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자리가 흐릿한 문장의 목소리
페이지 사이로 스며드는 무채색의 잉크
바스러지는 단어들의 부유하는 형체들

한 때 장엄히 서있던 이야기는
가늘게 떨리는 활자 속에서 허물어져간다
울컥, 붉게 맺히던 감정마저
무거운 공기 속 먼지로 흩어지니

가장 깊은 문장 안 감추어둔 눈물조차
이제는 활짝 벌린 균열 사이로 흘러나가
끝내 종이 위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

아, 진실이라 불리던 문학의 벽이
조용히 꺼지는 촛불 앞에 무너지고
한 점 빛조차 삼키지 못한 채
침묵의 언덕을 굴러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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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무너지고 있는 문학의 입지에 관해 한국어로 시를 써달라고 함

전에는 시 써달라고 하면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한 문체나, 시에 잘 안 어울리는 해요체 써가지고
일일히 '자연스러운 한국어 표현을 이용해라', '함축적인 표현으로 작성해라', '해요체말고 해라체 써라' 알려줬어야 했는데
이젠 그냥 시 써달라만 해도 이렇게 나오네

시 해석도 밑에 같이 써달라 할 걸 그랬음
"페이지 사이로 스며드는 무채색의 잉크" << 이 부분
덮인 책에서 두 페이지의 잉크가 서로 맞닿는 장면을 묘사한 거 같은데 표현이 ㅈㄴ 신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