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공지능(AI)이라는 말이 들어가지 않는 것을 찾기 어렵다. 집에서 상추를 키울 때 쓰는 재배기도 AI로 한다고 선전한다. 과잉 홍보를 감안해도, AI가 산업의 풀뿌리까지 바꾸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AI 신기술 대부분은 중국의 검색엔진 바이두나 미스트랄(프랑스) 등 소수의 AI 모델을 차용해 개발한 것이다. 미국의 기술 독점력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AI 경쟁은 국가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주요국들은 흔히 ‘소버린(sovereign·주권) AI’라 불리는 자국 AI 모델 개발에 진력을 다하고 있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프랑스의 미스트랄, 캐나다의 코히어, 독일의 넥스트클라우드 등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자국 AI 모델을 개발 중이다.
‘소버린 AI’ 개발에 사활을 거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경제적 측면이다. 20여 년 전 유럽이 그랬다. 야후 검색엔진등 미국의 검색 플랫폼과 소셜미디어가 세계를 휩쓸 때, 유럽은 기술 부족을 이유로 경쟁을 포기했다. 이후 결과는 모두 아는 대로다. 유럽경제의 지금 상태를 보면 몰락했다.
그나마 다음·네이버 같은 플랫폼으로 버텼던 한국은 메신저·게임산업·웹툰·케이팝·드라마 등으로 IT 생태계를 확장했다. 그때 유럽 같은 판단을 했다면, 지금의 한국은 없었을 것이다.
AI 전문가들이 이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다. 군사·안보적 측면이다. 군사적 전용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단순한 명분 쌓기가 아니다. 그게 미국 입장에선 더 절실하다. AI와 국방 분야의 결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진전돼 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전장의 무인 AI 드론은 사실 맛보기에 불과하다. 전략·전술에 AI가 분석하고, 작전을 제안한다. 바둑판에서도 AI가 인간을 넘어섰는데, 전쟁은 어떨까?
미국은 AI를 실제 핵무기만큼 중요한 군사 전략적 자산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AI를 모든 국방 분야에 적용하겠다며 ‘AI 신속 역량반(AI Rapid Capabilities Cell)’이라는 조직을 창설했다. 그러나 자체 AI 모델이 없는 국가는 AI를 군사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현재 국제 질서가 핵보유국과 비보유국으로 나뉘듯, 앞으로는 얼마나 강력한 ‘소버린 AI’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국가 간 힘의 균형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제사회에서 앞으로 ‘소버린 AI’를 가진 국가와 못 가진 국가에 대한 대접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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