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청년이 하와이 해변가에 누워있다

청년은 올해로 예순살을 맞았다. 나노봇은 겉모습을 원하는대로 바꾸게한다.

물론 예순살이라는 것도 생체 나이일뿐.

그가 가상현실에서 지낸 시간을 따지면 천살이 넘는다는 건 그 스스로밖에 모른다.


어렸을 때 보다 더 깨끗해졌네. 청년이 해변을 보며 생각했다.

그가 어린 시절만 해도 좌익들이 지구는 환경 재앙으로 망한다며. 해안가는 다 오염되고 침수된다며 발광을 떨었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해변에 심은 나노봇은 지난 세기의 모든 오염을 치유했고.

과학 선동가들은 이산화 탄소가 지구의 기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명백한 사실 앞에서 패배했다.

지구 온난화는 태양의 활동 때문이며 온실 효과의 대부분도 수분 때문이다.


저 멀리 보트를 타고 노는 사람들이 보인다. 저게 재밌나.

가상에서 노는게 더 재밌을텐데. 아니. 가끔은 현실에서 노는것도 재밌겠지.

청년은 보트를 더 자세히 보고 싶었고. 체내의 나노봇은 그 생각에 따라 시력을 강화했다.

멀리서 그들이 해가 질때 까지 노는걸 지켜보았다. 해는 이제 저물었고 날씨는 추워져서 피부가 따갑다.


슬슬 돌아갈까. 이렇게 현실에 나와보는 것도 재밌지만. 역시 살기엔 가상이 더 좋다.

가상에선 원하는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반중력 패치를 안 붙여도 하늘을 날아다닌다.

현실과 달리. 아무 부작용 없이 기분도 마음대로 바꾼다. 그래서 내 친구들도 대부분 가상에서 살고.


'업로드'


생각과 동시에 눈앞에 붉은 창이 보인다.


-업로드시 현실의 육신이 파괴됩니다. 동의하십니까?


"그래"


입술을 떼서 말했다. 부주의를 막기 위해 입으로 말해야 되게끔 설정해뒀다.

말한 순간 현실에서 즐겼던 기억들이 순식간에 양자컴에 업로드된다.

다른 사람들은 항시 업로드 되게끔 설정해 놓지만. 가끔 잊고 싶은 기억도 있으니까.

현실의 기억을 갖고 가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고 굳이 삭제하긴 귀찮다


-파삭


청년의 몸이 형체도 남김없이 부숴진다. 해안가의 모래 위에 잿더미가 내려앉는다.

잿속엔 수명을 다한 나노봇들이 같이 섞여있다.


한편. 저 멀리 화성에 있는 양자 컴퓨터 속 초지능은 오늘 하와이에서의 기억을 회상했다.

가끔은 낮은 지능으로 현실에서 사는 것도 재밌네. 사실 가상에서도 대부분 그렇게 살지만.

이번엔 무슨 가상 세계를 만들어 살아볼까. 다른 사람들도 초대해볼까.

물론 지능 제한도 걸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