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문은 마치 안개처럼 스며들었다. 어느 날, 달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어디서 나온 소리인지도 몰랐고, 그 말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들도 확실치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그것을 믿기 시작했다.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처럼, 혹은 거부할 수 없는 진리처럼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그저 밤늦은 인터넷 커뮤니티의 괴담판이나, 술자리에서 오가는 실없는 농담 같은 것이었다. "달이 떨어진대." 황당무계하다며 웃어넘기던 사람들조차, 얼마 지나지 않아 침묵하거나, 혹은 조심스럽게 동조하기 시작했다. 마치 어떤 거대한 힘이 사람들의 생각을 조종하는 것처럼, '달의 낙하'는 거부할 수 없는 진실이 되어갔다. 누구도 그 소문의 진위를 따져 묻지 않았다. 증거? 그런 것은 애초에 중요하지 않았다.


가장 기이한 변화는 학계에서 시작되었다. 이전까지 달의 안정성을 확신하던 저명한 천문학자들이 앞다투어 달의 궤도 이탈 가능성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논문들은 이상할 정도로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기존의 물리 법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비약적인 가설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예정된 결론에 꿰맞춘 듯한 느낌이었다. 반론을 제기하거나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던 학자들은 어느 순간부터 학회에서 자취를 감추거나, 갑작스럽게 기존의 입장을 철회하고 '달의 낙하'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학문의 방향을 틀어쥐고 있는 듯했다. 학계에서 '달의 낙하'는 이제 정설로 여겨졌다.


뉴스 채널은 24시간 내내 달에 대한 이야기로 도배되었다. 긴급 속보 자막이 화면 하단을 끊임없이 흘러갔고,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스튜디오에 나와 달의 예상 '강하' 시점과 그 영향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낙하'라는 직접적인 단어 대신 '강하'나 '접근'이라는 완곡한 표현을 썼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흥분과 기쁨마저 서려 있는 듯 보였다. 마치 인류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기다려온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처럼. 예상 피해 규모나 구체적인 대책 같은 현실적인 정보는 이상할 정도로 언급되지 않았다. 그저 '달이 온다'는 사실만이 반복해서 강조될 뿐이었다.


사회의 풍경은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기이하게 변해갔다. 밤이 되면 공원이나 옥상에 모여 달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알아들을 수 없는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달 모양을 본뜬 장신구나 문신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심지어 달빛 아래서 집단으로 기묘한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는 축제 아닌 축제가 도시 곳곳에서 비밀스럽게 열렸다. 달과 관련된 상품은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어떤 기업들은 '월면 강림 기념'이라는 해괴한 이름의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눈빛에는 더 이상 일상적인 생기가 아닌, 달을 향한 광적인 열망과 기묘한 평온함이 서려 있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지만, 그들의 시선에는 경외나 두려움보다는, 무언가에 홀린 듯한 멍한 표정이 담겨 있었다. 밤이 되면 창가에 서서 하염없이 달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달을 향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행동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달을 보지 않는 사람, '달의 강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사람을 이상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정부의 태도는 혼란 그 자체였다. 공식 브리핑에서는 연일 '달 낙하설'은 터무니없는 유언비어이며, 달의 궤도는 안정적이라고 발표했다. 저명한 과학자들이 동원되어 달의 안전성을 역설했고, 관련 괴담을 유포하는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이상한 움직임들이 포착되었다. 도시 외곽의 광활한 부지에 정체 모를 거대한 구조물들이 밤낮없이 건설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특정 해안가 지역 주민들에게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갑작스러운 이주 명령이 내려졌다.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부인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달의 접근'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무언가를 대비하고 있다는 의심은 점점 짙어졌다. 마치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믿고 대비하는 듯한 모순적인 행태였다.


나는 이 거대한 부조리극 속에서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솟아나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나는 '달의 낙하'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려 했다. 오래된 천문학 서적을 뒤지고, 관련 커뮤니티를 탐색하고, 심지어 달을 숭배하는 집단에 잠입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얻는 정보는 파편적이고 모순될 뿐이었다. 어떤 기록은 달이 고대부터 인류를 감시해 온 거대한 존재라고 주장했고, 다른 기록은 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라고 암시했다. 진실에 다가가려 할수록, 현실은 더욱 비틀리고 뒤엉키는 듯했다.


밤마다 꾸는 꿈은 점점 더 악몽으로 변해갔다. 처음에는 그저 거대한 달이 나를 내려다보는 꿈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달 표면의 크레이터들이 수많은 눈동자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꿈속에서 달은 나에게 속삭였다.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의 언어였지만, 그 의미는 섬뜩할 정도로 명료하게 전달되었다. ‘문을 열어라.’, ‘받아들여라.’ 잠에서 깨어나도 그 속삭임은 귓가에 맴돌았고, 현실과 꿈의 경계는 점점 희미해졌다.


기괴한 일들은 더 이상 꿈속에만 머물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에 정체 모를 거대한 손자국 같은 것이 찍혀 있곤 했고, 라디오에서는 갑자기 지직거리는 소음과 함께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가 흘러나왔다. 거리의 고양이들은 일제히 달을 향해 울부짖었고, 밤하늘에는 가끔씩 기하학적인 무늬를 그리며 움직이는 이상한 불빛들이 목격되었다. 가장 친했던 친구는 어느 날 밤, 달을 보러 나간다며 집을 나선 뒤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그의 방에는 달의 위상 변화를 그린 수많은 스케치만이 남아 있었다. 옆집 남자는 마당에 나와 달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밤새도록 서 있더니, 다음 날 아침 감쪽같이 사라졌다. 경찰은 단순 가출이나 실종으로 처리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들은 간 것이 아니다. 불려간 것이다.


시간이 흘러, 마침내 '그날'이 다가왔다. 정부는 여전히 '안정'을 외쳤지만, 거리에는 불안과 흥분이 뒤섞인 기묘한 침묵이 흘렀다. 어떤 이들은 지하 방공호로 숨어들었고, 어떤 이들은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 달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나는 내 방 창가에 서서, 천천히 기울어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녁이 되자, 하늘은 온통 푸른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것이 나타났다. 지평선 너머에서 떠오른 달은, 더 이상 밤하늘의 장식품이 아니었다. 하늘의 절반을 집어삼킬 듯 거대하고 압도적인 존재. 표면의 크레이터 하나하나가 살아 숨 쉬는 듯했고, 그 푸른 광채는 온 세상을 신비로운 빛으로 감쌌다. 사람들의 비명과 환호성이 뒤섞여 들려왔지만, 내 마음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했다. 두려움은 사라지고, 설명할 수 없는 경외감과 이끌림이 그 자리를 채웠다.


나는 달을 동경했고, 그 푸른 달은 마치 우리를 가까이서 관망하려는 듯 우리에게 다가왔다. 추락이 아니었다. 그것은 강림이었다. 오랫동안 멀리서 지켜보던 존재가, 마침내 우리 곁으로 내려오는 순간이었다.


제미나이로 계속 노는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