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문 링크: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9338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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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도검남사에게 밝지 않은 과거가 있습니다
* 원작 게임에서는 물론 사니와나 정부가 고의로 도검남사를 상처입히는 등의 설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 당신이 불쾌하게 생각할만한 표현을 포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기를 읽고 납득하신 후에 관람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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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을 모르겠네"
들을 상대도 없는데, 나도 모르게 참지 못하고 소리내어 중얼거린 말은 서늘한 복도에 떨어졌다.
그 남자를 따돌리려고 아무렇게나 달린 탓에 돌아가는 길은 커녕 지금 어디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이건 굉장히 좋지 않은 전개다.
"큰일인데, 빨리 가야 해"
아직 1시간은 경과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어슬렁거리며 헤메고 있다간, 아무리 해도 타임오버라는 위험이 따라붙는다.
게다가 단순히 이 몸도 위험하다. 또 그 요괴 남자같은 게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저기"
문득, 높은 목소리가 날 부른다. 복도 한구석에 주저앉은 채로 몸이 삐걱인다.
"돌아가고 싶어"
묻고 있다기보다는 단정하고 있는 그 말은, 나를 향해 던진 말일 것이다.
.......요괴나 유령은, 말을 건다 해도 상대하면 안된다고 했던가.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지.
"저기"
하지만 높은 목소리는 조용히 나를 부른다.
......잘 생각해보면, 아까도 소년이랑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해 버렸다. 이제 와서 한둘쯤 얘기 상대가 늘어난다 해도 별로 다를 것은 없나.
"방에 돌아가고 싶은데, 길을 모르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돌아보자, 거기에 작은 어린애가 서 있었다.
".....데려다 줄게"
희고 가느다란 손이 쑥 나와서, 그것을 잡고 일어난다. 나보다 키가 작은, 고양이같은 눈을 가진 소년은 내 손을 당겨 복도를 똑바로 걸어간다.
대화도 없이, 묵묵히 나무가 깔린 복도를 밟는 작은 발.
어쩐지 긴장된 분위기가 어색해진 나는, 나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그런데 저기, 왜 이렇게 해주는 거에요?"
처음 보는 얼굴인 그가,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 줄 이유는 없다. 이렇게 작은 애고, 그 검은 남자나 요괴 남자에게 들키면 이 애까지 위험한 게 아닐까......
"답례"
".....답례?"
처음 보는 상대인데 대체 무슨 답례. 그렇게 물으려 했더니, 그가 조용히 '이제 도착이야' 하고 말했다.
"저 모퉁이를 돌면, 다시 쭉 가면 돼"
"그.......살았아요. 정말 고마워요"
그렇게 말하자 지금까지 전혀 표정이 없던 그의, 그 반창고와 작은 상처가 나 있는 뺨이 조금 풀어졌다.
"그럼, 조심해서 가"
그리고 소리도 없이 발을 돌린 그는 복도의 어둠 속에 녹아들듯이 사라졌다.
라는 한바탕 소동을 겪은 뒤에 무사히 이불 속에 들어가 있기를 수십분.
".....정말, 뭐였던 거냐"
슬슬 잠이 쏟아질 무렵 장지문이 열린다. 실눈을 뜨고 엿본 헤시키리상은 꽤나 지친 기색이다.
"이야, 고생하셨습니다"
헤시키리상 뒤에서 타박타박 하는 소리가 난다. 콘노스케상과 헤시키리상이 험악한 분위기가 아닌 걸 보니, 잘 얼버무려 준 것 같다. 콘노스케상에게는 다음에 틈을 봐서 계란죽의 유부를 나눠 줘야지.
"하세베님, 오늘도 주무시지 않으실 생각이십니까?"
"매번 매번 끈질기구나"
책상 옆에 털썩 앉은 헤시키리상은 책장 위, 높은 장소에 들어가 있던 종이 상자를 내려 무엇인가 찾고 있다.
그리고, 꺼낸 것은----책?
"도검남사 여러분께는 절대적으로는 필요하지 않다 해도, 수면을 취하시는 편이 소모가 적습니다요"
"그런 것은 알고 있다, 보건 체육에서 읽었지"
.......뭐?
보건 체육에서 읽었다, 는 말은?
