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문: https://gall.dcinside.com/touhou/7876625
참가작 목록: https://gall.dcinside.com/touhou/7946894
금상(3만 원): ㅇㅇ(1.218), 인간선언 - https://gall.dcinside.com/touhou/7946009
은상(2만 원): 잉딱, AMANOJAKU in Underland - https://gall.dcinside.com/touhou/7946462, https://gall.dcinside.com/touhou/7946479
동상(1만 원): 장기짝, 마음의 지동설 - https://gall.dcinside.com/touhou/7946246
동상(1만 원): 패드쟝, 돌과 종이와 아이패드 Pro가 전한다 - https://gall.dcinside.com/touhou/7946641
감평대회 수상자(각 1만 원)
ㅇㅇ(1.218)님, 잉딱님, 장기짝님, 패드쟝님, NANNDA님, 교토대동방학과님께서는 제 갤로그 방명록에 비밀글로 은행명, 계좌번호, 예금주 성함을 적어주시기 바랍니다.
은상과 동상, 그리고 동상 후보들의 경우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만, 최종 후보를 놓고 마지막 결정은 주제가 얼마나 흥미롭고 재미있게 활용되었는지를 중심적으로 결정했습니다.
감평대회의 경우 일부 작품만 평하신 분들의 감평에서 훌륭한 점을 참 많이 찾을 수 있었습니다만, 두루 감평해주신 분들 셋을 선정했습니다. 아래는 수상한 감평 외의 감평입니다.
후딱가리: 상해홍차관, 돌과 종이와 아이패드 Pro가 전한다, 계곡의 인간들, 인간선언
ㅇㅇ(211.36): https://gall.dcinside.com/touhou/7973712
여느때처럼 주최자의 간단한 코멘트를 남겨보겠습니다. 이것은 심사평을 갈음하는 것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간단한 코멘트입니다. 하지만 제가 심사를 겸한 특성상, 이전 대회까지의 간단평보다 비판적인 지적이 조금 더 많거나 직접적일 수 있습니다. 노여워 하지 마시옵고, 너른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대회 개최문에서 지문의 반영과 활용을 중심으로 작품 자체의 훌륭함과 특출남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말씀드린 것은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을 가리킵니다.
지문의 반영: 지문 전체의 요지와 주제가 적절히 파악되고 작품에 충실히 반영되었는가?
지문의 활용: 지문이 작품에 잘 녹아들어 적절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 그 중에서도 남들이 생각하지 못할 방식으로 활용된 작품이 있는가?
작품 자체의 훌륭함: 플롯이 흥미롭고 재미있는가? 구성이 적절한가? 문체와 표현이 작품의 심상을 잘 드러내는가? 등 통상 '좋은 작품'을 논하는 데에 거론되는 것.
작품 자체의 특출남: 종래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특별하다 논할 요소가 있고 그것이 작품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는가? 예를 들어, 다루기 어려운 요소를 과감하게 투입하여 잘 다루어내는 데에 성공했는가?
환상들이 사나에 - 안돼요시키님: https://gall.dcinside.com/touhou/7889591
우선 대회의 지문 중 하나에 걸맞으려 노력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이 질문에 대해 어느 하나의 단어 등이 공통되는 것을 찾아내 대답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만, 그 자체가 지문이란 형식의 의미를 퇴색의 범위까지 확장하는 것으로, 사실상 무의미한 일이라 할 것입니다. 또한 작품 작체로 봤을 때 빈말로라도 훌륭히 평가할 구석이 있는 작품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제가 그럭저럭 오랜 기간 동안 동갤 내에서 열린 팬픽대회를 돌이켜 보건데, 그런 작품은 매번 대회 때마다는 아니더라도 종종 나왔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제가 특별히 기억할 정도로 황당무계한 작품도 있었는데, 물론 당시의 심사위원들은 문제점 하나하나를 일일히 지목하며 호되게 씹어냈습니다. 그것은 (적어도 옆에서 읽기에) 재미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번에 그렇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문체가 분명히 조야하고, 서사도 지극히 부재합니다. 작가의 글을 몇 개 살펴 볼 때 작가는 어떤 심상을 보여주는 '장면'을 그리고 싶은 것 같습니다. 서사가 작품에 필수적인 것은 아닙니다. 이런 욕구는 소설보다 시에 적합한데, 제가 주최하거나 주최하지 않은 여러 대회에서도 서사가 미약하거나 부재한, 그리고 문장 활용이 짧은 작품들을 몇 개 접했으며 그 작품들 중 일부에 대해서는 실제로 차라리 서정시로 나아가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서사는 그 자체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없다면 글에 힘을 실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시를 읽을 때 시인의 치열함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작품에서 힘을 실을 구석을 찾기는 좀 힘들어 보입니다. 조야한 문체는 옆에서 성장을 부추길 수 없으며, 스스로 성장하는 길 뿐입니다. 이 작품은 많은 성장이 필요합니다.
