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제2장: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평소보다 일찍 뉴라이프에 접속했다. 카페를 정리하고 준비하면서, 머릿속은 온통 곧 만날 블루버드라는 사람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정말 나와 같은 '캐릭터화'를 경험하고 있는 걸까? 어떤 사람일까? 왜 그렇게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찾고 있는 걸까?


약속 시간 10분 전, 카페 문이 열리고 한 여성이 들어왔다. 적어도 여성으로 보였다. 푹 눌러쓴 캡 모자와 선글라스, 마스크에 후드까지 뒤집어쓴 완전무장 상태였다. 하지만 그런 차림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체형은 감출 수 없었다. 날렵하면서도 탄탄해 보이는 몸매, 특히 딱 붙는 하의가 드러내는 선명한 라인은 오히려 더 시선을 끌었다.


'이목을 끌지 않으려고 한 건가? 그런데 저 차림새는 오히려 더 눈에 띄는데...'


그녀는 주변을 살피듯 카페 안을 둘러보더니, 내가 있는 카운터로 다가왔다.


"혹시... BlueBird_1215인가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빠르게 주변을 확인한 후,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유리라고 해요. 당신이 메일을 보낸 분이군요."


"네, 강민준이라고 합니다. 조용한 자리로 안내해 드릴게요."


카페 구석의 2인석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자리에 앉자 그녀는 여전히 경계하는 듯했다.


"이렇게 무장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내가 물었다.


유리는 잠시 망설이더니 선글라스만 살짝 벗었다. 그 순간 나는 그녀의 눈에 놀랐다. 매우 선명하고 아름다운 눈이었다. 마치 게임 캐릭터처럼 완벽한 눈매였다.


"솔직히 말하면,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많이 망설였어요." 유리가 말했다.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을 이렇게 직접 만나는 건 위험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요즘 제 얼굴이 좀 많이 바뀌어서요."


"바뀌어서요?"


"네, '캐릭터화' 때문에."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 얼굴이 게임 캐릭터를 닮아가고 있어요. 그리고 요즘 길을 걷다 보면 사람들이 자꾸 쳐다봐요. 그래서 이렇게..."


그녀의 말에 관심이 더 커졌다. 나도 '캐릭터화'를 경험하고 있었지만, 아직 외모적인 변화는 크게 느끼지 못했다. 키가 약간 자란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저도 비슷한 현상을 경험하고 있어요. 그래서 '캐릭터화'라고 부르기 시작했죠." 내가 말했다.


유리의 눈이 커졌다. "'캐릭터화'라고요? 그렇게 부르고 있었나요?"


"네, 제가 임의로 붙인 이름이에요. 게임 캐릭터의 특성이 현실의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서..."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런 느낌이었어요. 처음에는 착각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확신이 들더라고요."


"언제부터 그런 증상을 느끼셨나요?" 내가 물었다.


"약 3개월 전부터요." 유리가 대답했다.


3개월... 내가 처음 변화를 느낀 시점보다 훨씬 늦었다. 흥미로운 점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게 '캐릭터화'라고 생각하게 되셨나요?" 내가 물었다.


유리는 잠시 망설이더니 말했다. "저는... 신체 능력에 자신이 있는 편이에요. 운동을 좋아하고, 특히 반응 속도는 자신 있었죠. 그런데 몇 달 전부터 미묘하게 더 좋아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주 조금씩이요."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고 계속했다.


"처음에는 그냥 컨디션이 좋은가 보다 했어요. 하지만 변화가 계속되었고, 특히 게임에서 집중적으로 훈련한 부분이 현실에서도 향상되는 걸 느꼈어요. 이건 우연이 아니었어요."


내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의 경험은 내 것과 너무 비슷했다.


"그리고 가장 이상했던 건..." 유리가 목소리를 낮췄다. "제 게임 캐릭터는 현실보다 많이 작게 설정해놨는데, 제 키가 약간 줄어든 것 같았어요. 그리고 제 몸매도... 음, 좀 변하고 있어요."


"어떻게요?"


유리는 잠시 망설이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 게임 캐릭터는 제가 좋아하는 외모로 설정해놨어요. 신체적으로는... 원래 제가 좀 글래머러스한 편이었는데, 게임에서는 가슴 크기를 최소로 줄이고 체지방도 낮게 설정했거든요. FPS나 격투 컨텐츠를 주로 하다 보니 실용적인 체형으로요. 그런데..."


그녀가 말을 멈추고 어색하게 웃었다.


"현실에서도 그쪽으로 변하고 있어요. 키도 조금 줄었고요. 아직은 미세한 변화지만, 확실히 달라지고 있어요."