말문이 막힌 채 잠시 시간이 흐르자, 헤시키리상이 손에 든 책을 펼쳐서 마침 책의 표지가 보이게 되었다.
'이해하기 쉬운 보건 체육'
파스텔 컬러와 부드러운 터치를 사용한 일러스트 표지의 책. 뭐 어디를 어떻게 봐도......초등학생용 교과서, 였다.
"그렇다면 지금은 육신을 가지신 당신께서도, "
"시끄럽다. 내 육체보다도 이쪽이 우선순위가 높단 말이다"
팔락거리며 넘어가 한순간 보인 페이지에는, 형광펜으로 색칠한 곳이 군데군데 보인다.
"도검남사는 육체를 잘못 취급한다 해도 나름대로 활동할 수 있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으니까"
"그건 그, 맞습, 니다만......."
콘노스케상의 귀가 축 내려간다. 이불 틈새로 그것을 엿보고 있는 나는----그야말로, 극적인 쇼크와 깊은 후회에 휩싸여 있었다.
눈 앞의 상황이 가리키고 있는 사실. 그러니까 지금까지 계속 '검의 신인데 인간을 돌보는 것까지 다 알고 있다니, 굉장하네 우수하네' 하고 생각했던 헤시키리상은,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내가 잠든 후에 혼자서 계속 공부를 한 것이다, 자기자신이 쉴 시간을 없애면서까지.
그렇게 온 정성을 다해 주는 그를 향해 '혼마루 탈출을 반대할 테니까' 라는 이유로 속이고 사기친 쓰레기자식이 있다고 한다. 누구지? 나다! 차라리 죽여줘.
"......?"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불 속에서 죽고싶어 하고 있었더니, 문득 시야에 그림자가 비친다.
실눈을 뜨고 확인해보니, 내 머리맡에 다가와 얼굴을 들여다보는 헤시키리상.
"푹 주무시고 계시군"
한밤중의 서늘한 공기에 툭 떨어진 그 말은, 느리게 번진다.
"나는 이 분을 지킬 것이다----이번에야말로"
그렇게 스스로에게 맹세하는 목소리가 조금 떨리는 것을 듣고, 심장이 꾹 조여드는 것처럼 아팠다.
"헤시키리상, 좋은 아침이에요"
"그래, 어서 세수하고 와라"
결국 그 뒤에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하다가 한숨도 자지 못했다. 오늘의 수련이 불안하다.
방 옆에 붙은 세면대에서 얼굴을 씻으며 각오를 다진다. .....헤시키리상에게 제대로 말하자, 이 혼마루에서 나가고 싶다는 거. 그리고 헤시키리상도 같이 데려가고 싶다는 것도. 이건 뭐 어젯밤에 결정한 거긴 하지만.
"....................좋아"
차가운 물을 얼굴에 끼얹자, 탁하게 고인 마음이 조금 개는 것 같았다.
노릴 거라면 밭일 할 때가 좋을 것이다. 정원을 달리거나 폭포 수련을 할 때에 그런 여유가 있을것 같지는 않다. 아니면 뭐...... 밥 먹을 때, 일까?
그렇게 가벼운 생각을 하고 있으니, 이미 져지로 갈아입은 헤시키리상이 말을 걸었다.
"어이, 오늘은 밭이 먼저다"
"음? 그런가요?"
평소에는 오후였는데 하고 내심 의문스러워하고 있으니, 헤시키리상 뒤에서 만면의 미소를 지은 콘노스케상이 불쑥 튀어나왔다.
"네! 수확입니다요!!"
밭에 나간 나를 맞이한 것은, 일면 가득한 녹색과 주렁주렁 달린 야채들이었다.
"어.........너무 빠르지 않나요.....?"
너무 빠르다. 분명 콘노스케상에게 물어봤을 때, 수확까지 일주일이라고........아니 뭐 그것도 빠르긴 하지만......
"이 혼마루에 차오르는 영력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새빨갛게 익은 토마토에 코를 가져다 댄 콘노스케상은, 킁킁 하고 냄새를 확인한다.
".....? 그건 내가 수련을 쌓고 있어서 그렇다는 말인가요?"
