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파도의 연가: 공허한 포효
라리사의 품에서 얻은 위안은 새벽 안개처럼 덧없이 사라졌다. 포세이돈의 정신 속에서 메두사의 마지막 눈빛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선명해졌다. 죄책감과 자기혐오는 이내 편리한 분노로 모습을 바꾸었다. 이 모든 끔찍한 일의 원인은 자신이 아니라고, 감히 신의 사랑에 개입한 아테나의 오만 때문이라고 그는 결론 내렸다.
분노는 그를 심해에서 하늘로 쏘아 올렸다. 동해의 바다가 그의 격노에 맞춰 울부짖었다. 2025년 6월 8일 일요일 아침, 하늘은 맑았지만 바다는 이유 없는 폭풍으로 들끓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들의 고향 올림푸스. 지혜와 전쟁의 여신이 머무는 파르테논 신전의 거대한 청동 문이 바닷물과 분노를 머금고 폭발하듯 열렸다.
흠뻑 젖은 채 삼지창을 든 포세이돈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그의 눈은 동해의 폭풍처럼 이글거렸다.
신전 중앙에서는 아테나가 자신의 방패, 아이기스를 부드러운 천으로 닦고 있었다. 방패 중앙에는 끔찍한 괴물의 형상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녀는 포세이돈의 난입에도 조금도 놀라지 않은 채, 하던 일을 계속하며 나지막이 말했다.
“여기까지 무슨 일이시오, 바다의 왕이여. 당신의 침실 예절은 당신의 방문 예절만큼이나 형편없군.”
포세이돈은 그 조롱에 이성을 잃고 포효했다. “아테나! 감히 내게서 그녀를 빼앗아 가? 그녀는 내 여자였다! 그런데 넌 그녀를 흉측하고 혐오스러운 괴물로 만들었어!”
그는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가며 소리쳤다. “네가! 네가 날 어쩔 수 없게 만든 거야! 그 끔찍한 것을 내 손으로 처리하도록 강요한 건 바로 너라고!”
그의 주장은 명확했다. 자신은 피해자이며, 모든 비극의 책임은 아테나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비겁한 살인을 그녀의 잔혹한 저주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아테나는 마침내 하던 일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은 분노가 아닌, 벌레를 보는 듯한 차가운 경멸로 가득 차 있었다.
“네 여자라고?”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신전 전체를 서늘하게 울렸다. “그녀는 나의 사제였다. 나의 신전에서, 나의 제단 아래 순결을 맹세했지. 네가 그 신성한 공간을 더럽힌 순간, 그녀는 더 이상 네 여자가 아니라 나의 문제가 된 것이다.”
아테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위압적인 분노가 아닌, 서늘한 진실의 무게가 포세이돈을 짓눌렀다.
“내가 그녀를 괴물로 만들었다고? 아니, 숙부여.” 그녀는 ‘숙부’라는 단어에 조롱을 담았다. “당신이야말로 괴물을 보고 괴물처럼 행동했지. 나는 신성모독에 대한 벌을 내렸을 뿐이다. 하지만 그녀의 심장에 돌을 박아 넣은 것은 누구였지? 사랑을 속삭이던 입으로 ‘괴물’이라 소리치며 그녀를 밀쳐낸 것은 누구였고?”
“그건… 그건 네가…!”
“내가 뭘 했지?” 아테나는 그의 말을 잘랐다. “나는 너희의 죄를 심판했을 뿐이다. 하지만 배신하고, 살해하고, 도망친 것은 오직 너 하나였다. 너는 네가 사랑한다던 여자를, 네 죄의 증거물처럼, 네 손으로 직접 파괴했어.”
그녀는 자신의 방패를 들어 포세이돈의 얼굴 앞에 내밀었다. “보아라. 이게 네가 두려워하는 것이다. 네 자신의 비겁함!”
포세이돈은 할 말을 잃었다. 그의 분노는 아테나의 차가운 논리 앞에서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는 싸우러 왔지만, 자신의 추악한 진실만을 마주하게 된 꼴이었다.
아테나는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다시 방패를 닦기 시작했다. 완벽한 무시였다.
“돌아가시오, 바다의 왕이여.” 그녀는 더 이상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그리고 당신이 버린 것들의 목록에 이름 두 개를 더 올리시지. 네가 사랑이라 불렀던 것과, 너의 같잖은 용기 말이다.”
포세이돈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삼지창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분노는 갈 곳을 잃고, 이제 더 무거운 자기혐오가 되어 그의 영혼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그는 결국 아무 말도 못 하고, 들어올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초라한 모습으로 몸을 돌렸다. 파르테논 신전을 나서는 그의 등 뒤로, 아테나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비수처럼 날아와 꽂혔다.
“그리고 기억해라. 괴물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니.”


미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