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두긴은 오늘날 러시아의 대표적 사상가로서, ‘정교회와 이슬람 간 문명적 동맹’을 반복적으로 주창해 왔다. 그의 구상에 따르면, 서구 근대성과 자유주의를 거부하는 전통적 종교문명들이 연합해 세계 질서의 다극화를 추진해야 한다. 이슬람과의 연합은 그 핵심 요소 중 하나다.
그러나 두긴의 이론은 그가 실제 정치적 현실을 해석하고 개입하는 방식과 자주 충돌한다. 보스니아 무슬림은 ‘서구의 괴뢰’, 코소보 무슬림은 ‘정교 문명을 겨눈 이슬람의 칼날’, 체첸 무슬림은 ‘테러리스트’로 규정된다. 물론 보스니아 무슬림이나 코소보 무슬림들은 서구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두긴의 동맹론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 그러나 체첸인들은 신앙적으로 러시아 정교도 못지않은 전통주의적 공동체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도전하거나 반기를 든다는 이유만으로 문명적 적으로 낙인찍힌 바 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안테 파벨리치의 무슬림 포섭 전략과 비교된다. 우스타샤 체제 하의 크로아티아는 가톨릭 중심의 극우 민족주의 국가였음에도, 보스니아 무슬림을 ‘이슬람화된 크로아티아인’으로 간주하며 병력과 정치적 자원으로 적극 활용했다. 파벨리치는 철저한 반세르비아 전략 속에서 이슬람 공동체를 동맹자로 포섭했고, 이는 일정 부분 효과적인 결과를 낳았다. 그는 보스니아 무슬림에게 실질적인 군사 및 행정적 참여를 장려하며 SS ‘한트샤르 사단’ 편성에 심혈을 기울였고, 이에 따라 크로아티아 민족의 적으로 설정된 세르비아 민족에 대한 공동 적대의식이 싹트기도 한다.
파벨리치의 극단적이고 파시스트적인 정권조차도 이슬람 공동체에 대해 실용적 포용을 택한 반면, 두긴은 문명 연합을 주장하면서도 실천적 영역에서는 러시아의 입맛에 맞지 않는 무슬림을 분열자이자 적으로 간주한다. 그는 ‘전통주의’를 중시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러시아 국가의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기준 삼아 ‘러시아 중심 연합의 자격’을 판단하는 것이다.
두긴의 정교-이슬람 동맹론은 고상한 문명적 연대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속살은 극히 제한적이고 조건부적인 복속 논리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두긴의 포섭 전략은 파벨리치의 포섭 전략보다도 오히려 덜 일관되고, 실용적이지 못하며, 정치적 상상력도 빈약하다. 우리가 진정한 문명 간 동맹을 논하고자 한다면, 두긴의 이론은 그 출발점조차 될 수 없다.
이거슨 슬라브와 중앙아시아 무슬림을 엮어낼 민족적 구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역사적 유라시아질서에 호소하는 것입니다 유라시아 질서를 만든 것은 오히려 중앙아시아 튀르크 무슬림들의 조상들인데다 슬라브민족은 그들의 피해자였던 적 조차 있으니 서방 제국주의처럼 일방적 질서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게 돠지요
뭐 보스니아 무슬림은 크로아티아인과 혈통적으로는 구분이 안되는 슬라브족임은 명백하긴 하죠. 그런 측면에서는 일대일로 비교하기 어렵긴 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