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혁은 30세가 되었다. 서른이라니. 한때는 막연하게 생각했던 숫자가 눈앞에 현실로 다가왔다. 그는 책상 위에 놓인 컵라면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벌써 이게 몇 번째인지도 모르겠다. 대학 졸업 후 특별한 커리어를 쌓지도 못한 채 부모님 집에 얹혀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곧 특이점이 올 테니까.
"AI가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순간, 모든 게 바뀔 거야."
그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글들을 읽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AI가 모든 노동을 대신하게 된다면, 인간은 더 이상 일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Universal Basic Income(기본.소득)이 도입되고, 누구나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올 거다. 준혁은 이를 굳게 믿었다.
그는 하루 대부분을 컴퓨터 앞에서 보냈다. AI와 관련된 최신 뉴스를 읽고, 신기술에 대한 토론을 보고, 가끔은 AI 그림 생성기로 이상한 캐릭터나 만들며 시간을 죽였다. 유튜브에서는 "202X년 특이점이 온다!" 같은 영상을 보며 기대에 부풀었다. 물론, 현실은 컵라면과 부모님의 잔소리였다.
"준혁아, 이러고 있을 거야? 언제까지 집에만 있을 건데?"
어머니의 목소리가 방문 너머로 들려왔다. 그는 대답 대신 마우스를 클릭하며 태연한 척했다. 이해 못 하시는 거야. 특이점이 오면 다 해결될 텐데.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기사가 떴다.
[OpenAI, 세계 최초의 완전한 범용 AI 발표! 인간과 동등한 사고력 구현]
준혁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기사를 클릭했다. 정말인가? 이제 특이점이 오는 건가? 더 이상 취업 걱정 없이 살아도 되는 건가? 그는 댓글을 읽기 시작했다.
"대박이다, 이거 진짜 모든 직업 사라지는 거 아님?"
"이제 기본.소득 도입 확정이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순간이다!"
준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슴이 터질 듯이 뛰었다. 그는 당장 AI 채팅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최신 범용 AI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서비스였다.
"안녕, 너 정말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어?"
[네, 물론입니다. 저는 인간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으로 사고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일 안 해도 돼? 기본.소득 나오겠지?"
[그건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AI를 활용하여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할 것입니다.]
"그럼 인간들은 뭐 해?"
[경쟁해야죠.]
"뭐랑?"
[AI와요.]
순간 준혁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아니, 그러니까... AI가 모든 걸 해주면 인간은 놀고먹을 수 있는 거 아니야? 특이점이 오면 그런 세상이 되는 거 아니었어?"
[AI는 도구일 뿐입니다. 사용자의 활용 방식에 따라 가치가 결정됩니다. 당신은 AI를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요?]
준혁은 말문이 막혔다. 활용 계획이라니. 그는 AI가 모든 걸 해 줄 거라 생각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AI의 답변은 전혀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그때 뉴스 속보가 떴다.
[대기업들, 범용 AI 도입 발표… 기존 인력 대규모 감축 예고]
준혁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니, 이건 아니지. 이건 내가 원했던 미래가 아니야. 특이점이 오면 내 인생도 자동으로 바뀌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 순간, 방문이 열렸다.
"준혁아, 너 아직도 방에서 뭐 하는 거야?"
어머니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화면 속 뉴스와 어머니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입을 열었다.
"나... 나 취업 준비해야 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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