쉬운 길은 따라서 서사를 부여하는 길입니다. 서사를 가진 긴 글을 쓸 때 비로소 우리는 자신의 글이 무엇을 더 가져야 하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서사를 창출하는 두 가지 방법을 추천하겠습니다. 우선 캐릭터성입니다. 캐릭터 한둘에게 특출난 캐릭터성을 부여하고 말하거나 행동하게 하십시오. 둘째는 장면입니다. 원하는 장면을 먼저 명확히 하고 그 장면을 도출할 수 있는 서사를 마련하십시오. 앞서 썼듯 작가가 원하는 풍경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므로, 이 방법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환상향은 동방이 보여주거나, 적어도 기존 동방 동인계의 주류가 생각해 왔던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리지널 캐릭터의 등장, 파악하기 어려운 작품 내의 시계열, 사나에와 스와코의 관계성 등이 그렇습니다. 제가 몇 번의 대회에서 종종 말씀드렸습니다만, 이런 종류의 투입물에는 그에 걸맞는 과단성이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런 과감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앞서 언급했듯이 서사가 부재하기 때문에, 필요성에 의문을 자아냅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그에 걸맞는 과감한 서사가 존재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그에 걸맞는 주제, 그것도 동방다운 주제가 있어야 합니다. 동방 캐릭터들이 학교에 다니는 것이 기본 컨셉으로 되어 있어 아무도 의심치 않는 개그 동인지처럼 말입니다.
계곡의 인간들 - NANNDA: https://gall.dcinside.com/touhou/7917720
무난한 플롯입니다. 네안데르탈의 환상들이, 그것을 둘러싼 미코와 카나코, 텐구들의 정치적 고려, 사나에의 교감, 그리고 파국. 문체는 캐릭터성이 약간 과장된 감이 있고 지난 3회 대회 때의 사화(私話)에 비교하면 약간 급한 듯한 감이 있지만 이만하면 무난하고, 중요한 부분에서는 나름의 힘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지문에 충실하냐는 지적이 유의미하겠습니다. 지문은 단순히 과거 인류의 존재에 대해 논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항해 업적, 항해에의 본능, 그리고 그 흔적과 증거들에 대해 논했습니다. 비록 1, 2회 대회 때는 지문의 어려움 때문에라도 키워드 하나만을 따오는 것도 괜찮다고 했었지만, 이제는 대회가 어느 정도 무르익은 것으로 생각하고 해당 언급을 뺄 수 있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작품은 아쉬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주제에서 아쉬움이 있었다면 작품 자체에서 그만한 특출남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배제를 행하는 환상향이란 주제 자체나, 혹은 그것을 풀어낸 방식이 적절하긴 했지만 종래의 작품들에 비해서 아주 특출나다고 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지문과 다음과 같은 연계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환상들이에 이르기까지 네안데르탈의 여정을 직간접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한다면 '지문이 제시한 것을 배제의 환상향으로 확장·연결시킨 것'을 인정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독자들로 하여금 사나에의 편에 더욱 이입하고 네안데르탈의 운명을 더욱 비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사화가 무난하게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무난해서 아쉬운 점이 조금 있었던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Finding Paradise ~ 어느 여름날의 추억 ~ - 교토대동방학과: https://gall.dcinside.com/touhou/7939363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문체의 훌륭함이 먼저 언급될 법하겠군요. 상당히 길고 자세한 문체이지만, 부담되는 일 없이 그것을 대체로 잘 소화해 냈습니다. 문체가 힘을 갖고 있는 만큼, 호불호의 문제이겠습니다만, 캐릭터성, 특히 대사에서 과장된 면모를 좀 줄여도 충분히 본래의 의도가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호흡은 거의 완벽했던 도입에 비해서 그 다음부터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종종 있는데, 직접적으로 호흡을 고치려고 하기보단 단락이나 각 대사 사이의 유기성을 고려해 윤문해 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텍스트는 모든 것을 그려내지 않고도 그것이 가리키는 기의, 곧 "사물이 아니라 사태"를 창출할 수 있는 힘이 있고, 제가 보기에 작가는 그 힘을 다룰 능력이 충분해 보입니다. 그 능력을 믿을 필요가 있습니다.
