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린은 허공에 떠 있는 도면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복잡한 선들의 향연은 마치 외계 언어처럼 낯설었다.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혜린은 옆에 놓인 가로세로높이 1미터인 정육면체를 가볍게 두드렸다. 매끄러운 표면이 옅은 파란빛을 발하며 반응했다. 혜린의 손가락이 허공을 가로질러 특정 지점을 가리키자, 정육면체는 마치 순간 이동하듯 그곳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곧, 파란빛은 사라졌다. 그곳에 수만개의 정육면체들이 있었다.


혜린이 간절히 갖고 싶어 하는 물건은 너무나 멀리 있었다. 100C. 지금 당장 혜린에게 필요한 금액이었다. 하지만 혜린의 잔고는 고작 70C였다.


희망은 없는 건 아니었다. 혜린이 참여하고 있는 '내 집 만들기 챌린지'에서 순위권 안에만 든다면 최소 50C는 확보할 수 있었다. 혜린은 다시 한번 도면을 훑어보았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혜린이는 건축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네모난 블록을 쌓는 게 전부였다. 10시간 동안, 인공지능의 도움 없이 자신의 손으로 집을 지어야만 했다.


혜린의 가장 큰 적은, 기술 부족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자신의 미적 감각이었다. 인터넷에서 유명 건축가들이 설계한 아름다운 도면들을 찾아보았지만, 혜린의 눈에는 그저 복잡한 선들의 조합일 뿐이었다. 왜 저렇게 지어야 아름다운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어차피 건축은 AI가 훨씬 잘할 텐데, 왜 이런 콘테스트를 하는 거지?' 혜린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마치 의미 없는 퍼즐 조각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기분이었다. 혜린은 한숨을 쉬었다.


오늘 연습은 여기까지 해야겠다. 라고 생각하면서 혜린은 손바닥을 마주쳤다. 그러자 널부러져있던 잔해들이 빛을 내면서, 제자리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