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image.php?id=39b2c52eeac7&no=24b0d769e1d32ca73dec80fa11d028316f56ba15eaa5e1d2899cddb8daa43bad29d21a18cd482c13f2c3acc93dcf8d1c45c518d2bedda2dddc41e84eeef920fe9e


랜팬대 출품작 링크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touhou&no=8005470


상품공지 글 참고 : https://gall.dcinside.com/touhou/7986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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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점기준은 이전글 참조 (분량 때문에 자름)


감평글 (1) : https://gall.dcinside.com/touhou/8044044

감평글 (2) : https://gall.dcinside.com/touhou/8044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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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 발표>

1등 : 환상유령악단 (ㅋㅌㅊㅍㅊ)

2등 : 최고의 음악 (카라니아)

3등 : 이름의 자살 (쓸개천냥)


웃음상 : 여름날, 만년 묵은 토끼와 괴짜 신의 시답잖은 해프닝 (볼짤용계정)

아이디어상 : 희극의 탄생 (초핫)

당신의더나아진미래를상상 : 시간선 (마리사)


<감평대회 수상>
hukseol 
https://gall.dcinside.com/touhou/8009834
ㅇㅇ
https://gall.dcinside.com/touhou/8012145
https://gall.dcinside.com/touhou/8016702
https://gall.dcinside.com/touhou/8037845
조각이
https://gall.dcinside.com/touhou/8035643

ㅇㅇ(1.218)

https://gall.dcinside.com/touhou/8043535


*1~3등 수상자는 갤로그에 비밀글로 계좌번호/원하는 책 1~3지망 (없을 시 기프티콘 대체)/배송지 주소&핸드폰 번호 적어주세요


*감평대회 수상자는 갤로그에 원하는 책 1~3지망 (없을 시 기프티콘) / 배송지 주소 & 핸드폰 번호 적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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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츄리의 고민 (야완 / 파츄리 & 케이네 / 락)


파츄리 하나만 놓고 보면, 소악마와의 만담이 흥미진진하면서 귀여운 소녀감성을 한껏 살려내고 있다고 생각되네요. 들키고 싶지 않은 것을 친한 친구에게 들켜 어쩔 줄 몰라하는 소녀의 당혹스러움이 글 전반에 잘 묻어나 있습니다. 처음 쓰는 글이라고 하지만 글의 기본은 충실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면의 구분, 대화나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 매끄럽게 주고받는 캐릭터들 사이 대화 등등, 글에 몰입하고 내용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요소들은 다 구비되어 있어요.


아쉬운 점이라 하면 역시 묘사겠죠. 1인칭 주인공 시점의 글을 쓸 때 가장 함정에 빠지기 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캐릭터와 나를 일치시켜 내 생각을 캐릭터의 생각처럼 적어내려가다 보니, 내 생각 속에만 있는 것들 즉 독자들이 알지 못하는 것들을 놓치고 가는 것이죠. 배경이나 행동 등의 묘사가 그런 것입니다. 독자에게 보여지는 것은 온통 캐릭터의 대화와 생각 뿐이다 보니 이 캐릭터가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까지는 생각이 닿지 못하는 것이죠. 똑같이 10마디를 하더라도, 그 사이사이에 집어넣는 묘사에 따라 10여분에 걸친 긴 흐름의 대화가 되기도 하고 10초만에 속사포처럼 쏟아놓고 끝나버리는 랩배틀이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그 정도로 디테일한 묘사는 내용 몰입과 이해에 중요한 것이죠. 어렵더라도 전지적 시점 묘사 같은 것을 도전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구성 또한 열린 결말 형식으로 끝을 맺고 있는데, 열린 결말이라는게 잘 쓰면 여운을 남기며 기억 속에 오래 가는 작품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저 미완성이라는 인상과 함께 허무함과 의문만 끝에 남게 됩니다. 작품 내에 등장한 파츄리의 고민은 어떤 해결의 키워드도 잡아내지 못하고, 그렇다고 레밀리아와 오해를 풀거나 한것도 아닌데 글이 중간에 끝나버립니다. 케이네가 새로운 해결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지만 거기서 끝날 뿐, 이야기에서 중심 소재로 등장한 갈등은 끝까지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습니다. 심지어 파츄리가 레밀리아에게 들킨 것도 무엇인지 맥거핀으로 남아버렸으니 이 이야기가 미완성이라는 인상은 더욱 짙어지는군요. 파츄리와 코아의 만담 만큼 마지막까지 기합이 들어갔으면 더 좋았을 겁니다. 파츄리와 케이네가 주인공임에도 케이네의 비중은 거의 없고 중간중간 얼빵하게 귀여운 모습을 보이는 소악마가 더 주인공 같아 보이는 점은, 작가님도 의식하고 있는 아쉬운 점 같으니 굳이 더 지적하지 않겠습니다.


