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문 링크: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9305588


* 번역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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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도검남사에게 밝지 않은 과거가 있습니다

* 원작 게임에서는 물론 사니와나 정부가 고의로 도검남사를 상처입히는 등의 설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 당신이 불쾌하게 생각할만한 표현을 포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기를 읽고 납득하신 후에 관람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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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에서 난 목소리는 낮게 잠긴 남자의 것이었다.

등 뒤의----정확하게 말하면, 나보다 비스듬하게 뒤인데다 훨씬 위에서 들렸기 때문에, 분명 키가 클 것이다. 적어도 헤시키리상보다는 크겠지.

스륵, 하고. 커다란 검은 팔이 뒤에서 뻗어나오는 것을 시야 한구석으로 본다. 울퉁불퉁한 손을 빨간 코테가 감싸고 있다.

......큰일이다, 쫄아서 돌아보지도 못하겠어.


"먹어도 되는 건가?"

그건, 그러니까 그런 말인가. 물리적인 이야기인가.

뇌리에 그 흰 머리카락의 요괴같은 남자가 스친다. 이런 말라빠진 꼬마같은 걸 먹어도 배가 부르지는 않을 텐데.


"......먹을래요? 주먹밥"

억지로 쥐어짜내 본다.

내 몸을 대신할 제물이 주먹밥이라는 건 좀 이상한가 싶기도 하지만......뭐, 머리부터 덥썩 잡아먹히는 것보단 낫다.

게다가 아마, 인간 고기보다 주먹밥 쪽이 더 맛있을 것이다. 아니, 인간이 아닌 것 같은 이 남자의 미각같은 걸 인간인 내가 알 수는 없지만.


"........아아, 그야"

낮은 목소리가 웃는다. 부드러운 그 울림에는, 예상 외로 바보 취급을 하거나 비웃는 기색이 없다.

혹시 정말로 주먹밥을 제물로 인정해 주는 건가, 하고.

한숨을 돌린 그 때, 부엌 문이 기세 좋게 열렸다.


"~~~~~!!"

쾅! 하는 소리를 낸 쪽에는, 져지 차림의 헤시키리상. 그 손은 부채가 아니라 일본도를 꼭 쥐고 있다.


"어이, 무사한가!"

부엌에 울려퍼지는 큰 목소리에 놀라 말이 나오지 않는다. 헤시키리상은 박력이 가득한 표정으로 부엌을 쭉 살피더니 나에게 달려온다.

......어느 틈엔지 그 남자가 사라졌다. 팔은 확실히 봤으니까 실체가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된 거지?


"이봐, 무사하느냐고 물었다"

미간에 주름을 잡은 채로 불안안듯이 내 얼굴을 이리저리 만지는 헤시키리상이 조금 귀엽다.

이게, 충견 같다고 할까.....좀 그런......


"무사해요, 저기......헤시키리상, 빨리 오셨네요"

"짜증나는 녀석의 기척이 났으니까"

"짜증나는......녀석?"

의외다. 이 사람에게도 개인적인 호불호가 있었단 말인가. 그런 일에는 인연이 없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한순간이라도 네 곁을 떠나는 게 아니었는데, 경솔했다"

"어, 아니 그렇게까지 큰 일은....."

"미안하다"

내 애매한 말을 자르고 들어온 사죄는 자책의 빛깔이 너무 짙었다.

평소에는 올곧게 정면만 보고 있는 보라색 유리구슬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헤시키리상"

고개를 깊숙히 숙여버린 그의 표정은 이미 볼 수 없지만, 아마 울 것 같은 얼굴일 것이다. 어깨가 희미하게 떨리고 있으니까.


"헤시키리상, 나 화 안 났어요"

그렇다기보다는, 정말로 화를 낼 요소도 다른 부정적인 요소도 아무것도 없다.

평소에 그렇게 꼼꼼하게 보살펴 주고 있다. 이 정도로 헤시키리상에게 마이너스 이미지를 품는 쪽이 이상한 느낌이 든다.

눈 앞에 있는 그가 이렇게나 자책에 시달리는 이유가, 본인의 완벽주의 때문인지, 아니면 이전에 따르던 상대 때문인지까지는 모르지만.


