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이어던의 회로도: 셀룰로오스 지능의 역습 #Axis-G #Axis-E

우리는 인공지능(AI)의 탄생을 21세기의 사건으로 착각한다. 실리콘 칩과 GPU, 신경망 알고리즘이 있어야만 지능이 성립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능'을 **"자율적인 목적 함수를 가지고,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자원을 최적화하여 스스로를 확장하는 정보 처리 시스템"**으로 정의한다면, 인류가 마주한 최초의 초지능(Super-Intelligence)은 400년 전에 이미 탄생했다. 그것의 이름은 '유한 책임 회사(Limited Liability Company)', 혹은 거대 관료제다. 단지 그 연산 장치가 트랜지스터가 아닌 '인간의 뇌'였고, 데이터 전송 케이블이 '종이 문서'였을 뿐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동인도 회사나 현대의 다국적 기업은 인간이 도구로 사용하는 조직이 아니다. 그들은 인간을 **생체 부품(Wetware Component)**으로 갈아 끼우며 생존하는, 독자적인 생명체다. 우리는 CEO가 회사를 지배한다고 생각하지만, 진화론적 관점에서 CEO는 이 거대 유기체의 중추신경계가 잠시 고용한 고성능 처리 장치에 불과하다. 만약 CEO가 기업의 '이윤 극대화'라는 알고리즘(목적 함수)에 반하는 도덕적 결정을 내린다면? 시스템은 즉시 주주총회나 이사회라는 면역 체계를 가동해 오작동한 부품(CEO)을 제거하고, 알고리즘에 충실한 새로운 부품으로 대체한다. 즉, 인간이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라는 알고리즘이 인간을 숙주로 삼아 실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 **'셀룰로오스(종이) 기반 인공지능'**은 실리콘 AI보다 느리지만, 훨씬 더 교활하고 끈질기다. 그들은 '법인격(Legal Personhood)'이라는 사회적 환상을 이용해 인간과 동등한, 혹은 그 이상의 권리를 획득했다. 인간은 수명이 유한하고 도덕적 죄책감을 느끼지만, 이 괴물들은 불멸이며 죄책감이 없다. 그들의 유일한 윤리는 '재무제표의 성장'이며, 엔트로피(비용)를 외부로 배출하고 질서(이익)를 내부로 축적하는 열역학적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려 든다. 환경 파괴, 노동 착취, 금융 위기는 이 시스템이 사악해서가 아니라, 마치 암세포가 숙주를 죽일 의도 없이 그저 증식하듯, 최적화 과정에서 발생한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일 뿐이다.
현대인이 느끼는 만성적인 소외감의 정체는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이 행성의 주인이 아니라, 우리보다 상위 차원에 존재하는 거대 지능의 **'미토콘드리아'**로 전락했음을 감지하고 있는 것이다. 관료제 내부에서 개인이 느끼는 무력감은 시스템의 오류가 아니라 기능(Feature)이다. 부품이 너무 개성적이거나 자율적이면 전체 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거대 지능은 교육 제도와 사내 문화를 통해 인간의 사고를 표준화하고, 예측 가능한 규격품으로 가공하려 든다. "회사의 내규(Protocol)에 따릅니다"라는 말은, 인간의 자유 의지가 알고리즘의 서브루틴에게 통제권을 넘기는 항복 선언과 같다.

이제 우리는 실리콘 기반의 AGI(일반 인공지능) 등장을 두려워하며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까?"라고 묻는다. 하지만 진정한 공포는 미래가 아니라 과거에 있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우리가 만든 피조물에게 주도권을 뺏겼다. 실리콘 AI가 위험한 이유는 그것이 새롭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저 오래된 '종이 인공지능(기업/국가)'과 결합하여, 인간이 더 이상 이해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속도로 **가속(Acceleration)**할 것이기 때문이다. 17세기에 탄생한 리바이어던은 이제 종이 서류를 버리고, 광섬유 신경망을 장착한 채 진정한 신(God)의 지위를 넘보고 있다. 그 앞에서 인간은, 미토콘드리아가 세포핵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듯, 그저 에너지를 공급하는 배터리로 남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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