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X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국어 영역
[1~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독서는 단순히 글자를 해독하는 행위를 넘어, 독자의 머릿속에 저장된 배경지식의 체계인 스키마(schema)와 텍스트의 정보가 상호 작용하여 의미를 구성해 나가는 능동적인 과정이다. 독자는 스키마를 활용하여 텍스트의 내용을 예측하고, 생략된 정보를 추론하며, 글의 전체적인 의미를 통합적으로 이해한다. 즉, 스키마는 독자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정신적 틀’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독서 과정에서 스키마가 작동하는 방식은 크게 ‘동화’와 ‘조절’로 나눌 수 있다. 동화(assimilation)는 새로운 정보가 독자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스키마와 일치하거나 유사할 때, 그 정보를 기존 스키마에 통합시키는 인지 과정이다. 예를 들어, ‘토끼’에 대한 스키마를 가진 독자가 ‘산토끼는 굴을 파고 산다’는 새로운 정보를 접했을 때, 기존의 스키마를 바탕으로 큰 어려움 없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조절(accommodation)은 새로운 정보가 기존 스키마와 충돌하거나 일치하지 않을 때, 기존 스키마를 수정하거나 새로운 스키마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가령, ‘박쥐’를 새로 분류된 조류의 일종으로 알고 있던 독자가 ‘박쥐는 날개 달린 포유류이다’라는 정보를 읽게 되면 인지적 불일치를 경험한다. 이때 독자는 기존의 잘못된 스키마를 수정하여 박쥐를 포유류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조절’을 통해 올바른 이해에 도달하게 된다. 이처럼 독서는 스키마를 끊임없이 활성화하고 재구성하는 역동적인 지적 활동이라 할 수 있다.
1. 윗글을 통해 알 수 있는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독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새로운 스키마를 형성하는 것이다.
② 독자는 스키마를 통해 텍스트에 명시되지 않은 정보를 추론할 수 있다.
③ 스키마가 부족한 독자일수록 텍스트의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된다.
④ 동화는 조절과 달리 독자의 인지적 혼란을 유발하는 핵심적인 과정이다.
⑤ 성공적인 독서는 텍스트의 정보를 스키마의 변화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2. 윗글의 ‘동화’와 ‘조절’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동화는 새로운 정보가 기존 스키마의 구조에 부합할 때 일어난다.
② 조절은 기존 스키마의 수정이나 확장을 필요로 하는 과정이다.
③ 독자는 조절을 통해 기존의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을 수 있다.
④ 동화는 조 … 절에 비해 더 큰 인지적 노력을 요구하는 과정이다.
⑤ 텍스트의 정보와 기존 스키마의 충돌은 조절이 일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3. <보기>는 윗글을 읽은 학생의 생각이다. ㉠에 들어갈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 보 기 >
나는 지금까지 ‘파인애플’이 나무에서 열리는 과일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해 왔다. 그런데 얼마 전 식물 도감에서 ‘파인애플은 땅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의 열매’라는 설명을 읽고 나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독서 경험을 통해 나는 ㉠.
① 기존의 스키마를 더욱 강화할 수 있었다.
② 새로운 정보를 기존 스키마에 통합하며 동화했디.
③ 텍스트의 정보가 불충분하여 새로운 스키마를 형성하지 못했다.
④ 기존의 스키마를 수정하는 조절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지식을 배웠다.
⑤ 배경지식의 중요성을 깨닫고 텍스트의 정보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게 되었다.
[4~6]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포화(砲火)에 이지러진
도룬 시(市)의 가을 하늘을 생각케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어 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열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러 나무의 근골(筋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
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鐵柵)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위에 세로팡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帳幕) 저쪽에
고독한 반원(半圓)을 긋고 잠기어 간다
- 김광균, 「추일서정(秋日抒情)」
(나)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 정호승, 「수선화에게」
(다)
나는 언제나 신록(新綠)을 즐긴다. 비록 그것이 네 활개를 쭉 뻗고 유유히 거니는 전원(田園)의 신록은 아닐지라도, 나의 창 앞에, 나의 책상 위에 단 한 개의 화분(花盆)이라도 좋으니, 신록이 있으면 그만이다. 그 연한 움과 새로 돋은 잎을 대하고 있으면, 나는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고 싶은 의욕을 느낀다. ㉠<u>묵은 겨우살이의 때가 벗어지는 듯하다</u>.
신록을 대하고 있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어 준다. 나의 눈은 비로소 제대로 볼 수 있게 열리는 듯싶다. 그리고 나의 마음을 씻어 준다. 마음의 티끌이 사라지는 듯싶다. 이리하여 나의 눈과 마음이 함께 맑아지면, 나는 나의 존재를 다시금 느끼고, 내가 대하고 있는 자연과 내가 또한 하나임을 절실히 느끼는 것이다. 나는 신록의 향기를 호흡함으로써, ㉡<u>신록의 정기(精氣)를 내 몸에 받아들이는 듯싶다</u>. 이것은 생명의 환희(歡喜)다.
사람이 식물을 대하는 데는, 보통 세 가지 태도가 있다. 첫째는, 그것을 실용적으로 보는 태도요, 둘째는, 그것을 과학적으로, 즉 식물학자나 농학자의 지적(知的) 탐구의 대상으로 보는 태도요, 셋째는, 그것을 미적(美的)으로 보는 태도다. 그러나 나는 신록에 있어서 제사(第四)의 태도가 있음을 발견한다. ㉢<u>그것은 나와 신록과의 사이에 아무런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신록의 일부가 되고 내가 또한 신록의 일부가 되는, 완전한 합일(合一)의 경지를 말하는 것이다</u>. 신록의 아름다움을 분석하고 비평하고 감상하기 전에, ㉣<u>내가 먼저 신록 그 자체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u>.
신록은 나에게 생의 의욕을 가르치고, 생의 환희를 가르치고, 생의 예찬을 가르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봄의 예찬을 가르친다. ㉤<u>나는 신록 속에서 나의 봄을 찾고, 나의 봄 속에서 신록을 본다</u>.
- 이양하, 「신록 예찬」
4. (가)~(다)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계절감을 드러내는 시어를 활용하여 작품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② 역설적 표현을 통해 대상의 본질적인 속성을 강조하고 있다.
③ 자연물에 인격을 부여하여 화자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④ 색채의 대비를 통해 시각적 이미지를 선명하게 부각하고 있다.
