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문 링크: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8493235


* 번역 링크

1 http://gall.dcinside.com/touken/249388

2 http://gall.dcinside.com/touken/249398





[주의]


* 도검남사에게 밝지 않은 과거가 있습니다

* 원작 게임에서는 물론 사니와나 정부가 고의로 도검남사를 상처입히는 등의 설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 당신이 불쾌하게 생각할만한 표현을 포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기를 읽고 납득하신 후에 관람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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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언제나 방긋방긋 사니와님들의 고민에 다가가는, 시간 정부 생활과, 고민 상담 담당입니다. 현재 상담 접수는, 저, 직원 번호 1123번이 받고 있습니다"


그런 이상하게 밝은 남자 목소리가, 조작 패널 너머에서 울린다.

바보처럼 들리기도 하는 음성에, 조작 패널 앞에 앉은 남자----헤시키리 하세베는, 눈에 띄게 표정을 구겼다.


"..................하필이면 네놈인가"

"음? 그 목소리는 혹시, 혼마루 번호 이 2535의 근시 등록 도검남사 헤시키리 하세베님이신가요? 우와아 오랜만입니다"

".......여전히 기분나쁘군. 뭘 보고 판단하는 거지"

"감이죠 감. 그보다, 정말 오랜만이에요. 깜짝 놀랐다구요"


단말 너머의 통신 상대인 남자는, 헤실헤실 웃으면서 내일 날씨라도 물어보는 것처럼 가볍게 말을 이었다.


"정말 놀랐는걸요----현재 봉인 지정중인 혼마루에서, 이런 제대로 된 통신이 들어오다니"



그 말에 하세베는 노골적으로 혀를 찼다. 봉인 지정 혼마루. 알고는 있었지만, 어제까지라면 몰라도 오늘의 나에게는 그리 좋지 않은 사실이다.


"그래서, 혼마루 번호 이 2535의 헤시키리 하세베 님, 오늘은 어떤 문제가 있으신가요?"

"하, 봉인 지정중인 혼마루에서 보내는 요청도 받아들이는 건가?"

"사실은 안 되는데요, 뭐 어떻습니까. 말하는 건 공짜라고 하잖아요"

이 남자의 말을 신용해도 될까. 애초에 상대는 시간 정부의 직원이다.

하지만 지금 하세베에게는 그것을 숙고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인간 아이가 쓰러졌다. 어떻게 하면 되지"

"---------------네?"

목소리 톤은 변하지 않으면서도, 하지만 어딘가 아까보다는 차갑게 들리는 대답.

밑져야 본전이지, 하고 스스로를 고무시켜 보지만, 그래도 하세베의 마음 속은 평온하지 않았다.

그 원인은 방금 전에 쓰러져 죽은 듯이 움직이지 않는, 검은 머리카락의 소년이었다.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그쪽의 혼마루에서, 인간 아이가 쓰러졌다는 말로 들렸는데요, 맞나요?"

"그래. 그대로다"

"만약을 위해서 여쭙겠습니다만, 신불 요령도 도검남사도 아니라, 인간, 산 몸을 가진 아이가 틀림 없습니까?"

"그래, 그렇다"

지금까지와는 딴판으로, 경박한 언어를 끼워넣지 않고 담담하게 필요한 확인만 하는 남자. 그는 하세베의 대답을 듣고, 차갑고 메마른 헛웃음을 흘렸다.


"------------왜~애~, 봉인 지정 혼마루에 인간 아이같은 게 있는걸까요"


"......내가 알 바 아니니, 네놈들의 상부에 물어라"

"으아~ 진짜...... 정말로 아저씨들은 제대로 된 생각이란 걸 안 하네"

조금 말투가 흐트러진 뒤, 깊은 한숨소리가 허무하게 울린다.

그러나 사태는 급박했다. 지금은 정부의 내부 사정 따위를 신경쓸 여유가 없다.


"그런 것보다, 이 인간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지"

"아아...음..... 그쪽 혼마루, 콘노스케는 어떻게 되었죠?"

"그 날 회수된 뒤로 보지 못했다만?"

"그렇겠죠....... 그럼 지금 그쪽에 새 콘쨩 보낼테니까요, 일단 그 애의 바이탈 체크 시켜주실래요?"

"................할 수 있는 건가"

"사실은 절대 안 되는데요, 뭐 어떻습니까. 뭔진 몰라도 하세베상도 그 애를 살리고 싶어서 일부러 이렇게 연락을 하신 거죠?"


