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까지는 전혀 관심이 없었건만, 무엇이 내 호기심을 동하게 했는지는 지금 생각해보면 꽤나 명확하다. 검은 눈물을 죽죽 흘리며 흐느끼는 여자가 비틀비틀 그 가게를 빠져나와, 앞에 있는 벤치에 걸터 앉았던 것이다.
나는 몇 달을 벼르던 명품 백을 사러 이 백화점에 들렀다. 백화점답게 여기저기 들어선 온갖 반짝거리는 눈요기 거리는 전혀 중요치 않않고, 목적에 충실하고 위엄있고 수염이 덥수룩한 장군처럼, 나는 올곧게 그 매장으로 달려가 그 것을 손에 넣고야 말았다.
그리하여 나는 한 손에는 가격표도 떼지 않은 명품 백을, 다른 한 손에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들고 그 것을 연신 핥아대며 걷는 중이었다. 주변은 온통 사람들로 북적댔고, 아무도 그 여자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멀찌감치에서 인파에 가끔 가려지는 그녀를 우두커니 바라보게 되었다.
관찰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이 밝고 활기찬 곳의 그 여자는 그 분위기 만으로 굉장히 이질적인 냄새를 풍겼다. 이윽고 가게 안에서 주홍색 유니폼을 입은 여직원이 따라 나와 손수건을 건냈다. 무슨 말인지는 들리지 않지만 이런저런 위로를 하는 중인가 싶었다.
나는 시선을 그 가게로 옮겼다. 가게 내부가 슬쩍 비치는 통유리에는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로고가 붙어있었다. ‘와이파이’ 로고인가 싶기도 했다. 나는 내부가 조금 더 잘 보이는 곳으로 걸음을 살짝 옮겼다. 손가락에 흘러내린 아이스크림을 핥으면서 말이다.
게임에는 워낙 관심이 없었다. 가상의 무엇보다도, 나의 가족과 친구가 더 소중했으니까. 그들과 그 날 하루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맥주병을 따다가 병 째로 깨뜨려 배를 잡고 웃는 게 나는 더 좋았다.
그 가게 내부에는 흐릿한 통유리로 된 칸막이로 감싸진 밝은 공간이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저건 좀…
“푸훕, 화장실 같잖아?”
천장까지는 3미터 남짓이었지만, 그 통유리 칸막이는 2 미터가 조금 넘었다. 확실히 개방된 느낌이었기에, 누군지도 모르는 이 사람 앞에서 침대에 눕는다는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상황이 어떻게 된 거냐고? 그건 내가 묻고싶다. 나는 마치 사건의 지평선에 닿아버린 어떤 우주선처럼 이 곳에 빨려들어왔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체험판 사용을 하기 위한 각종 서류에 싸인까지 마친 상태였다.
긴장됐지만, 치과의 진찰용 침대보다는 나았다.
작은 스테인리스 쟁반을 들고 들어온 남자는 소독용 스프레이를 쟁반 위에 놓인 무언가와 자신의 손에 칙칙 뿌린 뒤 말했다. 오, 남자라고 무심코 말해버리고 말았는데,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잘 모르겠다. 큰일날뻔했다.
“1 분 정도 뒤에 깨어나실 겁니다.”
나는 침대를 더듬어 올라타서, 몸을 뒤집으며 물었다.
“거기엔 얼마나 있는거죠?”
“1분이요. 아, 그 쪽 시간으로 느끼시는건... 하시기 나름이에요. 우측 상단에 언제나 안내 메세지가 떠 있을겁니다. 관련 법률에 따라서, 게임종료 방법에 대한 설명은 게임 내부 기준으로 매 시간 강제로 출력됩니다. 이 출력 기능은 관련 법률에 의거하여 사용자 임의로 끌 수 없습니다. 동의하시나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멋적은지 하하 웃으며 말했다.
“대답으로 동의해주시겠어요?”
“네, 동의해요.”
“좋습니다… 음…”
그의 시선이 내 치맛자락으로 움직이더니 나와 다시 눈을 마주쳤다.
“이불 덮어드릴까요?”
“아니요, 괜찮아요. 물어봐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는 입을 빙긋 웃으며 조그만 칩을 내밀었다. 나는 귀 뒤쪽에 있는 데이터 통신구에 그 칩을 밀어넣었다. 긴장을 풀고 베게에 눕자마자 나는 잠에 빠져들었고, 다시 눈을 떴다.
눈물이 터져나오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나는 혼란에 빠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제지하는 직원을 뿌리치고 가게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벤치에 앉아 울고있던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랬다. 이 사람도, 나와 같지는 않았겠지만 비슷한 경험을 한 게 분명했다. 잠깐의 눈빛으로도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시간이 가속된 가상의 세계에서 삼천칠백 년 동안 나는 영원한 사랑과, 부, 명예, 지식, 지혜를 얻었던 것이다. 그리고, 경험해보지 못한 마지막을 경험하므로써 끝내, 이 곳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나는 이 무료 체험판 게임으로 죽음을 경험했다.
안녕 특슬람들아. 짧은 글 하나 써봤어. 더 쓸까?
ㄱㄱ
꿀잼 2편 가자
아니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