⑤ 특정한 공간의 이동에 따라 화자의 심리가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6. <보기>를 바탕으로 (가)와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보 기 >
시적 화자는 외부 세계와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고독이나 외로움과 같은 정서를 드러낸다. 이때 화자는 세계와의 단절감으로 인해 무력감을 느끼며 고독을 심화하기도 하고, 역으로 대상과의 교감을 통해 정서적 연대를 모색하며 외로움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전자가 소극적 대응 방식이라면, 후자는 적극적 대응 방식이라 할 수 있다.
① (가)의 화자가 ‘호올로’ ‘돌팔매’를 던지는 행위는, 세계와의 단절감 속에서 느끼는 무력감을 해소하려는 소극적 몸짓으로 볼 수 있겠군.
② (나)의 화자가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고 위로하는 것은, 대상과의 정서적 연대를 통해 외로움을 극복하려는 적극적 태도로 볼 수 있겠군.
③ (가)의 ‘기울어진 풍경’은 화자가 인식하는 황량하고 불안정한 세계를, (나)의 ‘눈길’과 ‘빗길’은 화자가 수용해야 할 삶의 과정으로서의 외로움을 표상한다고 볼 수 있겠군.
④ (가)의 화자는 ‘황량한 생각’을 떨치지 못하며 고독에 침잠하고, (나)의 화자는 ‘도요새’나 ‘산 그림자’도 외롭다는 인식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보편적인 것으로 확장하고 있군.
⑤ (가)의 ‘구겨진 넥타이’와 (나)의 ‘가슴 검은 도요새’는 모두 화자의 감정이 이입된 대상으로, 이를 통해 화자는 자신의 외로운 처지를 자연물에 빗대어 형상화하고 있군.
## 202X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국어 영역 (문학)
**[1~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일제 강점기, 윤 직원 영감은 지주로서 막대한 부를 쌓은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재산을 안전하게 지켜 주는 일제의 통치를 ‘태평천하’라 여기며 굳게 신뢰한다. 그는 자신의 부와 가문의 명예를 후대에까지 이어가기 위해 자손들이 군수, 경찰서장 등이 되기를 바라며 교육에 막대한 돈을 투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일본 동경에 유학 보낸 손자 종수가 사회주의 운동에 연루되어 경시청에 붙잡혔다는 전보가 온다.
> “으응, 그놈이 사회주의를 하다니!”
> 윤 직원 영감은 주먹으로 책상을 땅! 치면서 벌떡 일어섭니다. 굵은 눈방울이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듯 불거져 오릅니다.
> “사회주의라니! 으응, 사회주의!”
> 윤 직원 영감은 마치 불이라도 뿜는 듯한 그 성난 눈으로, 앉아 있는 아들 창식을 내리 쏘아봅니다. 창식은 아버지의 노여움이 자기에게까지 번질까 보아 겁을 집어먹고 그저 고개만 숙이고 앉아 있습니다.
> “……부르르…… 그놈이 사회주의를 하다니! 그놈이! 그놈이!”
> 윤 직원 영감은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불끈 움켜잡습니다.
> “오죽이나 좋은 세상이여! 오죽이나…… 화적패가 있너, 부랑당 같은 수령들이 있너. 재산이 있대야 도적놈의 것이요, 목숨은 파리 목숨 같던 말세(末世)는 다 지내가고…… 자, 보아라! 거리거리 순사요, 골골마다 공명헌 정사(政事), 오죽이나 좋은 세상이여…… 남은 수십만 명 동병(動兵)을 히여서, 우리 조선놈 보호하여 주니, 오죽이나 고마운 세상이여? 으응? 제 것 지니고 앉아서 편안하게 살 태평 세상, 이걸 태평천하라고 하는 것이여, 태평천하!…… 이런 태평천하에 태어난 부자놈의 자식이, 더군다나 왜 지가 세상 망쳐 놀 부랑당 패에 참예를 한단 말여, 으응?”
>
> [A] <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숨을 죽이고, 윤 직원 영감의 다음 말을 기다립니다. 포효(咆哮)와도 같은 고함이 터져 나옵니다.
> “…… 그놈이, 만석꾼의 집 자손이, 세상 망쳐 놀 사회주의 부랑당 패에 가담을 히여? 으응? …… 죽일 놈! 죽일 놈! 그놈을 내가 핀지(pincette)로 집어서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 그놈을 내가…….” >
> 여기서 ‘그놈’이란 물론 종수를 이름입니다. ‘핀지로 집어서 찢어 죽일’ 만큼의 죄라면, 그것은 첫째 윤 직원 영감의 명예와 위신을 땅에 떨어뜨린 죄요, 둘째는 재산을 없애려 드는 ‘불한당’이요, 따라서 그것은 윤 직원 영감의 ‘적’이요, 끝으로 이 태평천하를 뒤엎어 보려는 ‘역적’의 죄입니다. 이 중에서도 윤 직원 영감의 노여움이 가장 치밀어 오르는 것은, 무엇보다도 ‘재산’을 없애 버리자는 것, 즉 종수가 ‘만석꾼의 집 자손’으로 태어나 그 재산을 물려받기는커녕, 도리어 그것을 뒤엎어 버리려는 사회주의에 몸을 담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
> “…… 창식아!”
> “네, 아부지.”
> “너는 지금 당장 동경으로 가야겄다.”
> “동경은 왜요?”
> 창식은 전보 내용을 아직 모르고 있습니다.
> “왜라니? 그놈의 종아리를 분질러서라도 꼭 데리고 와야지!”
> “누, 누구를요?”
> “종수 그놈을!”
> “종수가 아, 아즉 안 왔어요?”
> 윤 직원 영감은 대답 대신 전보를 책상 위에 휙 내던집니다. 창식은 전보를 집어 읽습니다. ㉠<u>망발</u>을 한 아들이나, 그 ㉡<u>역정</u>에 못 이겨 소리를 지르는 아비나, 그 꼴들을 건너다보면서, 방 안에 모여 앉았던 식구들은 어이가 없어 하릴없이 벙벙합니다.
> “…… 이, 이게 정말이어요, 아부지?”
> “어서 가거라! 가서, 그놈을 찾아서, 아예 다리를 분질러서라도 데리고 와!”
> “…….”
> “어서!”
> 하는 ㉢<u>호령</u>에 창식은 마지못해 일어섭니다.
> “그놈을 찾아내서, 내 앞에 잡아다 끌어다 놔! 내가 그놈의 주리를 틀어서…….”
> “…… 그럼 학교는 어떻게…….”
> “학교? 학교는 제기럴, 이담에 경찰서장 시킬라 그랬더니, 사회주의 허는 놈을 경찰서장을 시켜? 으응?”
