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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프에 대해 막연히 반감은 갖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터프에 대해 좀 체계적인 반박 논리는 갖추지 못 하고 있었는데
현직 산부인과 전문의분이 쓰신 이 글을 읽고 생각을 여러모로 정리할 수 있게 됐음
전문은 링크로





의학/생물학은 ‘이분법적 구별 짓기’에 답을 줄 수 없다.

동성애 유전자가 뭔지, 범죄자의 뇌는 뭐가 다른지, 행동유전학, 사회생물학, 후성유전학, 뇌과학 이름만 달라졌지 차이와 ‘비정상’을 설명하려는 노력은 계속되어 왔지만, 연구를 하면 할수록 단일 유전자나 염색체가 설명할 수 없다는 결론만 명확해졌다. (물론 성차를 찾는 노력 자체를 폄훼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차이가 밝혀진다 하더라도 이를 차별로 연결하거나 고정관념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지 말자는 거다.)

젠더도 마찬가지이다. 생물학적만으로도 생길 수 있는 수많은 변수와 이들의 상호작용에, 양육과정의 문화와 환경의 영향까지, 인간 현상은 사회적인 동시에 생물학적이다.

각각의 요인들은 일정정도 성정체성에 영향을 미치지만, 유전자결정론과 환경결정론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할 필요는 없을뿐더러 그럴 수도 없다.

섹스도 젠더도 다양하며, 성정체성은 각각의 개인들이 이를 인지하고 고민하고 모색하는 시작점일 수도 과정일 수도 목적지일 수도 있다.


많은 트랜스젠더 환자들을 만나봤지만, 한 명 한 명 다 다른 사연들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몸을 모색하기도 하고 순응하기도 하며, 욕망하기도 변형하기도 개입하기도 하는 과정은 사실 모든 인간이 겪고 있고, 여기서 사회학과 생물학, 나의 본질인지 사회화된 결과인지 구별해내기란 어렵다.

개인의 정체성과 몸, 삶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그래서이다.

하리수씨의 커밍아웃 이후, 트랜스젠더를 호르몬투여와 외부성기 수술 등 의료적 조치를 원하고(완료했고) 전형적 여성 아니면 남성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우리가 알고있는 레퍼런스가 부족해서 그렇지, 성정체성은 과정이며, 유동적이고, 다양하다.

트랜스젠더들이 전형적인 여성/남성적 외양이나 목소리에 대해 가지는 욕구는, 기존의 젠더 관습/레퍼런스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한 선택지밖에 제공하지 않고 그것이 정상이고 이상향이라고 부추기는 대중문화 때문이고, 최대한 여성/남성스럽게 보이지 않고 어색한 모습일 때 받게 되는 위협과 눈초리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변희수 하사 건이나 숙명여대건을 보면서 고무적이었다. 청소년인, 학생인, 군인인, 직장동료인 퀴어들이 더 많이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말하기를 바랬다.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정체성과 젠더 관습을 고민하길 바랬다. 트랜스젠더를 대상화한 포르노그래피나 조회수를 위해 선정적인 부분만 부각된 유튜버들을 보지 말고, 직접 물어보고 교류하고 이야기들을 기회가 많아 지길 기대했다.


트랜스젠더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담론들을 보다 보면 임신중지를 둘러싼 담론과 많이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인의 신념과 정체성을 바탕으로 몸에 내리는 매우 개인적이고 치열한 결정이고, 질병은 아니지만 의료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 욕구를 드러낼 때 사회의 낙인에 부딪히는 것. 그리고 당사자를 믿지 않는다는 것.


내 몸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를 결정하는 것인데 가족이나 사회는 생각 안 하냐며 이기적이라고 비난받는다. 트랜스젠더 배제/혐오세력의 논리와 전략이 반동성애/반낙태 세력의 그것과 너무나도 닮은 건 이 때문일 것이다.


다양한 소수자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생물학적 본질만을 강조하며 환원론으로 돌아가는 것은, 사회생물학이라는 이름으로 공고해온 가부장제를 여성주의 과학, 성인지과학으로 겨우 균열내 왔는데, 무너져 내리는 집에 다시 들어가는것과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