첫 시도 치고는 나름대로 잘 정돈된 작품이네요. 작품마다 더 긴 시간을 투자하고, 더 많은 작품을 완성해내다보면 위에 언급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그런 작품이 나올 것이라 기대됩니다. 그런 작가님의 발전된 모습, 더 좋아진 작품을 보게 되길 바라며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완성도 : 2점

개연성 : 5점

재미 : 4점

참신함 : 3점


계 : 14점


에코즈와 도파민 (프리파라 / 카나 아나베랄 & 클라운피스 / 희) [구작]


전반부와 후반부의 감상이 크게 다른 작품입니다. 아마도 나쁜 의미로요. 전반부는 감정과 광기, 두 가지 요소를 제대로 버무려 쾌락에 중독되어가는 요정의 심리를 세밀하게, 몰입감 있게 표현해냈습니다. 마치 마약 중독자를 보는 것 같아요. 사채꾼 우시지마에서 도박과 마약에 빠져 OL에서 폐인이 되어가는 여자처럼, 점점 더 큰 쾌락을 추구하며 일상의 소중함을 잊고 쾌락 그 자체에 매달리는 클라운피스의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자신의 쾌락을 방해하는 주변인들에게 짜증을 낸다던가, 현실에서 마약을 대체할 쾌락을 찾기 위해 극단적인 이상행동을 저지른다거나, 때론 폭력성이 발현되기도 하고, 눈앞에 꽃밭이 펼쳐진다느니 정말 작가분이 중독 경험이 있었던게 아닐까 싶었을 정도로 변화 과정이 리얼하더군요. 광기 속에 망가져가는 일상, 다음 전개가 절로 기다려지는 부분이었습니다. 


소령 카나 아나베랄의 경우도, 난데없이 클라운피스에게 마약 같은 쾌락을 선사해주는 이유가 계속 궁금했는데 중간에 자신에게 완전히 의존하게 된 클라운피스를 쎄게 통수치며 본심을 드러내는 장면도 꽤 소름끼쳤습니다. 클라운피스가 쾌락을 통해서밖에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된 캐릭터라면, 카나 아나베랄은 타인에게 쾌락을 주는 자기 능력 때문에 행복도 쾌락도 느끼지 못하게 되어 망가진 캐릭터입니다.  뒤틀릴 대로 뒤틀린 카나의 범행 동기는 불안불안하게 유지되던 작품의 분위기를 단숨에 어두운 나락으로 추락시키며, 쾌락이라는 소재와 모순되는 분위기로 하여금 작품 속 광기를 더해갑니다. 꿍꿍이가 있을 거라는 예상은 했었기에 그다지 놀라운 반전은 아니었지만, 서로 다른 형태의 광기가 충돌하며 피가 튀어오르는 장면은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나 다름 없게 느껴졌습니다. 엄청난 흡입력이더군요.


