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시험 보려는데 아무리 쉬워도 너무 준비없이 가면 성의가 없는것 같아서 토익 기출집인가 하나 삼


결국 시험 직전날까지 손도 안대다 당일 아침에 한세트 슥 풀어보고 감


이거 뭐 가지고 있어봐야 똥되니까 중고나라에 올렸음


산다고 연락이 옴. 구매자가 직거래를 희망함


가까워서 오라는데로 가줬더니 이D야커피 알바생이었음


들어가서 책거래 하려고 왔다고 하니 에이드 주문이 들어와서 죄송하지만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함


ㅇㅋㅇㅋ 하고 그냥 멍하니 앉아있었음 이때가 한여름이라 존나 더웠음


조금 뒤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컵 들고 내가 앉아있는대로 옴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거 드세요 라고 주더라


감사하다고 받음. 그리고 책 건네주고 낙서 이상 없는거 확인 한다음에 돈받고 슥 나가려는데


이번 시험은 잘 보셨어요?


라고 물어봐서


아 네 괜찮게 봤어요 라고 대답하니


혹시 이거 왜 틀린건지 아시냐고 자기 연습장을 꺼내서 문제 몇개를 물어봄


달리 약속도 없고 주말이었고 결정적으로 그 애가 배우 이하나 닮았었는데 이하나가 내 이상형에 가까운 생김새라


설레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조근조근 설명해줬음


혹시 몇점 이세요? 묻길래


아 저 990 이요 라고 답했더니


에이 진짜요? 라고 재차 물어


ets 들어가서 점수 보여줬더니


놀라움과 부러움이 교차하는 귀여운 표정을 짓더라


그렇게 잠깐 가만히 있다가


정말 염치없이 죄송하지만 일주일에 한번만 여기와서 자기 모르는 것좀 알려줄 수 있냐고 어물쩍대거나 주저하는 기색없이 당당히 말하더라


뭐지 과외를 해달란 얘긴가? 생각하고 있는데


집안 형편이 그렇게 여유있는 편이 아니라 토익 학원비 충당하려고 알바를 하는데


따로 드릴수 있는 돈은 없지만 음료는 마음껏 드시게 해드릴테니 집도 가까우신것 같은데 일주일에 한번만


마음편히 마실나간다는 느낌으로 오셔서 자기좀 도와주실수 없겠냐고


그 얼굴로 부탁이라니 거절하기가 어렵지


상상속에선 이미 손자이름까지 생각한다고 우스개로 하는 그 소리가 이해가 되더라


그래서 오케이 해버림


진짜 그애 보러 갈 다음 주말만을 손꼽아 기다렸던것 같다 


막 꼼데 반팔티도 하나 주문하고 Y-3 슈퍼놋도 하나 사고 씹ㅋㅋㅋ


첫번째 과외세션(?) 을 진행하기위해 뭔가 묘한 기대감에 휩싸여 그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 순간


그 순간이 아직도 정말 강렬한 기억으로 뇌리에 남아있다


아 진짜 와줬구나 하는 그 안도하는 눈빛이 너무 사랑스럽다고 느꼈어


당초 한시간만 해달라고 했던걸 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그냥 마냥 좋아서 앉아있었지


야박하게 한시간 딱 하고 가기도 뭐하고 중간에 계속 손님오면 주문 받고 해야되서 실질적으로 공부하는 시간이 상당히 방해를 받았었거든


음악, 영화쪽으로 꽤 대화가 통하면서 뭔가 어색하고 수직적인 갑을관계 느낌에서 좀더 편하고 친구대하듯 하는 수평적 관계로 첫 시간만에 친해졌음


나이는 동갑이여서 이날 서로 말을 놓기로 했다


얘 알바가 화목토일 이었는데 내가 굳이 쓸대없이 일요일도 가고 그랬다 화요일은 저녁강의 끝나고 늦게도 가고


이때 나는 모쏠이 아니었는데도 왜 이리 썸타는게 행복했었는지 모르겠다


암튼 나한테 최초 과외를 요청한 그 시점부터 그 애 시험 예정일까지 약 7주정도가 남아있었고


나는 그동안 그 카페를 엄청나게 들락거렸음. 그 애는 월수금 강남으로 학원을 다녔는데 몇번인가 강남에서 만나 밥도 먹고 데이트아닌 데이트도 즐겼다


시간은 흘러 시험 전날 토요일이 됐고 나는 마지막 점검을 해준답시고 찾아가서 열심히 궁금증을 풀어줬음


그렇게 매장 클로징까지 앉아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진짜 용기를 내서 내일 토익시험 보고 나서도 계속 볼 수 있냐고 물어봤음


진짜 수줍게 응 이라고 하는데 심장폭행 이라는 용어가 바로 지금같은 상황에서 내 심장의 상태를 묘사하기 매우 적절한 용어구나 하는걸 느꼈다





이게 진정한 의미에서 내 첫사랑 이었다고 생각함 이렇게까지 누구를 좋아해본적이 처음이었거든


근데 연인으로서는 정말 오래가지 못했다


내가 씨파준비한다고 두문불출하면서 책만 들여다보기 바쁘니 그애랑 싸움도 잦아졌고


서로가 서로를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며 감정의 골이 깊어갔음


집안 사정이 상대적으로 넉넉한 나에 비해 약간 빡빡한 그 애는 데이트할때도 비용같은게 부담이 됐었나봐 뭔가 열등감도 들고


암튼 여러가지 복합적인 사정으로 결국 파국을 맞게 되었음


그냥 흔한 연애담이지 흔한 시작과 흔한 결말..


날이 슬슬 무더워지니 다시금 그애가 생각난다 쨍한 햇빛과 불쾌한 습기가 피부에 다가와 그날 여름의 기억들을 깨우는구나


아 그때 토익 점수는 그렇게 원하던 900점 이상을 받았던걸로 기억한다. 905인가 910인가 원래 본인도 꽤 열심히 하는 애 였어서


점수확인을 같이했는데 그렇게 좋아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네


살면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문득 문득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