"헤시키리상, 항상 정말로 감사하고 있거든요"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정말 실례이기 그지없겠지만, 이렇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는 아무리 봐도......풀이 죽은 강아지로 보여서 큰일이다.

회갈색 머리카락에 살며시 손가락을 넣는다. 그대로 쓸어내려 보니, 거칠게 보였던 머리카락은 사르르 부드럽게 흘러내린다.


"당신은 정말 굉장한 분이에요"

이건 정말이다. 아니, 왜냐하면 아마 인간을 보살핀다는 건, 칼의 츠쿠모가미 입장에서는 관할 밖의 일이잖아?

그런데 내 의식주를 신경쓰고, 거기에 더해 재활 트레이닝까지 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누구나가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실제로 그는 엄청나게 우수한 남자일 것이다.


"헤시키리상에게는 감사 인사를 할 일은 있어도, 화를 내고 싫어한다는 생각은 해 본 적도 없어요"

부드러운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어 쓸어내리며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말을 전한다. 문득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귀가 빨갛다. ......음? 왜 빨간거지?


"윽.........네 놈은!"

"으아?!"

기세 좋게 고개를 들어올린 헤시키리상은, 삶은 문어처럼 귀 끝까지 새빨갛게 물들어 있다.


"이.......자식..........!!"

"어?! 왜 그래요, 어어어어?!"

꾸욱, 하고 내 뺨을 잡더니 그대로 좌우로 잡아당긴다.

한순간 아프다며 저항할까 했지만, 눈 앞에 있는 헤시키리상이 너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표정이어서 아무래도 저항할 수 없다.


"아으아우오"

".....................부끄러운 놈!"

나를 규탄하는 목소리와 반대로 보라색 눈동자가 젖어 있다. 그 모습에 나는 당황해서 체육복 소매를 잡아당겨 헤시키리상의 눈가를 눌렀다.


"뭐,"

"아니 저기, 울지, 마세요.....?"

오오오, 어색하다. 이거 그거지? 내가 울린 거지?

이쪽도 이런 겉모습이긴 하지만 알맹이는 향년 47세의 아저씨라고. 평범하게 나이 어린 부하를 괴롭힌건가 하는 죄악감이 들어서.......되게 괴롭다.......

아니 그보다 헤시키리상 왜 울어?!

아저씨가 뭘 잘못 말했나?! 반대로 자존심을 건드리고 말았다 뭐 그런 거?!

문득 연분홍색이 뺨에 스친다. 또 이 꽃잎이다. 바람도 없는데 대체 어디서 떨어지는 거지.


"아! 참 부채............가 아니라, 이제 필요 없을 것 같네요"

흰 쌀밥은 아직 조금 김이 피어오르긴 하지만, 너무 뜨거워서 만질 수 없을 정도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헤시키리상, 같이 주먹밥 만들어요, 주먹밥!"

"............그래 좋다"

대답은 긍정인데도 헤시키리상의 얇은 입술은 불만스럽다는 듯 튀어나와 있다.

그는 뭐라고 할까, 때때로 굉장히 감정의 기복을 알아차리기 쉬워진다. 이건 토라진 것이다. 젊은이를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아저씨라도, 이 정도는 알 수 있다.


"항상 먹는 계란죽도 맛있지만, 흰 쌀밥은 오랜만이라 기분이 좋네요"

"김조차 없지만 말이다"

".........그건.......소금은?"

"썩어 문드러지지 않았다면, 있지"

"소금만 있으면 충분해요. 그건 유통기한 없으니까"

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는 내 옆에서, 헤시키리상은 조리대 아래 선반에서 커다란 봉투를 꺼낸다.


"자, 소금이다"

"오오.....굉장히.........업소용이네요....."

갈색 종이봉투의 오른쪽 아래에는, 정확한 글자로 25킬로그램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이걸 한손으로 가볍게 들어올리는 헤시키리상의 완력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고릴라냐고.


"이건.....어느 정도 쓰는 거지"

가볍게 고개를 갸웃거린 헤시키리상은 새 밥그릇을 기세 좋게 소금 봉투에 처박는다.


"자자잠깐! 헤시키리상 멈춰요!!"

"음?"

