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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글은 약속한 대로 호라이산 카구야에 대한 글.

앞으로도 댓글로 남기면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쓸 예정.


같이 보면 좋은 전에 쓴 설정글들:

장문 설정글) 헤카티아 설정을 분석해봤다(헬누나 찬양글)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touhou&no=7425042


장문 설정글) 사구메 설정을 분석해봤다(달누나 연구글)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touhou&no=7427918


장문 설정글) 레밀리아 설정을 분석해봤다(레미 놀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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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영야초의 중심 인물인 호라이산 카구야.

아마 동방 좀 본 사람은 이미 다 알 테니 말해봤자 입 아프지만

카구야는 타케토리모노가타리(竹取物語)의 주인공, 카구야 공주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글은 타케토리모노가타리를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





1. 타케토리모노가타리



타케토리모노가타리의 내용 역시 굉장히 유명해서 다들 알고 있겠지만

잠깐 간단히 짚고 넘어가기로 함.


한 노인이 대나무를 베러 갔다가 빛나는 대나무를 발견한다.

그 나무를 베었더니 작은 아이가 들어있어 수양딸로 삼는다.

베는 대나무마다 돈이 쏟아져 나와 노부부는 유복하게 살며 아이를 애지중지 키운다.

아이는 보통의 속도 이상으로 자라 다 큰 처녀가 되어 카구야 공주란 이름을 얻는다.

카구야 공주의 미모에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고자 하지만 최종적으론 다섯 명의 귀족이 남았다.

카구야 공주는 결혼을 대가로 이들에게 각기 다른 보물을 구해오게 한다.

그것은 부처의 바리때, 봉래산의  옥가지, 용의 머리에 달린 구슬, 불쥐의 가죽옷, 제비의 자안패였다.

다섯 귀족도 실패하고 천황의 청혼도 카구야는 거절한다.

카구야는 자신이 달의 사람임을 밝히며 돌아갈 때가 됨을 알린다.

부모와 천황은 실패하지만 돌아가는 걸 막지는 못한다.

카구야는 돌아가며 천황에게 편지와 날개옷, 불사의 약을 남기지만

천왕은 카구야가 없으니 불사도 의미 없다며 약을 후지산에서 태워버린다.


이것이 타케토리모노가타리의 평균적인 내용이다.

'평균적'이 무슨 뜻이냐면 카구야 공주 이야기는 다양한 이본(異本)이 존재하는 이야기기 때문.

크게 유포본계(流布本系)와 고본계(古本系)로 둘로 나누며 다시 이 밑으로 하위 분류가 있다.

현재 알려진 타케토리모노가타리는 유포본계 3류 3종의 고활자본을 기준으로 하고 있음.


타케토리모노가타리는 민간설화로서 본래 한반도를 통해 유입된 해외 문화-불교, 도교의 영향을 받아 창작된 이야기로 추측된다.


이 이야기의 구성 요소 중 탄생, 청혼과 난제, 불사의 약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타케토리모노가타리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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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를 베는 이야기{竹取の翁}, 1650년경 일본)


2. 대나무에서 태어난 아이



일단 카구야가 대나무에서 태어났다는 항목을 보자.

꼭 대나무가 아니더라도 등장인물이 기이한 출생으로 태어나는 이야기를 이상출생설화(異常出生説話)라고 한다.

말하자면 카구야 공주도 여기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일본에서 대나무숲이 성립한 것은 중세 후기 이후라는 사실이다.

그 전에 일본 본토에서 대나무가 대량으로 자생하는 죽림은 없었다.

카구야공주 이야기가 늦어도 10세기에 그 형태가 완성되었다고 여겨지는 것을 생각하면 뭔가 시대가 어긋난 느낌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런 설명이 가능하다.

대나무에서 태어나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대나무가 자생하는 동남아시아에서 다양하게 존재하는데

중국 구이저우성에서는 대나무에서 태어난 왕 이야기가 있고,

쓰촨성의 아바 티베트족에서는 대나무에서 태어난 아이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일본에는 하야토(隼人)족의 이야기가 있다.