"설마. 그 정도로 이렇게까지 급격하게 영력이 차오르기 시작하는 일은 없습니다요"
뭐야 그런가. 방금 그 말이 약간 부끄러운데.......그게, 아니라.
"그럼 왜........"
"자고 있던 녀석들이 일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귀찮게"
내 의문에 짜증스러운듯이 대답하는 헤시키리상의 목소리. 그의 그 목소리 톤과 뉘앙스로 보아, 아무래도 좋은 일은 아닌 모양이다.
"그건 또.......왜죠?"
건네받은 가위로 토마토의 굵은 가지를 잘라내자, 찰캉 하는 큰 소리가 나고 풋내음이 났다.
".......그 말을 네가 하는 거냐"
귀찮아하는 얼굴로 중얼거린 헤시키리상은 토라진듯이 입술을 삐죽이고 있다.
"어, 나 때문인가요?"
"네 놈, 첫날에 마음대로 이 혼마루를 어슬렁거렸지 않나----내가 그만 잠이 든 틈을 타서"
"아.......그 때는 참 죄송한 일을"
미안하다는 생각은 하지만, 설마 그거 때문이라고? 정말이냐.
묵직한 빨간 열매를 묵묵히 수확하면서, 곁눈질로 몰래 헤시키리상의 표정을 엿본다.
"휴면 상태에 들어가 계셨던 도검남사 분들 중에는, 흩뿌리신 영력에 의해 눈을 뜨신 분도 있다는 말입니다"
"자고 있던 것을 깨운 것 뿐이지. 녀석들 스스로의 영력이 활동 상태에 들어가긴 했지만, 네놈의 영력량은 이번 풍작에는 직접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그렇구나......"
..............하는 건 혹시, 그건가? 그 검은 남자나 소년 같은 것도, 내가 첫날에 혼마루를 돌아다녔기 때문에 시간차를 두고 일어났을지도 모른다는 건가?
며칠인가가 경과하긴 했지만 몇백년이나 살아왔을 법한 검의 츠쿠모가미가 보기에는 오차 범위일 테니까.
오오......스스로 자기 목을 조이고 있다는 느낌이 굉장하다. 엄청난 이야기라고.
"이봐, 가지와 양배추도 수확하겠다"
"......그렇게 다 따면 다 먹을 수 있나요?"
"걱정하지 마라, 이곳의 냉장 시스템은 우수하니까"
헤시키리상은 그렇게 말하곤, 묵묵히 야채를 수확한다. 이러면 오늘부터는 제대로 된 식사를 먹게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잘 됐네.
가장 훌륭한 토마토가 달린 가지를 잘라내고, 손바닥 위에서 묵직하게 존재를 주장하는 그것의 표면을 체육복 소매로 슥슥 닦는다.
"헤시키리상 헤시키리상"
"뭐냐"
이쪽에 시선을 돌린 헤시키리상의 입가에 토마토를 쑥 내밀자, 놀랐는지 조금 열린 입술이 꾹 눌려 이상하게 일그러진다.
".............뭐 하는 짓이야"
"갓 딴 거 맛있을 것 같지 않나요? 자, 약속도 했으니까"
내 말을 들은 헤시키리상은, 한번, 두번 눈을 깜빡이더니, 살며시 붉은 과육에 이를 세웠다.
만족스럽게 자란 탱글탱글한 열매에 흰 이가 파고든다. 갈라진 단면에서 흐르는 과즙이, 내 손가락을 적신다.
"확실히 맛있군"
그렇게 말한 헤시키리상은 휙 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마 부끄럼을 타는 사람인 것 같으니, 쑥쓰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이 어린애처럼 보여서 나도 모르게 이렇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거지.
"있죠, 헤시키리상"
".......이번에는 뭐냐"
묵묵히 가지를 수확하던 헤시키리상이 조금 붉은 뺨을 하고 돌아본다.
아아, 역시.
"나중에, 중요한 얘기 좀 해요"
역시 나는, 그를 여기서 데리고 나가고 싶은 모양이다. 이 몸의 주인인 소년과 함께, 구해주고 싶다.
만약 그렇게 된 다음에, 이 세상에 나라는 의식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고 해도.
그런 생각이 가슴 속 깊이 퍼졌다.
