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항상 타순을 이렇게 지랄맞게 짤까?'라는 생각을 곰곰이 해봤는데 너나 나나 기준을 죄다 현대야구에 맞춰서 그래

아예 접근법을 달리 해야 됨

타임머신을 타고 KBO가 생긴지 얼마 안 된 원년 80년대의 야구세계로 돌아간다고 생각해봐

그 시절 1번타자는 무조건 도루를 잘하는 똑딱이여야 했음

장타툴은 있는 것보다 오히려 없는 게 선호되고 그냥 단타 잘 치고 잘 뛰는 새끼가 최고의 1번타자임

옛날 야구 기준으로는 김일권 정도가 될 듯

이범호 야구관 기준으로는 그게 바로 이 팀의 박찬호임

단순히 선수편애 때문에 이 새끼를 1번에 세우는 게 아니라 진짜로 이 새끼가 1번 서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세우는 거임

참고로 이범호 야구관으로는 1번타자가 1회에 선두타자로 홈런을 치는, 소위 말하는 리드오프싱글홈런은 크나큰 죄악임

박찬호처럼 생산성 떨어지는 단타 위주로 쳐서 출루하고 상대 배터리를 흔들어야 됨

이미 주루툴이 반쯤 박살나긴 했지만 그나마 팀내에서는 빠르기도 하고 도루왕 출신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지 쌕쌕이유형에도 아주 부합한다고 생각할 거임

그리고 그 시절 2번타자는 작전수행능력이 뛰어나야 됨

BQ높고 희생번트/히트앤드런/훼이크번트앤슬래시같은 작전을 잘 수행해서 출루해 있는 1번타자를 스코어링포지션에 갖다놓을 수 있게 서포팅을 해주는 역할임

옛날야구 기준으로는 이종열 조동화 정도가 될 듯

그게 바로 이 팀에선 서건창 홍종표라고 이범호는 생각하는 거임

그리고 그 시절 3번은 모든 툴이 골고루 좋은 호타준족이어야 함 컨택도 좋아야하고 파워도 충분히 있어야하고 발도 빨라야됨

옛날야구 기준으로는 박재홍이 딱이지

그리고 이 팀에선 김도영이 아주 적합한 인물이지

마지막으로 그 시절 4번은 무조건 파워가 충만한 슬러거여야함

공갈포여도 상관 없으니까 그냥 파워만 존나 세서 홈런만 잘 치면 장땡임

이 팀 기준으로는 뭐 나성범 최형우 위즈덤이 해당된다고 봐야겠지

(물론 이 세 명이 무식하게 홈런만 잘 친다는 의미는 아니고)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이새끼가 왜 타순을 그따구로 짰는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힘

이범호가 추구하는 야구세계에서의 타격루트를 간단히 말해주자면

1번이 우선 볼넷이나 안타치고 출루하면 2번이 진루타를 쳐주고 3번이 안타나 2루타를 쳐서 점수를 따는 거지

그리고 4번 5번이 연달아 홈런을 포함한 장타를 때려내서 쐐기를 박는 거임

당연히 2025년의 야구관 기준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안 가겠지

그런데 놀랍게도 이범호는 그런 사고방식으로 여태껏 타순을 짜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짤 거란 거임

81년생임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81년시절의 야구를 하고 있는 대단한 새끼임

"김도영은 1번으로 쓰기 아깝다."

"나성범 최형우를 1번으로는 절대 쓸 수 없다."

"위즈덤은 중심에서 해결해줘야 하는 선수라 2번으로 더 이상 쓰지 않겠다."

"9번타순에서 잘 치는 김규성을 1번으로 올리면 밸런스가 깨질 수 있다."

라는 내용의 인터뷰를 한 걸 말미암아 알 수 있듯이 이범호는 너희가 상상하는 올드스쿨야구보다 거의 열 수 정도는 윗급의 개씹구닥다리 올드스쿨야구관을 가진 새끼라고 봐도 무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