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발전하면 좋겠당.
평소엔 이렁거 안보공...
자극적인 거 봥.
제1화. 하수구의 성자
"태초의 어둠 속에서, 붉은 용사는 자비로운 빛으로 악을 씻어내셨으니……."
퍽.
둔탁한 타격음이 성스러운 내레이션을 끊어먹었다.
빛? 웃기지 마라. 여기는 빛 한 줌 안 들어오는 하수구다.
알메인은 진흙탕을 구르며 생각했다.
'냄새 한번 지독하네. 코털이 다 타버렸나. 아니면 내 코가 썩은 건가.'
눈앞의 계수(戒獣)가 아가리를 벌리며 달려들었다.
하수구 악어와 인간을 도마 위에서 막 다진 듯한 생김새다. 덩치는 짐마차만 한데 속도는 표범보다 빠르다.
불합리하다.
알메인은 혀를 찼다.
'지급받은 롱소드는 3분 전에 부러졌다. 내구도 사기 친 대장장이 녀석, 돌아가면 시말서 쓰게 해주마.'
무기가 없으면 몸으로 때워야 한다. 그게 코렐룸 부대의 방식이다. 아니, '3급품'들의 방식이다.
계수의 앞발이 알메인의 머리통을 노리고 날아왔다.
피한다.
아슬아슬했다. 뺨을 스친 바람에서 비린내가 났다.
하지만 놈은 멈추지 않았다. 꼬리가 채찍처럼 휘둘러졌다.
막을 틈이 없었다.
퍽!
옆구리에 직격. 갈비뼈가 으스러지는 느낌. 몸이 벽에 처박혔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 어딘가에서 유리조각 갈리는 소리가 났다.
'젠장. 아까 맞은 데를 또 맞았어.'
입안에 퍼지는 철 맛. 피를 삼켰다. 뱉을 여유 따위 없다.
'반응 속도가 느려졌어. 에나 농도가 떨어지고 있군.'
그래도 반격 타이밍이다.
알메인은 고통을 씹어 삼키며 놈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우아한 검술? 그런 건 성기사 나리들이나 하는 거다.
놈의 목덜미, 비늘이 벗겨진 연한 살점이 보였다.
'저기다.'
알메인은 망설임 없이 놈의 목을 물어뜯었다.
치아 사이로 역한 피 맛이 퍼졌다. 미각이 마비된 게 이럴 땐 다행이다.
계수가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알메인은 놓지 않았다. 오히려 손가락을 세워 놈의 눈알을 후벼 팠다.
푹.
물컹한 감촉.
'죽어. 죽어. 야근하기 싫으면 빨리 죽으라고.'
계수의 발버둥이 잦아들었다. 거대한 몸뚱이가 썩은 물 속으로 처박혔다.
알메인은 놈의 시체 위에서 무릎을 꿇었다. 일어설 힘조차 남지 않았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갈비뼈 끝이 허파를 후벼 팠다.
옆구리를 짚었다. 손에 묻어나는 건 피인지 오물인지 구분이 안 됐다.
'으스러졌나. 아니면 금만 갔나. ……뭐, 어차피 똑같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입가에 묻은 계수의 피와 하수구 찌꺼기를 소매로 대충 닦아냈다.
"퉤."
뱉어낸 침에 검붉은 핏덩이가 섞여 있었다.
'이건 내 피군. 망했네.'
주위를 둘러봤다.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작은 그림자가 보였다. 이번 임무의 목표물. 귀족 자제다.
비싼 옷을 입고 있지만, 똥물에 절어서 걸레짝이나 다름없다.
아이는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구해줬으면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지, 꼬맹아.'
알메인은 으스러진 갈비를 부여잡고 터벅터벅 걸어갔다. 별 생각 없이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은 피와 살점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히, 히익……!"
아이가 뒷걸음질 쳤다.
"오지 마! 저리 가! 괴물……!"
괴물.
알메인은 멈칫했다.
내민 손을 내려다봤다. 핏덩이와 살점. 놈의 것인지 자신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거울을 안 봐도 안다. 지금 내 몰골이 방금 죽인 저 계수랑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걸.'
알메인은 선혈 묻은 손을 코트 자락에 슥슥 문질러 닦았다. 그러고는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다 녹아 눌어붙은 사탕 하나가 나왔다.
툭.
아이의 발치에 던져줬다.
"시끄러우니까 집에나 가라. 꼬맹아."
더 이상의 대화는 사치다. 알메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다리를 탔다.
'보고서엔 뭐라고 쓰지. '꼬마 달래기 실패'라고 써야 하나.'
끼익.
무거운 맨홀 뚜껑을 밀어 올렸다.
순간, 눈이 멀어버릴 듯한 빛이 쏟아졌다.
"와아아아아아!"
함성 소리. 폭죽 소리.
알메인은 눈을 찌푸리며 밖으로 나왔다.
거리에는 꽃가루가 눈처럼 날리고 있었다.
저 멀리, 황금색 마차 위에 성녀 엘리안이 서 있었다. 그녀가 손을 흔들 때마다 사람들이 환호했다.
빛. 성스러움. 축복.
그리고 여기, 골목길 그림자 속에 서 있는 피투성이의 남자.
극명한 대비다.
'눈부셔라. 눈이 썩을 것 같군.'
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
"쿨럭."
손으로 입을 막았지만, 손가락 사이로 검은 피가 새어 나왔다. 에나 부작용이다. 가슴속이 불에 덴다.
손이 떨렸다. 알코올 중독처럼, 혹은 약쟁이처럼.
'진통제가 어디 있더라.'
품을 뒤졌지만 약통은 비어 있었다.
알메인은 담배를 꺼내 물었다. 불을 붙이려는데 손이 너무 떨려서 부싯돌을 튕기기가 힘들었다.
치익.
겨우 불을 붙이고, 깊게 빨아들였다.
독한 연기가 폐를 찌르자 그제야 손 떨림이 조금 잦아들었다.
저 멀리, 빛 속에서 웃고 있는 성녀와 눈이 마주친 것 같았다. 기분 탓이겠지.
알메인은 벽에 기대어 주르륵 미끄러져 앉았다.
"빛 좋네."
연기를 길게 내뱉으며,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빌어먹게."
그때, 코트 안쪽 주머니에서 통신기가 진동했다.
치르의 번호다.
'또 무슨 일이야.'
받지 않았다.
진동이 멈췄다가, 다시 울렸다. 그리고 또.
세 번째 연속 호출.
치르메리아는 절대로 같은 용건에 세 번 전화하는 여자가 아니다.
알메인은 담배를 던지고 일어섰다. 으스러진 갈비가 비명을 질렀지만, 신경 쓸 여유 따위 없었다.
'……뭔가 터졌군.'
꽃가루 사이로, 피투성이의 남자가 골목 깊숙이 사라졌다.
빛은 그를 따라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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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이름이 맨날 똑같냐
귀찮앙.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