"그래서? 중요한 얘기란 게 뭐냐"
대뜸 본론부터 꺼낸 것은, 내가 소금만으로 어떻게든 맛을 낸 가지 양배추 볶음에 젓가락을 가져가던 헤시키리상이었다.
"그러니까.....다 먹은 다음에......아니, 역시 지금 말할게요"
"꽤나 뜸을 들이는군....."
수상하다는 듯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는 헤시키리상은, 젓가락을 내려두고 바르게 앉았다. 나도 따라서 다다미 위에 무릎을 꼭 모으고 그를 올려다본다.
"나, 여기서 나가고 싶어요"
"......................, 하"
"이 혼마루에서 나가서, 현세로 돌아가고 싶어요"
머엉, 하고. 반쯤 열린 입에 크게 뜬 보라색 눈. 내 '돌아가고 싶다' 라는 말에 그 입이 소리도 없이 뻐끔거렸다.
".....그, 런"
흘러나온 목소리는 굉장히 약했다. 보라색 눈동자 표면에 두터운 물 막이 생긴다.
"어, 째서"
약하게 떨리는 어깨를 보고 내가 생각한 것은 '혹시 헤시키리상, 자기를 두고 갈 거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야?' 하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꺼져들어갈 것 같은 목소리를 설명할 수 없다.
"물론, 당신도 함께"
그래서 정정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당신도 함께라고 덧붙인 것은,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함......께.......?"
톡 하고 정적 속에 떨어지는 목소리. 그것과 동시에, 회갈색 속눈썹이 아름다운 그의 눈이 흐려졌다.
뚝 뚝, 작은 비명을 지르며 떨어져내리는 물방울. 머릿속이 위험 신호로 물든다. 울렸다. 울렸다! 연하에다가 갓 학교 졸업한 것 같은 상대를!!
"아니, 저기, 헤시키리상, 진정해요......"
잘 생각해 줬으면 하는게, 이쪽은 향년 47세의 아저씨다.
그 정도 나이가 되면, 이제 누가 눈 앞에서 우는 모습을 보는 것은, 영화나 드라마 속 정도가 다라고!
그래서 형편없이 당황하게 되는 것을 용서해 줬으면 한다. 아니, 지금 내 외견은 어린 꼬마니까 외견적으로는 세이프인가?!
갑자기 소리도 없이 헤시키리상의 손이 뻗어나온다.
".......헤시키리상?"
칼을 쥐기 위한 울퉁불퉁한 손가락이 내 손에 닿고 나서야, 떨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당신은, 나를......데리고 가 주시는 거군요"
이상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나는 이 때 처음으로 눈 앞에 있는 그와 진짜로 눈이 마주친 기분이 들었다.
내 손을 꼭 쥔 채, 멍하니 이쪽을 보고 있는 헤시키리상의 눈은 아직 젖어 있다. 이제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전혀 마를 기색이 없다.
"......그렇게 울면 눈이 부을 거에요"
비어있는 왼손의 소매로 새빨갛게 젖은 눈가를 톡톡 두드려 주자, 눈물 젖은 목소리가 '죄송합니다' 하고 중얼거렸다.
"어? 헤시키리상, 말투가"
평소랑 상당히 분위기가 다르다. 정중하다.
......아아, 아닌가. 첫날에 내가 부탁했었지. 하대하는 편이 마음이 편하니까, 하고. 그 입장에서는 이렇게 정중한 쪽이 보통인가.
"예, 죄송......아니, 미안하다"
"내가 하대받는 게 편하다는 것 뿐이니까, 별로 억지로 고치라는 건....."
"아니, 완벽하게 해내 보이겠다. 주명이니까"
주명......이것도 첫날 이후 들어보지 못했다. 이 느낌이라면, 역시 한자는 주인의 명령, 이겠지.
"뭐, 그럼 말투는 맡기기로 하고..... 나랑 같이, 여기서 나갈 방법을 찾아 주지 않을래요"
"알았다"
아직도 눈물의 여운이 남은 헤시키리상은, 그래도 굉장히 만족스럽게 웃었다.
드디어 눈물을 그친 헤시키리상과 나는, 재빨리 남은 밥을 해치웠다. 헤시키리상이 나에게 소개시켜 주고 싶은 상대가 있다며 재촉했기 때문이다.
