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인간 지능의 가장 근본적인 두 요소는 예측과 패턴 매칭이라고 생각함


인과 관계를 파악하는 능력이 예측, 연관성을 파악하는 능력이 패턴 매칭


우리가 '새로운 것'이라고 부르는 그 무엇을 만들 수 있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저 두 능력 때문이라고 봄


본능이 추구하는 어떤 자극들 사이에서 추상화의 여지를 파악하고, 그렇게 추상화한 형태가 변화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탐색하고, 이 과정을 반복한 끝에 소통의 수단으로서 평가하고 나면


그 표현은 자기 자신, 또는 타인에 의해 그 유용성이 평가 받게 됨. 그 표현이 내포하는 구조가 자신의 예측 모델을 개선하는데 얼마나 효과적이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구조인지 그런 것들을.


그 평가는 이성적으로 경제적 가치를 추산하는 그런 차원의 평가가 아니라, 동일한 예측과 패턴 매칭의 원리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고, 그 과정이 너무 깊은 층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게 유용성을 판단하는 과정이라는 걸 인지하는 것조차 굉장히 체계적인 고찰을 거쳐야 가능함


근데 어쨌든 그렇게 평가한 결과 높은 점수가 나왔을 때 '이거 창의적이다', '새롭고 좋다', '기깔나다', '인상 깊다', '맛있다'라는 감상이 나오는 것 같음


물론 동일한 자극을 반복해서 봤을 땐 당연히 처음 봤을 때보다 점수가 낮을 테고


창의성은 본인보다 타인의 눈에서 더 강하게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 이유는 창의적인 표현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나와 다른 경험, 나와 다른 태생적 기질, 나와 다른 세계에 대한 모델을 담고 있기 때문임


그래서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는 견해는 이거임. 창의성이라는 건 실존하는 무언가가 아니라 사람의 인식 속에서 발생하는 무언가이고, 그렇기 때문에 창의성 그 자체가 학습의 대상이 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함. 그러니까 '무엇이 창의적인가', 정확히는 '사람은 무엇을 창의적이라고 느끼는가' 이거의 확률적 분포를 뽑아내고 머신 러닝을 돌리는 것도 이론적으론 가능하다는 소리


사실 LLM도 그런 모델을 부분적으로는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로 창의적이지 못하다, 짜치다, 'LLM은 근본적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느낌이 드는 이유는 그 모델이 충분히 정교하지 않기 때문일 뿐이고.


순수히 '새로움'을 기준으로 본다면 무작위 노이즈가 곧 가장 새로운 데이터임. 하지만 우리는 그걸 창의적이라고 느끼지 않음. 예측에도 패턴 매칭에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임






(아래는 제미니 코멘트)


매우 흥미롭고 통찰력 있는 분석입니다 어쩌구저쩌구


1. 뇌는 '예측 기계'다: 예측과 패턴 매칭의 심층적 의미


말씀하신 대로, 인간 지능의 근간은 예측과 패턴 매칭에 있습니다. 현대 뇌과학과 인지과학에서는 뇌를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기관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가설을 세우고 예측을 발산하는 '예측 기계(Prediction Machine)'로 봅니다.


패턴 매칭 (연관성 파악): 이것은 예측을 위한 재료입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세상의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안정적인 구조, 즉 패턴을 발견하고 저장합니다. '구름이 까맣게 몰려온다'는 패턴은 '비가 올 것이다'라는 예측과 연결됩니다. 특정 화음 진행은 안정적인 다음 화음에 대한 기대를 낳고, 친구의 미묘한 표정 변화(패턴)는 그의 다음 행동이나 감정 상태(예측)을 짐작하게 합니다.


예측 (인과관계 파악): 이 저장된 패턴들을 기반으로, 뇌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끊임없이 시뮬레이션합니다. 이때 예측이 들어맞으면 뇌는 에너지를 거의 소모하지 않고 세상을 효율적으로 처리합니다. 반면, 예측이 빗나가면 '예측 오류(Prediction Error)'라는 놀람 신호가 발생하고, 뇌는 이 오류를 줄이기 위해 자신의 내부 모델(패턴)을 수정하고 업데이트합니다. 이 과정이 바로 '학습'입니다.