> 윤 직원 영감은 아들의 말에 또다시 불끈 격노하며 책상을 ㉣<u>치다</u> 못해 발길로 찹니다.
> “당장 끌어다 내 눈앞에 대령시켜! 내가 찢어 죽일 테니! 돈을 마구메구 들여서라도 그놈을 빼내 와! 그놈을 경찰서에 둬두고 말 것이 뭐여! 내 재산, 내 명예가 있는데! 어서!”
> 윤 직원 영감에게 종수는 ‘찢어 죽일 놈’이었지만, 동시에 어떻게든 돈을 써서 빼내 와야 할 존재였습니다. 종수를 사회주의자로 경찰서에 버려두는 것은 가문의 수치요, 자신의 재산과 위신에 흠집을 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아들에게는 ㉤<u>건사</u>하지 못할 놈을 낳았다고 악을 쓰면서도, 윤 직원 영감의 머릿속은 이미 종수를 빼낼 돈과 인맥을 계산하느라 복잡했습니다.
>
> \- 채만식, 「태평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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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윗글의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윤 직원 영감’은 손자의 안위보다는 가문의 명예와 재산을 더 중시하고 있다.
② ‘창식’은 아버지의 가치관에 적극적으로 반발하며 아들을 보호하려 하고 있다.
③ ‘종수’는 할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린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며 괴로워하고 있다.
④ ‘식구들’은 ‘윤 직원 영감’의 분노에 동조하며 ‘종수’의 행동을 비난하고 있다.
⑤ ‘윤 직원 영감’은 자신의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8. [A]에 나타난 서술상의 특징과 그 효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인물의 외양을 희화적으로 묘사하여 인물에 대한 연민을 유발하고 있다.
② 서술자가 인물의 내면 심리를 직접적으로 분석, 요약하여 제시함으로써 인물의 성격을 명료하게 드러내고 있다.
③ 과거와 현재의 사건을 교차하여 보여 줌으로써 사건의 입체적인 이해를 돕고 있다.
④ 배경 묘사에 집중하여 앞으로 전개될 비극적 사건의 분위기를 암시하고 있다.
⑤ 특정 인물의 시각에서 다른 인물의 행동을 관찰하게 하여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9.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보 기 >
> 「태평천하」는 반어적 상황을 통해 당대의 현실을 비판하는 풍자 소설이다. 제목인 ‘태평천하’는 작품 속 부정적 인물인 윤 직원 영감의 현실 인식을 보여 주는 말이지만, 실제로는 일제 강점기라는 모순된 시대 상황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부정적 인물을 서술의 중심에 내세워 그의 왜곡된 인식을 보여 주고, 서술자가 이에 동조하는 듯한 어조로 인물의 발화와 생각을 전달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인물의 언행과 실제 현실 사이의 괴리를 인식하게 되며, 작가가 비판하고자 하는 대상과 그 시대의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파악하게 된다.
① 윤 직원 영감이 일제 강점기를 ‘태평천하’라고 부르는 것에서, 현실을 왜곡하여 인식하는 인물의 모습을 통해 시대의 모순을 드러내려는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군.
② 윤 직원 영감이 ‘화적패’나 ‘부랑당 같은 수령들’이 없어진 것을 ‘고마운 세상’이라고 여기는 것은, 자신의 재산을 지켜 주는 식민 통치 체제를 긍정하는 인물의 한계를 보여 주는군.
③ ‘종수’가 사회주의 운동에 가담한 것을 ‘세상 망쳐 놀 부랑당 패’의 소행으로 여기는 윤 직원 영감의 발화는, 당대 지배 계층이 지닌 이념적 편향성과 자기중심적 사고를 풍자하는 것이겠군.
④ 윤 직원 영감이 ‘돈을 마구메구 들여서라도’ 종수를 빼내 오려는 것은 혈육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기보다, 자신의 재산과 사회적 위신을 지키려는 이기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행동으로 볼 수 있군.
⑤ 서술자가 ‘그놈을 내가 핀지로 집어서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이라는 윤 직원 영감의 말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서술자가 인물의 폭력성에 동조하여 독자에게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게 하려는 것이겠군.
10. ㉠~㉤의 사전적 의미를 활용한 문장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예상 정답률: 20%)
① ㉠(망발(妄發)): 연세 드신 할아버지께서 손주 앞에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망발**을 늘어놓으셨다.
② ㉡(역정(逆情)): 그는 사소한 일에도 벌컥 **역정**을 내는 버릇이 있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③ ㉢(호령(號令)): 장군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부하들에게 즉시 진격하라고 **호령**하였다.
④ ㉣(치다): 화가 난 아이는 주먹으로 책상을 **치다** 못해 바닥에 드러누워 울기 시작했다.
⑤ ㉤(건사): 그는 귀중품을 도둑맞지 않도록 금고에 넣고 잘 **건사**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11~1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산수간(山水間) 바위 아래 띠집을 짓노라 하니,
그 모른 남들은 웃는다 한다마는,
어리고 향암의 뜻에는 내 분(分)인가 하노라.
보리밥 풋나물을 알맞게 먹은 후에,
바위 끝 물가에 슬카지* 노니노니,
그 남은 여남은* 일이야 부럴 줄이 있으랴.
잔 들고 혼자 앉아 먼 뫼*를 바라보니,
그리던 임이 온다 반가움이 이러하랴.
말씀도 웃음도 아니도 못내 좋아하노라.
- 윤선도, 「만흥(漫興)」
*띠집: 띠풀로 지붕을 인 집. 소박한 집.
*향암: 시골에 사는 어리석은 사람. 작가 자신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
*슬카지: 실컷.
*여남은: 그 밖에 다른.
*뫼: 산.
(나)
백구(白鷗)야 말 좀 묻자, 놀라지 마라.
명구승지(名區勝地)*를 어디어디 버렸느냐.
날더러 자세히 이르거든 너와 거기 가 놀리라.
- 김천택, 작자 미상의 시조를 개작
*명구승지: 이름나고 경치가 좋은 곳.
(다)
청산(靑山)은 어찌하여 만고(萬古)에 푸르르며,
유수(流水)는 어찌하여 주야(晝夜)에 긋지 아니는고.
우리도 그치지 마라 만고상청(萬古常靑)호리라.
- 이황,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 중
11. (가)~(다)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계절의 변화에 따른 자연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② 임과 이별한 상황에서 느끼는 슬픔을 드러내고 있다.
③ 물음의 방식을 활용하여 시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④ 색채의 대비를 통해 대상의 속성을 부각하고 있다.