아까 일본 본토에는 죽림은 없었다, 고 했는데 사실 규슈 지방 남쪽에서는 조금 있었다. 

아마 한반도나 중국에서 전파된 게 어느 순간 자생하기 시작한 걸로 추측됨.

규슈 지방에서도 남쪽 끝자락, 그러니까 일본 구석 중 구석인 시쓰마, 오스미 등 지방에서는

현재 멸종한 소수민족인 하야토족이 살고 있었으며 이들의 문화권에서는 대나무가 있었다.


따라서 당연히 이들은 대나무와 관련된 민담을 보유하고 있었고

그 중에서는 대나무에서 태어난 아이에 대한 이야기도 존재했다.


특히 청혼을 위해 상대가 내는 수수께끼나 과제를 이야기는

아메리카 원주민, 핀란드, 한국 등 전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민담 화소로 

이 역시 타케토리모노가타리의 원형으로 생각할 수 있다. 


결국 카구야 공주의 이야기는 본래 대륙에서 들어온 설화나 전설로 남쪽 하야토족을 통해 본토로 올라와

그 곳의 귀족 문화, 불교, 도교 사상과 만나 지금의 형태로 완성되었다고 추측 할 수 있다.


뭐여, 결국 달 출신이니 귀족 아가씨니 하더만

시쓰마 촌구석 출신이었네. 모코우한테 머리 박고 사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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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성기를 닮은 조개의 모습. 순산을 기원하는 부적이다.)


3. 난제- 다섯 가지 보물



호라이산 카구야의 스펠카드의 모티브가 되는 보물들은

카구야 공주가 자신의 구혼자들에게 구해오라고 요구한 다섯 가지 난제의 보물들에서 기인한다.

사실 보물들을 보면 빙 돌려서 거절한거다.

근데 그걸 정말 구하러 간 구혼자들만 불쌍할 따름.

호라이산 카구야의 그 싸가지 없는 성격은 아마 이 부분에서 기인한 게 아닐까 싶다...


보물의 목록은 다섯 가지다. 부처의 바리때, 불쥐의 가죽옷, 용의 머리에 달린 구슬, 봉래산의 옥가지, 제비의 자안패.


바리때는 수행승이 들고 다니는 그릇을 말하는데 돌아다니면서 여기다 먹을 것 따위를 시주 받는 거다.

그러니까 부처님 밥그릇 가져오란 얘기.


불쥐의 가죽옷옷에서 불쥐는 화광수(火光獸)를 일컫는다.

이 짐승은 불 속에서 살기 때문에 그 가죽으로 지은 옷은 화완포(火浣布)라 하며 불에 타지 않는다.


용의 머리의 구슬은 여의주(如意珠)를 일컫는다. 용의 턱 아래쪽에 붙어 있다고 하는데

범어로 친타마니(चिनतामणि, 振多摩尼)라 하는데 소원을 들어주는 구슬이란 뜻이다.

용은 불교에서는 불법을 지키는 호법의 상징으로 쓰이며 여의주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비유로 쓰인다.

바리때처럼 불교의 영향을 받은 보물.


봉래산의 옥가지.

봉래산(蓬萊山)은 중국에서 전해지는 상상 속의 산이다.

신선들이 사는 산을 말하는데 그 곳에서 자라는 나무의 가지를 꺾어 달라 한 것.

도교의 영향에 대한 보물인데 이 보물에 대해서는 다른 장에서 불사의 약에 대해 말할 때 설명하겠다.


제비의 자안패(子安貝). 


이게 카구야의 난제에서 가장 중요한 보물 중 하나다.

실제로 보면 다들 얻는데 실패한 보물들과 달리 자안패는 결국 잃지만 손에 넣는데 성공하는 보물이다.

자안패란 제비가 낳은 조개를 뜻한다.

