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주요 정치인이자 유력 대통령 후보, 우파 포퓰리스트 정당 국민연합의 간판인 마린 르펜 의원은 얼마 전에 지난 2004년부터 2016년까지 유럽의회 활동 자금 3백만 유로, 우리 돈 44억 6천여만 원을 당 보좌진 급여 등에 유용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국민연합은 그동안 프랑스 총선에서 소선거구제, 그것도 결선 투표가 도입된 소선거구제의 부작용 때문에 당 지지세에 비해서 의원 숫자가 적었고, 그만큼 보조금을 적게 받아 만성적인 자금난에 시달려 2014년 러시아 은행에서 막대한 돈을 대출 받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르펜이 이런 자금난을 해소하고자 자당 당직자 수십명을 유럽의회 보좌관으로 허위 등록해서 유럽연합 측에서 추가 보조금을 타낸 다음 이를 불법적으로 사용했다는 혐의입니다. (유럽의회는 비례대표제로 선출되기 때문에 국민연합이 제대로 된 세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검찰에 의해서 징역형 5년이 구형된 마린 르펜은 3월 31일 최종 재판 결과가 나오는데, 여기서 유죄를 받을 경우 피선거권이 박탈됩니다. 당연히 르펜은 항소심을 제기할 것인데, 검찰 측은 만약 르펜이 항소심을 제기한다고 해도 일단은 피선거권이 박탈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정치인의 항소심이 제기될 경우 재판이 진행될 동안은 피선거권을 유지했는데, 이 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 역시나 재판 결과가 나오기 직전 즈음에 있을 예정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이 자신의 최측근 리샤르 페랑을 헌법재판소장에 임명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사회당에 몸담은 페랑은 마크롱의 앙마르슈 소속으로 활동하며 국회의장까지 해봤다가 2022년 낙선했는데, 낙선한 이후 마크롱 3선 개헌 출마를 주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법조인 커리어가 하나도 없는 정치적 인사가 헌법재판소장에 임명된 것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장에 윤상현 의원을 임명한 격이죠.
이런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서 낙하산 인사 페랑의 임명은 판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르펜과 우파 진영은 물론 좌파 진영과 헌법학자들마저 마크롱의 이런 행보가 프랑스 사법부의 독립성과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며 비판하고 경고하고 있지만, 최대 정적을 제거할 기회를 포착한 마크롱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습니다.
과연 르펜은 3월 31일 유죄를 받을까요? 과연 헌법재판소는 르펜의 항소 기간 도중 정치 활동을 하는 것을 허락할까요? 사태가 어떻게 굴러가든, 프랑스의 정치판은 또다시 지각 변동을 겪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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