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외벽이 흔들리는 소리에, 나는 눈을 떴다. 퀘퀘한 냄새가 감도는 벙커의 공기에서 깨어나니 여느때와 같이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러나 연이은 폭음과, 천장에서 후두둑 떨어지는 먼지가 결코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린다. 연이어 웨에에엥- 하는 경보음이 온 기지를 울리기 시작했다. 긴장감이 혈관을 타고 온몸에 흐르며 몸을 각성시킨다. 씨발, 습격이었다.
무거운 다리를 들어 제빨리 장비를 착용하고 문 밖으로 뛰쳐나왔다.
쾅! 쾅쾅!
"다들 빨리 쳐 튀어나와, 이 새끼들아!"
"기지에 도자기 놈들이 쳐들어왔다! 빨리 무장하고 기어나와!"
복도에서는 대원들과 직원들이 급작스레 뛰쳐나와 온 사방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한 놈을 붙잡아 캐물었다.
"이거 대체 무슨일이야?"
"특수작전부가 전멸하고, 현 기지본부의 위치가 놈들에게 노출되었습니다."
"뭐, 씨발?"
놈의 입에서 개소리가 튀어나왔다. 특작부가 전멸하다니, 말같지도 않은 소리였다. 유일하게 저 좆같은 마왕군에게 대항할 수 있는 비대칭 전력이 전멸했다는 것도 그렇지만, 그걸 내가 모른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안됐다.
"전 기지의 방송 시스템이 고장났습니다! 그 도자기박이 새끼들이 갑자기 기계 다루는 법을 익힌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는 다른 구역으로 소식을 전달하러 가야합니다! 고문님도 어서 비상 집합 위치로 이동하십시오!"
그 용감한 이병은 멱살을 잡은 내 손을 뿌리치고 복도 저 편으로 달려나갔다. 이 와중에도 사이렌은 끊임없이 웨에에엥, 하고 울음을 반복했다. 나는 잠시 멍해있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 새끼, 분명 다른 기지에서 전입온 새끼군.'
그러나 무슨 상관이랴. 지금은 생각보다는 움직임이 필요한 때였다. 아니면 둘 다 필요하거나. 나는 전술 시스템 단말기로 기지 내부 상황을 대략적으로 살펴봤다. 온 기지에 놈들의 첨병인 미니언들을 나타내는 빨간점이 가득했다. 대원들을 나타내는 초록색 점은 곳곳에 있었으나, 기지 중앙부와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내벽 방어선 주변에 몰려있었다.
지정된 방어선의 제 3출입구 근처로 달려가자, 긴장된 분위기의 기지방위군이 보인다. 재수없는 방위부 대위가 내게 신경질적으로 외친다.
"거, 엉덩이 한번 무거우십니다! 지금까지 뭐하고 있다가...!"
"다물어, 이 새끼야. 너 그거 하극상이다."
"좌천당해서 지휘권도 없는 인간이 하극상은 무슨... 이거나 받으십쇼."
대뜸 던진 총화기와 탄창을 허공에서 잡아채는 동시에 재빨리 장전한다. 손에 익은 묵직함, 대 미니언 사양으로 제작된 연발 샷건, "킬러웨일"이다.
하, 그만 싸우라고 염병하며 뺏어갈 때는 언제고.
그럼에도 이 차갑고 묵직한 쇳덩어리를 손에 쥐니, 마음이 안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후우우, 숨을 내쉬자, 대위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있었다. 시선이 구제불능의 인간백정을 보는 듯해 어쩐지 기분이 나쁘다.
"뭐."
"아무 말 안했습니다. 그냥 많이 죽이고, 뒈지진 마시라고."
내가 뭐라 대꾸하기도 전에 놈은 30명 남짓 모여 입구를 바라보고 전열을 형성한 방어군에게 다시 브리핑을 한다.
"5분 내로 이계군단의 첨병이 내벽 방어벽의 위치로 접근할 것이다. 우리는 안전거리를 확보한 현 상태로 전열을 유지하며, 놈들을 입구에서 틀어막는다. 명심해라, 하나라도 놓쳐서는 안 된다. 중앙 기지의 이능 교란 전파가 해제된다면, 이계군단은 막을 수 없는 초능력자가 된다!"
결연하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방어군들이 침을 꿀꺽 삼키며 땀을 흘린다. 젊다 못해 어린 놈들 사이에 간간히 섞여있는 늙은 것들. 솔직히 말해 기지 방어군은 그리 강력하지 못하다. 밖에서 싸우던 특수작전부대에 비하면 성인 앞의 어린애만도 못한 전력이다. 하지만 이쪽에는 방어자의 이점이 있다. 이계 군단의 미니언 정도는...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할 것이다.