그릇에 산처럼 수북히 쌓인 소금을 보고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여기서 중대한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그는, 지금까지 냉동 건조된 죽에 뜨거운 물을 부어주거나, 식사 대용인 고형 블록을 가지고 와 주긴 했지만.

조리를 하고 있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유능해보이는 분위기 (실제로 대개 유능하다) 에 휩쓸려 요리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헤시키리상, 보아하니 요리는 전문이 아닌 모양인데?


"소금은 이 작은 접시에 조금만 있으면 충분해요"

"........많이 있으니 더 많이 써도 상관없다만"

"적정량! 그게 적정량이니까요! 마음만 감사하게 받을게요!!"

소금 봉투를 들고 슬그머니 다가오는 헤시키리상을 억지로 막는다. 이제는 접시에 물을 조금 받고, 커다란 빈 접시를 준비하면 된다.


"이제 만들어요!"

"그래"

흥, 하고 득의양양하게 코웃음을 치는 헤시키리상을 곁눈질하며 손을 물에 적신다.

.....보라색 눈이, 말없이 내 움직임을 쫒으며 순서를 확인하는 것이 조금 우습다.


"몇 개 만들 수 있을까요"

"글쎄다"

묵묵히 주먹밥을 생산해 보지만, 보는 바 대로 지금 내 몸은 작다. 내 주먹밥과 헤시키리상의 주먹밥은 상당히 사이즈가 다르다. 모양새가........아니 뭐 어쩔 수 없지만.


"정말 소금만으로 괜찮은 건가....."

문득 걱정스러워하는 목소리가 나서 옆을 올려다본다. 나는 꽤 좋아하는데, 소금 주먹밥. 혹시 헤시키리상, 실제로 식사를 해 본 경험이 없는 걸까?


"헤시키리상, 소금 주먹밥 먹어본 적 없나요?"

"식사 경험은.......마쿠노우치 도시락이나, 당고 정도라면"

어색하게 나열되는 그 라인업은, 왜 그 두 가지인지 알 수 없는 초이스다. 도시락에 당고......어디로 외출해서 먹은 건가?

식사 자체는 필수가 아니라고 해도, 맛은 알테니 먹게 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헤시키리상, 얼마나 구두쇠인 사람을 상대했던 거지.


"그럼 주먹밥은 이게 처음이겠네요. 자, 입 벌려 주세요"

"갑자기 뭘, 으그"

작은 주먹밥을 하나 입에 밀어넣어 준다.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뜬 헤시키리상은 그대로 입만 우물우물거리고 있다.

오오, 예의바른데. 입에 먹을 것이 들어있을 때는 말을 안 하는 건가.


"............맛있군"

"그거 다행이네요.......그런데 이거, 너무 많이 만들었는데요"

밥을 너무 많이 했다, 는 말이다. 완성된 주먹밥은 큰 것이 다섯 개에 작은 것이 일곱 개.

커다란 쪽의 모양새에 관해서는, 헤시키리상의 명예를 위해 언급하지 않겠다.

아니 뭐, 처음이니까. 긴장해서 너무 힘을 많이 줬던 거겠지. 아마.


"헤시키리상, 몇 개 먹을 수 있나요?"

"먹으라고 한다면 얼마든지"

"앗 그런 푸드 파이트! 한계에 도전!! 같은 얘기가 아니라.......몇 개 정도 먹으면 만족할 것 같은가요?"

"그런 거라면 3개 정도일까"

"오케이, 방에서 먹어요. 남은 건......뭐, 덮어 놨다가 내일 아침에 먹죠"

헤시키리상 몫으로 큰 것을 3개, 내 몫으로 작은 것을 두 개 접시에 옮긴다.

큰 접시에 남은 것은 마른다거나 벌레가 꼬이는 게 걱정이다. 그래서 보울을 뒤집어 뚜껑 대신 덮었다. 내일 아침에 먹어야지.




그러나 다음 날 아침.

나와 헤시키리상이 부엌에 발을 들여 보니, 아침으로 먹을 예정이었던 주먹밥은 작은 쪽만이 홀연히 사라져 있었다.


"이거, 어.....?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표정을 구긴 헤시키리상은 내버려두고, 나는 분명 그 검고 키가 큰 남자가 먹었을 거야, 하는 묘한 확신을 품었다.





