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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또 한걸음. 생각이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시간은 15시 10분 어쩌면 5분정도 더 지났을지도 모른다. 한낮의 따뜻한 햇살, 기분좋게 불어오는 5월의 포근한 바람에 왠지 느긋해져 걸음을 늦춘다. 기다리고 있을 메리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차피 늦은건 늦은거고, 생각의 쓰레기장이 되버린 머리의 정리를 위해 점점 느리게. 발걸음을 움직인다.
'어쩌면.'
'푸앵카레의 재귀정리를 생각 해보면 나는 아직 늦은게 아니야. 10^10^10^10^12년에서 15분을 뺀 만큼이나 시간이 남은거야.'
이런 말도안되는 변명이나 떠올리며. 사고의 한켠에선 과거의 기억을 들추고 있다.

히로시게. 오는길에 역에서 우연히 마주친 그녀석을 본 뒤로 온통 작년의 생각 뿐이다.
'그것도 이맘때 쯤이었나.'
  도쿄에서 메리와 보냈던 시간들, 떠올리다 보면 어쩐지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그때의 난 어떤 눈으로 메리를 보았었나? 지금 생각해보면 잘 떠오르진 않는다. 그저 마음이 잘 맞는 친구 정도의 관계였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메리의 모습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메리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 가슴이 조여와서 진정할수 없게 되버렸다.

골목의 끝이 보인다. 사람이라곤 오직 나밖에 보이지 않는, 조용한 이 거리의 적막함은 여기까지다. 아쉽지만 인적 없는 주택가를 빠져나와 조금 큰 거리로 나왔다. 최단거리로 메리에게 향한다. 시간은 15시 20분 어쩌면 14시 80분, 22시 111분 1911시 20과 20과 153, 1과 10분. 지금은 8cb년f월61일. 힘든시간이 나를 통과한다. 거리는 멀어지고, 아니 다시 다가온다. 나는 움직이니까, 나에게 다가와. 멀리서도 보이는 아름다운 금발과, 살짝은 화난듯한 황색의 눈동자. 다리를 점점 빨리 움직인다. 온 힘을 다해 살아있다고 말하는 나의 신경을 총동원해 하반신을 흔들고있다. 거리가 가까워진다. 메리. 너는 기다려주었구나. 오늘도. 또한번.

"정말, 렌코! 또 지각이야!"

  화난듯 보이지만, 그 모습마저 귀엽게 보이는건 놀라운 진화의 결과. 나는 오늘의 계획을 늘어놓으며 자연스럽게 말을 돌리고 메리의 표정을 살핀다. 몰려오는 사랑스러움에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메리는 여전히 불만이 가득한 모양이지만 모두 받아줄 준비는 되어있다. 한참을 걸으며 대화를 하다보면, 어느세 메리의 표정은 풀어진지 오래다. 이제 나를보는 눈을 자세히 살펴본다. 아름다운 금색의 눈동자. 수정같이 빛나는. 티없이 맑은 눈. 나를 향한 너의 시선. 메리. 너는 어떤 눈으로 나를 보고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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