쾅! 쾅! 끼기기긱-
방화벽이 버티지 못하고 찢겨나간다. 그 틈 사이로 흉악스럽게 생긴 미니언들이 얼굴을 들이미려 한다. 저놈의 얼굴은... 거미같이 생겼군. '발사-!' 대위의 외침과 동시에 동시다발적인 총성이 울린다. 키야야아악-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거미 얼굴에 달린 눈들이 터져나간다. 하지만 그 뒤로 적갈색 피부의 괴물들이 달리듯이 기어나온다. 인간형태의 팔다리와 머리를 지니고 있지만, 눈빛과 얼굴이 흉악하게 뒤틀린 악마같은 것들이다.
쿠이이익-! 마치 멧돼지가 울부짖는 소리와도 유사하게 외치는 놈들이 병사들에게 달려든다. 거의 대부분의 놈들은 입구에서 머지 않은 곳에서 뒈졌다. 하지만 몇 명의 탄약이 떨어지며 화력이 약해지는 순간, 용감한데다 유별나게 튼튼한 저 근육덩어리 중 한명이 제일 앞의 병사 하나에게 날듯이 달려들었다. 마치 고릴라처럼 허공에서 팔을 내려치려는 놈의 앞에서, 그 불쌍한 병사는 눈을 질끈 감으며 외쳤다.
"씨발!!"
콰아앙!
그래, 씨발이다.
"눈 뜨고 장전해라, 이 병신아!"
대가리가 묵직한 슬러그샷에 동그스름한 모양으로 통째로 깨져버린 고릴라 놈의 옆에, 혼비백산한 병사에게 외친다. 정신 못차리면 저 뒤로 던져버릴까 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살아남은 저항군 답게 떨리는 손으로도 용케 장전을 마치고 다시 미니언들을 쏜다.
철컥, 묵직한 범고래를 장전한 동시에 나는 다시 전열로 뛰어오는 괴물을 겨냥했다. 쾅! 쾅! 쾅! 위험할 정도로 전열에 다가온 놈들에게 철퇴같은 샷건을 갈겨준다. 어느 놈은 두꺼운 목이 동그랗게 구멍이 뚫려 반대로 꺾이고, 한놈은 내리치려던 팔이 날아가 비틀거리다가, 병사들의 소총에 벌집이 된다.
"위험합니다!"
샷건을 장전하는데, 웬 덩어리 하나가 총알을 쳐 맞으면서도 미친놈처럼 내게 달려들었다. 이 개새끼가.
"꺼져어어!!"
찰나의 순간, 허리를 틀고, 왼다리를 허벅지쪽으로 접듯이 올린다. 그대로 접었던 무릎을 펴고, 저 씨발놈의 퉁퉁한 종아리를 내려쳐버린다!
콰앙, 빠각! -퀘에에에엑-!
놈의 다리는 있을 수 없는 각도로 꺾여 피부가 터지고 뼈가 드러났다. 놈은 그대로 널부러져 고통스러운 듯 꿱꿱 거리며 바닥을 긁었다. 나 역시 피가 흐른다. 손톱이 스친 이마의 피부가 갈라져 흐른 피가 눈을 가리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재빨리 허리춤의 슬러그샷을 샷건에 철컥, 장전한다.
콰아앙!
다시 한 번 대가리가 박살난다.
잠깐 주위가 조용해진다. 대위가 권총을 놈에게 향한채로 잠깐 멍하니 보고 있는 꼬라지를 보자니 조금 한심하다. 혀를 한번 차니, 정신을 차린 듯 흠흠하는 놈이 우습다.
"무슨 다리로 저 괴물을..."
"강철의족이야. 전대 특작부장이라고."
"다들 입 안닥치나?! 전투중이지 않나!"
짬을 헛먹은 대위의 말이 무색하게도, 방화벽 앞은 잠시간의 소강상태가 되어있었다. 어느새 방화벽 입구 뿐만 아니라 전열 근처에서도 시체가 많이 쌓였다. 그 자체로 일종의 바리케이드가 되어 막는데 도움을 주었다. 잠깐동안 찾아온 적막에 긴장으로 헐떡이던 병사들이 웅성거린다.
"이,이거 끝난겁니까?"
"아니. 저건 잠시 물러난 것 뿐이야. 조금 있으면 다시 몰려올거다. 레이더 확인해봐."