"왠지 여기, 점점 생활감이 배어나오기 시작하네요"

별 생각 없이 중얼거린 나에게 콘노스케상이 귀를 파닥였다.


"생활감, 이라고 하시면?"

"내가 막 왔던 첫날은, 그......아름다운 폐허, 같은 인상이었거든요"

"아아, 과연"

일과인 폭포 수련을 마치고 목욕 타임. 귀를 파드득 흔든 콘노스케상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근 채 느긋하게 말했다.


"그것은 아마도, 당신께서 여기에 계시기 때문일 겁니다"

"........무슨 말이죠?"

여기, 라는 것은, 설마 지금 현재 담그고 있는 시스템 배스름의 욕조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겠지.

이 유령 무가 저택----즉 혼마루를 가리킨다고 생각하지만, 시설의 설비를 정비한 기억은 하나도 없다.


"이곳은 본디, 안에 인간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한 시스템으로 되어 있습니다요"

".............시스템으로 되어 있어?"

"영적인 힘이 강한 영산이나, 용맥이 있는 토지 등의 공간을 잘라내, 모든 시대와 단절시킨 안전지대----그것이 여기, 혼마루입니다"

".....흐음"

중학교 2학년생이 크게 기뻐할만한 단어가 마구 튀어나온다. 잘 이해는 못하겠지만 꽤 공을 들인 설정인 것 같다.


"본래 공간 안의 술사에 맞추어 영역을 전개해 넓혀 나가게 됩니다만, 당신께서 오시기 전까지 여기에는 도검남사밖에 없었던 것이겠지요. 정체되어 있던 공간이라는 말입니다"

"음? 아니 그래도, 그러면 이 공간 자체가 이미 전개되어있었던 게 이상하지 않나요?"

"그것은 그------이전에 여기에 있었던, 사니와님께서"

이전에 여기에 있었던, 사니와님. 그러니까----헤시키리상을 버린, 원래 주인이라는 말인가.


"그렇구나, 그 사니와씨가 이 혼마루를 넓힐대로 넓혀두고, 없어졌다고....."

헤시키리상에게는 어쩐지 물어보기 힘든 이야기라 얘기해보지 않았지만, 그의 전 주인---즉, 이 혼마루의 본래 주인에 대해서는 신경쓰이는 점 투성이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

왜 이 혼마루와 검의 츠쿠모가미들을 버린 건지.

애초에, 어떤 인간이었는지.


"으아-......알고싶은 게 너무 많은데....."

따뜻한 물 속에서 부글부글 숨을 내쉰다. 쭉 늘어져 몸을 담그고 있는 콘노스케상은 여유롭게 젖은 코끝을 내 코에 맞댄다. 간지럽게.


"당신은 총명한 분시이군요"

"..........그건 고마워요"

실제로는 이 어린 소년의 몸은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령 사기가 상당히 심각하지만......그건 입을 다물어 두기로 한다.

지금까지도 외견에 맞추어 연기해 왔기 때문에, 이제 와서 '사실은 알맹이는 중년을 넘어서 노년을 향해가던 아저씨입니다' 하고 밝히는 것도 너무 부끄럽다. 이대로 밀어붙일거야 나는.


"저기 콘노스케상, 나한테 협력해 준다고 했죠"

이전에, 지금처럼 둘이서 목욕탕에서 나눴던 약속. 콘노스케상은 당연히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던 듯, 푹 젖어 가늘어진 대롱여우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 하고 싶은 게 있거든요"

"이 콘노스케놈이 도와드릴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그렇게 말하는 콘노스케상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대고 목소리를 죽인다.


"--------를, 하고싶은데요"

"..................................예?"

"아니, 나도 알아요 알아, 위험하다는 것 쯤은. 아무리 그래도"

"위험은 물론입니다만, 그 이전에! 그러한 일을 하세베님이 용서해주실 리가"

"그러니까, 그건 좀, 콘노스케상"

"네?"


"협력----해 준다고, 했잖아요?"


내 말에 콘노스케상이 딱딱하게 굳는다.

하하하, 그렇게 긴장하지 말아줘. 내가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잖아.


아니 뭐, 실제로 이제부터 하려고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언제까지고 헤시키리상에게만 의지하고 재활만 하고 있어서는, 내 목적은 이룰 수 없다.

