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 침공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정부의 신속한 항복과 붕괴를 노려 지도부를 목표로 한 참수작전이 먼저 진행되었고, 이때 라흐바르 알리 하메네이 일가와 국방부장관 아지즈 나시르자데, 참모총장 압돌라힘 무사비,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모하마드 팍푸르를 비롯한 군 인사들이 몰살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항복하거나 붕괴하긴 커녕 재빨리 임시 지도부를 편성해 반격에 나섰으며, 3월 8일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라흐바르로 선출한 이후에도 보름이 넘도록 공세가 계속되어 세간의 우려대로 장기전의 양상을 보이게 되었고, 이미 수렁에 빠진거나 다름이 없었던 이스라엘은 어떻게든 이란 지도부를 굴복시켜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3월 17일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알리 라리자니와 정보부 장관 에스마일 카티브를 비롯한 정부 인사들을 상대로 한 2번째 참수작전이 진행되어 이들도 살해당하고 말았다.
이번 전쟁은 어찌보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군 지휘관과 핵 과학자가 암살당한 작년 12일 전쟁의 확장판이나 다름없었다. 무려 최고지도자인 라흐바르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이 사망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할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사망자에 대한 오보이겠다. 몇몇 예를 들자면, 알리 하메네이와 같이 사망한것으로 알려진 배우자 만수레 코자스테 바게르자데가 생존한것이 밝혀졌으며, 이외에도 대통령 페제시키안과 같이 임시지도부를 꾸린 대법원장 골람 호세인 에제이와 전문가회의 제2부의장 알리레자 아라피의 사망 오보도 있었지만, 가장 주목할만것은 전 대통령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일것이다. 그는 작년 12일 전쟁 당시 사망한 소식이 전해졌다가, 다시 생존한 것으로 밝혀졌고, 이번 전쟁에서도 그가 또 공습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퍼졌지만, 신임 라흐바르인 모즈타바 하메네이에게 축하 성명을 보내면서 다시 생존한 사실이 밝혀졌다.
어찌보면 아마디네자드는 알라의 은총과 행운을 받은 생존왕인것 같지만, 사실 이보다 더한 은총과 행운을 받은 생존왕이 있었으니...
쿠드스군 사령관 이스마일 가니
바로 이 사람 혁명수비대 現 쿠드스군 사령관 이스마일 가니다.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알리 하메네이와 이스마일 가니(우측의 2번째 인물)
이 사람에 일생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1957년 이란의 제2의 도시(지도자 하메네이의 출신지이기도한) 마슈하드에 태어났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 그곳에서 성장한 가니는 1979년 혁명으로 이슬람 혁명 정부가 들어서자 테헤란에 상경하여 혁명수비대에 입대하였고, 정규 훈련 과정을 마친 그는 고향인 마슈하드에 돌아와 혁명수비대 간부로써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라크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 기간에 가니는 제21 이맘 레자 여단과 제5 나스르 사단의 지휘관을 역임하면서 아슈라 작전을 비롯한 여러 작전과 이라크의 지원을 받은 소수민족 반군을 진압하는 임무를 수행했다(이때 당시 제41 타랄라 사단 사령관이자 후의 직속 상관이 되는 가셈 솔레이마니와 처음으로 만나게 됐다). 이라크와 전쟁이 종전된 이후에는 혁명수비대의 특수 부대이자 이란의 지원을 받은 반군을 관리하는 쿠드스군에 합류하여, 그 이후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부와 대립한 북부 동맹, 이라크 바트당 정권 붕괴 당시 시아파 무장 단체를 비롯한 여러 반군 단체를 지원하는 임무에 참여하면서 경력을 쌓다가, 2006년 혁명수비대 합동참모본부 정보부 부장교로 승진하고 2007년에 쿠드스군 부사령관으로 임명되었다.