하지만, 이 부분을 지나고나서부터 글의 분위기는 갑자기 뒤바뀝니다. 광기의 충돌, 정체를 밝힌 뒤틀린 범죄자, 이후로도 계속 망가진 유령의 피카레스크가 이어질 것만 같았는데, 삼요정과 레이무가 등장하고서부터 작품 분위기는 갑자기 소년만화풍이 되어버립니다. 난데없이 등장해서 어이어이 굉장하다고!를 외치며 응원하는 요괴들이나, 사실 이 악당도 불쌍한 녀석이었어...식으로 이어지는 전개, 거기에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퇴치당함으로써 구원받는 듯한 서사까지. 여태까지 달려왔던 내용은 뭔가 싶을 정도로 맥이 빠졌습니다. 턱시도를 입고 츄리닝 바지를 입은 것 같은 어색함입니다. 마지막에 진정한 행복을 얻게 되어 죄를 뉘우치고 죽는다는 스토리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연결 방식이 너무 부자연스럽습니다. 앞부분에서 클라운피스가 미쳐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낸 것에 비해 카나가 개심하는 과정도 지나치게 갑작스럽고. 작품의 주인공은 악령 카나 아나베랄인데, 레이무의 깜짝 선물과 몇 마디 일침으로 그 악인이 갑자기 마음을 고쳐먹어버리니 오히려 일침으로 사람을 개과천선시키는 레이무가 더 주인공 같이 느껴졌습니다. 탄막 전개나 육탄전 묘사도 꽤 정교하긴 했는데, 그런 이질감 때문에 제대로 집중해서 읽지 못했습니다. 꽁꽁 언 고기를 너무 급하게 해동하려 하면 육즙이 다 빠져 맛없어져버리죠. 처음에 그려내려 했던 카나의 광기와 뒤틀린 욕망에 집중하여, 그 얼어붙은 마음이 녹아내리는 과정을 좀 더 천천히 다뤄나갔더라면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소년만화 같은 연출도...제외하고요.


완성도 : 4점

개연성 : 4점

재미 : 4점

참신함 : 6점

+10% Bonus


계 :19.8점


희극의 탄생 (초핫 / 미스티아 & 코코로 / 로)


한편의 노가쿠를 보는 듯한 작품, 아무 방해도 없는 공간 속에서 조용히 전개되는 극중극이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것 같네요. 모토네타는 물론 일본 문화와 역사, 신화 등에 모두 정통하지 않고선 나올 수 없는 수준 높은 작품입니다. 고풍스러운 문체하며, 극중극이던, 현실에서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마다 힘이 실린 캐릭터들의 묘사는 읽는 것만으로 박력이 느껴지더군요. 절로 숙연해지며 극중극을 관람하는 관객 중 하나가 되어 입을 다물게 됩니다. 집중하게 됩니다.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됩니다. 실제 노가쿠는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이 작품은 그런 제게 대리 체험을 시켜주는군요. 연극을 이토록 정밀하고 사실적으로 글로 묘사하실 수 있다니 정말 굉장합니다.


처음 읽었을 때 이 작품에서 미스티아가 중요한 역할인가? 왜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난데없이 코코로를 상대하는 배우로 등장해서 그녀의 연기에 맞춰주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마지막에 극이 중단되고 미스티아가 존재 이유를 밝히는 순간 저는 다시 한 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코와 오키나의 예술에 대한 가치관 - 장애가 예술을 완성시킨다는 기이한 가치관에 맞춰 코코로로 하여금 눈이 멀게 하기 위함이었다니. 이 얼마나 비인간적이면서 뒤틀리고, 동시에 강한 집착이 느껴지는 예술가의 혼인지. 여기에 휘둘려 버린 코코로나 미스티아가 불쌍하긴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 밝혀진 둘 사이 연결고리는 동방을 10년간 파며 어디서도 듣도보도 못한 참신한 아이디어였습니다. 