분량에 대해 스스로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신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번엔 너무 의식한 것이 조금 독이 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술에서 이런 묘사를 넣고 빼야 하는가?'보다도 '총체로서의 세계와 사태를 그려내며 이것을 직접 서술해야 하는가?'를 고민해 보는 것이 어떨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항해라는 장면이 나오는 부분을 따로 떼어 놓고 보면, 그 장면들은 지문에 잘 들어맞습니다. 다만 작품이 갖고 있는 전체적인 에너지에 비교해 볼 때, 해당 장면들이 지금보다도 조금만 더 에너지를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운 데가 있습니다. "장장 80-100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항해", "인류의 가장 오래된 특징의 하나"인 "해양탐험의 충동"! 정확히 이런 어구에서 도출되는 심상이 아니라도, 이에 걸맞는 정도의 감흥과 정서를 에이린이 보여주었다면 더 만족스러웠을 것입니다. 작품을 33p에서 1부와 2부로 나누어 본다고 했을 때, 객관적으로 2부의 내용에서는 항해가 중요한 위치를 갖고 있다고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신들은 항해를 두고 더 갈등하고 대화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항해는 더 낭만적이거나 괴롭거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거나 무료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Finding Paradise라는 제목에 비추어 생각해 볼 때, 에이린의 여정과 깨달음을 말하는 작품의 내용이 제가 요구하는 것과 동떨어진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2부의 완급은 조금 단조로웠습니다. 1부에서 그려진 서사의 상승은 구조적으로 탄탄하고 흥미진진 합니다. 그러나 2부는 지금보다 더 감동적일 수 있을, 에이린에게 더 잘 이입할 수 있을 여지가 충분해 보입니다. 달에 가는 결말이 정해져 있다는 점도 이런 점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요? 아마 우리는 여러 고전, 그 가운데에서도 오뒷세이아 등의 서사구조를 참고할 수 있을 겁니다.
지적만 했지만, 사실 잘 읽었습니다. 훌륭하고 흥미로운 부분이 많아서 아쉬운 부분이 더 눈에 밟혔다는 변명은 굳이 3회 모팬대에서의 매우 훌륭해 흠잡을 데 없던 작품을 언급하지 않아도 공감을 살 수 있을 겁니다.
기억나지 않는 밤하늘 - ㅇㅇ(175.195): https://gall.dcinside.com/touhou/7942019
짧은 글이지만, 조악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지적할 것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깔끔하고 오타나 비문도 없군요. 작가는 팬픽이나 소설을 쓰는 데에는 서툴지 몰라도, 글을 쓰는 데에는 매우 능숙한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1번 지문은 다루기가 쉬운 쪽입니다. 1번 지문이 가리키는 것은 결국 밤하늘의 그러한 현상 그 자체입니다. 그것은 동방에선 일어나기 매우 쉬운 일입니다. 이 작품은 그 쉬움을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잘 발전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이유를 모르지만 현상의 존재는 사실'이란 상황을 '사실상 없는 일이나 마찬가지인데도 그 영향은 분명하게 존재'라는 상황으로 치환한 것은 매우 훌륭한 전화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동방의 캐릭터들을 적재적소에 이용했고요.