가젬 솔레이마니와 이스마일 가니(우측)
부사령관으로 임명된 그는 과거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조우했던 가셈 솔레이마니와 상관-후임 관계로 다시 재회했으며, 이후 솔레이마니의 측근으로서 이라크 시아파 반군과 시리아 내전 당시 바트당 정권을 지원하는 여러 임무에 참여하였다. 그렇게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부사령관으로 활동하던 그에게 일생일대의 변화가 찾아오니 바로 2019년 자신의 직속 상관인 가셈 솔레이마니가 이라크에서 미국의 공습으로 암살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여러 분쟁에 참전하고, 아랍어에 능통하여 이란의 지원을 받은 반군들을 관리하던 경력이 풍부한 특수부대 사령관의 기습적인 사망 사건에 이란 정부는 큰 충격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빈자리를 한시라도 방치할수 없었기에 신속히 그 자리를 부관인 이스마일 가니로 임명하였다.
2022년 이라크 인민동원군 前 사령관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의 묘지를 참배한 이스마일 가니
하지만 그 이후에도 쿠드스군은 몇몇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2024년 이스라엘은 그동안 눈엣가시에 가까웠던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지도부를 제거하고, 대규모 공격을 감행해 타격을 입혀 억제하게 만들었으며, 그해 말 시리아의 바트당 정권이 내전 13년만에 반군에 함락당하면서, 이란 정부와 쿠드스군이 지원하는 저항의 축의 입지가 크게 축소했다. 그와 동시에 가니 본인도 지옥과 천국을 넘나드는 에스컬레이터 같은 봉변을 당하는데, 2024년 10월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하여 하셈 사파에딘을 비롯한 헤즈볼라 간부진이 전사할 당시 가니도 휩쓸려 "사망"했거나, 부상당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이후 그가 당시에 그곳에 있지 않았다는 반박 보도가 나와서 "생존"한것이 밝혀졌으며, 작년 12일 전쟁 당시에도 이스라엘 공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소식이 "다시" 퍼졌지만, 이후 6월 24일 테헤란의 공개 시위에 참석해 "또" "생존"신고를 하였다.
Commander of the Quds Force, Esmail Qaani, was seen walking among the crowds at today’s martyr’s funeral. https://t.co/agZgOkIh6s
— Decolonialmostazafin (@decolonialmost1) June 28, 2025
https://x.com/decolonialmost1/status/1938908836863074731
2025년 6월 28일 순교자 장례식에서 군중과 함께 걷는 이스마일 가니
그리고 이번 전쟁에서는 그의 운이 절정에 치달았는데, 2월 28일 가니는 라흐바르의 거처에서 알리 하메네이와 국방장관 나시르자데 그리고 참모총장 무사비와 함께 핵 협상에 관해 의논하다가 거처 현장을 나온지 불과 몇분 만에, 그곳에 공습이 가해져 하메네이를 비롯한 거처에 있던 당사자 대부분이 암살당하는 사태가 벌여졌다. 이때 가니도 "이번에도" 사망했단 소식이 퍼졌으나 곧 바로 찰나의 순간에 공습을 피해 "또 다시" 생존한것이 밝혀져 큰 주목을 받게되었다. 이번에도 기적적으로 생환한 탓에 향간에서는 그가 사실 이스라엘 측이 심어넘은 모사드 첩자라는 의혹이 커졌으며, 3월 9일 즈음에 France 24 측에서 확인되지 않은 아랍 언론을 인용하여 그가 사형당했다고 주장했으나, 곧 다음날 바그다드 주재 이란 대사 모하마드 카젬 알 사데크는 현재 가니는 전장에 참여한 상태에 있다고 언급하여 반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살아남은 그의 운(?)때문에 그가 모사드 첩자로 이미지가 합성되어 희화화 당하기도하며, 여기까지만 보면 이곳에서도 진짜 정말 첩자(여기 표현으로는 엔추파도스)아니냐고 할수 있지만, 의의로 그렇게 볼수 없는 핵심적인 부분이 있는데, 바로 이번달 중순 레바논에 칩입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반격하는 헤즈볼라와 이란군의 공조가 가니의 작품이라는것.