대위의 침착한 목소리에, 작게 젠장-하는 욕지기가 가지각색으로 주변에서 들려온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적어도 백 마리 이상의 미니언이 들어왔는데, 20명 남짓한 소대원들이 한 명도 죽지 않았다. 이대로 버틸 수만 있다면, 어쩌면 놈들이 당장은 물러갈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른 저항군 기지에서 지원을 오고 있겠지. 탄약도 기지 보급고에 충분히 보관되어있다. 보급 라인이 유지만 된다면...
'다각-' 어느새 공격이 멎은 시체 더미의 뒤에서 아주 미세한 울림이 들린다. 단단하고 약간 묵직한 뭔가가 살짝 갈리는 듯한 소리.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등줄기를 타고 오른다. 손은 벌써 땀에 젖었다. 이 느낌은, 그거다.
빌어먹을 도자기 박이 새끼들이다.
"모두 흩어져어어-!"
말을 뱉으며 옆에 있는 병사 하나를 붙잡고 뛰자 마자 방화벽 너머의 어둠에서 빛이 점멸했다.
그리고, 피이잉- 날카로운 소리가 중첩되어 울린다. 볼품없게 구르며, 재빨리 주변에 있던 전우들을 살핀다. 씨발, 거칠게 수염이 난 대위와 몇몇 병사들의 머리에 빛의 바늘이 꽃혀있다. 이마 사이의 구멍으로 피가 줄줄 흐르더니, 허공을 보듯 눈을 까뒤집으며 실이 끊어진 듯 털썩 앞으로 쓰러진다.
"어-어떻게... 반마력장이 기지에 상시 전개되어 있는데..."
내가 넘어뜨린 병사가 눈에 초점을 잃은 채로 벌벌 떨며 중얼거렸다. 꼴불견이지만, 나 역시도 하고 싶은 말이었다.
"정신차려 이 새끼야! 대 마력 훈련 받았잖아! 조금만 버-"
말하다 말고 놈을 다시 밀쳤다. 피이이잉-! 섬광이 우리 사이를 스친다. 피했ㄷ...!
퓨퓨퓨퓻! 허공에서 빗살이 바늘처럼 뿜어져나온다. 나 역시 재빨리 뒤로 빠졌지만, 퓩퓩 소리와 함께 시큰한 통증이 느껴진다. 확인해보니 발목과 어깨죽지가 빛에 꿰뚫려있었다. 녀석은? 가슴팍에 빛살이 꽂혀있었다. 쌕쌕- 숨소리만 간신히 쉬면서 피를 흘리다가 간헐적으로 꺽꺽거리고 있었다. 아, 젠장. 생각났다. 저 녀석. 나를 데려왔던 그 어린 병사였다.
순식간에 주변은 조용해져있었다. 모두가 다 대가리나 가슴팍과 같은 곳에 구멍이 뚫려 준 벌집이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물질의 형태를 한 빛은 이내 연기처럼 흩어지며 허공으로 사라졌다. 죽음을 선물해준 빛이 사라지자, 노후화된 기지의 조명이 빛의 파편에 일부가 깨져 지지직-직 거리며 점멸하고 있었다. 길게 죽 그어진 어깨죽지에서 피가 흘러내려서 머리가 어지러운데, 조명까지 저지랄이니 정신을 못차리겠다.
"씨발... 마력 유탄이라고?"
갈라진 채 새어나온 목소리가 낯설다.
저 도자기박이 새끼들이 쓰는 초능력, 일명 '에누아의 빛'을 저 따위로 쓰는 것은 몇 번 본적이 없다. 아니, 본적이야 있지만, 기지의 반마력장 안에서 2차 폭발이 가능하게 컨트롤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그러니까 저 새끼들이 자기들의 강력한 초능력을 두고 거지같은 괴물새끼들을 기지로 돌격시키는 것이다. 저딴 짓이 누구에게나 가능했다면 진작에 초능력 특공대를 만들어서 기지에 침투시키고 메인컴퓨터를 폭파했겠지.
다각, 다각. 점멸하는 어둠 속에서 하얀색 가면을 쓴 인간이 걸어나온다. 몸 곳곳에 도자기로 된 장신구와 갑옷따위를 걸친 모습이었다. 가면 역시 하얀색 광택이 도는 도자기였다. 미친 도자기 박이 새끼들. 올빼미가 조각된 도자기 가면이 그 새가 흔히 그러하듯이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무슨 처리를 했는지 보이지 않는 안구의 검은 그림자가 나를 응시하는 듯 하다.