짧은 분량 안에 구성과 서사 모두 넉넉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짧은 글로 놔두기에는 못내 아쉬운 작품입니다. 엽편 대회라면 정말이지 더할 나위 없었겠습니다.
그리그... 미므님... 스르긔신드그....
깨끗하고 올바른 신문 - 사나에양: https://gall.dcinside.com/touhou/7944849
3회 때에는 흠잡을 데 없음과는 거리가 멂에도 불구하고 특출난 상상과 묘한 재미를 안겨주었던 작가입니다. 기대치가 높아져서일 수도 있지만, 아쉽게도 그때만큼의 감동을 제공하지는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분량이 4천 자를 밑도는 것에서 작가 본인이 '말하고 싶은 주제는 많은데'라고 아쉬워한 바를 인정할 수 있겠군요. 지난 대회 때 도자기를 이용한 방식이 과감했다면, 이번에 소재로 가져온 천황의 초상과 이미지 만들기는 매우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동방과 어울린다고 평소부터 생각했던 주제입니다. 우리는 다카시 후지타니의 『화려한 군주』를 참고할 수 있을 겁니다.
작품에 사용된 소재가 반드시 지문으로부터 온 텐구들의 환상들이라는 주제로 수렴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보다 더 잘, 혹은 서로를 더 돋보일 수 있게 관계 맺을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인간선언 - ㅇㅇ(1.218): https://gall.dcinside.com/touhou/7946009
달토끼와 그들의 통신을 규정하고, 그에 대비해 지상인의 언어를 규정하는 첫 장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충만한 글입니다. 그에 이어지는 아폴로 11호의 '프레스코화'에 대한 서술은 아름답습니다. 저는 링크하신 논문을 쓰면서도 이런 그림은 머릿속으로도 그려내지 못했습니다. 이 글을 읽고 나서야 저는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암스트롱과 올드린의 시야까지 빛의 속도로 개념의 충격파와 함께 퍼져나가는 그 황량한 달의 현실을! 이것이 반드시 이 작품이 뒤에서 실제로 그려낸 그림과 같은 것은 아니지만, 좋은 작품은 이와 같은 촉매의 역할을 하는 법입니다.
지문의 활용과 그것을 주선율과 엮는 방식도 제 기대에 크게 만족스러웠습니다. 또한 작가가 그려낸 환상향의 디테일이 굉장히 동방답거나 단번에 그럴듯함을 납득시키는 종류의 것이었단 점도 높게 평가할만 합니다. 이것은 비상함에는 그에 걸맞는 과감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제약을 회피하면서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듭니다. 그렇다고 그런 과감성의 에너지 없이 기교로 일관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 이야기의 전체 자체가 그처럼 과감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동방과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한 작품이지만, 그것 이상을 이 작품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공감대가 작품에서 어떤 의미를 창출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작품 중간중간에 나오는 찌르는듯한 한 문장들로 정리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기분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몇몇 출판 장르문학에서만 맛보았던 것입니다.
물론 이상이 작품의 높은 완성도와는 별개로 주최자의 취향의 영향 또한 다분히 반영된 평이라는 점도 인정될 법하겠습니다만, 미리 심사 방법이 공시되었으므로 흠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의도적으로 주최자의 취향에 이토록 맞출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작가의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마음의 지동설 - 장기짝: https://gall.dcinside.com/touhou/7946246
댓글에서 지적된 것처럼 티피 톱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지문의 내용이 직설적으로는 조금도 언급되지 않아도 그것을 잘 연상시킬 수 있음을 작품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티피 톱의 움직임을 지구에 대입해 보면, 지구가 자전을 멈추거나 즉각 거꾸로 하지 않고도 해가 뜨고 지는 방향이 바뀐다는 지극히 자명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사실 티피 톱도 『옛문명의 풀리지 않는 의문들』에서 접해 출제했고, 해당 파트는 지구에 그런 일이 여러 차례 일어났다고 하는 사이비 이론과 그 반박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에, 저는 사실 이 작품을 처음 읽으면서 꽤 놀랐습니다.
