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석벽에 기대선 엘라라의 숨결은 거칠었다. 방금 전까지 복도를 가득 메웠던 괴물들의 울음소리는 잦아들었지만, 승리의 안도감은 찾아오지 않았다.
대신, 더 깊고 근원적인 공포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갑옷 아래, 차가운 금속판이 맞닿은 명치 부근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감각.
처음에는 전투의 여파로 인한 단순한 속쓰림이나 근육 경련이려니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안에서... 뭔가 꿈틀거려..."
엘라라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신음 같은 말이 새어 나왔다. 그것은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었다.
마치 살아있는 무언가가, 차가운 점액질의 생명체가 그녀의 내장을 비집고 자리를 잡으려는 듯 불쾌하게 꿈틀거렸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시선은 점점 흐릿해지고, 굳건히 잡고 있던 검의 손잡이가 아득하게 느껴졌다.
고통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속을 헤집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무언가 뜨거운 것이 역류하는 느낌이 들었다.
엘라라는 본능적으로 배를 움켜쥐었지만, 고통은 안에서부터 비집고 나오는 것이었다. 시야가 검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갑옷의 틈새, 그녀의 살갗 위로 검은 아지랑이 같은 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한 그림자가 아니었다.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듯한 차갑고도 끈적한 기운, 어둠 그 자체였다.
점점 더 거세지는 내부의 침식 앞에 엘라라의 정신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다. 강철 같던 의지는 녹아내리고,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눈 앞이 완전히 암전되려는 찰나, 그녀는 보았다. 거울처럼 반짝이는 건틀릿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눈동자는 이미 빛을 잃고 공허한 어둠만이 가득했고, 입은 인간의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찢어져 있었다. 피부 위로 검은 액체 같은 것이 혈관처럼 번져나가며 그녀를 잠식하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순간, 엘라라의 목구멍 깊은 곳에서부터 찢어지는 듯한 절규가 터져 나왔다.
"끄아아아악!!"
그것은 더 이상 인간의 비명이 아니었다. 고통과 공포, 그리고 이질적인 존재에게 몸을 빼앗기는 존재의 마지막 단말마.
비명과 함께 검은 기운이 폭발하듯 엘라라의 온몸에서 터져 나왔고, 복도의 희미한 빛마저 삼켜버릴 듯한절대적인 어둠이 그녀를 완전히 뒤덮었다.
강철 갑옷은 마치 녹아내리듯 검은 형체 속으로 스며들었고, 복도에는 오직 섬뜩한 정적과 스멀거리는 어둠만이 남았다. 엘라라는... 더 이상 그곳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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