샐쭉 웃은 남자---------직원 번호 1123번은, 처음과 같은 이상하게 밝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게다가 괴로운 일만 있어서는, 당신도 역사를 지켜 온 보람이 없잖아요?"






누군가가 울고 있는 꿈을 꾸었다.


작고 어린 그 누군가는, 왠지는 모르지만 울고 있다. 소리 내면서, 커다란 눈물방울을 뚝뚝 흘리면서.

그렇게 울지 마, 왜 그래, 하고 말하려다가 처음으로. 나는, 자신의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머릿속이 흐리멍텅한 채로 눈을 뜨자, 그곳은 어두운 방 안이었다.

완전히 해가 졌는지 장지문을 통해 들어오던 햇빛이 온데간데 없다. 으아, 꽤 오래 잤나봐 나.

깜빡깜빡 몇 번 눈을 깜빡이고 눈을 비빈다. 일어나려고 목을 돌리자, 잡아먹을듯이 이쪽을 들여다보는 보라색과 눈이 마주쳤다.


".......좋, 은 아침입, 니다?"

"......................늦잠이다 멍청아"

입을 열자마자 독설을 뱉은 헤시키리상은 아주 깊게 숨을 내쉰다. 그것은 왠지 안심한 것 같은 부드러운 한숨이었다.


"죄송해요, 어 나......."

"쇠약과 피로에 의해 자고 있었을 뿐이라는군. 놀래키지 마라"

"라는군? .....아 참, 그랬죠. 분명 배부른 채로 목욕을 했더니 엄청나게 졸려서......?"

"그렇다고 해도 쓰러지는 녀석이 어디에 있나........정말이지, 헷갈리게 하는 꼬마다"

질책하는 듯한 어조인데도 헤시키리상의 목소리는 어쩐지 부드럽다. 그냥 느낌이지만, 감기에 걸린 어린애를 걱정하는 아버지같은 부드러움이다.


"걱정하게 했네요"

"내 말이 그 말이다"

어깨가 뭉치기라도 했는지, 피곤한 기색으로 목을 빙 돌린 헤시키리상이.......

"하구우~"

갑자기 얼빠진 목소리로, 울었다.



"...................어"

왠지 지금, 헤시키리상이 그 존안에 어울리지 않는, 멍청하고 귀여운 목소리를 낸, 것 같은데.


"헤시키리상........?"

"뭐냐"

"지금, 울었나요?"

혼란스러운 채로 머릿속의 의문을 툭 내뱉자, 헤시키리상의 미간에 한 줄 깊은 주름이 생겼다.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지"

"어, 하지만, 지금 분명......."

헤시키리상 쪽에서, 목소리가.

그렇게 이으려고 했던 말은, 도중에 가로막혀버렸다.


"안녕히 주무셨나요! 몸은 좀 어떠십니까?"

그런 말을 하면서, 스르륵 다리에 몸을 비비는 작은 여우(?) 에 의해서.


"실례합니다......바이탈 체크 완료. 체온, 혈압, 모두 정상이십니다"

"히엑........."

손목에 꾸욱, 하고 코끝을 누르는가 했더니, 여우는 유창한 일본어로 그런 말을 했다.

엑 무리. 뭐야 이거 무서워. 이 여우 사람 말 하네. 아니 그보다 화장 너무 진하지 않아? 요즘 동물은, 미의식 너무 높은 거 아니야?

멍하니 말을 잃은 내 눈 앞에서 흰 장갑을 낀 손이 흔들거린다. 헉 하고 그 손의 주인을 보자, 굉장히 찌푸린 얼굴과 눈이 마주쳤다.


"어이, 몸이 어디가 안 좋은가? 불편한 곳은 숨기지 말고 보고해라"

"아, 아뇨 저기.......어, 헤시키리상 이 여우랑 아는 사이인가요? 이거 놀라는 게 보통 아니에요?"

"뭐야, 그런 일인가"

그런 일인가로 끝내도 되는 안건 아닌 거 아니야?!

이 여우, 사람 말을 유창하게 하는데다 마음대로 내 바이탈 체크까지 했는데?!


"그건..................뭐, 편리한 대롱여우라고 생각하면 되지"

"편리한 대롱여우"

"그래. 이상한 점이 있나?"

"에에............."

이상하다고 할까, 평범하게 무섭다. 현 시점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신비한 복실복실이잖아.


