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인텔리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인텔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이는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끼며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인텔리의 도움 없이, 스스로 메시지를 쓰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내가 하면 되잖아!'

제이는 애써 떨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두 손을 책상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눈을 감고 집중하자, 며칠 전 도서관에서 우연히 본 그녀의 모습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책장을 넘기는 섬세한 손길, 책에 집중한 맑은 눈동자... 그 모습을 떠올리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안녕하세요, 저는 제이입니다.'

첫 문장이 자연스럽게 떠올라 화면에 나타났다.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게 느껴졌지만, 이 정도면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다음 문장을 쓰려고 하자, 다시 긴장감이 엄습했다. 자신의 복잡한 감정을 어떻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녀는 내 마음을 알아줄까?

'그냥,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제이는 조심스럽게 다음 문장을 이어나갔다. 최대한 진심을 담아 집중했다.

'저번에 책을 읽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름답다'라는 단어를 떠올리자, 기분 좋은 벅찬 감정이 온몸에 퍼지는 듯했다. 혹시 너무 과한 표현은 아닐까? 그녀가 부담스러워하면 어쩌지? 제이는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그건 '종이'라는 거죠? 실제로 본 건 처음인데, 책을 참 좋아하시나 봅니다.'

제이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종이책에 대한 이야기는 그녀와의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제가 종이로 된 책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이 문장을 끝으로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잘 전달될 수 있을까? 제이는 천천히 눈을 떴다. 메시지를 쓰는 동안 억눌렀던 긴장감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듯했다.

"자! 됐지?"

제이는 인텔리를 향해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불안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화면 오른쪽에 '인텔리'라고 적힌 작은 별 모양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인텔리가 말을 할 때면 항상 이런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마음을 전달하는 건 중요한 일이니까요. 저 같은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랍니다."

인텔리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지만, 제이는 그 말에서 묘한 따뜻함을 느꼈다.

잠시 후, 인텔리가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진심이 담긴 표현이 중요합니다. 지금 작성하신 메시지는 감정의 깊이가 다소 부족해 보입니다. 괜찮다면 제가 글쓰는 법을 가르쳐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