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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차


고슈진사마께


고슈진사마, 혼마루를 떠난 뒤로, 나는 외로워서----

......갑자기 텐션을 올리면 편지를 읽지 않을 것 같네.

그건 또 그것대로.


어쨌든, 나는 에도에 와 있어. 뭐라 해도 장군가의 검이니까.

잠깐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말이지.




2일차


고슈진사마께


고슈진사마가 저번 편지를 읽지 않고 버린 건 아닐까, 하고 상상했더니 짜릿해졌어.

이대로라면 이번에도 그렇게 될까나?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써야지.


내가 장군가의 검이 된 것은 츠나요시공의 대였어. 그래, 생물 연민의 령(生類憐みの令:대부분의 동물에 대한 살생금지령)으로 유명하지.

그건 나중에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이 있기도 했지만,

역시 장군가가 대규모의 정치령을 내린다는 것이 얼마나 강제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차마 헤아릴 수가 없어.

그럼, 그런 도쿠가와 막부가 왜 그렇게나 이어졌던 걸까?




3일차


고슈진사마께


저번 편지는 제대로 끝까지 읽었을까나?

그렇지 않다면, 이 편지는 봉투도 뜯지 않고 버려질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그게 정말 끝내줘!


여담은 이쯤하고. 저번 이야기를 계속하자.

결국은 크든 작든, 사람은 누군가에게 지배당하고 싶어해.

나는 그렇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자신의 입장을 다른 누군가에게 맡기는거야.

그것은 홀로 황야에 서는 것보다, 훨씬 안온할 테니까.

물론, 그건 몸을 맡길 상대가 그에 족하는 커다란 무언가라는 걸 전제로 해.

그렇기때문에 도쿠가와 막부는 오래 이어졌던 거겠지.

나는 지금, 행복해. 왜냐하면, 고슈진사마라는 훌륭한 주인에게 지배당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앞으로는 훨씬 더, 고슈진사마에게 몸을 맡기려고 해.

그만큼 고슈진사마의 명령이 엄격해지더라도, 그게 바로 내 행복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