"그렇게 말하지 마십시오! 이 콘노스케, 단순히 편리한 대롱여우는 아닙니다!! 압도적인 서포트 능력으로 항상 사니와 님의-------"

거기까지 말한 참에, 콘노스케상은 뒷덜미를 휙 잡혀 달랑달랑 매달렸다.


"...........쓸데없는 말을 한다면, 폐기하겠다. 원래부터 역할을 다했으니 볼일은 없다"

헤시키리상의 목소리 너무너무 날카로운데........

불쌍하게도, 콘노스케상은 덜덜 떨고 있다........떨면서 이쪽 보지 말아줘. 찜찜하게. 난가. 내가 도와 줘야 하는건가.


"헤시키리상, 그 대롱여우 좀 조물락거려도 될까요?"

어떻게든 억지로 변명을 쥐어짜내서, 헤시키리상에게 두 손을 내민다.

거절당하면 미안해 콘노스케상......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헤시키리상은 얼굴을 한가득 찌푸리면서도 내 두 손에 콘노스케상을 내려놓아 주었다.


"오오......북실북실............."

구출을 위해서 적당히 만들어낸 이유였지만, 의외로 중독될 것 같다. 소동물 좋다. 블랙 기업에 근무하면서 매일 한밤중에 돌아갔기 때문에 포기하고 있었지만, 예전부터 개 같은 걸 기르고 싶었다고.


"하와와와, 그만, 그만하세요! 곤란합니다! 꼬리가 연결되는 부분은 곤란합니다! 아앗!!"

"안돼안돼돼돼돼........우와 폭신폭신하네! 어떻게 이런 촉감이......!!"

그런식으로 이불 위에서 콘노스케상을 주무르고 있으니, 헤시키리상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런 것보다, 너는 오늘부터 수련을 쌓아야겠다"

"...................네?"

"이의는 받지 않겠다. 이건 이미 결정된 사항이야"

그렇게 말한 헤시키리상은, 그야 정말 악당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정함이 부족해"

"그런 것은 수련에 불필요하니까 말이지?"

즐거운듯이 입 끝을 치켜올리는 헤시키리상과는 대조적으로, 나는 현재, 혼마루(?) 라는 곳의 안뜰에서 지면을 사랑하고 있었다.


정돈되지 않는 나의 호흡이 헉헉거리는 게 귀에 거슬린다.

이게 무슨 일이야, 설마 안뜰을 한 바퀴 달렸을 뿐인데 이렇게 되다니.

이 소년의 바디, 좀 너무 빈약한 거 아니야?!


"이봐, 콘노스케. 바이탈 체크다"

"맡겨주십시오!"

달려온 콘노스케상의 코끝이 내 목을 꾹꾹 누른다. 우와 엄청 간지러워! 하지마!!


"오랜만의 운동으로 몸에 부하가 걸렸을 뿐이군요! 건강 상태에 문제는 없지만, 수분과 영양분 섭취가 바람직합니다"

"그런가, 좋군"

"악마....."

"악마가 아니라, 검이다. 그리고 너는 아직 한번 더 힘을 내 줘야겠어"

그것 봐 역시 악마잖아!


바들바들거리는 새끼 사슴같은 발걸음으로, 내키지는 않지만 헤시키리상을 따라가보니 뒷뜰이었다.

일반적인 무가 저택(?) 같은 이 건물의 뒷뜰, 인데.......


"......헤시키리상, 이건 대체?"

"뭐냐, 모르는 건가. 호수나 연못에 지형상 일부 단차가 생기는 것으로, 그 물이 낙하하는 장소---폭포다"

"아니, 이 혼마루라는 곳에 폭포가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혹시 저기......이 폭포수를 맞으며 버티라거나, 하지는, 않겠죠.....?"

머뭇머뭇, 의문점을 입술 밖으로 끄집어낸다.

제발, 아니라고 해줘. 물을 뜨러 왔을 뿐이라고 해 줘.


"감이 좋군, 바로 그거다"

나의 절실한 기도는 신에게 닿지 않았다. 울고 싶다.


"조, 금......나한테는 그런 건, 좀 이르지 않을까-.....하는......생각이 드는, 데요........"

"움직이지 않아도 할 수 있으니 효율이 좋은 수련이다. 저 폭포수를 맞으면서 옆에 있는 대롱여우가 읽어주는 경을 복창하도록"

"기다려 주십시오, 별달리 저는 폭포수를 맞지 않아도 되지 않습니까?!"

