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관계
2010년 1월경 서울역 역사안 대합실에서 술에 취해 넘어져 갈비뼈가 부러진 채 쓰러져 있던 노숙자 A씨를 별다른 구호조치 없이 역사 밖으로 내보낸 혐의(서울역 구름다리 아래로 옮겨진 뒤 방치돼 부상악화로 사망)(유기)로 불구속 기소 된 서울역 역무과장 B씨(45세)와 공익근무요원 C씨(28세)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무죄판결을 선고하였다. (2010고단3873)

판결을 마치며
노숙자였던 망인은 이승에서의 마지막인 이날 참으로 고달픈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성치 않은 몸으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여기저기를 타인에 의해 부축을 당하거나 휠체어에 실려 다니면서 결국에는 차가운 곳에 버려져 이승을 하직하였으니, 그 심신의 피로가 오죽했을까 싶다. 망인의 사망이라는 불행한 결과만으로 형법상 유기죄에 있어 보호할 의무 있는 자를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가 있는 자로 한정한 입법자의 결단이 있는 현행 형법 하에서 피고인들에게 유기죄의 형사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고 하겠지만 피고인들로서는 자신들의 형사책임을 떠나 망인의 죽음 앞에 도덕적인 비난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피고인들은 자신들이 다르게 행동했더라면 망인이 사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갈지도 모르겠다. 이 사회가 만들어낸 사람들이면서 사회로부터 철저히 소외된 사람들인 노숙자의 문제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앞으로도 함께 계속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할 숙제 중 하나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많은 고민을 남긴 채로 먼 길을 가는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의 숙소는 을지로입구역 지하도다
밤이 되면 박스 안에 들어가 잔다
종이로 만든 네모반듯한 관
미리 죽음을 산다

배가 고파서 잠이 안 온다
온종일 돌아다니며 폐지를 줍고
몇 푼의 돈으로 술과 밥을 사 먹는다
줄을 서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도 한다

지하도에 종이 관이 늘어난다 전쟁터도 아닌데 가족도 고향도 없는 여러 구의 시신이 여기저기 놓여 있는 것 같다

지난밤 죽음을 연습하며 잠들었던 노인이 깨어나지 않는다
식당에서도 더럽다고 쫓겨난
당뇨로 발이 썩어 가던 강원도 고성 사람

새해 첫날 스스로 준비한 관에서 나와 노인이 떠났다
노인이 품고 다니던 가방 안에서
어린 딸과 아들이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누가 알까
오래 연습한 죽음의 힘으로
마지막 숨을 몸 밖으로 슬그머니 밀어냈다는 것을

- 홍일표,「무명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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