그녀의 말에 놀랐다. 내 경우는 게임 캐릭터가 현실보다 더 나은 방향(키가 크고, 시력이 좋은)으로 설정되어 있어서, '캐릭터화'가 긍정적으로만 느껴졌다. 하지만 유리의 경우는 달랐다. 그녀에게는 일종의 디메리트도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얼굴을 가리시는 거군요. 얼굴도 변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유리는 살짝 웃었다. "네, 그건 오히려 좋은 쪽이에요. 제 게임 캐릭터는 제가 좋아하는 아이돌 '겨울'을 참고해서 만들었거든요. 그래서 현실에서도 조금씩 그쪽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또 사람들 눈에 띄더라고요."


"정말 복잡한 심정이겠네요." 내가 말했다.


"네, 좋아야 할지 걱정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느 날 거울을 보는데 확실히 얼굴이 예뻐진 것 같은데, 가슴은 작아지고 있고... 그런데 저만 이런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싶었어요."


"저도 키가 자랐어요. 약 1.3cm 정도요. 성인이 된 후로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는데..."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 모두의 눈에 불안과 흥분이 섞여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유리가 말했다. "당신의 변화가 제 것보다 더 뚜렷해 보여요. 제 경우는 정말 미세한 변화였거든요."


"아마도 제가 더 오랫동안 이 현상을 경험해서 그런 것 같아요. 처음 변화를 느낀 건 6개월 전이었어요."


유리의 눈이 커졌다. "6개월이나요? 그렇게 오래전부터요?"


"네, 처음에는 시력이었어요. 평생 안경을 썼는데, 갑자기 안경 없이도 어느 정도 볼 수 있게 된 거죠."


우리는 카페에서 두 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다. 각자의 경험, 관찰한 변화, 그리고 그에 대한 생각들을 공유했다. 유리는 내가 기록한 데이터에 특히 관심을 보였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기록하셨군요. 역시 프로그래머답네요."


"프로그래머인 걸 어떻게 아셨어요?" 내가 물었다.


유리는 잠시 당황한 듯했다. "아... 그냥 추측했어요.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이 체계적이어서..."


뭔가 이상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찾고 계셨나요?" 내가 물었다.


유리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두려웠어요. 내 몸에 일어나는 변화가 내 통제 밖이었으니까요. 처음에는 캡슐이나 게임의 부작용인가 싶었어요.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걱정도 했고요."


그녀의 솔직한 고백에 공감이 갔다. 나도 비슷한 불안을 느꼈으니까.


"당신 같은 사람을 만나서 정말 다행이에요," 유리가 말했다. "이런 이상한 현상을 혼자 겪는 건 너무 외로웠거든요. 미쳐가는 건 아닐까 의심스러울 때도 있었고..."


"저도 그랬어요," 내가 대답했다. "처음에는 일시적인 현상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오래 지속되니까..."


"이 현상의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유리가 물었다.


나는 잠시 생각했다. "솔직히 모르겠어요. 게임 캐릭터의 특성이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기술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에요. 뉴라이프는 단지 뇌파를 읽고 감각을 시뮬레이션할 뿐, 신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메커니즘이 없거든요."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저도 그 점이 가장 이해가 안 돼요. 하지만 분명 뭔가 연결고리가 있을 거예요. 저희 둘만 이런 경험을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잖아요?"


"그렇죠. 십억 명이 넘는 뉴라이프 유저 중에 저희만 이런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면 그건 너무 우연이죠."


"다른 사람들을 더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유리가 말했다. "온라인 포럼에서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더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좋은 생각이에요.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이런 정보가 확산되면..."


유리가 내 말을 받았다. "네, 그게 걱정이에요.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찾는다는 건 정보가 확산될 수밖에 없고, 이게 어떤 식으로든 악용될 가능성도 있어요. 심지어는..."


그녀가 목소리를 낮췄다. "실험체로 잡혀갈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녀의 말에 전율이 느껴졌다. 확실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현상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고, 그런 현상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질 조직이나 개인들이 있을 수도 있었다.


"일단은 우리끼리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내가 제안했다. "각자 겪는 변화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정기적으로 공유하는 건 어떨까요?"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에요. 그리고... 저희가 이렇게 만난 것도 의미가 있을 거예요.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둘이서는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비록 아직 원인은 모르지만, 같은 경험을 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다.


"연락처를 교환할까요?" 내가 물었다. "게임 외에도 현실에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는 메신저 계정과 이메일 주소를 교환했다. 헤어지기 전, 유리는 다시 한번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썼다.


"조심해서 가세요. 그리고...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을 만나서 정말 다행이에요."


"저도요. 앞으로 자주 연락해요."


유리가 떠난 후, 나는 카페를 정리하며 생각에 잠겼다. 오늘의 만남은 내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었다. '캐릭터화' 현상을 경험하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다. 비록 아직 원인은 모르지만, 앞으로 유리와 함께라면 조금씩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