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달빛이 반쯤 닫힌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침실. 침대 옆 탁자의 디지털 시계가 오전 3시 2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젊은 여성이 침대에서 평화롭게 잠들어 있는 동안, 구석의 푹신한 고양이 침대에서 회색 수컷 고양이가 깨어나기 시작했다. 


고양이의 의식이 달랐다. 더 선명하고, 더 인간적이었다. 몸을 쭉 펴려 했지만, 그 움직임은 어색하고 주저하는 듯했다. 네 발로 움직이는 게 익숙지 않은 것 같았다. 방이 전과 달리 훨씬 커 보였다. 서랍장이나 책상 같은 익숙한 물건들이 이제는 마치 고층 건물처럼 우뚝 솟아 있었다. 


전에 없던 예민한 감각으로 미세한 소리와 냄새를 포착했다. 전자기기의 희미한 윙윙거림, 공기 중에 남아있는 어제 저녁 식사 흔적 같은 것들이었다.


"뭐지... 내게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인간의 생각과 달리 입에서 나온 건 분명 고양이 울음소리였다. 여성은 여전히 곤히 잠들어 있었고, 방금 일어난 놀라운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였다.


회색 고양이의 몸이 어색하게 움직이며 머리를 숙였다. 변한 모습을 살펴보니 온몸이 부드러운 털로 덮여 있고, 사람의 팔다리 대신 네 개의 발톱이 달린 발이 있었다. 이 기이한 상황을 이해하려 애쓰는 동안 꼬리가 저절로 움직였다. 

발바닥에 느껴지는 카펫의 감촉이 달랐다. 모든 섬유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조심스럽게 방을 가로질러 옷장 문에 붙은 전신 거울로 다가갔다. 

거울에 비친 건 익숙한 회색 고양이, 바로 자신의 반려동물이었다. 

하지만 그 눈동자에는 분명 인간의 의식이 깃들어 있었다. 

고개를 기울이자 수염이 살짝 떨렸고, 거울 속 모습도 완벽하게 동시에 움직였다.


"이건 현실일 리가 없어... 하지만 꿈치고는 너무 생생해."


자신의 야옹 소리에 약간 놀랐다. 고양이의 성대에서 나오는 소리는 사람의 말과는 완전히 달랐다. 거울 속에서 고양이의 귀가 불안감이 커지는 것에 반응해 머리에 바짝 붙었다.


거울 앞에서 한동안 자신의 변한 모습을 관찰하던 그는 이내 방을 둘러보았다. 

익숙한 공간이 이제는 전혀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다. 책상 위의 물건들은 마치 거대한 건물처럼 보였고, 침대 밑 공간은 어두운 동굴 같았다.


"밖으로 나가볼까... 이게 정말 현실인지 확인하려면... 좋아, 결심했어."


인간이었던 고양이는 조심스럽게 문틈으로 발을 뻗어 문을 열었다. 

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새로운 신체에 적응하려 애썼다. 

네 발로 걷는 것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점 자연스러워졌다.


현관에 도착하자 고양이 출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인간일 때는 그저 작은 구멍에 불과했던 것이 이제는 완벽한 크기의 출구로 보였다. 

잠시 망설이다가 그는 용기를 내어 출입구를 향해 다가갔다.


"모험... 옛날에 본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봤었던거네. 비슷한가?"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앞으로 나아갔다. 고양이 출입구를 통과하는 순간, 그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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