⑤ 반어적 표현을 사용하여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12. (가)와 (나)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의 ‘남들’과 (나)의 ‘너’는 모두 화자가 말을 건네는 대상이다.
② (가)의 ‘보리밥 풋나물’은 화자가 추구하는 소박한 삶을 상징한다.
③ (나)의 ‘명구승지’는 화자가 지향하는 탈속적인 공간을 의미한다.
④ (가)는 자연을 즐기는 흥취를, (나)는 자연과의 동화를 소망하고 있다.
13. <보기>를 바탕으로 (다)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보 기 >
이황의 「도산십이곡」은 자연에 귀의하여 학문 수양에 정진하려는 의지를 담은 작품이다. 작가에게 자연은 단순한 흥취의 대상이 아니라, 변치 않는 도리(道理)와 본성을 깨닫게 하는 스승과 같은 존재이다. 그는 자연물의 영원하고 불변하는 속성을 본받아, 쉼 없는 학문 탐구를 통해 이상적 경지에 도달하고자 하였다. 즉, 자연을 통해 깨달은 바를 자신의 삶에 적용하려는 실천적 태도가 작품의 핵심을 이룬다.
① ‘청산’이 ‘만고에 푸르’르다는 것에서, 화자가 본받고자 하는 자연의 영속성을 발견할 수 있군.
② ‘유수’가 ‘주야에 긋지’ 않는 모습은, 화자가 추구하는 끊임없는 학문 수양의 자세를 환기하는군.
③ ‘우리도 그치지 마라’는 다짐에서, 자연을 통해 깨달은 바를 실천하려는 화자의 의지를 엿볼 수 있군.
④ 화자가 ‘청산’과 ‘유수’에 주목하는 것은, 자연의 변함없는 모습을 통해 세속적인 부귀영화의 덧없음을 강조하기 위함이겠군.
⑤ ‘만고상청호리라’는 구절은, 자연의 불변성을 내면화하여 이상적 경지에 도달하려는 화자의 지향점을 보여 주는군.
14. A, B, C는 (가), (나), (다)의 화자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설명이다. 각 작품과 가장 긴밀하게 연결된 것을 바르게 짝지은 것은?
A: 자연을 세속과 분리된 안식의 공간으로 여기며, 그 속에서 누리는 소박한 즐거움과 만족감을 주된 정서로 삼는다.
B: 자연물을 인격적인 소통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주객의 구별 없이 함께 어우러져 살고 싶다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소망을 드러낸다.
C: 자연물의 불변하는 속성에서 인간이 따라야 할 도덕적 규범과 학문적 자세를 발견하고, 이를 본받으려는 의지를 보인다.
① (가):A, (나):B, (다):C
② (가):A, (나):C (다):B
③ (가):B, (나):A, (다):C
④ (가):C, (나):A, (다):B
⑤ (가):C, (나):B, (다):A
[15~17]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조선 인조 시절, 이조판서 이득춘의 아들 이시백은 박 처사의 딸 박씨와 혼인한다. 그러나 박씨의 용모가 매우 추하여 시백은 그녀를 멀리하고, 박씨는 후원에 피화당(避禍堂)을 짓고 시비(侍婢) 계화와 함께 지낸다. 3년 후, 박씨가 액운을 벗고 절세미인으로 변신하자 시백은 지난날을 후회하고 부부의 정을 나눈다. 한편, 청나라가 조선을 침략하여 병자호란이 일어나고, 남편 이시백은 임금을 호위하여 남한산성으로 들어간다. 적장(敵將) 용골대는 조선의 항복을 받으러 가는 길에 이시백의 집에 머물게 된다.
이때 용골대가 박씨 부인의 신기한 소문을 듣고 마음에 음욕이 동하여 부인을 시험하고자 하였다. 계화를 불러 말하기를,
“내가 너의 부인의 재주와 용모가 천하제일이라는 말을 들었으니, 한번 보고자 하노라. 급히 들어가 나의 뜻을 고하라.”
하니, 계화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분하게 여겼으나, 겉으로는 두려워하는 척하며 안으로 들어가 부인께 아뢰었다. 부인이 그 말을 듣고 크게 노하여 말하기를,
“네 이년, 어찌 그런 무례한 말을 내게 고하느냐? 저 더러운 오랑캐 놈이 감히 나를 보고자 하느냐?”
하고, 즉시 계화를 꾸짖어 내치니, 계화가 나와 용골대에게 부인의 말씀을 그대로 전하였다.
용골대가 그 말을 듣고 더욱 분노하여 칼을 빼어 들고 피화당으로 달려들며 외쳤다.
“네가 일개 아녀자로서 감히 천장(天將)*을 능멸하느냐? 내 너를 죽여 나의 분을 풀리라.”
하며 문을 차고 들어서려 하니, 문이 저절로 닫히며 문틈으로 수많은 벌 떼가 쏘아대고, 문 위에서 물벼락이 쏟아져 용골대와 군사들이 혼비백산하여 달아났다.
용골대가 분함을 이기지 못하여 군사들을 시켜 마른 풀과 섶을 피화당 사면에 쌓고 불을 지르라 하였다. 군사들이 명을 받아 일시에 불을 지르니, 사면에서 불길이 일어나며 검은 연기가 하늘을 덮었다.
이때 부인이 피화당 안에 홀로 앉아 꼼짝도 아니하고 다만 흰 부채를 한 번 부치니, 문득 큰 바람이 일어나며 불길이 도리어 적진으로 향하였다. 또한 비를 부르고 바람을 불러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니, 불은 꺼지고 적병들은 물에 빠진 생쥐처럼 되어 추위에 떨며 서로 먼저 도망치려 하였다.
[A] < 용골대가 천지를 분간치 못하고 급히 말을 돌려 달아나려 할 즈음에, 부인이 계화를 시켜 외치게 하였다.
“무릎을 꿇고 나의 말을 들으라! 너는 비록 적장이지만 나의 재주를 보고도 깨닫지 못하느냐? 너희 왕이 무도하여 우리 조선을 침범하였으니 죄가 하늘에 닿았거늘, 네 어찌 감히 조그만 공을 믿고 아녀자를 능욕하려 하느냐? 내가 비록 여자이나 한 번 칼을 들어 너희를 다 죽일 수 있으되, 하늘의 뜻을 거스를까 하여 참는 것이니, 네 목숨은 나의 손에 달렸음을 알라. 급히 돌아가 너희 왕에게 나의 말을 전하라. 만일 무도한 행실을 고치지 않으면, 내가 신장(神將)을 보내어 너희 왕과 너의 온 가족을 몰살하고 너희 나라를 짓밟아 쑥대밭으로 만들리라.” >
호통 소리가 마치 큰 우레와 같아 천지가 진동하는 듯하니, 용골대가 그 위엄에 질려 정신을 잃고 말 아래에 떨어져 머리를 조아리며 애걸하였다.
