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면 북한은 P5(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와는 달리 NPT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않은 핵 보유국으로 남게 된다(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처럼). P5는 NPT 체제 내에서 핵무기를 보유하고 개발할 법적 권리를 갖지만 북한은 예전에 NPT를 탈퇴하여 이러한 법적 지위를 잃었다.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은 서방의 눈가리고 아웅식 봐주기도 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으나 애초에 NPT에 가입한 적이 없기 때문에 제재를 받지 않는 법적 명분을 최소한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북한이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는다면 이는 비공식적이지만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지위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이는 김정은의 큰 외교적 성과로 남을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가지는 입김과 정치적 영향력 역시 줄어들 수 있다. 왜냐하면 예전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상임이사국으로서 UN 안보리에서 대북제재안을 결의할 때 서방과 북한 사이에서 눈치를 보는 입장이었고 이를 이용해 북한을 상대로 “니들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눈치보는 줄 아냐, 몰래 대북제재 요리조리 피하면서 니들이랑 경제교류하는거 고마운 줄 알아라 ㅉㅉ”라는 드립치는 것이 조금이라도 가능했지만 북한의 핵이 미국으로부터 인정받는 순간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상대로 이런 텃세조차도 못 부리게 된다.
또한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를 비공식적으로나마 인정하는 순간, 북한이 외교 협상 테이블에서 보유하는 레버리지부터 넘사벽으로 높아진다. 핵 포기가 아닌 핵 긴축에서부터 출발해 협상한다는 것은 넘사벽의 차이다. 출발점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리대남 대가리로 쉽게 습득할 수 있게끔 게임으로 설명하자면 메이플 캐릭터가 뒤지면 경험치 0에서 다시 시작하는게 아니라 뒤지더라도 최소 50 정도에서부터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이는 북한이 핵 능력을 유지하면서도 부분적 또는 완전한 경제적 제재 완화를 통해 경제 발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이득을 볼 수 있다. 필자는 북한이 대규모의 대북제재가 없다면 최소 베트남 수준의 경제력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거라 보기 때문.. 일단 대규모의 대북제재가 완화되면 북한은 외부 자본 유입과 기술 이전을 통해 경제적, 사회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긴 해서 북한 내부의 경제적 성장에 기여할 수는 있겠지만, 동시에 체제의 개방성 증대 가능성을 내포하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다.. 중국 러시아를 완전히 신뢰하지 않아 BRICS 가입마저도 머뭇거리는 북한에서 이를 어떻게 대처할지는 두고봐야할 것이다.
한편 남한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핵 긴축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에 기여할 수 있지만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에서 안보 보장의 재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 북한의 국제적 “인정”은 남한의 외교적 입지를 애매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남한은 북한과의 경제 협력 확대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북한의 체제 변화 없이 경제적 지원이 이루어질 경우, 남북 간의 체제 경쟁에서 불확실성이 증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북한은 더 이상 남한을 동등한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미국과 직접 대면해서 대화하고 협상할 수 있는데 뭐하러 중간 따까리에 불과한 한국과 독대하려 하겠는가? 여기서 한국은 말 그대로 그냥 졸부 떨거지 신세로 전락할 수 있고 정작 외교적 위상 자체는 북한이 넘사벽으로 높아진다는 위험성을 가진다는 것.. 한반도의 군사긴장은 완화할 수 있겠으나 그에 따른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태까지 괴뢰노선을 걸은 것에 대한 응당한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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