나는 결정했으니까. 이 몸을, 원래 주인인 어린애에게 돌려줄 거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육체를 돌려줄 방법도 물론 모색해야 하고----먼저 여기에 대해서 조사하고, 그 다음에 안전한 탈출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냥 의식을 되찾게 해 준다 해도 여기서는 만족스럽게 생활할 수도 교육을 받을 수도 없다.

그래서는 의미가 없다. 내가 이 육체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준 다음, 그 애가 평범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지.

헤시키리상은 아마 전자나 후자나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숨어서 몰래 해야 한다는 말이지.


"콘노스케상"

"히엑......그, 그만두십시오! 이런 가녀린 대롱여우에게.....!!"

욕조 속에서 첨벙거리며 뒤로 물러나는 대롱여우. 그 허리를 가만히 잡아 끌어당긴다.


"어떻게 해서든 혼자서 이 혼마루를 조사하고 싶어요"

완전히 아래로 늘어져버린 귀에 그렇게 속삭이자, 콘노스케상은 포기한 듯이 힘을 쭉 뺐다.


".............................그것이, 당신의 바람이시라면"

콘노스케놈은 이 혼마루에 있는 인간을 위해서 파견된 사자이기에, 하고. 그렇게 중얼거린 그의 목소리는 힘없이 풀죽어 있었다.



"후아-......목욕 잘 했습니다......"

"어이, 머리카락을 제대로 말려라"

욕실에서 나온 나에게, 드라이어를 장비한 헤시키리상이 다가온다.


"언제나 그랬지만, 세계관이......."

"하? 세계관? .......무슨 이야기지"

"아무것도아니에요"

자비없는 뜨거운 바람이 부오오옹 하고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날린다.

하지만 뜨겁다는 생각이 안 들게 하는 점이, 역시 헤시키리상은 요령이 좋네,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아니 그보다 헤시키리상, 이 정도는 내가....."

"매일매일 욕실에서 젖은 머리통으로 나오는 네놈에게 부족한 것이 있지, 뭐라고 생각하나?"

"어? .......꼼꼼함이나, 그런 거"

"유감이군. 정답은 신용이다"

"으윽........너무 신랄하네요......"

따뜻한 바람을 맞으면서 머리카락을 살살 쓸어넘기는 손길을 느끼고 있으면 잠이 솔솔 와서 곤란하다.

아니 정말 안 된다고. 오늘밤에는 하고 싶은 일이 있으니까.


"졸리다면 자도 좋다, 이불에 뉘여 주마"

"으아-.....고마워요......"

졸린 척은 연기가 아니지만, 그 다음에 잠에 드는 것은 연기다. 하지만 헤시키리상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나를 이불에 눕혀 준다.

.........약간, 조금, 상당히 양심이 찔리지만 어쩔 수 없다. 왜냐하면 여기서 탈출하고 싶다고 말하면 헤시키리상은 절대로 막을 거잖아?! 탈출을 경계하게 되는 리스크를 생각하면, 상담같은 것도 불가능하지?!


내 마음 속의 갈등도 모르고, 방 안에 침착한 콘노스케의 목소리가 난다.


"........하세베님, 상담드릴 것이"

"뭐냐"

"해킹한 쌀창고가 왠지 묘해서"

"......뭐라고?"

미리 맞춰 둔 대로 이야기가 흐르고, 헤시키리상이 소리도 내지 않고 일어서는 기색.


"함께 점검을 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래, 문제없다"

장지문이 미끄러지며 열리는 소리.

헤시키리상은 아마, 이 방에 나를 혼자 남겨두고 가는 것이 위험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방에는 헤시키리상이 펴 놓은 결계같은 것이 있으니까-----라는 건, 콘노스케가 말해준 것이다.

타박타박 하고 콘노스케상의 발바닥이 나무 바닥으로 된 복도를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발소리가 완전히 들리지 않게 되었을 때, 나는 슬그머니 이불에서 기어나왔다.


"----지금부터 1시간, 이라"

콘노스케상이 선언했던 '벌 수 있는 시간' 은 한시간이다. 짧지도 않지만, 낭비할 수 있을 만큼 긴 시간도 아니다.

소리를 죽이고 천천히 장지문을 열고 어두운 복도로 살며시 나간다.