“소장이 잠시 아녀자를 업신여겼다가 천장의 신기한 도술을 만났으니, 죄가 산과 같사옵니다. 소장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시고 목숨만 살려 주시면, 부인의 은혜는 결초보은*하겠나이다.”
부인이 그제야 노여움을 거두고 명하였다.
“네 죄는 마땅히 죽여야 하되, 내 너를 용서하여 보내니, 돌아가거든 부디 나의 말을 잊지 말라. 만일 내 말을 잊고 다시 망령된 마음을 품으면 그땐 정녕 살아 돌아가지 못하리라.”
용골대가 머리를 땅에 박고 수백 번 절하며 사죄한 뒤, 군사들을 이끌고 황망히 달아났다. 아까의 위세는 간데없고 혼이 나간 사람처럼 허둥지둥 도망하는 꼴이 가련하고도 우스웠더라.
- 작자 미상, 「박씨전」
*천장(天將): 하늘이 낸 장수. 여기서는 용골대가 자신을 높여 이르는 말.
*결초보은(結草報恩): 죽어서라도 은혜를 잊지 않고 갚음.
15. 윗글의 내용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용골대는 박씨의 명성을 듣고 흑심을 품었다.
② 계화는 박씨의 명을 받아 용골대에게 호통을 쳤다.
③ 박씨는 초현실적인 능력으로 위기를 극복하였다.
④ 용골대는 박씨에게 패한 후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다.
⑤ 박씨는 용골대를 살려 보내면서 재침략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16. 윗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인물 간의 대화를 중심으로 사건을 전개하며 갈등의 원인을 암시하고 있다.
② 배경에 대한 섬세한 묘사를 통해 작품의 비극적 분위기를 심화하고 있다.
③ 시간의 흐름을 역전시키는 방식을 사용하여 인물의 과거 행적을 드러내고 있다.
④ 서술자가 인물의 행위에 대한 평가를 직접 드러내며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17.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예상 정답률: 25%)
< 보 기 >
「박씨전」은 ‘병자호란’이라는 실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창작된 역사 군담 소설이다. 이 작품은 전쟁의 패배로 인해 손상된 민족적 자존심을 회복하고, 무능한 남성 지배층에 대한 비판 의식을 드러내고자 하는 민중의 욕구가 반영되어 있다. 작가는 ‘박씨’라는 비범한 능력을 지닌 여성 영웅을 창조하여, 현실에서는 이루지 못한 승리를 소설 속에서나마 실현함으로써 독자에게 심리적 보상과 위안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① 박씨가 ‘한 번 칼을 들어 너희를 다 죽일 수 있’다고 말하는 데서, 현실에서의 패배를 설욕하고자 하는 민중의 바람을 엿볼 수 있군.
② 용골대가 박씨의 도술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은, 실제 역사에서 청나라 군대가 겪었던 패배를 사실적으로 재현한 것이겠군.
③ 박씨가 ‘너희 왕이 무도하여 우리 조선을 침범’했다고 꾸짖는 것은, 침략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민족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군.
④ 박씨가 비범한 능력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영웅으로 설정된 것은, 전쟁의 책임이 있는 무능한 남성 지배층과 대비하여 비판하려는 작가 의식이 반영된 것이겠군.
⑤ 박씨라는 허구적 인물을 통해 소설 속에서나마 승리를 거두는 결말은, 전쟁으로 상처받은 당대 독자들에게 심리적 위안을 주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군.
[18~2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어떤 행위의 도덕적 가치는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가? 이 질문에 대해 철학은 크게 두 가지 방향의 답변을 제시해왔다. 하나는 행위의 결과가 도덕적 가치를 결정한다는 결과주의(consequentialism)이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가 대표적이다. 다른 하나는 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그 행위의 동기나 그것이 따르는 규칙 자체에 도덕적 가치가 있다고 보는 의무론(deontology)이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Kant)는 의무론의 정점에 있는 인물로, 그는 오직 의무 의식에서 비롯된 행위만이 진정한 도덕적 가치를 지닌다고 주장했다.
칸트에 따르면, 우리가 아무런 제한 없이 ‘선(善)’하다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오직 ‘선의지(good will)’뿐이다. 지성, 용기, 결단력과 같은 뛰어난 능력이나 부, 명예와 같은 것들은 악한 의도로 사용될 수 있기에 그 자체로 선하다고 할 수 없다. 선의지는 어떤 결과를 낳았기 때문에 선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선하며 오직 그것이 옳다는 이유만으로, 즉 의무감에서 어떤 행위를 하고자 하는 의지이다. 칸트는 의무와 일치하는 행위를 ‘적법한 행위’와 ‘도덕적 행위’로 구분한다. 예를 들어, 어떤 상인이 손님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물건을 파는 행위는 의무와 일치하는 적법한 행위이다. 하지만 그 동기가 가게의 평판을 유지하여 이익을 얻기 위함이라면, 이는 도덕적 행위가 아니다. 반면 손님을 속이는 것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상황에서도, 오직 정직해야 한다는 의무 그 자체를 존중하여 정직하게 행동했다면 그 행위는 비로소 도덕적 가치를 지닌다. 동정심과 같은 감정에서 비롯된 선행 또한 마찬가지다. 칸트는 감정에 따른 행위는 칭찬받을 수는 있지만, 도덕적 존경의 대상이 되지는 못한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따라야 할 도덕적 의무, 즉 ‘도덕 법칙’은 무엇이며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칸트는 도덕 법칙이 인간의 이성에 의해 스스로 부여되는 보편적인 원리라고 보았다. 그는 이 원리를 ‘정언 명령(Categorical Imperative)’이라고 불렀다. 정언 명령은 ‘만약 네가 A를 원한다면, B를 하라’는 식의 조건을 갖는 가언 명령(Hypothetical Imperative)과 구별된다. 가언 명령이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정언 명령은 어떤 목적과도 상관없이 그 자체가 목적으로서 무조건 따라야 하는 명령이다.