아쉬운 것은 이 소설 또한 마치 미완성인 것 같은, 작품의 중간만 툭 잘라놓은 인상을 주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미스티아와 코코로의 연결고리-타인의 뒤틀린 예술관 자체는 훌륭한 아이디어였지만, 그 아이디어를 뒷받침 해주는 설명이 너무 미흡했습니다. 왜 오키나는 갑자기 그런 공연을 준비하게 된 것인지, 미스티아는 어떻게 둘에게 협력하게 된 것인지, 그 자초지종을 알 수 없으니 난데없이 공연을 펼치는 둘의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초반에 미스티아가 왜 공연을 하고 있지? 하고 의문을 품게 된 것도 이 때문이었는데 진실이 어느 정도 밝혀진 뒤에도 끝까지 그 의문이 해결되지 않아 찝찝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오키나&미코가 역정을 내고 떠난 뒤의 둘은? 아무 설명도 없이 시작된 극이 아무 설명 없이 끝나버리니 열린 결말이라 보기도 조금 미묘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감정을 감추는 것과 눈을 멀게 하는 것이 어떤 상관관계인지, 그에 대한 떡밥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네요. 이는 미스티아가 어쩌다 끌려오게 되었나와도 연관이 되는 것입니다. 장애가 예술을 더욱 완벽하게 한다고 하는데, 여기서 기존에 코코로가 가지고 있었던 미흡한 점은 극중 자신의 감정이 드러난다는 것이었겠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미스티아를 부른 것일텐데 눈을 멀게한다 => 감정을 지울 수 있게 된다?  눈이 먼다 => 장애 => 완벽해짐 => 감정을 지울 수 있게됨 이라고 글에서 드러난 일련의 키워드를 이용해 상관관계를 설명하기엔 납득이 힘들었습니다. 극중 중단되어버린 노가쿠처럼, 극중극과 함께 이 글도 중단되어버린 것 같군요. 훌륭한 진주를 찾았는데 반쪽밖에 없는 느낌, 그런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완성도 : 3점

개연성 : 5점

재미 : 5점

참신함 : 7점


계 : 20점


이름의 자살 (쓸개천냥 / 유메미 & 토라마루 / 애) 


꿈의 세계라는 소재를 이용해 구작 결계를 넘어 둘을 자연스럽게 이어주고, 거기에 이름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이름이 부여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고찰해보게 만든 짧지만 철학적이고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에서 두 주인공은 각각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름을 내건 싸움을 펼치게 됩니다. 유메미는 꿈의 세계의 나와 현실 세계의 나 사이에서 존재를 건 싸움을, 토라마루는 더이상 잡요괴 1이 아닌, 비사문천 대리라는 무거운 이름을 내건 자로서 이름에 걸맞는 품격을 가지기 위한 내면의 싸움을. 이를 종합하면 이름은 나를 나로 존재할 수 있게 하는 것인 동시에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할 지 방향을 정해줍니다. 다른 말로 하면 모든 존재는 이름이 부여되는 순간 존재하는 동시에 이름에 귀속된다고 볼 수 있겠네요. 동방프로젝트에 등장하는 여러 종족들 - 요괴, 신, 요정 등 환상 속 존재들은 이 이름과 관련이 깊은 존재들입니다. 단순한 자연 현상에 이름이 붙여져 탄생한 존재들이니 말이죠. 그렇기에 이름의 중요성을 다루는 이 작품의 주제는 동방프로젝트 전체를 꿰뚫는 핵심 사상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타인의 이름이라도 빼앗아야 하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이름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매 순간 순간 긴장 속에 살아가야 하죠. 우리야 본분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한다고 해봤자 고작해야 잔소리나 문책을 듣는 수준에 그치지만 저들은 순간의 실수가 죽음과 이어지니까요. 이름이 마음에 안들면 얼마든지 갈아 치울 수 있는 현대인으로서 이해하기 힘든 무거운 내용입니다. 


