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생각나서 여기다 끄적여봄


2052년, 오랜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완몰가가 탄생하고, 완몰가 기기가 모두에게 무료로 공급된다.

몸은 정지한 상태로 각자만의 가상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들어오자마자 "와...기술이 이렇게 발전했구나..." 하며 감탄한다.

AI인간에게 말도 걸어보고, 누군가는 건물을 짓고 누군가는 하늘에 그림을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다른 행성으로 떠나며 어떤 사람들은 벌써부터 매혹적인 이성을 찾기 시작한다.

자신의 모습을 원하는 대로 바꾸는 사람들. 현실에서 키가 작았던 사람은 키를 190대로 설정하고 멸치나 돼지로 불리우는 사람들은 근육질의 몸매를 만들며 얼굴이 못생겼다고 놀림받던 사람은 처음 보는 여자도 홀릴 만한 얼굴로 설정한다.

그렇게 자신이 창조한 도시를 거닐며 보낸 시간이 반나절, 사람들은 슬슬 몸 속에서 욕구가 솟구치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돈을 최대로 설정해 보르도의 까베르네 소비뇽을 따고, 누군가는 여자 몇십 명을 데려와 성적인 욕구를 충족하며, 누군가는 AI들이 촉망하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거듭난다.

현실에서 이성적인 인물로 자자했던 사람들도 자신이 무엇을 하든 아무도 꾸짖지 않고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다는 매혹적인 이야기에 홀려 며칠을 못 버티고 욕구에 충실한 본능적인 사람으로 변해간다.

그렇게 모두가 자신의 세계에서 아름다운 욕망을 충족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게 몇 달.

사람들은 슬슬 욕구 충족에도 질려가기 시작한다.

성욕을 좇던 사람들은 처음 며칠 동안은 욕구에 충실해 교미했으나, 한두 달쯤 지나자 전부 질려버렸다.

물욕, 승부욕, 명예욕을 얻는 것도 마찬가지로 질려버렸다.

사람들은 원인을 깨달았다. 그 세계에선 무언가를 얻는 데에 성취감이 없었다. 얻고 싶으면 얻어지고, 복종하게 만들고 싶으면 복종하게 만들어지는 너무 쉬운 세상이었다.

현실과는 너무나도 이질적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현실은 더 힘들었지만, 역설적으로 현실을 더 추구하게 되었다. 현실이 그리워지고, 완몰가는 재미없는 게임에 불과했다.

어느 날, 완몰가에서 살던 모든 이들이 한 장소를 모이고, 그곳에서 그들은 새로운 협약을 맺는다.

바로 현실과 동일한 완몰가를 만들어 그곳에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들은 기껏해야 몇십 년 전까지의 현실만 경험했기에, 완몰가가 탄생하기 30년 전의 현실로 목적지를 잡았다.

부, 명예, 지식, 재능, 외모, 신체 등 인간을 평가할 수 있는 모든 수치를 몇 년 전 현실처럼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배열했다. 

동시에 완몰가에서의 기억과 경험도 전부 잊은 채로 살아가도록 했다. 
완몰가에 돌아가려는 반항을 방지하기 위해서.

지금 이 완몰가에서의 기억은 잊고, 현실로 돌아가 그 축축하고 더러운 세상의 쓰디쓴 맛을 보는 것이다.

완몰가에 갓 들어왔을 때라면 손사래를 쳤을 협약이었지만, 그들은 이미 무엇이든지 되는 완몰가에 질려버린 상태였다.

모든 욕구가 충족되었지만, 단 하나 "성취감" 만은 충족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욕심에 차 그 마지막 욕구마저 쟁취하기 위해 한 명씩 홀로그램의 약서에 사인하기 시작했다.

열 명, 백 명, 천 명, 만 명, 억 명...

마침내 7,956,365,277번째 사람까지 펜을 들어 사인을 적자, 세상이 급속도로 뒤바뀌기 시작했다.

소용돌이처럼 빠르게 기억이 잊혀져가고, 모두가 멍하니 있는 채로 세상이 폭풍에 덮쳐진다.

몇 초간의 폭풍이 끝나고 건물과 시설들이 우후죽순으로 지어진다.

모두가 자신의 위치로 이동한다. 어떤 사람은 초고층 건물에, 어떤 사람은 허름한 판자촌에.

모두가 자신의 위치로 이동하고, 신체가 바뀐다. 각자 다른 지식과 재능이 프로그래밍되고, 나이도 무작위로 선별된다.

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나고, 사람들의 기억을 완전히 소멸하자마자,

핏 -!

세상이 30년 전 현실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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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삶을 이어간다.

적당한 수준의 문명과 적당한 수준의 위치.

그들에게 부와 권력, 명예와 신체의 차이는 당연했고, 현실 외의 다른 세계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몇몇은 이런 세상에 불만을 제기했고, 가상 공간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몰두하게 된다.

그들은 그 세계를 계획하고, 개발에 착수한다.

이 현실이라는 세계에서 모든 사람은 완벽할 수 없었기에, 그들은 완벽해지고 싶어 다른 세계를 원했다.

뜻이 같은 여러 투자자들도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또 다른 현실에서 충족하자는 생각으로 빠른 시일 내에 개발되기를 바라며 투자한다.

그들은 그 세계에 이름을 붙이기로 하고, 마침내 그들이 가상으로 만들어질 또 다른 세계에 붙인 이름은...


<완전 몰입형 가상현실> 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2959번째 완전 몰입형 가상현실이었겠지.





이런 시나리오 어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