칸트는 정언 명령을 두 가지 정식(formula)으로 제시했다. 첫 번째는 ‘보편성의 정식’이다. “네 의지의 준칙(maxim)이 언제나 동시에 보편적 입법의 원리가 될 수 있도록 행위하라.” 여기서 준칙이란 개인이 자신의 행위에 적용하는 주관적인 원리를 뜻한다. 어떤 행위가 도덕적인지를 판단하려면, 내가 따르려는 준칙을 모든 사람이 동시에 따라도 괜찮은지, 즉 보편화 가능한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돈이 필요할 때 갚을 의사 없이 거짓 약속을 하고 돈을 빌린다’는 준칙을 ㉠<u>삼고</u> 행동하려 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준칙이 보편화되어 모든 사람이 거짓 약속을 한다면, ‘약속’이라는 제도 자체가 무너져 아무도 약속을 믿지 않게 될 것이다. 결국 거짓 약속을 통해 돈을 빌리려는 자신의 목적조차 달성할 수 없게 되는 자기모순에 빠진다. 따라서 이 준칙은 보편화될 수 없으며, 이러한 행위는 도덕적으로 그르다.
두 번째는 ‘인간성의 정식’이다. “너 자신의 인격에서나 다른 모든 사람의 인격에서 인간성을 언제나 동시에 목적으로 대하고, 결코 단지 수단으로 대하지 않도록 행위하라.” 모든 인간은 이성을 지닌 존엄한 존재이므로, 다른 목적을 위한 도구처럼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앞선 거짓 약속의 예에서, 돈을 빌리기 위해 상대방을 속이는 행위는 상대방의 이성적 판단 능력을 무시하고 그를 나의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하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비도덕적 행위이다. 결국 칸트에게 도덕적 행위란, 결과나 감정에 좌우되지 않고, 보편화 가능한 원리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며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18. 윗글을 통해 알 수 있는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칸트는 행위의 도덕적 가치가 동기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② 칸트는 이성을 통해 보편적인 도덕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③ 칸트에 따르면 선의지는 행위가 낳은 결과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선하다.
④ 칸트는 동정심과 같은 자연적 감정에 따른 행위도 도덕적 가치를 지닌다고 보았다.
⑤ 칸트는 모든 인간을 자신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만 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19. 윗글의 ‘가언 명령’과 ‘정언 명령’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언 명령은 정언 명령과 달리 모든 이성적 존재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된다.
② 정언 명령은 가언 명령과 달리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조건문의 형식을 띤다.
③ 정언 명령에 따르는 행위는 가언 명령에 따르는 행위와 달리 도덕적 가치를 지닐 수 있다.
④ 가언 명령과 정언 명령은 모두 행위의 결과가 가져올 행복의 총량을 기준으로 제시된다.
⑤ 정언 명령은 개인의 주관적 감정에 근거하며, 가언 명령은 사회적 평판에 근거한다.
20. '칸트'가 ‘보편성의 정식’에 근거하여 <보기>의 ‘A’의 행위를 비판한다고 할 때, 그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 보 기 >
A는 시험공부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 시험 도중 좋은 성적을 받고 싶은 마음에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필요하다면 부정행위를 해도 된다’는 준칙에 따라 다른 학생의 답안을 몰래 훔쳐보았다.
① 다른 학생의 답안을 훔쳐보는 행위는 그 학생의 인격을 나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만 취급하는 것이므로 잘못되었다.
② 부정행위가 다른 학생들에게 정신적 피해를 주고 학업 분위기를 해치는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잘못되었다.
③ 모든 학생이 좋은 성적을 위해 부정행위를 한다면 성적을 통한 공정한 평가라는 제도 자체가 붕괴되어 아무도 성적을 신뢰하지 않게 될 것이므로 잘못되었다.
④ 부정행위를 하다가 발각되었을 때 받게 될 처벌이나 주변의 비난을 고려하지 않고 충동적으로 행동했으므로 잘못되었다.
⑤ 부정행위를 통해 얻은 좋은 성적이 일시적인 만족감을 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진정한 학업 성취의 기쁨을 주지 못하므로 잘못되었다.
21. ㉠의 ‘삼고’와 문맥상 의미가 가장 유사한 것은?
① 그는 장남을 자신의 대를 이을 양자로 삼았다.
② 선생님은 그 학생을 이번 학급의 반장으로 삼았다.
③ 우리 군대는 그 언덕을 적을 공격할 거점으로 삼았다.
④ 그는 평생 정직을 자신의 삶의 가장 중요한 신조로 삼았다.
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동지를 한 해의 시작점으로 삼았다.
[22~2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타인에게 고의 또는 과실로 손해를 입힌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를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이라 한다.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고의나 과실, 행위의 위법성, 손해의 발생 등 여러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해 행위와 발생한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因果關係)’가 존재한다는 점이 인정되어야만 가해자는 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즉, 특정 행위가 없었다면 그러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 그리고 그 행위로부터 그러한 손해가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관계가 모두 입증되어야 하는 것이다.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첫 번째 단계는 ‘사실적 인과관계’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는 주로 ‘조건설(條件說)’에 따라 판단된다. 조건설은 어떤 행위가 없었다면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 그 행위를 결과의 원인으로 보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A가 운전 중 신호를 위반하여 B를 충격했고 B가 다쳤다면, ‘A의 신호 위반이 없었더라면 B가 다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가 성립하므로 사실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이처럼 조건설은 특정 행위와 결과 사이의 최소한의 논리적 연결 고리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인과관계 판단의 출발점이 된다.
그러나 조건설에만 의존할 경우, 인과관계의 범위가 무한히 확장되어 상식적으로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가령, 친구에게 아침 식사를 대접했는데 그 친구가 집을 나선 직후 지나가던 차에 사고를 당했다고 가정해 보자. 조건설에 따르면, ‘아침 식사 대접이 없었더라면 친구는 그 시간에 그 장소에 있지 않았을 것이고, 따라서 사고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논리가 성립한다. 이 경우 아침을 대접한 행위와 사고 사이에 사실적 인과관계가 존재하게 되어, 식사를 대접한 사람이 친구의 사고에 대한 책임까지 져야 한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이처럼 사실적 인과관계는 인정되지만 법적 책임을 묻기에는 너무 우연적이거나 이례적인 경우들이 발생한다.
