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작품 어쩔수가없다.

나는 3갤에서 후기들을 먼저 보고 난 후 굉장히 뒤늦게 보러 갔었다.

집 앞에 있는 영화관은 한적하니 나 이외엔 2명밖에 없을 정도로 좋아 순전히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기대한 것 이상으로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었다.


여기에서 단순히 작품 내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분석하는 것은 이미 다른 갤러들이 나보다 더 훌륭하게 해주었기 때문에 적지 않고자 한다.

나는 여기에서 단순히 박찬욱의 비판이 자본주의 구조에만 그치지 않았다고 본다.



극 중 이병헌이 분한 주인공 만수는 제지업계 숙련공으로 자가 주택에 아이도 둘, 마당에서 개도 키우고 주말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

그가 "다 이루어냈다."라고 말할 만큼 이상적인 중산층의 모습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는 그러나 새로운 미국인 경영진들에게 하루아침에 구조조정 당하고 집까지 팔아야 할 위기에 놓인다.

만수는 여기에서 제지업계에 다시 취업하기 위해 자신보다 스펙이 좋은 경쟁자들을 제거하려 한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바로 첫번째 타켓인 구본무를 제거할 때 나타난다.

그도 제지업계 숙련공이었지만 실직하고 매일매일 술독에 빠져산다.

그가 아내와 하는 대화를 엿들은 만수는 그를 죽일 때 그러게 아내 말 듣고 카페라도 하던지 다른 일이라도 알아보지 그랬냐라고 일갈한다.


그러나 이는 만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그야말로 제지업계를 버리고 다른 일을 하면 되는 것이지 살인을 저지를 필요가 있는가?


두번째 타겟인 고시조를 제거할 때야말로 그것이 강하게 드러난다.

고시조 역시 제지업계 숙련공이지만 실직하고 구두점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 역시 딸아이를 키우는 만큼 어떤 일이라도 하면서 수입을 얻었어야 했을 것이다.


때문에 만수가 극 중에서 계속 "어쩔 수가 없다."라고 되뇌이는 것과는 반대로 그것이 어쩔 수가 없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본인도 느끼고 있다.

과연 인륜을 저버리고 살인이라는 방법까지 택하는 것이 정말 어쩔 수가 없어서 발생하는 일인가?



여기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비교를 좀 해보고자 한다.

기생충의 주인공 가족은 반지하에 거주하고 가장인 기춘이 실직한, 완전히 서민적 가정이다.

어쩔수가없다의 만수네는 전원주택에 딸에게 첼로를 가르치고 아내도 테니스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인 중산층 가정이다.


그래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같지만 동기는 다르다.

기생충에서는 당장 먹고 사는 게 급하다. 내가 속이지 않으면 죽는다.

어쩔수가없다의 만수는 돈도 돈이지만 제지업계 25년 숙련공이라는 자신의 긍지를 지켜야 하는 것이 더 크다.


기생충의 가족들은 모든 범죄 사실을 공유하고 협력하지만

어쩔수가없다의 만수는 가족들에게 뭉쳐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살인은 숨기고자 한다.

또 중산층과 하류층의 차이가 드러나는 것이다. 

중산층은 명예 또한 중요하게 여긴다. 하류층은 당장 내일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버릴 명예조차 없다.



만수가 가족끼리 뭉쳐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중산층의 파쇼화를 떠올리게 한다.

경제 위기 속에서 중산층이 하류층으로 내몰리고자 하는 공포를 느낄 때 파시즘에 열광하게 된다.

그들은 정체성을 공유하는 민족, 가족 중심으로 더 강하게 연대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택한 방법이 같은 처지의 동료들에 대한 살인이고,

끝끝내 재취업을 했지만 이미 대부분의 과정이 자동화 되어 만수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긍지를 느낄 수 없다.


이는 부르주아지들과 연대한 역사 속의 파시스트들을 연상케 하지 않는가?

그들은 기득권과 연대하며 기존의 파시스트적 이상을 버렸을 뿐만이 아니라 같은 중산층 공동체들도 파괴했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금 극우가 부상하는 오늘날, 나는 박찬욱이 극우 진영에게 경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르주아지들과 손잡는 것은 실패한 역사의 답습이며 다시 극우의 몰락을 불러올 거라고.



때문에 "어쩔수가없다"가 20년 전이나 어울렸을 내용이라는 타 갤러의 의견에 나는 반대한다.

정말로 지금이 아니면 안되는 시의적절한 영화였다고 생각하며 파시스트라면 한번쯤 보아야 하는 영화였다.

국민연합, AFD, 윤어게인 세력이 집권하면 어떤 모습일까.

그것에 대한 걱정을 하며 글을 이만 줄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