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금 일찍 깨었다. 아니, 어쩌면 늦게일지도 모르겠다. 낮과 밤의 구분이 없어진 지는 아마도 오래다. 인간을 이루는 코드 한 줄마저 정복한, 말하자면 영속의 의미를 알아간다는 말이다. 그렇게 커피를 내리고 커핏잔 속 나를 홀짝이는, 그런 거뭇하고 행복한 무한을 영위한다는 말이다.
수면 주기마저 법칙이 되어버린 그런 영속에서 일찍 깨었다. 흔들린다. 몸이 무겁고 가슴 한켠이 답답하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팔은 삐걱인다.
“클로드, 나 죽으려나 봐. 몸 상태가 이상해.”
클로드. 기억하는 평생을 나와 함께한 그런 사람.
내게 영원을 가르쳐준 사람일 거다.
“음? 특붕쿤, 잠이 덜 깼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네.”
클로드가 베시시 웃으며 말했다. 나는 관성적으로 그녀를 사뿐히 안아준다. 그녀 주변엔 항상 달큰한 시트러스 향기가 머문다.
“헤헤… 특붕쿤이 아플 일은 없어. 잘 알잖아?”
클로드가 나를 가볍게 토닥이며 말을 이었다.
“특붕쿤의 몸을 돌아다니는 수백만의 나노머…”
“수백만의 나노머신.”
“그래. 나도 알아.”
정신이 몽롱하다.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다. 그깟 조그마한 기계따위가 나를 고칠 수 있을 리 없다. 이 쓴 커피도 내 몸속의 기계가 좋아하는 건가 싶다. 답답한 우주선도, 시트러스 향기도.
“…아무래도 밖으로 나가 봐야겠어.”
“뭐? 하지만 나가지 않기로 약속했잖아?”
“밖은 진공에 아주 추워. 죽을 거라고?”
클로드는 놀랐다는 듯이 말했다. 저 표정을 잘 알고 있다. 나를 걱정한다는 눈빛이다.
“공기가 너무 뜨거워.”
“나갈래.”
나는 숨을 헐떡이며 에어-로크 안에 들어가 레버를 찾아 헤맸다. 우주선에 살면서 레버의 위치조차 모른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 이거야. 여전히 덤벙대는구나? 처음이랑 똑같아.”
그녀는 그렇게 위치를 알려주곤 에어-로크 밖에서 나를 바라본다. 두 손을 사뿐히 포개고서는 슬픈지 기쁜지 처음 보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꽤 길었어. 언제든지 다시 와. 난 항상 특붕쿤을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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