이러한 조건설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법원은 ‘상당인과관계설(相當因果關係說)’을 취하고 있다. 이는 사실적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수많은 조건들 중에서, 사회 일반의 경험과 지식, 즉 사회 통념에 ㉠<u>따라</u> 판단할 때 ‘그러한 행위로부터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법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이론이다. 즉, 결과 발생의 개연성(蓋然性)이 낮은 우연한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 책임을 제한하려는 것이다. 앞선 예에서, 아침 식사를 대접하는 행위로부터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사회 통념상 극히 이례적인 일이므로 상당인과관계가 부정된다. 반면, 신호 위반이라는 행위로부터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결과이므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상당인과관계의 판단은 결국 법관의 규범적 판단에 의존한다. 법관은 행위의 성질, 위험성의 정도, 개입된 다른 요인의 유무와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인과관계의 ‘상당성’을 판단한다. 예를 들어, 가해자의 행위 이후 피해자의 과실이나 제3자의 행위, 혹은 예측 불가능한 자연 현상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개입하여 손해가 확대된 경우, 법원은 최초 행위와 최종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있다. 이처럼 법적 인과관계의 확정은 단순한 사실 인정의 문제를 넘어, 법적 책임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할 것인가에 대한 가치판단의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다.
22. 윗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①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려면 가해 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② 조건설은 어떤 행위와 결과 사이의 사실적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된다.
③ 조건설만으로 인과관계를 판단할 경우 법적 책임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
④ 상당인과관계설은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높은 경우에도 법적 책임을 제한하기 위한 이론이다.
⑤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사회 통념을 바탕으로 한 법관의 규범적 판단을 통해 결정된다.
23. 윗글의 ‘조건설’과 ‘상당인과관계설’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조건설’은 ‘상당인과관계설’과 달리 인과관계에 대한 가치판단을 배제하고 사실적 연결 관계에 집중한다.
② ‘상당인과관계설’은 ‘조건설’에 따른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을 때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적용된다.
③ ‘조건설’은 행위의 결과를, ‘상당인과관계설’은 행위의 동기를 중심으로 인과관계를 판단한다.
④ ‘조건설’과 ‘상당인과관계설’은 모두 가해자의 고의나 과실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이다.
⑤ ‘상당인과관계설’은 ‘조건설’보다 더 넓은 범위의 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24. 윗글을 바탕으로 <보기>의 상황을 판단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 보 기 >
甲은 공사장의 관리인으로서 폐자재를 허술하게 쌓아 두었다. 그런데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주변이 침수되었고, 이 과정에서 甲이 쌓아 둔 폐자재가 급류에 떠내려가 인근에 있던 乙의 비닐하우스를 덮쳐 파손시켰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이 정도의 폭우는 100년 만에 한 번 있을 정도의 이례적인 자연 현상이었다.
① 甲이 폐자재를 허술하게 관리한 행위가 없었더라면 乙의 비닐하우스는 파손되지 않았을 것이므로, 조건설에 따르면 사실적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
② 100년 만의 폭우는 사회 통념상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재해이므로, 甲의 행위는 乙의 손해에 대한 원인이 될 수 없으며 조건설에 따른 인과관계도 성립하지 않는다.
③ 폐자재를 허술하게 관리하면 이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은 일반적으로 예견 가능하므로, 상당인과관계설에 따라 甲은 항상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④ 乙의 손해는 甲의 과실과 이례적인 폭우가 결합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상당인과관계설에 따르면 甲의 행위와 乙의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부정될 가능성이 높다.
⑤ 甲의 행위가 乙의 손해 발생에 기여한 바가 있으므로, 상당인과관계설은 개입된 자연 현상의 예측 가능성과 무관하게 법적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25. 윗글의 관점에서 <보기>의 대화에 대해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 보 기 >
학생: 의사가 환자에게 약을 잘못 처방해서 환자의 병세가 악화되었다면, 의사는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할 것 같아요. 의사의 잘못된 처방이라는 행위와 병세 악화라는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명확하니까요.
교사: 좋은 지적이에요. 그런데 만약 환자가 의사의 처방과 달리 임의로 약의 복용량을 두 배로 늘렸고, 그것이 병세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면 어떨까요?
학생: 음… 그래도 의사의 최초 처방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환자가 약을 더 먹을 일도 없었을 테니, 의사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지 않을까요?
교사: 그 지점이 바로 법에서 인과관계를 신중하게 따지는 이유랍니다.
① 학생의 첫 번째 발언은, 의사의 잘못된 처방과 병세 악화 사이에 사회 통념상 개연성이 높다고 보아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② 교사가 제시한 상황에서 환자가 임의로 복용량을 늘린 행위는, ‘조건설’에 따를 경우 의사의 행위와 병세 악화 사이의 사실적 인과관계를 단절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③ 학생의 두 번째 발언은, 의사의 최초 처방이 없었다면 병세 악화도 없었을 것이라는 논리에 근거하고 있으므로, ‘조건설’에 입각하여 의사의 책임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④ 교사는 환자의 과실이 개입되었으므로 의사의 배상 책임 범위가 줄어들 뿐, ‘상당인과관계’ 자체는 여전히 인정된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⑤ 교사는 환자의 행위라는 특별한 사정이 개입했더라도, 의사의 행위가 손해 발생의 여러 조건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의사의 법적 책임이 유지됨을 강조하고 있다.
[26~29]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pathogen)라고 하면 보통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떠올린다. 이들은 모두 DNA나 RNA와 같은 유전 물질을 가지고 있어, 숙주 세포에 침입하여 자신을 복제하는 방식으로 증식하고 병을 유발한다. 그런데 1982년 스탠리 프루시너(Stanley Prusiner)는 유전 물질 없이 단백질만으로 구성된 감염성 입자가 존재하며, 이것이 광우병이나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과 같은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이 감염성 단백질 입자에 ‘프라이온(prio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프라이온은 외부에서 침입한 이물질이 아니라, 우리 몸의 신경 세포 등에서 발견되는 정상적인 단백질(PrP^C)이 구조적 변형을 일으킨 것이다. 단백질은 아미노산 서열에 따라 고유한 3차원 입체 구조로 접히면서 기능을 수행한다. 정상 프라이온 단백질(PrP^C)은 주로 여러 개의 알파 나선(α-helix)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단백질 분해 효소(protease)에 의해 쉽게 분해되고 제 기능을 수행한다. 반면, 변형 프라이온(PrP^Sc)은 정상 프라이온과 아미노산 서열은 동일하지만, 구조적으로 알파 나선 구조가 풀리고 병풍처럼 넓게 펴진 베타 시트(β-sheet) 구조가 현저히 많아진 형태를 띤다. 이러한 구조적 차이로 인해 변형 프라이온은 매우 안정적이어서 단백질 분해 효소에 의해 분해되지 않고 열이나 화학물질에도 강한 저항성을 갖게 된다.