따지고 보면 제가 첫 장면에서 떠올린 지구의 자전축이 뒤집어지는 것과 작품이 실제로 그려낸 렌코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메리의 세계는 꽤 다르긴 합니다만, 렌코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복잡한 운동도 천동설의 주전원처럼 자전축의 복잡한 운동으로 투영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상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라는 레토릭은 무언가 매우 애절한 데가 있습니다. 그런 감정을 잘 그려낸 이 작품은 군더더기 없는 단편으로서 감질나지만 매우 깔끔하다고 생각합니다.
AMANOJAKU in Underland - 잉딱: https://gall.dcinside.com/touhou/7946462, https://gall.dcinside.com/touhou/7946479
평소부터 글을 참 잘 쓴다고 생각했던 작가입니다. 이번에도 필력과 구성에서 흠잡을데 없는 글을 보여주었습니다. 처음 읽어보면서 아쉬웠던 것은 '뒤집어진다'는 것 외에 티피 톱의 속성과의 연관성이 흡족하게 설명되거나 느껴지지 않는 감이 있다는 것입니다. 의뭉스러운 에필로그는 그래서 제시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처음 읽을 때에 썩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감평 가운데에 제시된 "환상향에서 돌든 지저에서 거꾸로 돌든 항상 같은 방향('잘못된' 방향)으로 돈다"는 해석은 매우 탁월하며, 작가의 의도대로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주제는 지문을 특출나거나 적어도 훌륭하게 활용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매우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다만 상술했듯 전달력이 아주 살짝 아쉬운 감이 있었습니다. 오히려 에필로그에 티피 톱이 언급되지 않았다면 여러가지로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돌과 종이와 아이패드 Pro가 전한다 - 패드쟝: https://gall.dcinside.com/touhou/7946641
흥미로운 형식의 글입니다. 하지만 그 서사 구조를 뜯어보면 정석적인 면모가 있습니다. 구조와 걸맞게 지문의 활용도 "멈추지 않고 뒤집어지는 티피톱"이라는 대표적인 속성을 충실하게 받아냈습니다. 위와는 반대로 전달력이 좋지만 약간은 평범한 것이었군요. 심사평보다도 제가 처음 참가했던 옛 팬픽 대회에서 굉장히 비슷한 주제의 작품을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환상향과 그 구성원'이라는 소재가 팬픽과 동인지를 불문하고 매우 전통적인 소재라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내용을 살리는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여기서는 필력에 더해 특이한 형식을 취했습니다. 무난하고 재미있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여러 달 - 초록목도리: https://gall.dcinside.com/touhou/7946695
이미 여러 감평이 지적했듯이 여러 이야기를 이리저리 배치해 직조물을 짜낸 이 작품은 특출난 기교를 뽐냅니다. 연작으로서 지난 작품에서 그려낸 매력적이고 독자적인 세계관을 이어오기도 했죠. 하지만 이 매력적인 세계관은 약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작품을 읽으며 구글링을 하게 만드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만, 전작을 다시 읽고 오게 하는 것은 조금은 귀찮은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감평 가운데에서는 마블 영화에 견준 경우도 있는데, 저도 상당 부분 동의합니다.
이 서사가 반드시 해당 세계관 안에서만 작동할 수 있는가도 생각해볼만한 문제입니다. 이 잘 직조된 이야기는 기교와 세계관뿐만 아니라 서사 자체로도 꽤 흥미롭습니다. 물론 해당 세계관에서 끄집어 낼 경우 상당한 대수술을 감행해야 합니다만, '더 이상 이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해야하지는 않을 정도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전 작품은 제가 볼 때는 그 자체로 상당한 완결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만, 이번에는 그에 비해선 연작으로서 뭔가 부족하단 느낌이 듭니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부분이 보다 에너지를 갖고 있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싶은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에너지는 글을 읽게 만드는 동력으로, 1편에는 그것이 상당히 충만했습니다만, 이번에는 시놉시스를 보지 않고는 고개를 조금 갸웃거리게 했던 것 같습니다.
