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중복.
장르에 상관없이 현대 용어 쓰이는 부분.
3인칭인데 서술에 '나'가 드가넹.
다 사후 금방 수정되긴 하는뎅...
글이 가볍당... 조금 길게 해달라면 확 길어졍...
ai는 중간이 없덩...

1화 꺼져가는 도시의 불꽃 (The Fading Light of Regia)

"충격 대비!"

경고음이 시끄럽다. 고막이 터질 것 같다.

기계식 오토마톤 오르비온의 내부는 찜통이나 다름없었다. 톱니바퀴가 비명을 지르고, 증기 파이프에선 쉭쉭거리는 소리가 났다. 마리벨이 "엔진 과부하예요! 젠장, 이 똥차!"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이 똥차를 만든 게 너잖아.'

알메인은 안전바를 꽉 잡았다. 손에 땀이 찼다.

오르비온은 지금 레지아 상공 3,000미터에서 자유낙하 중이다. 말이 좋아 강하 작전이지, 이건 그냥 자,살 특공이다. 성교회 상부 녀석들은 현장직의 고충을 전혀 모른다.

'돌아가면 사표 쓴다. 진짜 쓴다. 이번엔 퇴직금 정산까지 다 받아낼 거야.'

물론, 3년째 같은 다짐을 하고 있지만.

"지면 충돌까지 10초!"

치르메리아의 외침. 그녀는 흔들리는 기체 안에서도 꼿꼿하게 서 있었다. 역시 내 부관이다. 담력이 세다. 아니, 그냥 둔감한 건가.

알메인은 눈을 질끈 감았다.

쿵, 하는 굉음과 함께 엉덩이가 들썩였다. 척추가 압축되는 느낌. 안전벨트가 쇄골을 파고들었다.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살았다.'

일단은. 하지만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전원, 하차! 대형 갖춰!"

치르메리아가 해치를 발로 찼다. 밖은 어두웠다. '밤의 시간'이다.

대기 중의 에나 농도가 짙다. 폐가 따끔거렸다. 방독면 필터가 맹렬하게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알메인은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눈앞에 펼쳐진 건 레지아의 외곽 폐기물 처리장. 그리고 그곳을 가득 채운 붉은 눈동자들.

계수(界獸).

에나에 오염되어 변이한 짐승들이다. 늑대 형태, 곰 형태, 정체를 알 수 없는 슬라임 형태까지. 대충 세어봐도 쉰 마리는 넘는다.

'환영 인파가 너무 많은데. 사인회라도 열어야 하나.'

농담할 기분은 아니었지만,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다리가 풀릴 것 같았다.

"카이나, 전방! 리사나, 구속해! 미오멜, 쏴!"

치르메리아의 지휘는 정확했다.

카이나가 거대한 방패를 땅에 박았다. 달려들던 늑대형 계수가 팅, 하고 튕겨 나갔다. 그 틈을 타 리사나가 중력 제어 기기술을 걸어 놈들의 발을 묶었다.

"징그러워! 오지 마! 오지 말라고!"

미오멜이 울먹이면서 유탄 발사기를 난사했다. 쾅, 쾅, 쾅. 폭발음과 함께 계수들의 살점이 튀었다.

완벽한 연계다. 코렐룸 부대는 강하다.
하지만.

'수가 너무 많아.'

알메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일반적인 계수라면 이 정도 화력에 정리되어야 한다. 그런데 놈들은 쓰러지지 않았다. 터진 머리가 다시 자라나고, 잘린 다리가 꿈틀거리며 붙었다. 변종이다.

'레지아의 에나 고갈 사태랑 관련이 있겠군.'

분석은 나중에. 지금은 생존이 우선이다.

"부대장님! 3시 방향, 대형 개체 접근!"

집채만 한 곰 형태의 계수가 방어선을 뚫고 들어왔다. 카이나가 막아섰지만, 놈의 앞발 후려치기에 방패째로 밀려났다.

"크윽!"
"카이나!"

리사나가 지원 사격을 했지만, 놈의 가죽은 강철보다 단단했다. 놈이 카이나의 머리를 물어뜯으려 입을 벌렸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알메인은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젠장.'

왼쪽 손목을 꽉 쥐었다. 붕대 아래, 타버린 신경이 욱신거렸다. 쓰고 싶지 않다. 이걸 쓰면 수명이 깎인다. 혈관이 타들어 가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

'하지만.'