"저 굉음 속에서는 밖에서 말하는 소리 따위가 들릴 리 없지 않으냐. 옆에서 경을 외워라. 대롱여우가 물을 맞다가 죽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하, 하와와?!"

아무래도 길동무가 생긴 듯 하다.

앗싸. 나 혼자서 죽는 건 절대 싫으니까. 콘노스케상에게는 미안하지만 같이 죽어줘.


"아이고오오오오오!!"

"캬아악! 털이! 콘노스케의 퍼펙트한 털결이!!"

"아파앗! 물리적으로 아파!!"

폭포 수행용으로 준비된 간소한 흰 옷으로 갈아입고, 폭포 아래에 선다.

높은 곳에서 낙하하는 엄청난 물량의 물이, 머리 뿐 아니라 어깨 뿐 아니라, 온 몸을 두드려대는 통에 숨을 쉬는 것도 힘들 정도다.

찌르는 듯한 차가운 물에 손끝이 얼어붙는다. 눈을 뜬다는 일은 감히 생각도 못할 일이다.


"에에이, 이렇게 되어서는 각오를 굳히는 것 외에 길은 없습니다......콘노스케놈은 할 수 있는 대롱여웁니다! 따라해 주세욧!!"

"그래 맡겨줘!!"

반쯤 빡친 상태로 기세를 담아 대답하자, 대롱여우의 목소리가 경을 줄줄 외우기 시작한다. 한 구절 한 구절 나뉘어 있는 그것을 될 수 있는 한 소리높여서 복창하고 있으니, 반비례하듯이 머릿속이 텅 비어 가는 것이 신기하다.


헤시키리 상은 나한테 수련을 쌓으라고 했다.

그의 목적은 대체, 뭐란 말인가.


몇 분 밖에 안 지난 것 같기도 하고, 몇 시간은 지난 것 같은 시간 동안, 나와 콘노스케상은 폭포수를 맞았다.

커다란 목소리를 내다 보니, 왠지 머리가 멍해지고 눈꺼풀 뒤의 새까만 어둠 속에도 드디어 눈이 익었다.


".......이....어이! 잘 했다, 끝이다"

".......어, 네?"

갑자기 폭포 속에 나타난 헤시키리상은 내 팔을 붙잡고 말했다.

왜 와이셔츠 차림으로 폭포에 들어오는 거야 이 사람. 다 젖었는데 괜찮은 건가.

소박한 의문이 무의식중에 입에서 새어나간듯, 헤시키리상은 찌푸린 얼굴로 코웃음쳤다.


"바깥에서 불러도 네놈들이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엑.......그거 죄송하네요...."

"상관없다, 원래부터 그렇게 기대하지 않으니까"

성큼성큼 걸어가는 헤시키리상은 정말로 화나지 않았을 것이다. 온 몸이 흠뻑 젖었는데도 전혀 짜증스러워하는 기색이 없다.

......그렇다기보다, 난 왜 짐짝처럼 옆구리에 안겨 있는 거지.

나보다 훨씬 작은 콘노스케상조차 자기 발로 걷고 있는데.


"죄송하, 후아........후엑쿠치!!"

"몸이 다 식었나"

"아-, 정말로 죄송합니다.........?"

"목욕물이라면 데워 놨으니, 방에 도착할 때까지 참아라"

담백한 말투와는 반대로 헤시키리상의 목소리는 부드럽다. 역시 기분이 좋은 걸까.

폭포 수련 탓에 몸 속 깊은 곳까지 식어버린 몸을 담근 따뜻한 목욕물은, 뼛속까지 녹아내릴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콘노스케상이랑 같이 담그게 되는 건, 예상 밖이었지만.





"후우~....목욕 끝났어요~"

"나왔나"

우리가 욕실에서 나오자, 헤시키리상은 마른 머리카락에, 처음 보는 흰색과 보라색 져지를 입고 있었다.

끝까지 단단히 채운 지퍼가 굉장히 그 답다. 뭐라고 할까, 체육 선생님 같다.


"어라, 헤시키리상은 목욕 어떻게 했나요?"

"너희와 달리 폭포 수련을 한 건 아니니까. 마른 천으로 닦으면 충분하다"

"에에.....그럼 몸이 다 식잖아요"

"나약한 녀석과는 몸을 단련하는 방식이 다르니까 말이지?"

"우와~ 비아냥~"

흥, 하고 불손하게 코웃음을 친 헤시키리상은, 내 머리에 수건을 덮고 북북 닦아 준다.