역시 감평 가운데에서 지적되었듯이 지문의 반영이 약간 불분명한 것도 주최자로서는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래도 역시 이 세계관의 발전이 기대되는군요. 잘 읽었습니다.
아마노자쿠 - 아야벅지: https://gall.dcinside.com/touhou/7946818
뒤집어진다는 티피 톱의 속성이 여러 세이자를 불러내었습니다. 흠잡을 데 없음과는 거리가 있습니다만, 긴 분량의 초입부터 굉장한 과감함과 그에 걸맞는 에너지를 보여줍니다. 세이자의 행위를 보고 입 벌리지 않을 독자가 있을까요?
계속해서 글은 꽤 흥미진진함을 유지하지만 중반에 진입할 때쯤 되면 슬슬 흠결이 발목을 잡기 시작합니다. 저는 국립국어원이 정한 표준 맞춤법 규정에 문자주의적으로 천착하는 것은 단호하게 거부하지만, 그래도 특별한 문학적·비문학적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언어공동체의 기본적인 정서법(正書法)은 지켜주도록 합시다.
후반의 급전개는 조금 설득력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초반의 에너지가 그 예각을 유지하는데에 그쳐 위력이 감쇄되었습니다. 동시에 서사 자체도 그 파괴성에 비해 그에 걸맞는 특출남을 확보하지는 못했습니다. 이 경우 완급 조절 등의 구성과 기교, 그리고 보다 명확한 서사적 목표가 필요합니다. 주제의 경우 티피 톱의 '뒤집는다'는 속성에 아마노자쿠를 엮은 셈인데, 그 존재 이상의 연관을 맺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단점을 극복해 장점을 발전시켰으면 좋겠다는 느낌입니다.
잊혀진 - 아이디어뱅크: https://gall.dcinside.com/touhou/7946873
서사는 전통성이 있는 것으로, 특출나진 않지만 무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에 있어서 문체는 역시 무난합니다. 비록 크게 흠잡을 데 없고 차분한 분위기에도 잘 어울렸지만, 양쪽 다 무난한 상황에서 루즈한 감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지문을 사용하는 방식에서 사실상 티피 톱이 아닌 그냥 팽이를 사용한 것과 같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습니다. 정방향 이야기를 넣었지만 조금 억지스럽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무난하지만 조금 싱거운 글이었습니다.
살별 - 주최자 출품작 1: https://gall.dcinside.com/touhou/7946865
본문에 썼듯이 2016년에 이미 쓴 글입니다. 『옛문명의 풀리지 않는 의문들』에 크게 빚진 글로, 정확히는 해당 책 상권의 "천문의 관측" 장, 그 가운데에서도 '여호수아의 긴 낮'과 '베들레헴의 별' 파트입니다. 아마노카가세오노미코토는 삼월정에 나왔고, 빗자루가 신물이라는 것은 아마도 미쓰다 신조의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에서 얻었을 것입니다. 1577년의 대혜성은 월간 뉴턴의 어느 호에서 봐서 기억했을 것입니다. 감정 묘사는 스스로도 불만이 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스스로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상해홍차관 - 주최자 출품작 2: https://gall.dcinside.com/touhou/7946867
본문에도 써놓았듯이 홍마관과 제국의 시대, 특히 그 환상들이와 시대의 종말을 엮는 것은 진지한 아이디어입니다. 제가 볼 땐 너무 뒤늦어보이지만, 홍콩의 반환을 제국의 종말로 보는 수사법은 그때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지요. 홍콩의 속성을 상하이 조계지와 비슷한 제국적 경계지로 본다면 그것은 어떤 면에선 일리 있는 말이 됩니다. 2002년 기준으로 '얼마 전'에 환상들이한 서양+중화풍의 기묘한 집단이 상해홍차관이라는 곡을 쓴다. 전 맞아떨어진다고 봅니다.