나는 내 앞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피묻은 샷건을 주우려고 애썼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 끝이 개머리판 끄트머리에 닿으려는 찰나, 서두르지도 않고 자박자박 걸어온 놈의 하얀색 도자기 신발이 다각, 소리를 내며 총을 살짝 뒤로 밀어낸다. 젠장, 눈 앞에 보이는 신발 앞코가 실로 굴욕적이다. 놈은 그것을 들어 내 턱 끝을 살짝 들어올렸다. 매끄러운 촉감이 차갑고 재수없다.
[#####. ####- ###?]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내게 말한다. 아무래도 무언가를 물어보는 듯 하다.
도자기를 쓴 저 병신에게, 나는 기꺼이 만국 공통어로 대답했다.
"좆까."
놈이 다시 고개를 갸웃하려는 찰나, 흠칫하더니 뒤를 돌아보며 빛을 뿜으려 한다. 하지만 늦었다, 이 개새끼야.
콰앙! 바닥에서 살짝 들린 킬러웨일이 불을 뿜었다. 섬광이 인다-
웨에에엥-
찢어질 듯한 경보음이 벙커의 퀘퀘한 공기를 갈랐다.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떴다.
연이은 폭음과 함께 천장에서 후두둑 떨어지는 먼지가, 지금 상황이 훈련이 아님을 증명했다.
씨발.
습격이었다.
"다들 빨리 쳐 튀어나와, 이 새끼들아!"
"기지에 도자기 놈들이 쳐들어왔다!"
복도는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급하게 뛰쳐나온 대원들과 연구원들이 뒤엉켜 온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눈에 띈 놈 하나의 멱살을 붙잡았다.
"대체 무슨 일이야!"
"특수작전부가… 전멸했습니다."
"뭐, 씨발?"
놈의 입에서 믿을 수 없는 개소리가 튀어나왔다.
특작부가 전멸했다는 것도, 그걸 내가 지금 알았다는 것도 말이 안 됐다.
"방송 시스템이 먹통입니다! 어서 비상 집합 위치로…!"
멱살을 잡힌 놈은 말을 채 끝마치지도 못하고 내 손을 뿌리치며 복도 저편으로 달려갔다.
나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거칠게 머리를 흔들었다.
지금은 생각보다 움직임이 필요한 때였다.
지정된 방어선인 제3출입구로 달려가자, 긴장으로 가득한 기지 방위군이 보였다.
재수 없는 방위부 대위가 나를 발견하고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거, 엉덩이 한번 무거우십니다! 지금까지 뭐하고 있다가…!"
"다물어, 이 새끼야."
"좌천당해서 지휘권도 없는 인간이… 이거나 받으십쇼."
놈이 대뜸 던진 총기와 탄창을 허공에서 잡아챘다.
찰칵.
손에 익은 묵직함.
대 미니언 사양으로 제작된 연발 샷건, ‘킬러웨일’이었다.
이 차갑고 묵직한 쇳덩어리를 손에 쥐니, 비로소 마음이 안정됐다.
"뭐."
"…아무 말 안 했습니다."
"그냥 많이 죽이고, 뒈지진 마시라고."
대위는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젓고는 방어군에게 마지막 브리핑을 시작했다.
"5분 내로 놈들의 첨병이 내벽을 뚫고 접근한다."
"우리는 여기서 놈들을 틀어막는다."
"명심해라, 하나라도 중앙으로 넘어가면 끝장이다!"
결연한 외침에도 병사들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대부분이 어리고 경험 없는 놈들이었다.
하지만 이쪽에겐 방어자의 이점이 있다.
미니언 정도는… 막아야만 했다.
쾅! 쾅! 끼기기긱-
방화벽이 끔찍한 소리를 내며 찢겨나갔다.
그 틈으로 적갈색 피부의 괴물들이 미친 듯이 기어 나왔다.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었지만, 눈빛과 얼굴이 흉악하게 뒤틀린 악마 같은 것들이었다.
"발사-!"
대위의 외침과 함께 동시다발적인 총성이 울렸다.
쿠이이익-!
멧돼지 같은 울음소리를 내며 달려들던 놈들이 입구에서 얼마 못 가 쓰러졌다.
하지만 몇몇의 탄약이 떨어지며 화력이 약해지는 순간, 유별나게 튼튼한 놈 하나가 제일 앞의 병사에게 날듯이 달려들었다.
"씨발!"
불쌍한 병사는 눈을 질끈 감았다.
콰아앙!
그래, 씨발이다.
"눈 뜨고 장전해라, 이 병신아!"