유메미끼리의 싸움은 전투 묘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는 이름을 걸고 싸우는 서로 다른 두 존재의 생존 본능을 더욱 처절하게 부각시켜줍니다. 단 한 번의 싸움으로 상대의 모든 것을 가져가거나, 내 모든 것을 빼앗길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싸움입니까. 더욱이, 전투가 진흙탕 싸움이 됨에 따라 묘사는 1인칭에서 3인칭으로, 누가 진짜인지 헷갈리게 바뀝니다. 여기서 독자가 생각할 수 있는 결말은 정해져 있죠. 어느 쪽이든 이기는 쪽이 진짜가 되는 결말이겠지? 사실 틀린 말은 아니죠. 역사는 승리자에 의해 쓰여지는 것처럼, 이름을 쟁취한 자가 곧 진짜가 되니까요. 이름을 빼앗긴다는 것이 얼마나 잔혹한 일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죽은자는 말이 없고, 관찰자는 과거에 연연하는 일 없이 현재의 결과에 승복한다. 즉, 패자의 손을 들어주는 이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 고독, 절망, 이런 감정조차 금세 무로 돌아가고 남은 것은 진짜가 느낄 승리의 기쁨 뿐. 내가 '무'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요? 상상조차 하기 싫어집니다.


이후 토라마루가 등장하는 파트는 토라마루의 속마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토라마루는 자신의 이름에 걸맞게 선을 행하려 했는데, 결과적으로 악행을 저지른 것이 되었죠. 이 때 그녀가 느낀 죄책감은 자기혐오와 반성으로 그치지 않고,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행위=죽음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다소 극단적인 사고라고 볼 수도 있어요. 한 번의 실수로 자살했다고 생각해서 생을 포기한다니, 하지만 죄를 저지른 것이 잔혹한 요괴이길 그만두고 비사문천이라는 이름을 업기로 결심한 토라마루라는 캐릭터이기에 이런 사고방식도 받아들여질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 느낌이었겠죠. 이전의 이름은 스스로 버렸고, 지금의 이름은 더 이상 짊어질 수 없게 되었으니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는것처럼 느껴졌겠죠.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현실이, 자신의 실수로 인해 벌어진 것이니 총으로 스스로를 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 겁니다. 명련사에 있는 인물들 중 가장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과거와 현재를 살았고, 살고 있는 캐릭터이기에 그녀가 실수로 인해 느꼈을 좌절감은 충분히 글을 타고 제게 전달되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토라마루가 과거에 어땠는지, 요괴로서 악행을 삼아오던 그녀의 모습을 좀 더 그려내었다면 이름의 자살이라는 말이 가져다주는 느낌을 좀 더 가져다줄 수 있었을텐데 살짝 아쉬웠습니다.


매력적인 철학적 네타를 들고와 진지하게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준 좋은 작품입니다만, 이밖에 아리송한 점은 또 있었습니다. 유메미 파트는 이름 쟁탈을 놓고 갈등하는 주체가 오직 유메미 뿐이고, 토라마루 파트도 마찬가지로 이름의 자살에 대해 갈등하는 주체가 토라마루 본인입니다. 유메미의 행동에 토라마루가 끼어듦으로서 둘이 연결되긴 했지만 나의 이름을 타인에게 빼앗기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논하는데 토라마루의 존재는 필요 없고, 마찬가지로 이름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를 고찰하는데 유메미의 존재는 크게 필요 없죠. 요는 둘의 이야기의 교집합 부분이 너무 적다는 것입니다. 다른 작품들처럼 두 주인공이 함께 엮이면서 갈등이 생겼다 풀리고, 생각을 교환하거나 고쳐먹는 등 유기적인 상호작용이 이 작품에선 거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같은 키워드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다루는 둘을 더 깊이 있게 엮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아쉬운 점만 빼면 깔끔하게 집필한 좋은 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완성도 : 4점

개연성 : 6점

재미 : 5점

참신함 : 6점

+10% Bonus


계 : 23.1


달토끼는 오늘도 하루를 보낸다 (여선자 / 세이란 & 후토 / 로)


자극적인 소재와 흥미로운 주제를 가지고 밑도 끝도 없이 찝찝한 비극적인 분위기 연출에 올인했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입니다. 앞으로 나아갈 수록 갈등이 해소되기는 커녕 점점 심각하게 얽혀만 가고, 끝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번지는 글의 전개는 개인적으로 취향이기에 꽤 재밌게 읽었습니다. 심연을 들여다보는 자, 심연에 빠지지 않게 조심해야 되고 괴물을 상대하는 자는 괴물이 되지 않게 조심해야된다고 하죠. 끝없는 증오심 속에 결국 자신이 증오하는 이들과 다를 바 없는 존재가 된 후토의 모습이 안타깝게 다가왔습니다. 일단 보여주기식으로라도 나름대로 균형과 조화를 맞추며 살아가는 공동체 속에서 공동체의 룰을 따르길 거부하고 모두를 적으로 돌리려 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죠. 타협하지 않는 극단주의자를 받아줄 공동체 사회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결국 스스로 자초한 비극이에요.