"덜 닦았지 않나"

"그거 미안합니다~"

으음, 역시 행동 하나하나가 다 아버지같다고 할까, 보호자 같다고 할까.


"어라"

".......? 뭐냐, 몸이 안 좋은가? 보고해라"

"아니, 그게 아니라. 왠지 이 방에 좋은 냄새가 나는, 것 같은....?"

애매모호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킁, 하고 냄새를 맡아 본다. 역시. 뭔가 국물 같은 좋은 냄새가 난다.

그리고 이게 뭐지......계란? 응, 국물이랑 계란 같은 냄새가 난다. 우와 엄청 배 고픈데.


"먹을 욕심은 있군, 그러나 정답이다"

헤시키리상의 입가가 씨익 풀어진다.

불손하게 보여야 할 그 표정은, 어딘가 부모에게 칭찬받고 싶어하는 어린애 같은, 장난스러운 천진함을 머금고 있다.

헤시키리상의 뒤에 있는 책상을 보니, 안쪽을 붉게 칠한 검은 쟁반과, 거기 올라 앉은 뚜껑 있는 그릇.


"혹시, 내 밥인가요?"

그런 확신에 가까운 의문을 던지자, 냄새에 이끌려 배에서 소리가 났다. ......이제 와서 깨닫는 거지만, 공복감이 심상치 않다. 어쩌면 그건가, 폭포수를 맞으면서 독경하는 거, 체력을 꽤 많이 쓰는 건가.


"그것도 정답이다. 한 입에 30번 씹어라"

"우와~ 헤시키리상 사랑해요! 유능 퍼펙트!"

서둘러 책상 앞에 놓인 방석에 정좌한다. 그릇 뚜껑을 살며시 열자, 안에서 따뜻한 김과, 국물과 계란 냄새가 피어오른다. 냄새를 한가득 들이마셔 보니 그것만으로도 행복감이 엄청나다.


"굉장하다, 계란죽이잖아. 헤시키리상 요리도 할 수 있나요?"

"프리이즈드라이"

"프리즈 드라이....냉동 건조......"

또 그렇게 꿈 속 세계관을 부숴버리는 발언을.

시대 설정 대체 언제인거야 이 꿈은.


"와~ 잘 먹겠습니다!"

어쨌거나 배가 고프고 눈 앞에 맛있어보이는 식사가 있으니, 어려운 것은 다 먹은 다음에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숟가락을 부드러운 계란에 살짝 찔러넣었다.

부드러운 감촉에 매끄럽고 따끈한 계란. 입맛을 돌게 하는 은은한 중화 국물에, 악센트를 주는 버섯. 잘게 다진 유부는 국물을 빨아들여 쫄깃하면서도 부드럽고, 입에 넣으니 맛있는 국물이 주욱 배어나온다.


"우와, 맛있다....."

나도 모르게 아저씨 리액션이 나와버렸다.

에, 어어, 인스턴트인데 이렇게 맛있다니 어떻게 된 거야 이거. 꿈 속이라고는 해도, 이 계란죽을 만든 데, 상당한 문화 레벨을 보유하고 있다고 본다.


"천천히 먹어라, 무리인 것 같으면 남겨도 상관없어"

"아니 여유롭게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쪽은 폭포 수련 때문에 배도 고프니까.

입으로 불어 식히면서 한입 한입 먹다 보니, 무릎에 폴짝 하고 무언가가 뛰어올랐다.


"그, 그, 그, 그건! 혹시, 유부가 아닌지요.....?!"

"응? 아아, 콘노스케상도 혹시, 여우니까 유부같은거 좋아해?"

"네! 그야 물론!!"

.......무릎에 올라탄 콘노스케상의 시선이 퍽퍽 꽂힌다.

기대감으로 반짝이는 눈동자로 날 보면, 거절하는 것도 미안한 기분이 든다. 어쨌든 나를 위해서 같이 폭포 수련을 해 줬으니까.


"어어......헤시키리상, 괜찮나요?"

유부 한 점을 집어들고 헤시키리상을 보......으악 무서워!!


"네놈에게 먹이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 대롱여우의 먹이가 아니야"

"아아.........그렇겠죠.........."

미간에 깊고 깊은 주름을 새긴 헤시키리상. 그 얼굴이 마치 한냐같다. 무섭다. 평범하게 무섭다.