"그럼......일단 제일 가보고 싶은 곳인가"

콘노스케상이 가르쳐 준, 이 혼마루의 구조를 떠올려 본다. 그 중에 가장 신경쓰이는 것은, 뭐라고 해도 '관제실' 이다.

왜 이런 일본풍 건축물 안에 관제실이 있는 거야, 하는 태클은 이제 하지 않을 거라고.

어쨌든 여러가지 정보나 출진을 위한 이동 게이트 같은 것을 제어하는 방이라고 하는 그곳에, 가장 가 보고 싶다.


"곧장 여기서 게이트로 안전한 곳까지 이동.....이라거나. 가능하다면 편하겠지만"

허무하게도, 그런 가능성은 없다고 미리 콘노스케상이 말해주었다.

어쨌든 이 혼마루는 현재 '봉인 지정' 이라는 상태라고 한다.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느낌이 드는 글귀이기는 하지만----내가 도착했던 첫 날을 떠올리면, 슬플 정도로 납득이 된다.

그거, 헤시키리상이랑 만나지 못했으면, 아마 도착 후 수시간 시점에서 그 흰 머리 남자에게 잡아먹혀 죽고 말았을 테니까.

하지만 뭐, 원래 정보 관리나 게이트 제어를 하고 있던 방이다. 탈출의 실마리가 있을 가능성을 버릴 수도 없다.


"그러니까.....분명, 여기서 오른쪽....."

복도 끝에서 모퉁이를 돌아 멈추어 선다.

욕실에서 따뜻한 물을 이용해 벽에 그려 준 지도가 맞다면, 이 방이다.


"실례합니다......."

장지문에 손을 대고 살며시 연다.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는, 희미하게 오래된 종이 냄새가 났다.




끼익, 하고 바닥이 삐걱이는 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상당히 오랫동안 쓰지 않았을 이 방은, 역시라고 할까 상상했던대로 먼지 투성이다.


"제어 패널.....제어 패널.......은 어디야"

"그 오른쪽에 있는 커다란 녀석이 그거라고"

"아아, 그렇구나 이거.............?"

등줄기에 소름이 쫙 돋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한기가 나를 덮쳤다.


"윽.....!"

"그렇게 무서운 표정 안 해도, 안 잡아먹는데"

뒤를 돌아보니, 작은 어린아이. 어둠 속에서 무슨 색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색소가 엷은 머리카락이 어둠 속에서 윤곽만 드러내고 있다.


".......누구, 세요"

"이런 방의 주인 같은 거지 뭐"

"이 방........관제실의?"

"이런 건 내 특기였으니까"

소년은 그렇게 말하곤 웃더니, 모니터 앞에 있는 의자에 올라앉았다. 바퀴 달린 의자를 빙글빙글 돌리며 흔들리는 다리는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하다.


"그거 굉장하네요, 두뇌파"

"그래도 사실은, 출진 쪽이 하고싶었는데"

입술을 삐죽인 소년은, 독특한 사투리를 구사하고 있다. 그도 검의 츠쿠모가미.......일까? 척 보기에는 색채가 그야말로 이국의 것 같지만, 평범한 어린애로 보인다.

......혹시 요괴나 신이라면, 흰 머리 남자나 검은 남자처럼, 나를 식용으로 붙잡을 수도 있다, 는 말이지.

슬그머니 다리가 뒤로 물러난다. 하지만 그는 이 어둠 속에서도 그것을 빠르게 알아차린 모양이다.


"뭐야, 내가 그렇게 무서워?"

".......저기"

"나 같은 건 다른 거랑 비교하면 약하다니까. 안 무서워해도 돼"

목소리가 웃은 것 같다.

왠지 이 소년......지금까지 만났던 신들이랑, 상당히 분위기가 다르다. 부드럽다.


"다른, 이라고요?"

"알고 있을 텐데. 하세베라거나"

"헤시키리상?"

확실히, 헤시키리상은 이 혼마루의 일지에서는 제 1부대의 대장이라고 했다.

캡틴과 에이스가 똑같은 인물일지는 솔직히 모르는 거지만, 그래도 실력자라는 점은 의심할 바 없다.


"또 누구랑 만났어?"

"그러니까......흰 머리카락에 눈이 빨갛고....."

