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놈은 배신자다!
이번에는 홍학이 대뜸 내게 손가락질을 하더니 식탁을 탕탕 치며 통곡하기 시작했다.
훌쩍거리면서 몇 잔 째인지 모를 와인을 또 한 번 들이키고 난 그는, 기껏 둥지 밖으로 나왔더니 새(鳥)이름 동지가 없어졌다면서, '못 찾겠다 꾀꼬리' 타령을 하며 서럽게 울부짖었다.
차마 손 댈 엄두가 안 나서 다같이 그 청승맞은 꼴을 지켜만 보고 있는 가운데, 코가라스 씨가 조심스레 다가가 그를 부축해 주었다.
이제는 사람을 알아보지도 못하는지 검비위사가 나타났다고 웅얼거리는 입에다가 물을 흘려 넣어주며, 항상 이 아비만 깜빡 잊어 버리니 섭섭하다고 혀를 끌끌 찼다.
그러자 학은 기다렸다는 듯 그의 소매 자락에다 얼굴을 묻었다. 오늘을 위해 새로 맞추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기모노에.
크흥 하는 소리에 모든 남사들이 동작을 멈추고, 실내에 무거운 정적이 내리 깔렸다.
기모노의 진가를 알아 보는 일부 남사들이 마른 침을 삼켰다. 타이코와 히로미츠 마저도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있었고, 미츠타다는 두 손으로 얼굴을 짚으며 울음을 삼켰다.
야겐이 조그맣게 뭐라 웅얼거리자 고코타이가 번역해주었다.
저, 저질렀군.
모두가 주시하는 가운데, 코가라스 씨가 손수건을 꺼내어 미츠타다에게 건넸다.
다테의 대장부가 이런 일로 울면 쓰냐면서, 잘 생긴 얼굴이 망가지니 어여 세수라도 하고 오라고 등을 두드려서 쫓아 보냈다.
이 사태를 만든 원흉까지도 적당한 데다 뉘어 주고 난 그는, 꽤나 터프한 손놀림으로 기모노 소매를 닦아 내 버리더니 슬슬 노래라도 한 곡조 불러 보자면서 어색한 분위기를 손수 정리해주었다.
대형 사고를 겪고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 어르신의 반응에, 금세 안도한 남사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어서서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코가라스 씨께 드릴 선물이 사라졌다면서 카센이 난감을 표하였다. 모처럼 준비해 온, 하나 뿐인 보틀이라고 강조하며 찾아다녔으나 끝끝내 나오지 않았다.
잘 풀리는가 싶다가도 꼬일 만큼은 꼬인다. 예로부터 단체 모임이란 그러하였다.
다 함께 가라오케 판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틈에, 살그머니 다가온 히게키리가 내 어깨에 기대며 속삭였다.
-역시 부모의 진의는 자식들만이 몰라 보는 구나.
동감하는 바였다.
이들 중 몇이나 눈치 챘을 지 모르겠지만, 코가라스 씨는 쿠니나가를 용서하겠다는 말은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학이 이만큼 놀라운 일을 벌인 것도 참 오랜만이었다. 이런 식으로 옛 풍경을 겹쳐 보고 싶지는 않았지만.
죄인이 제정신을 차리고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지려나. 매달아 놓을 나무나 처마따윈 이제 어디에도 없는데.
어찌 되든 간에 나는 성가신 상황을 넘긴 것만으로 만족이었다.
물론, 아직 안심할 수는 없지만.
-방해물도 사라졌으니, 슬슬 맛을 보도록 할까?
저를 염려하여 애썼던 식구를 노골적으로 무시해 버린 히게키리가 품에서 새 보틀을 꺼내었다.
척 보기에도 값이 제법 나갈 것으로 짐작되는 그 병. 출처를 단번에 알아본 나는 얼른 한 발짝 거리를 벌렸다.
대체 어느 틈에 숨긴 것인지 모를 병을 보란듯이 돌려 따며 한 잔 받겠느냐 묻는 그에게, 대답 대신 빈 찻잔을 넘겼다.
이게 무어냐고 묻기에 겐지가 감히 병나발을 불겠느냐고 답하자, 잠시 침묵하던 그가 별안간 웃음을 터뜨렸다.
드물게도 소리 높여 웃고 난 그는 흔쾌히 찻잔에다 술을 콸콸 부었다.
우스미도리가 왜 너를 예뻐하는 지 알겠다고, 제 동생이랑 똑같이 말 같지도 않은 소릴 중얼거리며.
역시 히자마루는 쓸데없는 희생을 감수한 셈이었다.
히게키리는 그 독한 술 한 병을 혼자 말끔히 비우고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옛날부터 그런 사람이었다. 어지간한 도수엔 끄떡도 않는다.
그런 주제에 취한 흉내를 내며 묘한 장난을 치곤 했다. 예를 들면 오늘처럼 내 앞머리를 땋으려 든다거나.
성가시지만 히자마루와는 달리 이쪽은 정말로 취한 적이 없기 때문에 힘으론 밀어낼 수가 없었다.
실랑이를 계속 해 봐야 소용 없음을 알기에, 우선은 원하는 대로 앞머리를 내 주었다. 저항이 그치자 히게키리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머리카락이 볼썽사납게 이리저리 꼬아지는 꼴을 보면서, 이 사람이 제일 친절하다고 떠들던 바보 녀석을 떠올렸다.
사람 보는 안목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카네히라.
바보 카네히라.
마이크 잡을 차례가 돌아 온 히게키리가 무대로 나간 후, 완성 된 앞머리를 대충 풀어내면서 곁눈질로 확인하였다.
역시나 그대로였다. 카네히라의 시선.
아까 전, 히자마루가 난리칠 때부터 줄곧 나를 향하던 은색의 눈동자는, 쿠니나가가 걸고 넘어지면서 부터 몹시도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왜 그러니.
어찌 그래.
우구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서술해나가는 이 문체가 너무 좋다ㅠㅠ부담스럽지도 않고 아주 무미건조한 것도 아닌 딱 적당한 느낌ㅠㅠb
츠루ㅋㅋㅋㅋㅋㅋㅋㅋ - dc App
앜ㅋㅋㅋ땈ㅋㅋㅋㅋㅋㅋㅋㅋ 고 조류의 명복에 튀김기빔-
크으으으으 감사합니다 아루지 늘 재밌게 보고있어양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