https://x.com/sonofnariman/status/2033793427251560449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이스마일 가니가 이스라엘에 숨어 있는 모사드 요원이거나 이란에 의해 처형되었다는 선정적인 소문과는 달리, 그의 조직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 발발 이후 조용히 매우 효과적인 작전을 펼쳐온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에서는 친이란 세력이 바그다드에서 미군을 공격하고 이라크 쿠르디스탄 지역에서 이란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레바논에서 헤즈볼라는 재도약하여 이스라엘을 상대로 공세를 펼치고 있다.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 사이에는 이란 정보기관이 깊숙이 침투하여 공격을 지원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쿠드스군의 특징입니다."
"지난 몇 년간 여러 차례의 차질에도 불구하고, 저항의 축의 기반은 구조적으로 온전하고 탄력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통해 이란은 핵심 목적, 즉 전면전 발생 시 전략적 깊이를 확보하기 위해 저항의 축을 재건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미국이 이라크에서 영구적인 붕괴를 맞이하여 이란이 이 지역에 대한 막대한 재정적, 물류적 접근권을 확보하게 된다면, 추축국이 이번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시나리오는 결코 비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후티 반군의 개입 없이 (아직까지는) 이루어졌습니다."
상단에 언급했듯이 2년전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지도부와 적지 않은 병력이 궤멸되었지만, 이란 시아파 혁명주의와 반제국주의의 영향을 받은 사상을 기반으로 40년전에 창설하여 지금까지 인구 25%에 해당되는 레바논 시아파의 지지를 받아 사실상 레바논 남부에 준국가단체의 조직과 규모를 가진 단체를 단기간에 제압할언정 완전히 박멸할수 없었다. 때문에 헤즈볼라는 곧바로 전력 복구에 나섰으며, 여기에 이란 정부와 쿠드스군은 "이란 혁명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는 상징성을 가진 헤즈볼라를 절대 포기할수 없었기에, 헤즈볼라가 복구할 수 있게 여러가지로 막대한 지원을 하였고, 그 결과 작년 11월 즈음에 헤즈볼라는 레바논 정부의 해산 명령을 무시할 정도로 재건에 성공했다.
그리고 지금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이참에 헤즈볼라를 제거하기 위해 레바논 정부의 방관하에 레바논을 칩입하여 조직 자체를 완전히 전멸시키려고 하지만, 이미 전력을 복구한 헤즈볼라와 이란의 공조로 되려 반격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탱크 여러대가 헤즈볼라에 공격으로 격퇴당하고, 이란과의 공조로 이스라엘 도시에 미사일을 쏘아 공습하지 않나, 심지어는 최근 이스라엘이 점령한 지역 몇몇이 헤즈볼라의 공격에 철수하여 탈환당하는 상황이 생겨났다. 과거에 당한 굴욕 속에서 2년만에 성과를 얻은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과 공조의 배후는 이란의 지원을 받은 반군을 담당하는 쿠드스군 사령관인 가니의 영향력이 가장 컸다. 만일 그가 정말로 모사드의 첩자라면은 적어도 지금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헤즈볼라를 상대로 이렇게까지 고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가니 입장에서도 헤즈볼라와 똑같이 몇년간 이스라엘에게 농락당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헤즈볼라와 공조와 반격으로 얻은 성과는 본인에게 있어 어느정도 설욕을 갚았다고 볼수있다. 다만 전쟁은 현재까지도 진행되고 있으며, 가니 본인도 지금 상황상 언젠가 "또" 정말 "전사"할 위치에 놓였있다. 과연 그는 이번에도 살아남은채 설욕을 갚을수 있을까?
개 같은거 흥미로운거 발견해서 쓴답시고 몇 시간이나 잡아먹은거냐, 글쓰는거 겁나 어렵네. 암튼 이게 재밌을진 모르겠구만...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