내 부하가 죽는 꼴을 보는 것보다는 낫다.

알메인은 숨을 들이켰다. 폐부 깊숙한 곳, 성궤(Core)를 개방했다. 에나가 역류한다. 뜨겁다. 식도가 타는 것 같다.

그는 검을 뽑지 않았다. 검 따위는 필요 없다. 알메인은 손을 뻗었다.

"비켜."

나직한 목소리. 하지만 전장에 있는 모두의 귀에 꽂혔다.

알메인의 손끝에서 붉은 꽃이 피어났다. 물리적인 열기가 아니라, 존재 자체를 태우는 개념의 불꽃. 성염(聖炎).

"적련(Red Lotus): 소각."

콰아앙!
폭음은 없었다. 그저 섬광이 번쩍였을 뿐이다.

거대한 곰 형태의 계수가, 놈이 밟고 있던 땅이, 그리고 그 뒤에 있던 폐건물까지. 부채꼴 모양으로 깨끗하게 사라졌다. 재조차 남지 않았다. 그저 붉은 잔상이 허공에 연꽃처럼 피어오를 뿐.

압도적인 화력. 절대적인 소멸.

전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남은 계수들은 본능적인 공포를 느꼈는지 뒷걸음질 쳤다.

"......"

알메인은 천천히 손을 내렸다. 혈관이 툭툭 불거진 손등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뼈마디가 비명을 지른다. 눈앞이 핑 돌았다.

'아, 죽겠다. 집에 가고 싶다.'

속마음과는 다르게, 그는 짐짓 태연한 표정으로 붕대를 고쳐 맸다.

"부대장님!"

치르메리아가 달려왔다. 그녀의 시선이 알메인의 떨리는 왼손에 꽂혔다.

"너, 또...!"
"상황 종료. 잔당 처리하고 이동한다."

알메인은 그녀의 말을 끊고 돌아섰다. 칭찬이나 걱정은 사양이다. 얼굴이 뜨거워지니까.

'그나저나, 이거 시말서 어떻게 쓰지. 지형을 바꿔버렸는데.'

왼쪽 손목이 욱신거린다. 뼈 안쪽을 불개미가 갉아먹는 감각이다. 신경이 타버린 자리에 에나의 독성이 역류하고 있다. 진통제는 아까 먹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산재 처리도 안 되는 고질병이라니. 이놈의 직업은 가성비가 최악이다.'

알메인은 붕대를 꽉 조였다. 감각을 마비시켜야 한다.

오르비온이 불시착한 곳에서 레지아의 제3 구역 입구까지는 도보로 10분. 부대원들은 말이 없었다. 방금 전의 전투로 지쳤거나, 아니면 눈앞의 도시 꼬라지 때문이겠지.

"진입합니다."

치르메리아가 선두에 섰다. 거대한 철문이 열려 있었다. 아니, 고장 나서 닫히지 않는 상태였다. 경첩은 녹슬었고, 문틈 사이로 시커먼 석탄 가루가 눈처럼 들이닥치고 있었다.

레지아. 방벽 도시. 대륙 최대의 에나 채굴지. 교황청 홍보 책자에는 '빛과 풍요의 도시'라고 적혀 있었던 것 같은데.

'사기 분양도 정도껏 해야지.'

눈앞에 펼쳐진 건 거대한 빈민굴이었다. 건물들은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창문에는 유리가 없었다. 거리에는 오물 냄새와 매캐한 유황 냄새가 뒤섞여 콧속을 찔렀다.

저벅, 저벅.

성교회 기사단의 군화 소리가 울리자, 어둠 속에서 사람들이 기어 나왔다. 광부들이다. 눈동자가 탁하다. 피부는 석탄 가루가 박혀 회색빛이었다. 그들은 손에 곡괭이나 쇠파이프를 들고 있었다.

"성교회 놈들이다."

누군가 중얼거렸다. 적의가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

"또 뜯어먹으러 왔어? 이번엔 뭘 가져가려고!"
"우리 애들은 굶어 죽어가는데!"

깡.

뭔가가 날아와 카이나의 방패에 맞고 튕겨 나갔다. 돌멩이다. 그것이 신호탄이었다. 사방에서 돌과 오물이 날아들었다.