"어어, 그래서 나한테 소개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게?"
".................정확하게 말하면, 소개하고 싶지는 않다. 해야 한다는 것일 뿐, 나의 의지로 하고싶어서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기억해 두도록"
"어어..........?"
"기억해 두도록"
"뭐, 알았어요......."
헤시키리상의 너무나도 기백 있는 표정에,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일까. 혹시 헤시키리상은 소개할 상대랑 사이가 별로 안 좋은 건가?
문득, 져지를 입은 그가 멈추어 섰다. 아름다운 자세 그대로 방 반대편까지 걸어간 그는, 손등으로 벽을 노크했다.
".......우왓"
부옹, 하고 짧은 소리가 나더니 아무것도 없던 벽에 전자 패널이 나타난다.
이제 그만 이 시대극인지 SF인지 복잡하게 뒤섞인 세계관에도 익숙해졌다고 이 자식아.......
헤시키리상이 익숙한 손놀림으로 패널을 조작하자, 삐삐삐삐.....하는 경쾌한 소리가 나고 뚝 하는 작은 소리가 났다.
"네에네~에, 항상 방긋방긋 사니와님의 고민에 다가가는, 시간 정부 생활과, 고민 상담 담당입니다. 현재 상담 접수는 저, 직원 번호 1123번이 받고 있습니다"
경쾌----를 넘어서서 왠지 경박하게 들리는 그 목소리는, 명랑하고 쾌활하게 말했다.
잠깐만, 새로운 정보인데 시간 정부? 생활과? 라고 했지? 뭐야 그 조직.
"나다"
"음? 그 목소리는 혹시 혼마루 번호 이 2535의 근시 등록 도검남사 헤시키리 하세베님이십니까? 이야~ 며칠만이네요"
"일일히 딴죽 걸지 마라, 이쪽 번호는 네놈에게 직통이지 않나"
한순간 그 소개하고 싶다는 상대에게 연결해줄 창구 같은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 분위기를 보아하니 어쩐지 이 직원 번호 1123? 이, 소개하고 싶은 상대 본인인 것 같다.
"여전히 엄격하시네요! 그래서? 오늘은 어떤 볼일이십니까?"
".........소개와, 상담이다"
"라고, 하시면?"
갑자기 찝찌름한 얼굴을 한 헤시키리상이, 나를 향해서 두 손을 뻗는다.
옆구리로 들어온 두 손의 의향을 이해하고 그대로 얌전히 안기니, 공중에 붕 뜬 발이 덜렁덜렁 흔들렸다.
"여보세요?"
패널의 마이크임직한 장소를 향해 말을 걸자, 한박자도 쉬지 않고 줄줄 흘러나오는 대답.
"음? 그 목소리는 혹시, 혼마루 번호 이 2535의 등록 도검남사님----은, 아니군요?"
특징을 모두 지워낸 매끄러운 목소리가 말한다.
그 목소리에는 무게라는 것이 일절 없는데도, 어쩐지 무서운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안녕하세요, 처음 뵙겟습니다"
"아아, 이거이거 처음 뵙겠습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이거, 뭐라고 해야 하는 거지.
이름이라고 해도, 이 몸의 주인인 소년의 이름같은 건 모르고......애초에 헤시키리상 상대로는 기억상실 같은 연기를 해 버렸기 때문에, 말할 수 있을 리도 없다.
그렇게 되니, 문제없이 말할 수 있는 건......
"안녕하세요. 이 혼마루 분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정부의 술사님들이 적당히 만들어 처넣었다고 하는 것 같은 공물? 입니다"
이 신분 정도란 말이지. ......헤세키리상이 가르쳐 준 것이긴 하지만, 뭐지 이 지옥같은 자기소개는.
"그거 그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진짜아아아........."
나의 자기소개에 직원분이 탈력하는 것을 느낀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안도가 아니라 피폐에 의한 것이다. 유감입니다.
".....그래서? 혼마루 번호 이 2535의 근시 등록 도검남사 헤시키리 하세베님, 이번에는 왜 자칭 공물님을 소개해 주셨을까요?"
"소개와 상담, 이라고 했지 않나"
거짓말이지 야......아무래도 내 호칭은 자칭 공물님으로 결정된 것 같다. 내 자기소개 때문이지만, 조금 싫다.