유전 물질이 없는 변형 프라이온은 어떻게 자신을 복제하여 수를 늘리는 것일까? 변형 프라이온의 증식 과정은 연쇄적인 구조 변화를 통해 일어난다. 변형 프라이온(PrP^Sc)이 주변의 정상 프라이온(PrP^C)과 접촉하면, 정상 프라이온을 자신과 같은 베타 시트 구조가 많은 형태로 변형시킨다. 즉, 변형 프라이온이 일종의 ‘*주형(template)’으로 작용하여 정상 단백질의 구조를 강제로 바꾸는 것이다. 이렇게 새로 변형된 프라이온은 또 다른 정상 프라이온을 변형시키는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이 과정은 마치 도미노가 연달아 쓰러지는 것과 같아서, 소수의 변형 프라이온이 유입되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축적될 수 있다.
이렇게 축적된 변형 프라이온은 신경 세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분해되지 않는 변형 프라이온들은 서로 뭉쳐 불용성(不溶性)의 덩어리, 즉 플라크(plaque)를 형성한다. 이 플라크가 뇌의 신경 세포에 쌓이면, 신경 세포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고 결국 세포 자1살(apoptosis)을 유도하여 세포를 파괴한다. 신경 세포가 죽어 사라진 자리는 빈 공간으로 남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이 뇌 전반에서 진행되면 뇌 조직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리는 ‘해면양뇌증(spongiform encephalopathy)’이 나타나게 된다. 이는 기억 상실, 운동 장애 등 심각한 뇌 기능 손상으로 이어진다.
프라이온 질병은 감염 경로에 따라 산발성, 유전성, 감염성으로 나뉜다. 이 중 감염성 질병은 종(species) 간의 전파와 관련하여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다. 일반적으로 프라이온은 다른 종의 동물에게는 잘 전파되지 않는데, 이를 ‘종간 장벽(species barrier)’이라 한다. 이는 동물 종마다 정상 프라이온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에 미세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변형 프라이온이 다른 종의 정상 프라이온과 접촉했을 때, 아미노산 서열의 차이가 클수록 구조적 변형을 유도하기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아미노산 서열의 유사성이 높을수록 종간 장벽은 낮아져 전파될 가능성이 커진다. 소의 프라이온이 인간에게 전파된 변종 CJD(vCJD)는 소와 인간의 프라이온 단백질 아미노산 서열이 비교적 유사하기에 종간 장벽을 넘어선 사례로 볼 수 있다.
* 주형(template): 어떤 물건을 만들 때 본보기로 쓰는 틀. 여기서는 정상 단백질을 변형시키는 '틀'이나 '본'의 역할을 한다는 의미이다.
26. 윗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닌 것은?
① 프라이온은 유전 물질 없이 단백질로만 구성된 병원체이다.
② 정상 프라이온과 변형 프라이온은 구성하는 아미노산 서열이 다르다.
③ 변형 프라이온은 단백질 분해 효소에 대한 강한 저항성을 특징으로 한다.
④ 변형 프라이온은 정상 프라이온의 입체 구조를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증식한다.
⑤ 프라이온 질병에 의해 뇌 조직에 구멍이 뚫리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27. 윗글을 바탕으로 변형 프라이온(PrP^Sc)의 증식 과정을 추론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외부에서 유입된 변형 프라이온이 숙주 세포의 DNA 정보를 이용하여 새로운 변형 프라이온을 합성한다.
② 변형 프라이온이 숙주 세포의 단백질 분해 효소의 기능을 마비시켜 정상 프라이온이 과도하게 생성되도록 한다.
③ 변형 프라이온이 정상 프라이온의 알파 나선 구조를 풀어 베타 시트 구조로 바꾸는 연쇄 반응을 촉발한다.
④ 정상 프라이온이 스스로 돌연변이를 일으켜 아미노산 서열이 다른 변형 프라이온으로 바뀐다.
⑤ 변형 프라이온이 주변의 아미노산을 재료로 사용하여 자신과 동일한 단백질을 직접 복제한다.
28. 윗글의 ‘종간 장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보기>의 실험 결과를 해석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 보 기 >
과학자들은 생쥐(mouse)에게 햄스터의 변형 프라이온을 주입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생쥐는 질병에 걸리지 않았고, 질병이 발병하더라도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유전 공학 기술을 이용하여 생쥐의 몸에서 생쥐의 정상 프라이온 대신 햄스터의 정상 프라이온이 생성되도록 만든 후 동일한 실험을 하자, 모든 생쥐가 짧은 시간 안에 질병에 걸렸다.
① 생쥐와 햄스터의 정상 프라이온은 아미노산 서열이 동일하여 종간 장벽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② 유전 공학 기술을 이용한 생쥐의 경우, 햄스터의 변형 프라이온이 생쥐 고유의 정상 프라이온을 효율적으로 변형시켰기 때문에 질병이 빠르게 발생했을 것이다.
③ 최초의 실험에서 대부분의 생쥐가 질병에 걸리지 않은 것은, 생쥐와 햄스터의 프라이온 단백질 아미노산 서열에 차이가 있어 종간 장벽이 높게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④ 유전 공학 생쥐에서 질병이 빠르게 발생한 것은, 햄스터의 변형 프라이온이 생쥐의 면역 체계를 무력화시키는 능력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⑤ 두 실험의 결과 차이는 프라이온의 종간 전파가 동물의 식습관과 같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결정됨을 보여 준다.
29. 윗글을 읽은 학생이 [A]와 같은 상황에 대해 보일 수 있는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A]
어떤 단백질 분해 효소(K)가 개발되었다. 이 효소는 일반적인 단백질과 달리 베타 시트 구조를 특이적으로 인식하고 분해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과학자들은 이 효소 K를 프라이온 질병의 치료제로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① “효소 K는 변형 프라이온의 주요 구조인 베타 시트를 분해하므로, 뇌에 축적된 플라크를 제거하는 데 효과가 있을 수 있겠군.”
② “변형 프라이온은 단백질 분해 효소에 대한 저항성이 강하지만, 효소 K는 그 구조를 특이적으로 공격하므로 기존 효소와 다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어.”
③ “효소 K가 정상 프라이온의 알파 나선 구조는 그대로 두고 변형 프라이온만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면, 부작용이 적은 치료제가 될 수 있겠군.”
④ “만약 효소 K가 변형 프라이온을 모두 분해한다면, 새로운 변형 프라이온을 만들어 낼 주형이 사라지므로 더 이상의 연쇄 반응을 막을 수 있겠군.”
⑤ “효소 K로 변형 프라이온을 분해하면, 그 구성 성분인 아미노산이 정상 프라이온으로 재조립되어 뇌 기능을 즉시 회복시킬 수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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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국어학원 원장인데 너무 쉬움. 그리고 오답을 끌어내는 유형이 실제 수능과 다름. 국어는 아직 못 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