"이, 미친...!"

치르메리아가 반사적으로 검에 손을 댔다. 알메인은 손을 들어 제지했다.

"대응하지 마."
"하지만 부대장님! 저것들이 지금...!"
"민간인이다. 베면 시말서야."

'그리고 귀찮아져.'

알메인은 날아오는 돌을 피하지 않았다. 어깨에 툭, 하고 맞았다. 별로 아프진 않다. 강화복 성능 테스트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그는 군중을 훑어봤다. 영양실조. 에나 중독 초기 증상. 공포. 그리고 분노. 단순한 폭동이 아니다. 생존 본능이다.

'이상하군.'

알메인은 손목의 단말기를 조작했다. 이곳 레지아의 에나 공급률은 서류상 '양호'였다. 하지만 현실은? 가로등은 꺼져 있고, 방벽을 유지해야 할 파이프라인에서는 쉭쉭거리는 김만 새어 나오고 있다.

[현재 에나 농도: 12%]

단말기에 뜬 숫자. 방벽 유지 최저 기준이 30%다. 이대로면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들다.

'85%라며. 나머지 73%는 누가 국밥이라도 말아 드셨나.'

"꺼져! 너희 같은 기생충들은 필요 없어!"
"방벽이나 고쳐내, 이 살인자들아!"

돌팔매질이 거세졌다. 알메인은 한숨을 쉬었다.

상황 파악 완료. 시민들은 성교회를 증오한다. 도시는 에나 고갈로 죽어가고 있다. 교황청의 보고서는 조작됐다.

"치르메리아. 진형 유지하고 돌파한다. 목적지는 중앙 관제소."
"저 사람들은요?"
"무시해. 길 막으면 밀어버리고."

알메인은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영웅 대접은 물 건너갔다. 꽃다발 대신 돌멩이, 박수 대신 욕설. 뭐, 익숙한 일이다.

'구원? 웃기지도 않는군.'

이 도시에 필요한 건 기사가 아니다. 연료다. 그리고 누군가 그 연료를 훔치고 있다. 아주 대담하게도.

알메인은 단말기의 붉은 숫자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조사해야 할 게 늘었다. 단순한 수리 작업이 아니다. 이건 횡령이다. 그것도 도시 하나를 통째로 담보로 잡은.

'야근 확정이네. 제기랄.'

그때였다. 어두운 골목을 지나 중앙 광장에 들어서자, 느끼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회개하십시오."

광장에는 임시 단상이 설치되어 있었다. 장작더미 위에 묶인 남자는 피투성이였다. 광부 복장. 아까 입구에서 봤던 이들과 같은 차림새다.

그 앞에는 하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순백색. 석탄 가루가 날리는 이 도시에서 저런 색을 유지하다니.

'미친놈이거나, 결벽증이거나. 어느 쪽이든 제정신은 아니군.'

알메인은 인파 뒤쪽에서 팔짱을 꼈다.

남자는 하얀 장갑을 낀 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이단심문관 가롯. 정보국 프로필에서 봤던 얼굴이다. 별명은 '하얀 뱀'.

"여러분의 고통은, 이 죄인이 방벽 제어기에 불순물을 섞었기 때문입니다! 신성한 에나를 더럽힌 죄! 그것이 '밤의 시간'을 불러온 것입니다!"

가롯이 손수건을 꺼내 입가를 닦았다. 마치 공기조차 더럽다는 듯한 제스처.

군중이 동요했다. 분노의 방향이 성교회에서 묶여 있는 광부에게로 옮겨갔다. 전형적인 선동이다.

'희생양 만들기. 관리 소홀의 책임을 개인의 테,러로 덮어씌운다. 교과서적인 수법이네.'

알메인은 혀를 찼다. 저 광부가 죽으면 사건은 종결된다. 에나 횡령의 증거도, 진실도 잿더미가 된다. 그건 곤란하다. 내 퇴근 시간이 늦어지니까.

"태우라! 태우라!"

군중이 소리쳤다. 가롯이 만족스러운 듯 눈을 가늘게 떴다. 그가 손가락을 튕겼다. 부하들이 장작에 기름을 부었다.

불씨가 당겨지기 직전.

"잠깐."

