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 심해의 노래
파트 1: 빛의 도시
루미나. 이름 그대로 빛의 도시였다. 칠흑 같은 어둠이 지배하는 유로파의 심해에서, 루미나는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찬란하게 빛났다. 도시를 구성하는 거대한 산호초와 그 위에 자리 잡은 아퀼라들의 거주지는, 저마다의 생체 발광 기관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으로 형형색색 물들어 있었다. 푸른빛, 녹색빛, 보랏빛, 붉은빛… 그 빛들은 단순한 조명이 아니었다. 아퀼라들은 빛의 강도와 색깔, 깜빡이는 속도를 조절하여 서로 의사소통하고, 감정을 표현하고, 예술을 창조했다.
카이는 푸른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자신의 촉수를 움직이며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둥근 형태의 거주지 벽면에는 어젯밤 리나와 함께 감상했던 빛의 시가 아직 잔상처럼 남아 있었다. 붉은색과 노란색이 교차하며 폭발하는 듯한 이미지, 그것은 리나가 표현하고자 했던 '열정'이었을까. 카이는 촉수 끝으로 벽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리나의 섬세한 감각과 열정적인 예술혼은 언제나 카이에게 영감을 주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그 잔상이 마치 이별을 예고하는 불꽃처럼 느껴져 카이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카이, 아직도 꿈꾸고 있나?"
익숙한 목소리에 카이는 고개를 돌렸다. 입구에서 시아가 날카로운 푸른빛을 발산하며 서 있었다. 시아의 빛은 언제나 카이보다 밝고 차가웠다. 마치 유로파의 얼음처럼.
"시아, 좋은 아침. 아니, 좋은 심해라고 해야 하나?" 카이는 농담을 던지며 웃었지만, 시아는 냉담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시간 낭비 말고 어서 연구소로 가자. 제트스트림 데이터 분석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
카이는 시아의 재촉에 못 이겨 몸을 일으켰다. 둥근 거주지에서 나와 복도로 들어서자, 다른 아퀼라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어린 아퀼라들은 촉수를 뻗어 서로 장난을 치고, 어른 아퀼라들은 빛으로 대화를 나누며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있었다. 카이는 그들의 빛의 향연 속을 헤쳐 나가며 연구소로 향했다. 복도를 지나 중앙 광장에 다다르자, 익숙한 붉은빛이 카이의 눈에 들어왔다. 리나였다. 그녀는 광장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조각상 앞에서 빛의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조각상은 과거 제트스트림 탐사에 나섰다가 돌아오지 못한 아퀼라 영웅들을 기리는 것이었다. 리나는 그들의 모습을 붉은색과 주황색으로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마치 그들의 용기와 희생을 찬양하는 듯이.
카이는 리나에게 다가가 촉수를 뻗어 인사를 건넸다. "리나, 아름다운 그림이야. 영웅들의 숭고한 정신이 느껴지는군."
리나는 붉은빛을 부드럽게 깜빡이며 미소를 지었다. "카이, 안녕. 오늘도 제트스트림 연구인가?"
"응, 시아가 기다리고 있어서…." 카이는 시아가 있는 방향을 흘끗 바라보았다. 시아는 차가운 푸른빛을 발산하며 카이를 재촉하고 있었다.
"조심해야 해, 카이." 리나는 붉은빛을 어둡게 하며 말했다. "제트스트림은 위험해. 너무 무리하지 마."
카이는 리나의 걱정 어린 눈빛을 마주하며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는 리나의 손을 잡고 싶었지만, 시아의 차가운 시선이 느껴져 망설였다. "알겠어, 리나. 걱정 마. 곧 돌아올게." 카이는 짧게 대답하고 연구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리나는 카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붉은빛을 더욱 어둡게 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불안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카이는 연구소로 향하는 복도를 걸으며 리나의 마지막 말을 곱씹었다. "조심해야 해, 카이. 제트스트림은 위험해."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예언처럼 카이의 귓가에 맴돌았다. 카이는 심해의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며,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함께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의 푸른빛은 점점 더 밝아졌다. 마치 심해의 어둠을 밝히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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