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완몰가보다는 통 속의 뇌로 이야기하는 게 더 정확할 듯


초지능이 사람의 심리를 완벽히 분석해서 그 사람에게 있어 최고의 쾌감을 입력해 줄 수 있다면 그게 마약과 뭐가 다른가 하는 의문은 충분히 들 수 있다고 생각함


하지만 그건 '진짜'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고, 마약이 주는 쾌감의 문제는 그것이 가짜이기 때문이라고 잘못 인지하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봄


마약이 허무한 이유는 가짜이기 때문이 아니라, 마약이 주는 쾌감이 너무나 둔탁하고 평면적이고 단조로운 쾌감이기 때문임


어설프게 가공한 화학 물질로 인간의 신경계를 무지성으로 이리저리 흔들기 때문에 강렬함만큼이나 거부 반응도 일어나는 거임


하지만 사회에서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감정들, 즉 피 땀 흘려 무언가를 이루는 성취감, 어려운 사람을 돕는 보람,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행복한 시간, 자라나는 아이를 보는 부모의 마음 등


이것들 또한 객관적으로 보면 특정 패턴으로 부호화된 쾌감의 한 형태임


단지 이런 쾌감은 오감이 동시에 작용하고, 한 사람의 삶의 궤적 곳곳과 촘촘하게 얽혀 있어 극도로 개인화되어 있으며 매우 섬세하고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쾌감이기에 마약이 주는 쾌감 따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처럼 느껴지는 거임


그말인즉, 인공적으로 이런 형태의 쾌감을 주기 위해서도 이 쾌감의 조합법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런저런 감각 신호를 동시에 세밀하게 건드려야 하고, 그건 이를 직접 경험하는 것과 사실상 다를 게 없음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도록 진화했음


인간의 고도화된 뇌는 생존에 유리함을 주었고, 세상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더 고화질로 선명하게 이해하는 것은 살아남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됐음 (공부는 못하지만 사회성이 높은 사람들은 이 무의식적인 세상 이해도가 높은 경우에 해당함)


그렇기에 인간은 세상을, 자신을, 인생을 이해하고 납득하려는 어떠한 압력에 목줄이 매여 사는 운명에 처하게 되었고, 이 압력이 일정 부분 해소되는 감정을 유발하는 개념적 틀을 우리는 삶의 의미라고 부름


하지만 그러한 의미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갖는 착각일 뿐이고, 물질이 아무렇게나 뭉쳐서 만들어진 이 세상에 의미 같은 게 있을 이유가 없음


자연은 최소한 많은 부분에서 인간이 예측할 수 있는 일정한 법칙으로 움직여 주기라도 하지, 인간이 오로지 자신만의 힘으로 스스로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움


세상은 행복을 추구하는 개인에게 있어서 극도로 불합리하고, 이 세상을 살아온 모든 사람이 내려온 삶에 대한 모든 해답에는 모순이 있으며, 그 모순은 결국 인간이 감내해야 할 고통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을, 자신이 찾은 삶의 의미를 오랫동안 잃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운이 좋은 거임



그래서 나는 초지능의 완몰가가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함


우리가 존재하는 조건을 우리가 조건화된 방식 그대로 채워 줄 수 있는 시스템. 이보다 완전한 게 있을까?


물론 그러한 충족을 허망한 것이라 느끼며 거부감을 갖는 것 또한 매우 자연스러운, 미지에 대한 본능적 불안감에서 비롯한 심리라고 봄


하지만 그걸 경험하는 순간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으리라 확신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