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바위산을 깎아 세운 듯 기괴하고 위압적인 요새, 현천궁(玄天宮). 천년마교의 심장이자, 마(魔)의 기운이 하늘을 찌르는 성지. 그곳이 지금, 불과 연기와 비명으로 뒤덮여 있었다. 정파의 협의지심, 사파의 이기(利己), 그리고 황실의 권위가 하나로 뭉친 '정세(淨世) 원정대'의 깃발이 검은 성벽 아래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무림맹의 정예 검수들, 사파 연합의 사악한 고수들, 그리고 황금 갑주를 입은 황제 목종의 금군까지. 강호를 통틀어 이토록 거대한 연합이 결성된 적은 없었다. 그들의 목표는 단 하나, 세상을 위협하는 마교의 섬멸, 그리고 그 정점인 천마 강혁진의 제거였다.


초반의 전황은 팽팽했다. 수적으로는 절대 열세였으나, 마교의 마인(魔人) 하나하나는 일당백, 아니 일당천의 고수들이었다. 검붉은 마기가 연합군의 진형을 헤집었고, 교도들의 광신적인 돌격은 연합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균형이 무너진 것은, 금군이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면서부터였다.


콰아아앙! 쾅! 타타탕!


내공과 초식의 겨룸이 전부였던 무림의 전장에, 낯선 굉음이 울려 퍼졌다. 금군이 쏘아 올린 화포탄이 현천궁의 견고한 외벽을 무너뜨렸다. 총통과 화승총에서 뿜어져 나온 쇳조각과 납탄이 마인들의 호신강기를 무자비하게 찢어발겼다. 화약. 내공의 깊이도, 초식의 정묘함도 무의미하게 만드는 야만적인 파괴력. 아무리 강대한 고수라도 사방에서 날아드는 쇳덩이와 폭발의 화염, 충격파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방심한 마교의 장로 몇몇이 순식간에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산화했다. 방금 전까지 귀신같은 도법을 펼치던 마인이, 멀리서 날아온 작은 납탄 하나에 맥없이 쓰러졌다. 질서 정연했던 마교의 방어선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교주님을 뵙기 전엔 물러설 수 없다!"

"밀어붙여라! 저 더러운 쇳덩이들을 부숴라!"


마교의 부교주와 사대천왕이 직접 나서 혈로를 뚫으려 했지만, 쏟아지는 포화와 밀물처럼 밀려드는 연합군의 공세에 현천궁의 함락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검은 성벽 곳곳이 무너져 내렸고, 최후 방어선마저 위태로웠다. 연합군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무림맹주는 승리를 확신하며 외쳤다.


"하늘이 우리를 돕는다! 마교의 심장에 정의의 깃발을 꽂아라!"


바로 그때였다. 전장의 모든 소음이, 거짓말처럼 잦아들었다. 포연과 먼지, 불길로 가득 찬 하늘 아래, 현천궁의 가장 높은 누각 꼭대기에 한 인영이 소리 없이 나타났다.

그저 서 있었을 뿐이다. 바람에 흩날리는 칠흑의 장발, 십 대 후반의 창백하고 무표정한 얼굴. 꾸미지도, 기세를 드러내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전장을 짓누르던 살기와 광기, 화약 냄새마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시끄럽게 울리던 화포 소리도, 병사들의 함성도, 무기 부딪치는 소리도 먼 세상의 일처럼 아득해졌다. 압도적인 존재감. 숨 막히는 침묵. 모두의 시선이 본능적으로 그에게 향했다.


천마(天魔) 강혁진. 마신경(魔神境)을 목전에 둔, 세상의 정점에 선 자.


마교도들은 무기를 내려놓고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경외와 광신, 그리고 구원에 대한 갈망이 그들의 눈에 가득 찼다.


"천마강림! 만세! 만만세!"


반면, 연합군은 본능적인 공포에 몸을 떨었다. 저 젊은 외형의 사내가 내뿜는 무형의 위압감은, 그들이 상대했던 어떤 고수와도, 그 어떤 무기와도 차원이 달랐다. 마치 거대한 산맥, 혹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 그 자체와 마주한 듯한 느낌이었다.


강혁진은 천천히 전장을 굽어보았다. 그의 갈색 눈동자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무너진 성벽, 피 흘리며 쓰러진 자신의 교도들, 그리고 자신을 향해 창칼과 총구를 겨누고 있는 수만의 적들. 그 모든 것이 그에게는 그저 발밑에 굴러다니는 먼지, 시끄러운 벌레들의 소란에 불과했다. 오만한 시선이, 연기를 내뿜으며 방금 전까지 위용을 과시하던 금군의 화포 진영에 머물렀다. 미간이, 아주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거슬린다. 시끄럽다. 감히 내 영역에서.


"…시끄럽군."


나지막한 목소리였으나, 그 음성은 기이하게도 전장의 모든 이들의 귓가에 칼날처럼 박혔다. 그 말이 신호였다.


강혁진의 갈색 눈동자가 꿈틀거리더니, 순식간에 일렁이는 핏빛, 혈안(血眼)으로 물들었다.


우우우웅-!


