐인 남동생은 이미 오래전에 어떤 대기업 딸에게 심한 수준의 성폭행을 당해 정신적 충격으로 목숨을 끊은 지 오래였다.

부패한 경찰은 남자애도 좋지 않았겠냐며 그 대기업 딸에게 무혐의를 주었다.

어떻게든 검찰까지 끌고 가 보려 했지만, 번번이 입구에서 막힐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가족을 모두 잃었다. 신을 저주하고 또 저주했다.

나에겐 그런 꿈마저 이룰 수 없는 꿈이었냐고. 그렇게 마음속으로 절규했다.


더 이상 교회에 나가고 싶지 않았다.

매일 가족을 지켜주십사 하고 간절히 기도했지만, 신은 내 기도 따위는 헌신짝 차듯 내버렸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들어주지 않는 이는 절대로 신이라고 부를 수 없다.


친척들도 어려웠기에 간신히 마련된 공무원 시험, 가족들이 모두 죽은 이후에도 계속 도전했지만 취업이 어려워지자

잘사는 사람들의 로비가 횡행하고, 시험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부패하면서 나 같은 사람에겐 합격은 꿈과도 같은 일이 되어 버렸다.


다행히 부모님께서 물려받은 약간의 유산-유산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지만-은 지킬 수 있었기에,

거기에 쥐꼬리만큼 나오는 정부의 지원으로 하루하루 알바하면서 간신히 버텨나갈 수는 있었다.


화재로 인해 정부의 지원-정부의 지원이라기엔 너무 빵빵했다-을 받아 이사한 후로는,

아침에 나올 때마다 외간 남자가 우리 집 앞을 지나가는 일이 생겨났다.

그 남자가 나를 스토킹한다 해도 죽거나 폭력을 당하거나 성폭행당할 뿐이라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얼마나 생각이 우울해진 걸까. 나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순순히 그런 범죄를 당해줄 수는 없었기에, 며칠간 시간을 두고 지켜봤다.

남자는 정말로 나에게 관심이 없어 보였다. 연기일 수도 있겠지만, 이젠 슬슬 신경 쓰는 것조차 귀찮아졌다.

이제 신경 쓸 필요 없겠지.


그렇게 힘겨운 나날을 보내다. 한 대학생에게서 우연히 들은 한 단어.


'특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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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있었다.


언젠가 보았던 그 소녀에게 품은 마음을, 고백하는 그런 꿈.


난 그 소녀를 첫눈에 보자마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흑발의 조금 부스스하지만 윤기나는 긴 머리, 오똑한 콧날과 자그맣지만 앵두색으로 그 존재감을 과시하는 입술.

커다랗지만 마냥 커다랄 뿐이 아닌, 어딘가 슬퍼 보이는 차가운 눈. 슬림하지만...


...좀 변태같으려나.


어쨌든, 단 한 번 스쳐지나갔을 뿐이지만 이런 것도 인연이겠지 하며 매일 그 소녀를 떠올린다.


마음만 먹으면 그 소녀의 뒷조사 따위는 쉽게 할 수 있지만, 그 소녀가 피해를 입을까 싶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아버지께도. 내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었다.


혹여나 쓸데없는 짓이라도 하게 되면, 그 소녀만 더 불행해질 뿐이니까.


나는...마음을 전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 멋대로 소중한 인연 취급하며 살아가면 그만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던 와중 내 건물 근처에서 났다는 화재 소식을 들었다.

내 건물까지 불이 옮겨 붙지는 않았나 싶어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애마를 몰고 갔다.


거기서 발견한 것은.


'...어?'


그 소녀.


처음 본 뒤로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 소녀만큼은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내뿜으며 화재 현장에 주저앉아 있었다.


사람 둘이 그 집에서 실려나오는 것이 보였다. 더 이상 사람이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으나,

그 소녀가 매우 구슬프게 우는 것을 보고 소녀의 부모님이라는것을 직감했다.


그 순간 결심했다.

이 소녀가 더는 울지 않게 하겠다고.


겉으로 뿜어져 나오는 고귀한 분위기와 달리 그 소녀는 매우 어려운 집안이었다.


그래서 정부 지원과 내 지원을 좀 섞기로 했다. 절차 따위야 공무원한테 뇌물 좀 찔러주면 뭐...


앞으로 걸어서 출근하며 이사한 그 집에서 그 소녀가 잘 살고 있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스토컨가, 나? 아니, 잘 살고 있는지 확인할 뿐이니 문제는 없겠지...


눈치 못 채게 거의 시선을 정면으로 향하고 걸었다.

처음에는 그녀가 날 이상한 눈으로 봐서 좀 상처받았지만, 상식적으로 그럴 만했기에 그렇게 시무룩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스토커 짓(...)을 반복하던 나날, 그녀 곁에서 어떤 남자가 말을 걸고 있었다.

가방에서 총을 꺼내 제압할까 잠시 고민하던 중, 총을 꺼내려는 내 귀에 들린 한 단어.


'...특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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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있었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꿈.


모두를 행복하게 하고 싶다는 꿈.


사실은 나 혼자서 편하고 즐겁게 살고 싶다는 꿈.


우리 집안은 평범했다. 교우관계도 붙임성 좋은 내 성격 덕분에 매우 좋았고

성적은 고등학교 와서는 약간-약간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럭저럭이기는 했다.


그렇게 평범하게 고등학교 생활을 보내던 어느 날, 유튜브에서 특이점에 관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이었기에 영상을 보고도 나무위키를 뒤져 찾아봤다.

개별 문서로 정리되어 있을 정도로 정보가 많았고 특이점에 관련된 커뮤니티도 정리되어 있었다.


그래서 들어간 갤러리에는 유용한 정보글들이 많아 특이점에 대한 지식을 얻기 좋았다.


그 글들을 보며 나 또한 저런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꾸었고, 거기에 한 발 더 나아가 현실에도 그런 세상이 펼쳐졌으면 하는 꿈을 꾸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나는 군대에 갔다온 대학생이 되었다.


여러 정보글들을 보며 '어쩌면 정말 가능할 수도 있겠다'거나 '만들어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라는 되도 않는 생각을 품던 어느 날, 대학에서 과제가 내려왔다.일반인 3명 이상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알려주고 소감을 받아서 인증하라는 과제.


주제는 평소 가장 관심을 갖고 있던 '특이점'과 '완몰가'로 정했다.


그 다음 날, 옷은 대충 차려입고 과제를 하러 나갔다.


첫 번째 사람은...그래, 저 사람으로 하자.


'되게 예쁘신 분이네...뭐라고 말을 걸어야 할까...'


"거기, 아가씨!!"

"네? 저요?"


생각보다는 기운이 없는 목소리였지만 상상했던 차분하고 잔잔할 것 같은 목소리와는 그다지 차이가 없었다.

"네! 저기, 제가 대학교 과제를 해야 돼서요.좀 도와 주실 수 있나요?"

"네, 잠깐만이라면요."

"감사합니다! 그럼 시작할게요?"

왠지 저기서 노려보고 있는 사람이 가방을 뒤지고 있어서 불길하긴 하지만... 과제는 과제고, 좀 더 지켜본 후 행동해도 상관은 없겠지.


"혹시 특이점에 대해서 아시나요?"

"네? 아니요...몰라요..."

"그러면,'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라는 말은 들어 보신 적 없으세요?"


-이것은, 완몰가를 만들어 보려는 자들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