스토리랑 글의 분위기는 개인적으로 꽤 마음에 들었는데, 다 읽고 났을 때 여운보단 아쉬움이 더 오래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한껏 기대에 부풀어 개울에 다이빙 했는데 발목까지밖에 물이 안 왔을 때, 그 때 느껴지는 실망감이 이 글에서도 느껴졌습니다. 이 말은 캐릭터들의 심리변화나 행동 동기 묘사가 지나치게 얄팍했다는 뜻입니다. 먼저 후토는 계속해서 악몽에 시달리며 요괴에 대한 증오심이 커져가고, 종국엔 이성조차 마비되어 버리는데요 이 과정이 지나치게 빠르게 전개되어 후토의 심리를 따라잡을 수 없었습니다. 토지코와 관련이 있는 것 같긴한데 꿈의 내용도 제대로 알 수 없고, 힘들어 하는 모습은 눈에 보이지만 도대체 왜 저리 힘들어하는지 단서는 희박하고, 아무 이유 없이 그냥 후토가 미쳐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멀쩡히 경단을 사먹으러 가서 사소한 농담도 던질 정도로 적의가 옅었는데 왜 갑자기 자신을 걱정해주는 이한테 폭언을 던지고 자신을 죽여보라 도발하는 걸까요? 세이란이 처음부터 후토를 적대했더라면 납득이라도 갔을 법한데, 아무리 봐도 급발진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세이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대사묘 인원들을 얼마나 알았다고 마치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것 마냥 후토를 감싸주고 위로해주려 하다가, 후토가 몇 번 튕기자 급변해서 후토를 죽이는데 동참하게 됩니다. 이것도 너무 급발진하는 것이 아닌지... 그다지 친하지도 않은 사람을 챙겨주겠다고 나서놓고 그 도움의 손길이 몇 번 거부당하자 거리낌없이 죽일 정도로 냉담해진다는건 정상적인 사고 범주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네요. 그밖에 떡밥을 품은것처럼 하고 중간부턴 잊혀진 토지코라던가, 마치 처음부터 죽일 생각이었던 것처럼 옳거니 건수를 잡아 후토를 죽게 하는 세이가나, 이를 납득하는 미코나, 납득할만한 사연이 있는 등장인물이 한 명도 없습니다. 비극으로 잘 포장되어 있지만 포장을 뜯어보면 안에 알맹이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네요. 이 글의 중심 내용은 자신이 믿는 정의에 의해 악으로 타락하는 과정입니다. 그렇다면 그 중심 내용에 맞게 과정의 디테일에 초점을 맞춰 타락과 관련된 동기를 캐릭터마다 심어주어야 했다고 생각되네요. 개인적으로 많은 분량 = 좋은 글 이라고 생각하는 쪽은 아니지만, 내용과 주제에 따라 만족해야할 최소 분량은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게 궁금할까? 싶은 쓸데없는 정보까지 글로 일단 적고보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살을 붙이는 건 어렵지만, 일단 다 적어놓고 불필요한 것을 순서대로 쳐내는 과정은 훨씬 쉽거든요.


