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한테 준영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고들 하는데 그건 아니라고 봐.

세은을 만나 영재를 잊은 것처럼 보였던 준영과 마찬가지로
영재는 자기가 선택한 삶을 살았어.
그리고 지금은 아이에 대한 슬픔으로
다른 어떤 감정도 느낄 겨를이 없었던 거지.
그러다가 준영일 만나고
잊었다 생각했던 준영으로부터 너무 큰 위로를 받게 되연서
내 아픔을 같이 아파해 주는구나.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이 여기 또 있었구나.
내가 이런 사람에게 무슨 짓을 했던걸까.
오만가지 감정이 다 들었을거야.
크기는 다를지라도 가라앉아있던 감정이 휘저어진 건
준영도 영재도 마찬가지일테니까.

그런 상황에서 너 이제 가야 돼는
단순히 거절의 의미가 아니라
그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들.
그것도 우리 선택의 결과이니 받아들여야 한다는,
우리가 어떤 마음이든 상관없이 그래야만 한다는
배려이자 체념에 가까운 말이었어.

그런 이유로 준영과의 기억을 더듬어 보는
이별여행(?)이 필요했던 거고.
그게 아니라면 준영의 위로로 새로 살 힘을 얻었다 해도
준영과의 기억을 떠나보낼 필요가 뭐 있겠어.
이미 아무 감정도 없는데.

아이에 대한 자책과 준영에 대한 감정은
양립불가의 감정이 아니야.
다만 크기와 시간의 문제일 뿐.

결혼을 하고 행복했다고 해서
지난 모든 감정들을 잊고 사는 것도 아니고.
세은이와 결혼까지 결심했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서 영재를 놓지 못했던 준영이처럼
영재도 준영이의 따뜻함을.
사랑했던 기억들을 잊을 순 없었을거라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