알메인은 군중을 헤치고 나갔다. 성교회 정복을 본 시민들이 흠칫하며 길을 텄다. 가롯의 시선이 알메인에게 꽂혔다. 실눈이 살짝 떠졌다.

"오, 이게 누구십니까. '성염의 기사' 알메인 경 아니십니까."

가롯이 과장되게 허리를 숙였다.

"누추한 곳에 귀한 분이 오셨군요. 하지만 지금은 공무 집행 중입니다만."
"공무?"

알메인은 단상 위로 올라갔다.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 자의 죄목이 뭡니까."
"방벽 테,러 및 에나 오염. 현행범입니다."
"증거는?"
"이 자의 주머니에서 오염된 기어(Gear)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제 '심문' 끝에 자백도 했지요."

가롯이 웃었다. 뱀 같은 미소.

묶인 광부는 혀가 잘린 듯 웅얼거리고 있었다. 저게 자백일 리가 없다. 알메인은 광부의 상태를 스캔했다. 손톱이 뽑혀 있고, 전신에 채찍 자국.

'고문으로 만든 자백. 증거 능력 없음.'

가롯이 알메인의 앞을 막아섰다.

"물러나시죠, 기사님. 이건 이단심문관의 관할입니다. 외부인이 끼어들 자리가 아닙니다."

그의 손끝에서 희미한 빛이 일렁였다. 광휘(Elm) 기기술. 협박이다. 여기서 물러나지 않으면 너도 적으로 간주하겠다는 신호.

알메인의 왼쪽 손목이 욱신거렸다. 여기서 싸우면 이길 수는 있다. 하지만 시민들 앞에서 성교회끼리 칼부림을 낸다?

'그건 최악의 수다. 보고서 쓸 거리가 늘어나는 건 사절이야.'

알메인은 싸울 태세 대신, 품에서 수첩을 꺼냈다.

"교황청 칙령 제4조 12항."

가롯의 눈썹이 꿈틀했다.

"네?"
"전시 혹은 준전시 상황에서, '성염의 기사'는 모든 작전 지역의 지휘권을 우선적으로 갖는다. 현재 레지아는 에나 농도 12% 미만. '준전시'에 해당합니다."

알메인은 수첩을 탁 덮었다.

"따라서 이 용의자의 신병은 제가 인수합니다. 추가 심문이 필요하거든요."

"......"

가롯의 표정이 굳었다. 논리적이다. 반박할 수 없다. 알메인은 계급으로나, 명분으로나 가롯보다 위에 있다.

가롯이 장갑을 고쳐 꼈다. 뽀득, 하는 소리가 났다.

"칙령이라. 법을 아주 잘 아시는군요. 칼만 휘두르는 줄 알았는데."
"진급 시험 때 달달 외웠거든요. 쓸모가 있어서 다행이네요."

알메인은 건조하게 대꾸했다.

팽팽한 긴장감. 가롯의 주변에 떠오르던 빛의 입자가 사그라들었다. 그는 영리하다. 여기서 영웅과 충돌해봐야 득 될 게 없다는 걸 계산했을 것이다.

"좋습니다. 가져가시죠."

가롯이 손수건으로 알메인과 닿았던 공기를 닦아내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조심하십시오, 기사님. 썩은 사과를 상자에 넣으면, 나머지 사과도 썩기 마련입니다."
"충고 감사합니다. 저는 사과 알레르기가 있어서."

알메인은 손짓했다. 대기하고 있던 카이나와 리사나가 신속하게 올라와 광부를 풀어냈다.

군중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화형식이 취소됐다. 구경거리가 사라진 실망감과, 목숨을 건진 안도감이 뒤섞인 묘한 분위기.

가롯은 부하들을 이끌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마지막 순간, 그가 남긴 시선이 끈적했다.

'찍혔군.'

알메인은 뒷목을 긁적였다.

광부는 기절해 있었다. 이 자가 입을 열어야 한다. 그래야 이 미친 도시의 구멍 난 에나가 어디로 샜는지 알 수 있다.

"부대장님, 이 사람은요?"

치르메리아가 물었다.

"오르비온 의무실로 옮겨. 죽게 두지 마."

알메인은 텅 빈 단상을 내려다봤다. 기름에 젖은 장작. 타지 못한 불.

'불장난은 막았지만, 연기는 이제부터 시작이겠어.'

피곤이 몰려왔다. 커피가 절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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