완성도 : 3점

개연성 : 4점

재미 : 4점

참신함 : 5점


계 : 16점


텐시의 일상 (하이야이얀 / 도레미 & 텐시 / 로)


꿈이란 소재를 자라면서 거의 잊혀져 버린 어린 날의 추억, 그리고 어린아이의 순수한 정신과 연결지어 지어낸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이라 하면 과거/현재의 텐시겠죠. 지상인에서 천인으로,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하였지만, 속엔 여전히 어린 시절 품었던 감정과 약속을 잊지 않고 지켜온 텐시. 천인이랍시고 한껏 잘난척 하면서도 어린 시절 만났던 소중한 사람과의 재회에 눈물을 쏟는 텐시의 모습이, 천인이면서 천인답지 않은 텐시의 성격을 긍정적인 측면에서 재조명해주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천인이라면 굳이 천한 지상에서의 기억, 만남에 연연할 필요가 없죠. 지상인들은 수행도, 덕도 쌓지 못한 모자른 존재들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텐시는 잊지 않고 자신에게 한 마디 따듯한 격려를 건네준 사람을 계속 찾아다녔습니다. 설령 그것이 한여름밤의 꿈처럼 흐릿한 기억속에 벌어진 일인데도 말이죠. 갸륵하면서 순수한 텐시의 마음씨에 읽으면서 절로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이 이야기는 현실파트와 꿈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꿈 파트는 주인공 둘의 연결고리와 함께 글의 주제가 제시되는 핵심 파트로, 이곳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고 마무리 됩니다. 이와 대조되는 현실파트는, 핵심 내용과 큰 연관은 없지만 꿈 속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캐릭터들의 성격을 제시하는 역할입니다. 환상향 캐릭터 설정은 작가마다 전부 다르죠. 아무런 설명 없이 다짜고짜 본론-꿈 이야기부터 시작했더라면 작가가 생각한 환상향은 어떤 모습인가, 텐시와 도레미에 어떤 설정을 부여했는가, 이런 이야기의 틀을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실 파트의 묘사가 있었기에, 독자는 이곳이 정사에 편입된 사이드 스토리에 가깝다는 것, 텐시도 도레미도 우리가 아는 모습 그대로지만 둘 사이에 우리가 모르는 커넥션이 숨어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캐치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독립적인 이야기로 전개 되면 두 파트 사이 간극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화환이라는 소재를 통해 두 세계를 연결하고, 텐시의 감정을 동기화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메인요리를 내놓기에 앞서 전채로 입맛을 돋우고, 깔끔한 후식으로 마무리했다는 느낌이네요. 어색하지 않게 연결된 이중 구조가 마음에 드는 글입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그 연결 다리가 아주 자연스러웠다고 하기엔 조금 빈약한 느낌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화환이라는 소재가 꿈 속 텐시와 현실 텐시의 감정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작용했지만, 그로 인해 텐시가 현실에서 긍정적인 감정 변화를 겪긴 했지만 그 긍정적인 변화가 왜 필요했는지 작중에서 충분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과거의 어렴풋한 기억이 자꾸만 떠올라 신경쓰였다던가, 그런 묘사가 있었더라면 텐시가 왜 도레미를 만났을 때 감정이 격해졌는지, 또 꿈에서 깨어났을때 왜 기분이 좋아졌는지 더 자연스럽게 납득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또 현재 시간대의 도레미와 텐시를 이어준 과거의 텐시(꿈 속)이라는 존재가 둘의 재회가 이루어진 뒤 공기가 되어버린 것도 신경쓰이는 요소였습니다. 과거의 텐시는 그 존재 자체가 추억, 약속을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일텐데요. 이후 급하게 본론으로 들어가느라 그녀의 존재를 내쳐버린게 못내 아쉬웠습니다. 둘이 만나고 난 뒤 꿈속 텐시는 어떻게 된 거지? 그녀는 어쩌다 꿈 속에 나타나게 된 거지? 다 읽고나서도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계속 솟아났습니다.


전체적으로, 캐릭터들의 특색을 낭만적으로 묘사한 아름다운 글이나 군데군데 느껴지는 부실함이 불협화음으로 작용해 조화를 흐트러트리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파트간 유기적인 요소가 좀 더 강화되었으면, 그리고 낭비되는 재료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네요. 


완성도 : 4점

개연성 : 5점

재미 : 4점

참신함 : 5점


계 : 18점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