제비는 척삭동물문의 조류고, 조개는 국거리로 끓이면 시원한 연체동물문의 복족류  아니던가.

제비가 낳은 조개라니 이게 무슨 개소린가.


제비는 철새로 겨울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봄에만 그 모습을 보인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제비가 겨울엔 숨어 있다고 생각했다.

동서양 가리지 않고 사람들은 제비가 겨울엔 물속에서 자고 있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동양에선 아예 제비가 조개가 되어 잔다고 생각했다.

이를 연작소화(燕雀所化)라고 표현한다.


이렇게 조개와 제비를 연결했기 때문인지 제비가 가끔 알처럼 조개를 낳는다고 표현했는데

이것은 결혼과 순산의 부적으로 여겨졌다.

더 나아가 그 근원에는 조개를 순산의 부적으로 쓰인 것에 기원하는데 조개가 닫힌 모습이 꼭 여성의 성기와 닮았기 때문.


유럽에서는 비슷한 이야기가 있는데 제비가 종종 바닷가에서 돌을 가져와 둥지에 두는데

그것이 눈병을 고치는데 효험이 있다는 민담이 있다.


다른 글에서도 종종 하는 이야기지만 새는 일반적으로 공중과 지상을 오가는 존재기 때문에

피안과 차안을 연결하는 영혼, 신의 전령의 상징으로 쓰인다.

특히 바닷가를 오가는 물새나 철새들은 물과 뭍을 연결하는 존재기도 하다.

또한 제비 집에 들어있는 돌과 조개는 알에 대한 신앙의 변형으로 생각할 수 있다.

알은 탄생의 재생의 상징이기 때문에 순산의 부적으로 쓰인 조개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다.


따라서 카구야 공주의 다른 보물들이 도교, 불교에 연을 둔 보물인데 반해

제비의 자안패는 그 계를 달리 하고 있다.


말했지만 청혼을 위해 상대가 낸 문제나 과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화소다.

이것은 높은 신분의 결혼 상대(신이나 영혼, 혹은 귀족)를 얻기 위해

장애 요소, 혹은 그 결혼 상대가 내는 과제를 해결하는 이야기들이다.


보통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에서 수수께끼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특별한 힘이 아니라 결혼을 지탱하는 데 필요한 미덕이며

그 답으로 요구하는 것은 당시 결혼 생활에 필수적이었던 출산, 생명력, 건강에 기초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카구야가 조개(혹은 알)을 요구하는 것은 출산, 생명과 관련된 능력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거기다 더 재밌는 것은 이본에 따라 카구야 공주가 대나무가 아니라 새의 알에서 태어나는 판본도 있다는 것.

따라서 대나무=알=카구야(가 숨은 집), 제비의 자안패=조개=알

이런 등식이 성립되며

카구야가 자신을 신부로 데려가길 원한다면(알에서 꺼내 갈 수 있다면) 거기에 해당하는 답을 가져오라는 것으로

결국 자안패의 내용이야말로 타케토리모노가타리의 원형이 되는

민담의 흔적이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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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불사의 약



카구야는 달로 떠나갈 때 천황에게 날개옷과 불사의 약을 남긴다.

이것을 입고 먹으면 지상의 더러움을 잊고 불로불사를 얻을 수 있다 한다.


타케토리모노가타리에서는 지상을 더러운(穢れ) 곳이라 표현하는데 이는 단순히 물리적인 더러움이 아니라

속세의 번뇌와 생로병사를 의미하는 것.

흥미로운 사실은 이것이 도교와 깊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

도교(道敎)에 대해서는 흔히 노자가 창제한 도가(道家)와 헷갈리기 쉬운데

도교는 중국 및 아시아의 원시, 민간 신앙과 철학인 도가가 만나 복잡하게 성립된 형태로 이해해야만 한다.


이러한 도교의 요소 중 신선사상(神仙思想)은 그 중심에 놓여있다.