홍마관의 항해-여정을 (넓은 의미에서) 낭만화하면서 홍마관이 상징하는 제국주의가 낭만화됐다는 지적은 적절합니다. 저는 홍마관을 말만으로 제국의 잔재로 하지 않기 위해 꽤 노력했습니다. 베이징, 도쿄, 첸나이가 아닌 페킹, 토쿄, 마드라스인 이유도 그것인데, 특히 페킹은 리처드 도킨스가 그의 명저 『지상 최대의 쇼』에서 완전히 뜬금없는 맥락의 주석으로 자기는 꿋꿋하게 페킹, 봄베이, 도나우, 비엔나, 뮈니히, 모스카우라고 부르겠다고 떼를 쓰는 것에서 따왔습니다. 나머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봄베이는... 그는 훌륭한 과학자이자 위대한 과학저술가이지만, 동시에 인문학에는 거의 조예가 없으며 국뽕에 가득찬 영국인입니다. 저는 페킹을 이 적당히 불온한 사례에서 따왔지만, 글을 쓰고 난 후 그보다 훨씬 불온한 목적으로 페킹을 사용하는 예를 몇몇 발견해서, 조금 후회가 됩니다.
저는 제국의 시대를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서 그려냈다고 생각합니다. "지배는 지배에 불과하다." 제가 이것을 직접적으로 미화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포함한 모든 삶을 약간은 실존적인 견지에서 '운명'으로 낭만화 했죠. 그 과정에서 홍마관의 환상향 진출 과정에서도 나타나는 폭력성은 의도적으로 기피했습니다. 댓글에서도 밝혔듯이 모리 카오루 선생을 전범(典範)으로 삼았죠. 이것은 아주 틀린 말도 아니고 반드시 위험하다고 받아들여져야 할 것도 아닌 게 분명하지만, 일정한 위험성을 내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것은 굳이 부정될 몫도 아니고 감수하지 못할 몫도 아닙니다. 저는 총체로서의 제국의 운명을 항해라는 주제가 주로 그려낼 소재로 삼았고, 그것 없이는 소재의 자리가 비어버리니까요.
다만 작품을 쓰면서 '폼을 잡는' 데에 주력했지 스스로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여태까지 제가 스스로 만족한 작품들보다 고평가하는 감평은...조금...충격적이었습니다...
수고해주신 참가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것으로 제4회 모티브 팬픽 대회를 폐회합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최고야
주최자분도 참가자분들도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 dc App
정말정말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제가 받기에는 정말 과분한 평가와 감평에 정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엉엉 - dc App
대회 수고하셨고 감평 또한 감사드립니다. 시간을 들여쓴 앞부분과 마감에 쫓겨 급하게 쓴 뒷부분의 차이는 같은 글이어도 어마어마한거 같습니다. 티피톱의 주제는 아마노자쿠의 뒤집는다 말고도 다른 요소들이 있었지만 역량부족으로 내용에 잘 담아내지 못했네요. 다시한번 대회 및 감평 감사드립니다
장문의 감평에서 주최자님의 노고가 생생하게 전해집니다. 부족한 글에 과분한 평가를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상했던 만큼 지나치게 무난한 글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미흡함을 받아 들이고 다음 모팬대에는 더욱 정진하여 돌아 오겠습니다.
주최자님의 논문을 보면서 동방에 대한 애정을 키워나갈 수 있었고, 그것을 지지하는 마음을 담아 글을 썼는데, 미흡하지만 어느 정도는 전달이 된 것 같아 기쁩니다. 처음으로 소설이란 걸 쓰게 만들었던 기회도 모팬대여서 이번 대회는 여러모로 잊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노고에 고생하셨고 감사드립니다.
정말 재밌는 이벤트였어요! 덕분에 즐겁게 글도 써보고 감평도 들어보고 진귀한 경험 했네요. 앞으로도 이런 대회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dc App
아니 ㅋㅋ 왜 저런 제목의 책에 티핑톱 이야기 나오나했는데...띠용 ㅋㅋ 수고많으셨습니다~~ 상금은 다음 대회나 다른 용도로 써주십시오~
재밌는 대회였습니다. 수고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