그를 중심으로 대기가 진동했다. 시커먼 마기가 소용돌이치며 하늘로 솟구쳤다. 그것은 단순한 내공의 발현이 아니었다. 세상의 이치 자체를 힘으로 억누르고 왜곡하는, 재앙의 전조였다. 마신경에 근접한 자의 기세 앞에, 하늘마저 숨을 죽였다.


"발포! 발포하라! 저 마두를 향해 모두 쏟아부어라!"


금군의 지휘관이 공포를 지우려는 듯 악을 썼다. 수십 문의 화포와 수백 정의 화승총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시뻘건 화염과 쇳덩이들이 누각 위의 강혁진을 향해 쇄도했다. 무림 최고수라도 결코 피하거나 막아낼 수 없는, 압도적인 질량과 파괴력이었다.


하지만 강혁진은 피하지도, 막지도 않았다. 그저, 허공을 향해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 올렸을 뿐.


그가 손을 들자, 거대한 무형의 장벽이 형성된 듯, 그를 향해 날아가던 모든 포탄과 총탄이 허공에서 거짓말처럼 정지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늪에 빠진 것처럼. 정지. 물리적인 법칙마저 무시하는 절대적인 힘의 현현. 연합군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강혁진이 멈춰선 포탄들을 내려다보며, 마치 더러운 것을 치우듯 가볍게 손을 한번 내저었다. 그러자 허공에 멈춰 섰던 수십, 수백 개의 쇳덩이들이 방향을 틀었다. 자신들을 쏘아 올린 주인들에게로. 콰콰콰콰쾅!!! 금군의 화포 진영에서 연쇄적인 대폭발이 일어났다. 자신들이 쏜 포탄과 총탄에, 자신들의 화약이 유폭하며 지옥도가 펼쳐졌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금군의 정예 병력과 신무기들이 순식간에 불길과 파편 속으로 사라졌다. 그깟 쇳덩이 따위, 자신의 힘 앞에서는 무의미하다는 듯.


연합군의 지휘부에서 정파와 사파의 절정 고수 수십 명이 비명을 지르며 강혁진에게 날아들었다. 이대로 두면 모두 죽는다는 위기감이 그들을 움직이게 했다. 온갖 신병이기와 장력, 검강이 강혁진을 노렸다.


강혁진은 누각에서 한 걸음 내디뎠다. 허공을 밟고, 유성처럼 그들 사이로 떨어져 내렸다.


천마파천권.


그의 몸짓은 춤이 아니었다. 파괴였다.


붉은 잔영이 번득였다. 그의 주먹이 정파 고수의 검강을 정면으로 부수고 명치를 관통했다. 팔꿈치가 사파 거두의 호신강기를 종잇장처럼 찢으며 안면을 함몰시켰다. 무릎이 대지를 찍자, 충격파만으로 주변의 고수들이 피를 토하며 튕겨 나갔다. 수십 명의 강호 최정상 고수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나갔다. 저항조차, 합을 겨루는 것조차 성립되지 않는 일방적인 학살.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뼈가 으스러지고 피가 튀었지만, 그의 혈안은 여전히 차갑고 무감각했다.


벌레를 밟는 데 감정은 필요 없다.


잔혹하고 압도적인 무위 앞에 연합군은 전의를 상실했다. 공포가 전염병처럼 퍼져나갔다.


강혁진은 피로 물든 전장 한가운데 우뚝 섰다. 그의 몸에는 먼지 하나 앉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저 멀리 혼비백산하여 도망치기 시작하는 연합군의 본대를 바라보았다. "어딜." 하늘을 뒤덮은 검붉은 기운이 그의 오른 주먹에 응축되었다. 세상의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듯한 파멸의 기운.


천마파천권 절초, 대마봉천(大魔封天).


하늘조차 봉쇄하는 일격이 허공을 갈랐다. 일격이 아니었다. 거대한 파멸의 파동이 부채꼴로 퍼져나가며 연합군의 후미를, 그리고 그들이 서 있던 대지 자체를 통째로 갈아엎어 버렸다. 산 하나가 통째로 무너져 내리는 듯한 굉음과 함께, 수천의 병력과 지휘부가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전투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재앙이 휩쓸고 간 자리. 압도적인 힘 앞에 신무기도, 수적 우위도, 정파와 사파의 연합도 모두 무의미했다. 강혁진의 혈안이 서서히 원래의 갈색으로 돌아왔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려, 무너진 현천궁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쓰러진 적들의 시체와, 자신을 경배하는 교도들에게 일말의 관심도 주지 않은 채. 그에게 이 거대한 전쟁은, 그저 자신의 안식을 방해한 잠시의 소란을 정리한 것에 불과했다.
현천궁에 마신(魔神)이 강림한 날.
'정세 원정대'는 괴멸적인 타격을 입었고, 강호는 다시 한번 절대적인 힘, 천마 강혁진의 이름 앞에 무릎 꿇고 떨어야만 했다.





별다른 프롬프트 없이, 가볍게 사전 설정만 짜보고 돌입해봤는데 진짜 엄청 잘 써준다. 골드메인 때도 감탄했는데, 이건 또 결이 다르네.


참고로 나는 작가도 뭐도 아니고, 그냥 취미삼아 ai로 소설 쓰면서 감상하는 사람임.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