신선 사상이란 인간이 비법을 동원해 인간의 생로병사를 극복한 신선이 될 수 있다 믿는 사상을 말한다.

이렇게 신선이 되기 위한 방법들을 방선도(方仙道)라고 하라 하며 이를 수행하는 사람들을 방사(方士)라 한다.

(다만 이 방사라는 단어는 요술사나 주술사란 의미로도 많이 쓰임.)


이 방선도는 두 가지 파가 존재했는데 심선파(尋仙派)와 수선파(修仙派)라 한다.

심선파는 신선이 되려면 당연히 다른 신선이나 신령과 만나서 잘 빌고 약 받아 먹는 게 짱이다!

수선파는 아니다! 그렇게 편하게 되면 누가 고생하냐! 자연 속에서 수행도 하고 공부도 하고 약도 지어 먹어서 되는 거다!


이 두 파의 갈등이 있는데 결국 핵심은 신선이 되어 늙지도 죽지도 말고 꿀 좀 빨아 보자, 요런 이야기.

이 심선파가 신선을 만나기 위해 방문해야 하는 곳으로 삼신산(三神山)이란 곳을 언급했다.

삼신산은 도교 이전부터 중국의 전설 속에 나오는 세 산으로 바다 위에 떠다니며 그 곳에는 신선이 살고 있다는 곳이다.

그 때문에 진시황도 말년에 이 세 산을 찾겠다고 헛고생 좀 했다.


그런데 그 세 산 중 하나가 바로 봉래산(蓬萊山), 카구야가 옥가지를 꺾으라고 보냈던 그 산이다.

봉은 쑥, 래는 명아주를 의미하는데 둘 다 약초로 쓰이는 풀.

결국 봉래산이란 이름은 약이 즐비한 산, 달리 말하면 방문하면 약 먹고 불로불사가 될 수 있는 산이란 뜻.


이렇듯 타케토리모노가타리는 결말부의 약 이전부터 불로불사에 대한 환상, 즉 도교적 영향이 상당히 배어든 소설이라 알 수 있다.


토요사토미미노 미코는 수행하고 술법 배워서 시해선(尸解仙)이 된 수선파에 해당하는 케이스인데

진짜 약 빨고 불로불사가 된 년들이 있다니 얼마나 배알이 꼴릴까.

도교 경전인 포박자(抱朴子)는 시체를 남기고 신선이 되는 시해선을 약 빨고 선인이 된 케이스보다 아래로 쳤다(포박자는 이런 경우를 지선{地仙}이라 함).

결국 미코는 카구야한테 한 수 딸린다는 이야기...


말하자면 작중 등장하는 옥가지나 불사의 약은 도교 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그 때문에 ZUN도 작중 등장하는 불사약의 이름을 봉래약이라 지었다 싶다.


참고로 단약을 먹고 신선이 되어 달로 날아간다는 이야기는

전에도 언급한 중국 신화의 항아 신화와도 굉장히 유사한 부분인데

이는 달이 선녀들이 사는 선계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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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결론



정리해서 말하자면 타케토리모노가타리는 본래 청혼과 그 과제를 해결하는 민담의 한 갈래로

그 내용에서 출생과 생명에 대한 수수께끼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었다.


옛날 일본 사람들이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알과 조개에 대한 수수께끼로 출생이라는 삶의 순환에 대해 말하는 이야기가

도교의 신선 사상과 만나 그 삶의 순환을 벗어나는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타케토리모노가타리나 도교 사상과 달리

봉래약은 신신이 되어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지도 못하고, 정토(淨土)로 데려다 주지 않는다. 

ZUN은 타케토리모노가타리의 이중성을 염두에 두고 이런 봉래약의 설정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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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구야에 대한 일단 이야기는 여기서 끝.


다만 달에 대한 이야기는 언젠가 길게 풀고 싶기 때문에

카구야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타케토리모노가타리에 대한 이야기만 했음.


댓글로 궁금한 점, 짚고 넘어가고 싶은 캐릭터 있으면 질문 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