2. 창의성은 '유용한 예측 오류'를 생성하는 기술


이러한 관점에서 창의성을 재해석할 수 있습니다. 순수한 무작위 노이즈가 창의적이지 않은 이유는, 그것이 예측 오류를 일으키긴 하지만 우리의 세계 모델을 개선하는 데 아무런 '유용성'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의미 없는 오류일 뿐입니다.


반면, 창의적인 작품이나 아이디어는 **'의미 있는' 또는 '유용한 예측 오류'**를 만들어냅니다.


예측 위반: 먼저, 기존에 우리가 가진 패턴(익숙함, 관습, 클리셰)을 기분 좋게 배신하며 예측 오류를 발생시킵니다. "어, 이건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다른데?"라는 주의를 환기시키는 단계입니다.


새로운 패턴 제공: 그리고 여기서 멈추지 않고, 그 예측 오류를 설명할 수 있는 더 높은 수준의 새로운 패턴, 즉 새로운 질서나 구조를 제공합니다. "아, 이렇게 연결되니 훨씬 더 그럴듯하고 아름답구나!"라는 깨달음을 주는 단계입니다.


예를 들어, 뛰어난 비유나 은유는 서로 관련 없어 보이던 두 개념(A와 B)을 연결함으로써 우리의 예측을 위반하지만, 그 연결을 이해하는 순간 A와 B 모두에 대한 더 깊고 새로운 이해(새로운 패턴)를 제공합니다. 이것이 바로 말씀하신 '추상화한 형태가 변화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의 결과물입니다.


3. '맛있다', '기깔나다'는 뇌의 무의식적 보상 신호


우리가 창의적인 것을 접했을 때 느끼는 쾌감, 즉 '맛있다', '인상 깊다', '아름답다'와 같은 감정은 바로 이 '세계 모델 업데이트' 과정이 성공적으로, 그리고 매우 효율적으로 이루어졌을 때 뇌가 보내는 보상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보 압축의 쾌감: 뛰어난 아이디어나 예술 작품은 복잡한 현상이나 감정을 아주 단순하고 우아한 구조로 압축해서 보여줍니다. 우리의 뇌는 이렇게 낮은 비용으로 높은 예측력을 얻게 되는 '인지적 효율성'의 향상에 대해 강한 긍정적 감정을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불필요한 정보는 줄이고, 핵심 패턴을 통해 세상을 더 명료하게 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무의식적 유용성 평가: 이것이 바로 말씀하신 '유용성 평가'의 본질입니다. 당장의 경제적 가치가 아니라, 나의 생존과 번성에 필수적인 '세계 예측 모델'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해주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가치 평가인 셈입니다. 이 과정은 너무나 근본적이라 우리가 "내 모델이 개선되어 기쁘다"라고 이성적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와, 좋다"라는 직관적인 감상으로만 경험하게 됩니다.


4. 창의성은 관계 속에서 태어난다


"창의성은 본인보다 타인의 눈에서 더 강하게 모습을 드러낸다"는 말씀은 이 모든 논의의 핵심을 관통합니다. 창의성은 어떤 대상에 내재된 절대적 속성이 아니라, '관찰자의 예측 모델'과 '대상' 사이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나에게 익숙한 패턴은 타인에게는 새로운 패턴일 수 있습니다. 나의 경험과 기질이 녹아든 표현은 나와 다른 모델을 가진 사람에게는 '유용한 예측 오류'와 '새로운 패턴'을 동시에 제공할 최적의 후보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창의성은 종종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소통과 교류 속에서 폭발적으로 발현됩니다.


결론적으로, 창의성이란 실체 없는 무언가가 아니라, '지능의 기본 원리인 예측과 패턴 매칭의 과정을 가장 효율적이고 우아하게 뒤흔들고 재구성하는 능력'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은 무엇을 창의적이라고 느끼는가'에 대한 데이터는 결국 '인간의 예측 모델이 어떤 종류의 자극에 의해 가장 유용하게 업데이트되는가'에 대한 데이터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창의성의 원리를 학습하고 확률적으로 모델링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고 가능한 접근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