"나랑 이 녀석 둘이서 이 혼마루를 떠나고 싶다"
"아 그렇군요 그렇군.....요...........어 그거 진심이십니까?"
건조하게 메말라 있던 회선 너머의 목소리가 약간 싫은 기색을 띈다. 아무래도 우리가 바라는 길은, 나름대로 어려움이 따르는 모양이다.
"유감이지만 굉장히 진심이다"
"........뭐어, 농담같은 걸 하실 타입은 아니니까요"
수십초 정도 동안 기분나쁘게 신음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그 뒤에 회선 너머의 그가 깊고 긴 한숨을 쉬었다.
"어어 그럼.............그 혼마루가 현재 봉인 지정 먹은 상태라는 건, 알고 계시죠?"
"그래"
아니 모르는데 그게 뭐야. 봉인 지정.......어쩐지 좋은 뜻이 아닐 것 같긴 하다. 나중에 헤시키리상에게 물어봐야지.
"원래는, 이렇게 회선을 연결해서 연락을 하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문제에요. 그런데 인간 하나랑 도검남사를 이쪽으로 전송한다는 건......"
"그걸 어떻게든 하는 게 네놈의 역할이지 않나"
"우와 세게 나오시네에....."
경쾌하게 이어지는 대화는 내용과 달리 무거운 느낌이 없어서, 나도 모르게 가벼운 마음으로 끼어들게 된다.
"애초에 이 혼마루라는 거, 왜 봉인 지정? 을 당한 건가요?"
"아.........그게...."
내 질문에 직원은 우물쭈물한다. 이건 물어보면 안 되는 내용이었다----기 보다는, 그거다. 아마 헤시키리상에게 신경을 써 주고 있는 것이다.
"상관없다, 설명해 드려라"
"..........그래도 됩니까?"
"끈질기구나"
딱 잘라 말하는 그 기세가 이미 각오를 다진 사람의 것이라. 직원도 알아차렸을 것이다. 나른한 목소리가 담담하게 말을 시작한다.
"그쪽 혼마루에는 원래는 제대로 사니와님이 있었습니다. 그거야 참 성실하고 무엇보다 싸우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뭐어, 조금은 덜 성실해도 좋았을텐데 하는 남성이었죠"
"헤에"
"몇 년이고 몇 년이고, 정말 성실하고 집요하게 출진을 계속하는 분이셨습니다. 뭐 그 일에 너무 필사적이어서, 남사 여러분들의 상처 치료나 생활에 필요한 리소스가 부족해서.......손이 닿지 않는 부분도 많았던 모양입니다만"
"......우리는 칼의 츠쿠모가미다. 모든 곳을 깨끗이 수리받지 못한다 해도, 주인이라고 결정된 자가 필요로 하고 사용하겠다는 것을 거절할 녀석은 없었지"
넓게 잘 울리는 목소리가 조용하게 덧붙인다. 아무래도 그게 원인이 되어 원한이 생겨서......하는 이유로 이 혼마루가 봉인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럼 왜......."
"어느 날 말이죠, 부러져 버린 겁니다"
부러지다는 단어에, 한순간 처음 만났을 당시 그 날의 헤시키리상과, 그 손에 들려 있던 너덜너덜한 일본도가 머릿속에 스친다. 하지만 그 예상은 빗나간 것 같다.
" '지금까지 해 온 모든 일이 허사였어, 아니, 허사일 뿐 아니라 해를 입히는 악덕이기만 했던 거야' "
직원의 조용한 목소리에, 숨이 멈춘다.
" '너희 같은 거랑, 싸우는 게 아니었어----이제, 내 칼 같은 게 아니야' 그런 말을 남기고 자해하셨습니다. 칼이 아니라, 비녀로 목을 찔러서"
그 말에 나를 안고 있는 헤시키리상의 손이, 한순간 딱딱하게 굳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 혼마루에 계시는 도검남사 여러분은 인간을 증오하고 계시죠----대단히 위험하다고, 이 정부의 윗분들이 봉인하기로 결정할 정도로는요"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 말을 들은 순간 반사적으로 헤시키리상의 손을 쥐었다.
분명 그 손이, 부모를 잃어버린 미아처럼, 떨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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