대가리가 묵직한 슬러그탄에 통째로 깨져버린 놈의 시체 옆에서, 나는 혼비백산한 병사에게 소리쳤다.
놈은 떨리는 손으로 용케 장전을 마치고 다시 총을 쏘기 시작했다.
철컥.
나 역시 묵직한 범고래를 장전하며 위험할 정도로 전열에 다가온 놈들에게 철퇴 같은 샷건을 갈겼다.
쾅! 쾅! 쾅!
"위험합니다!"
장전하는 틈을 타, 웬 덩어리 하나가 총알을 몇 발 맞으면서도 내게 달려들었다.
이 개새끼가.
찰나의 순간, 허리를 틀고 왼다리를 접었다.
그리고 그대로 무릎을 펴, 저 씨발놈의 퉁퉁한 종아리를 강철 의족으로 내려쳐 버렸다.
콰앙, 빠각!
"퀘에에에엑-!"
놈의 다리가 있을 수 없는 각도로 꺾였다.
놈이 바닥을 긁으며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사이, 이마에서 흐른 피가 시야를 가렸다.
아랑곳하지 않고 재빨리 슬러그탄을 장전했다.
콰아앙!
다시 한 번 대가리가 박살 났다.
잠깐, 주위가 조용해졌다.
방화벽 앞은 어느새 시체 더미로 작은 바리케이드를 이루고 있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한 명도 죽지 않았다.
이대로 버틸 수만 있다면…
'다각-'
그때, 시체 더미 뒤에서 아주 미세한 울림이 들렸다.
단단하고 묵직한 뭔가가 바닥을 긁는 소리.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등줄기를 타고 올랐다.
이 느낌은, 그거다.
빌어먹을 도자기 박이 새끼들.
"모두 흩어져어어-!"
말을 뱉으며 옆에 있던 병사를 붙잡고 몸을 날리는 순간, 방화벽 너머의 어둠에서 빛이 점멸했다.
피이잉-
날카로운 소리가 중첩되어 울렸다.
씨발.
볼품없이 구르며 주변을 살폈다.
재수 없던 대위와 몇몇 병사들의 머리에 빛의 바늘이 꽃혀 있었다.
이마의 구멍으로 피가 줄줄 흐르더니,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털썩 쓰러졌다.
"어떻게… 반마력장이 있는데…"
내가 넘어뜨린 병사가 초점 잃은 눈으로 중얼거렸다.
"정신 차려, 이 새끼야! 대 마력 훈련 받았잖아! 조금만 버-"
말을 하다 말고 놈을 다시 밀쳤다.
피이이잉-!
섬광이 우리 사이를 스쳤다.
피했…!
퓨퓨퓨퓻!
허공에서 빗살이 터져 나오며 어깨죽지와 발목을 꿰뚫었다.
젠장.
마력 유탄이라고?
그 어린 병사는 가슴팍에 빛살이 박힌 채 피를 쏟으며 꺽꺽거리고 있었다.
순식간에 주변은 시체들로 가득 찼다.
지지직거리는 조명 아래, 어둠 속에서 하얀 가면을 쓴 인간이 걸어 나왔다.
온몸에 도자기로 된 장신구를 걸친, 미친 도자기 박이 새끼였다.
올빼미가 조각된 가면이 나를 응시하는 듯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샷건을 잡으려 애썼다.
손끝이 개머리판에 닿으려는 찰나, 자박자박 걸어온 놈의 하얀 도자기 신발이 총을 살짝 뒤로 밀어냈다.
놈은 그것으로 내 턱 끝을 살짝 들어 올렸다.
매끄러운 촉감이 차갑고 재수 없었다.
[#####. ####- ###?]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였다.
나는 기꺼이 만국 공통어로 대답했다.
"좆까."
놈이 고개를 갸웃하려는 찰나, 흠칫하며 뒤를 돌았다.
하지만 늦었다, 이 개새끼야.
콰앙!
내가 쓰러지기 전 마지막으로 던져두었던 원격 기폭장치가 터지며 놈의 시선을 돌린 사이, 바닥에 누운 채로 샷건의 방아쇠를 당겼다.
섬광이 터져 나왔다.
내 취향은 내가 쓴 원본 문체가 더 나은 것 같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개선본이 더 읽기 쉬운가?
문장마다 일관성 있는 띄어쓰기 하는게 폰으로는 더 읽기 쉬움
돈잘벌림?
개선본이 템포 빠르고 가독성 좋고 필요한정보만 주는느낌이고 이해 잘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