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숲은 고요했다. 아니, 고요하다고 느낀 건 나뿐이었을지도 모른다. 바람은 잠깐 스쳤고, 잎사귀는 숨죽였다. 그 순간, 숲의 깊은 속에서 무언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뭇잎이 아닌, 더 두껍고 거친 무언가가 찢긴 소리.
새 한 마리가 공중을 갈랐다. 깃털이 검은 빛을 내뿜으며, 날개짓은 마치 무거운 돌을 던지는 듯했다. 그 아래에는 숨죽인 짐승의 눈빛이 번뜩였다. 하지만 그 눈빛은 무엇을 보는 게 아니었다. 그저 공기 속에 흩어진 먼지 한 조각을 삼키려는 듯, 헛된 기대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그 눈빛은 다시 가라앉았다. 땅이 꺼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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