"커다란 거랑 작은 거 어느 쪽인데"

"키는 큰 것 같은 분이었어요. 노란 기모노를 적당히 입고"

"아아-"

설마 하고 생각하지만, 그 요괴 형아의 작은 버젼 같은 것도 있는, 건가.....?

그건 뭐라고 할까,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는 말이다. 아무래도 내 마음속에서, 그 남자에게 물리적으로 잡아먹힐 뻔 했던 일은 상당히 훌륭한 트라우마가 된 것 같다.


"그래서, 이런 데 뭐 하러 왔어?"

그런 나의 마음은 알 리도 없는 소년은, 갑자기 핵심을 파고드는 질문을 던졌다. 뭐 그야, 당연한 의문이겠지.


"여기를.....조사하고 싶어서"

"반은 거짓말이네"

부정하는 말이 대단한 자신감을 띄고 있다.

이 소년, 머리도 좋은 것 같지만, 그 이전에 처음부터 이러한 교섭 자체에 익숙한 기색이 난다.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스륵, 하고 작게 옷이 스치는 소리가 나고, 소년이 내 귓가에 입술을 댄다. 속삭이는 목소리가 아까까지 천진했던 톤과 달리, 굉장히 무감정했다.


"있잖아, 나랑 거래 하지 않을래?"

"거래......라고요"

"나도 부탁이 있거든, 나쁘게 하지는 않을게. 어때?"

"조건을 모르는 이상은....."

여기에 대한 걸 자세하게 가르쳐 준다면, 이쪽에게도 나쁜 이야기는 아니다. 조건에 따라서는 좋은 이야기이긴 한데......무슨 부탁을 하겠다는 걸까.

하고, 생각에 잠기려 한 순간. 삐걱, 하고 복도에서 나무 우는 소리가 났다.


"윽........"

삐걱, 끼익, 하고 점점 다가오는 그 소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가의 발소리다. 자연스럽게 몸이 굳었다.


"음? 왜 그래?"

내가 알아차렸다면 이 소년이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 긴장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 밖에 없다.

발소리의 주인이 실력적으로 상대에게 위협이 아니거나-----혹은, 애초부터 이 소년의 동료이거나, 다.

삐걱, 하고. 장지 앞에서 발소리가 멈춘다. 달빛에 비치는 실루엣은 긴 것을 든 키가 큰 남자다.


"오, 아저씨"

남자가 장지에 손을 대고 천천히 연다.

달빛에 역광을 받은 그 인영은-----그 빨간 코테는 본 적이 있었다.


"오오 하카타....또 이런 먼지구덩이 방에 틀어박혀 있었던 거냐?"

"정말, 쓸데없는 참견이네. 나는 여기가 좋다고!"

그, 낮게 잠겼으면서도 귀에 착 감기는 저음. 섹시함이 풍기는 그 목소리도 들어봤던 것이다. 그래. 부엌에서 만났던 그 남자----......


"~~!"

"아?!"

예비동작도 없이 달빛이 비치는 복도로 달려나간다. 남자의 옆구리를 빠져나갔지만, 어둠에 눈이 채 익지 않았던 것 같다. 그 긴 팔에 잡히는 일은 없었다.


"아아? ......뭐야 저거?"

"어-이! 아까 그 거래, 자세하게 듣고싶으면 또 오라고-!"

그런 목소리를 등 너머로 들으며 어쨌든 아무렇게나 달린다. 지금은 나를 대신해서 줄 식료품이 없단 말이다. 소년은 어쨌든, 저 검은 남자는 평범하게 한 입에 잡아먹을 지도 모른다.



"헉, 헉......"

모퉁이를 몇 개나 돌았을까. 쿵쿵거리며 가슴을 두들기고 파열할 것처럼 울려대는 심장, 가라앉이 않는 호흡.


"하아.......따, 따돌렸다....."

안도감에 무릎에서 힘이 빠져 복도 한구석에 주저앉는다. 의식적으로 천천히 숨을 쉬면서, 이제 방으로 돌아가야지, 하고 고개를 들었는데----들었는데?


".....................................큰일났다, 여기가 어디지"

한쪽 눈뿐인 시야가 받아들인 것은, 본 적이 없는 복도 한 귀퉁이다. 완전히 미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