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개그

* 캐붕 주의

* 전에 푼 썰 이어서


오오카네히라는 죽 늘어진 복도를 따라 걷다가 이내 텅 빈 복도를 발소리로 채우며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방 앞에 도착한 그는 숨을 들이 쉬더니 장지문을 힘차게 열고 큰 소리로 외쳤다.


“우구이스마루! 우구이스마루 여기 있는거냐!”

“그렇게 큰 소리 내지마. 귀가 아프잖아.”


우구이스마루는 문 쪽을 한 번 처다보더니 시선을 다시 찻잔으로 향했다.


“너는 이런 때 까지 차를 마시고 있는거냐? 지금 주인이 사라졌다고!”

“아아. 그거라면 걱정 할 필요 없다. 주인은 나와 함께 있으니.”

“그러니까 너도... 잠깐, 뭐라고?”

“주인은 내가 데리고 있다고 했다.”

“뭐야 그랬던거냐... 가 아니잖아! 주인이 없어졌다고 다들 난리도 아니라고! 어쨌든 천하오검보다 내가 더 빨리 찾아서 다행이군.”

“그래, 주인에 대해서는 걱정 할 필요 없다.”


오오카네히라는 그저 태평스럽게 차를 홀짝이는 우구이스마루가 답답했다. 지금도 다른 검들은 주인을 찾아 혼마루를 샅샅이 뒤지고 있다. 특히 초기도와 단도들은 주인이 사라졌다는걸 알자마자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사방팔방을 뛰어 다니고 있고 평소에는 느긋하던 헤이안 검들도 나름대로 찾으려는 노력은 하고 있다. 우구이스마루만 제외하고. 그리고...  

“아루지! 아루지이이이! 어디 계신겁니까! 이 하세베를 두고 가지 말아주십시오!”

“히끅... 뭐어야! 당신도 내가 노답칼이라서 버리고 가는거냐아아! 흑... 노부나가 공...”

“너는 지금 주인을 찾는거냐 그 남자를 찾는거냐!”


방 밖에서 들려오는 묘한 대화에 오오카네히라는 얼굴을 굳히고 작은 목소리로 말 했다.


“하세베가 알면 널 죽일거다. 단도들도 울고불고 시끄러우니 이만 풀어주는게 어떄?”

“그렇게는 못 해.”

“뭐야... 설마 죽었다거나... 이미 죽었다는건 아니지?”

오오카네히라는 솔직히 조금 불안해졌다. 같은 도파의 검이라고 해도 우구이스마루를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이번 일만 해도 그렇다. 당최 주인을 다른 검들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 숨겨둔다고 해서 이득이 될 일이 뭐가 있는가.


“뭐, 그런건 아니야. 지금 쯤이면 녹차 롤케이크를 먹고 있겠지.”

“너... 주인한테 무슨 짓을 하고 있는거냐...”

“별거 아니야. 그저 주인이 녹차의 참 맛을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뿐이다.”

우구이스마루는 어느새 비어버린 찻잔에 새로 차를 따랐다. 오오카네히라는 그 모습을 멍하게 지켜보다 겨우 입을 뗐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주인은 아무래도 차를 마시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아서.”

“애초에 주인은 차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잖아. 이제와서 무슨...”


우구이스마루는 찻잔을 내려놓고 오오카네히라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 주인이 차보다는 커피를, 녹차보다는 홍차를 선호하는건 알고 있어. 커피를 담았던 통에 찻잎을 보관한 것도 용서 할 수 있었다.”

“그럼 대체 왜...!”

“하지만 우유에다 차를 붓는건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차에다 우유를 붓는거라면 몰라도... 게다가 설탕과 프림도 각각 두 스푼 이상 넣었지. 그것도 티스푼이 아니라 테이블 스푼으로. 그래서는 차에 대한 모독이다.”


오오카네히라는 어느 부분이 문제가 되는건지 이해하지 못 했으나 가만히 있기로 했다. 여기서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당장 주인의 곁으로 갈 것만 같았다.


“걱정하지마. 나중에 풀어주면 네가 찾은걸로 해두지.”


우구이스마루는 오오카네히라가 뭐라 대답 할 틈도 주지 않고 제 할 말을 계속 했다.


“아직 맛봐야 할 녹차맛 아이스크림이 2갤런 정도 남아 있고 준비해둔 녹차 향초와 입욕제가 많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래도 느긋하게 하다보면 언젠가는 녹차의 진가를 알아보겠지.”


그리 말하는 우구이스마루의 입에는 평소와 같은 잔잔한 미소가 걸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