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프 숄츠는 어찌보면 메르켈의 진정한 후계자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메르켈 정부에서 일한 적 있는 숄츠는 실제로 메르켈의 부드럽고 탈이념적인 리더십을 그대로 이어받아 선거에서 승리하고 신호등 연정을 꾸렸습니다.


그러나 내각의 허니문 기간에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러시아 에너지에 의존하던 독일은 위기에 빠졌습니다. 숄츠 내각은 온갖 조치들을 통해 에너지 위기를 겨우겨우 극복해냈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확대하며 우여곡절 끝에 리더십을 증명해내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신호등 연정 참여자 모두를 만족시킬 계획이 좌초되면서 위기가 발생했습니다. 독일 헌법재판소에서 코로나 대유행 기간 동안 긴급 입법으로 차입한 뒤 사용하지 않은 기금 600억유로를 기후변화기금으로 전용하기로 한 결정이 ‘위헌’이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세 정당 모두가 동의한 이 계획이 좌초되자, 혼란이 일어났습니다. 정당들은 모두 자신들의 과제를 이룩하기 위해서 서로 싸웠고, 숄츠와 그의 내각 지지율은 폭락했으며, 우익 야당들은 치고 올라왔습니다.


여기서 숄츠의 특징인 '메르켈스러움'은 해가 되었습니다. 그는 결정적인 순간에 확고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고, 다시 한번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자유민주당은 타협을 거부했고, 결국 숄츠는 정확히 1년을 예산 갈등으로 날린채 자유민주당 당대표 린트너를 재무장관에서 해임시켜야 했고, 이는 조기총선을 발동시켰습니다.


숄츠의 태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숄츠의 독일은 미국 다음으로 우크라이나에게 많은 지원을 해준 국가가 되었지만, 마지못해 지원하는 듯한 태도로 그에 비해 호된 비판을 받았습니다. 우크라이나 문제에 있어서 모두를 만족시키려고 했던 숄츠는 결과적으로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했습니다.


물론 숄츠 정권은 상당한 업적 역시 이룩했습니다. 독일의 환경 에너지 역량은 대폭 강화되었고, 철도 인프라가 확장되었으며, 최저임금이 상승했고 각종 복지 혜택 역시 확대되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숄츠 정부가 구성된지 3년이 지난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서서히 진격하고 있고, 독일의 경제는 2년째 침체기에 빠져있으며, 인플레이션은 중산층의 지갑을 괴롭혔고, 환경 목표는 달성하기 힘들어보이며, 정부의 업적으로 꼽히는 철도 인프라 확장 계획도 늦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옛 독일의 오래된 망령들이 "대안"이라는 이름 흐에 다시 한번 날개를 핀 채 부상하고 있습니다.







내일 이 시각 즈음이 되면, 올라프 숄츠는 독일 정계에서 떠날 마지막 준비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역사는 숄츠의 은퇴를 메르켈 시대의 진정한 종말로 기록할 것이고, 그는 2020년대의 또다른 비운의 국가원수로 남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앙겔라 메르켈의 마지막 사슬이 부숴진 이후 독일의 모습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