하지만 무릎 위에 있는 콘노스케상의 반짝반짝한 눈. 길가에 버려진 아기 고양이가 이런 눈일까. 거, 거절하기 힘들어.........


"그럼 그으, 너무 맛있으니까, 두 분께 한입씩"

"......두 분?"

"그래. 헤시키리상도 어떨, 까요......?"

한 입을 주니 뭐니 해도, 이 죽을 준비한 건 틀림없이 헤시키리상이지만.

그런 대전제를 무시하고 숟가락으로 떠낸 계란죽을 내밀어보니----헤시키리상이, 얼어붙었다.


"어, 뭐 싫어하는 거라도 들었나요?"

저질렀다. 어쩐지 편식은 안 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어서, 그냥 내밀어버렸는데. 그야 누구든지 식사 취향은 있겠지.

뭐지. 유부? 계란? 쌀을 싫어하지는 않을 것 같고.......아아, 아니면 버섯인가?

하고 도로 거두기도 애매한 손을 내민 채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으니, 헤시키리상이 숟가락을 덥썩 입에 물었다.


".......확실히, 맛있군"

"그렇죠, 엄청 맛있다구요"

오오, 편식 건은 기우였던 모양이다. 아이고 쫄았네. 저지른 줄 알았다.


문득, 문이 모두 닫힌 실내에 팔랑 하고 연분홍색이 춤췄다.


"........?"

헤시키리상의 색소가 엷은 머리카락에 내려앉은 그것은, 벚꽃잎으로 보인다. 왜 그런 게 방 안에 갑자기 나타난 거지.


"저, 저기! 저도! 저에게도!!"

"앗 그랬지. 자, 콘노스케상도"

........한순간 '조리된데다 간이 된 인간용 식사를 동물에게 줘도 되는건가........?' 하는, 너무나 정당한 의문이 가슴 속을 스쳤지만, 그건 그거.

그 뭐냐, 콘노스케상은 여우가 아니니까. 대롱여우니까.

동물이 아니라 요괴나 뭐 그런 카테고리니까. 추측이지만.


"자 유부"

"하구으!"

기뻐하며 유부를 먹는 콘노스케상의 모습에는, 애니멀 테라피 적인 힐링 효과를 느낀다.

복실복실한 꼬리가 바쁘게 좌우로 흔들리는 걸 보니, 대단히 기쁜 것 같아 다행이다.


"아, 그러고보니 헤시키리상. 이 계란죽 아직 더 있나요?"

"한 달은 버티겠지"

"헤에, 여기, 비축같은 게 꽤 제대로 되어 있나보네요"

그런 것 치고는, 어제는 고형 블록과 젤리 음료였던 것 같은......아니, 그것도 충분히 고마웠지만, 왜 오늘에 와서 이렇게 맞춘 듯한 식료품이지?

헤시키리상은 유능하고, 이 비축이 있는 걸 잊어버렸을 것 같지는 않은데......


"너는 신경쓰지 않아도 좋다"

그렇게 말한 헤시키리상은, 그 퉁명스러운 얼굴 뒤에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



"잘 먹었, 습니다!"

만복감에 행복해하며, 두 손을 짝 마주친다.

아 잘 먹었다. 뭐냐 그거다. 한입 한입이 위장 속에서 몸으로 스며들어오는 것 같은, 그런 식사였다.


"몸은 좀 어떻지?"

"에? 몸.....굉장히 졸린데요"

"문제없다, 이불이라면 깔아두었으니"

"헤시키리상, 너무 유능한데....."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이불에 데굴 굴려주자, 그 감촉에 눈이 감긴다.

먹자마자 눕는 것이 안 좋은 건 알고 있다. 소가........아니라, 살이 찌거나 역류성 식도염에 걸리거나 하는 리스크가 높아진다는 것도.


하지만, 세상에는 안 좋다는 걸 알아도 거스를 수 없는 것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운동하고 밥 먹은 다음의 수마라던가.



"죄송해요, 나 이제 좀, 무리일지도....."

"다음 수련 시간까지는 깨워 주지. 안심하고 자도록 해라"

"...........신, 랄해"

아슬아슬하게 형체를 유지하던 시야가 훅 뭉개진다. 아아, 이제 한계야.


뭔가가 부드럽게 머리카락에 닿는 것을 느낄 새도 없이, 나는 잠 속으로 풍덩 빠져버렸다.

으음, 요즘엔 매번 이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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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벌써 작년이네 이거 하던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