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문 링크: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9478330


* 번역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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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도검남사에게 밝지 않은 과거가 있습니다

* 원작 게임에서는 물론 사니와나 정부가 고의로 도검남사를 상처입히는 등의 설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 당신이 불쾌하게 생각할만한 표현을 포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기를 읽고 납득하신 후에 관람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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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에서도 나름대로 두 분이 현세에 나올 길이 없는지 찾아 볼테니까요. 뭔가 알아내면 연락해 주세요" 하고.

곤란한듯이 그렇게 말한 직원 번호 1123이 통화를 끊은 뒤, 우리의 생활 공간이 되어 있는 방은 지옥같이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


"저기........헤시키리상"

"미안하다"

"네?!"

갑자기 스르륵 내려가는 머리. 머뭇거리며 말을 꺼내려던 나는 한순간 반응이 늦고 말았다.


"숨길 생각은 없었다. 언젠가 이야기해야 한다는 생각은 했지만......아니, 쓸데없는 변명이군. 잊어라"

"어, 저기"

"어떠한 벌이라도 마음대로 내리도록, 너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다"

"아니아니아니 잠깐! 잠깐 멈춰요 헤시키리상! 기다려요 잠깐만!"

당황해서 허둥거리는 나를 내버려두고 헤시키리상은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다. 왜 항상 이 사람은 자책을......아니 이 검.......!


"먼저 나는 화도 안 났고 책망할 생각도 없으니까, 얼굴 들어요!"

"......그러나"

"됐으니까 얼굴 들어!!"

이쪽이 대단히 세게 나간 탓에, 헤시키리상은 떫떠름하게 고개를 들었다. 그래, 그러면 된다고....


"우리도 이제부터 탈출 방법을 찾아야 하잖아요? 뭐 짚이는 게 있나요?"

그렇게 묻자 잠시 뒤에 헤시키리상의 단정한 얼굴이 일그러졌다.


"...........................없지, 는 않다"

"어 정말요?! 그럼"

"그러나 추천할 수 없군"

"......어어?"

벌레 씹은 얼굴, 이라고 부르는 게 딱 어울릴 만한 표정인 헤시키리상은, 견딜 수 없다는 듯이 나에게서 시선을 스윽 돌렸다.


"일단, 듣기만 해 두고 싶은데요"

"아니 하지만....."

"헤시키리상"

".....알았다"

안 내킨다, 라는 게 너무 노골적으로 태도에 드러나 있지만, 그래도 그는 천천히 그 얇은 입술을 열었다.


"------------코기츠네마루"

"코기츠네마루.....?"

"그 녀석이라면 무언가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거의 혼마루에 머무르지 않고 전장에 나갔던 나를 대신해, 그 남자의 근시를 맡고 있었으니까"

"헤에, 어떤 분이죠?"

"첫날 너를 먹으려 했던 그거다"


잠깐만, 그거 오도가도 못하는 거 아니야?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 위험해 보이는 요괴 남자 말이야?! 그 사람이 단서라고?!


"그런 표정을 지을 걸 알고 있었으니까, 말하고 싶지 않았던 거다"

"아니.......죄송해요, 너무 예상 밖이라......그 사람, 꽤 대단한 사람이었네요.........?"

"대단한지 어떤지는 어쨌든, 나름대로는 강하지"

절망적인 정보가 추가되어 점점 기력이 없어진다. 그 사람인가.......만나고 싶지 않은데......하고.......


"앗 그래도 헤시키리상도 강하잖아요? 걱정없는"

".......그건 태도다"

"태도? 면 뭐가 안 좋기라도 한가요?"

앗 이런, 질문을 잘못 골랐는지도 모른다. 헤시키리상이 보기에도 불쌍할 정도로, 말하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태도는 나 같은 타도라 불리는 칼보다, 크고 강한 것이 많지. 실제로 그 녀석도 수치 환산되는 능력치는, 나보다 그.........높다........"

질 생각은 없고, 기동력이라면 이쪽이 유리하지만......하고 작게 덧붙이는 헤시키리상은 미안하다는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어서 보기에 안쓰럽다.

그런 표정을 짓게 만들 생각은 없었는데. 이쪽이야말로 이상한 질문 해서 미안하다.


"온화하게 끝내는 건 역시 어렵.....겠, 죠.....? 인간을 증오한다면 헤시키리상이 혼자서 얘기를 들어보러 간다거나......."

내 제안에 헤시키리상의 목에서 으윽 하는 소리가 났다. 그 침통한 표정을 보고 깨닫는다. 깨닫고, 말았다.


"헤시키리상......사이......나쁜거죠......?"

"............................미안하다"

"아니 뭐, 상성 안 좋을 것 같긴 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신경쓰지 마세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제는 다른 길이 없다. 어느 쪽이 단독으로 가도 안 된다면, 아예 안전면만 고려해서 둘이서 가는 편이 좋을까.


"정면돌파 정신으로 갑시다!"

그래그래, 어쩌면 의외로 바로 탈출 방법같은 걸 가르쳐 줘버릴 지도 모르잖아!




"가거라, 귀에 거슬린다"

장지문 너머의 그 첫번째 대사에, 우리의 한줌 희망은 한순간에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이 얼마나 어이없는 2컷만화인가. 이럴 것 같긴 했지만.


"어, 저어기......코기츠네마루상, 그.....적어도 얘기라도"

"끈질긴 꼬마는 좋아하지 않는다. 머리부터 잡아먹히고 싶지 않으면, 옆에 있는 강아지와 함께 어서 꺼지라고 라고 있음이라"

장지 너머의 목소리는 굉장히 나른했지만, 그래도 그가 나를 먹으러 나오지 않는 것은 옆에 서 있는 헤시키리상의 기척이 억제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어차피 주인님에 대해서 뭔가 냄새라도 맡으러 온 게 아니냐"

찌르르한 느낌이 드는 그 목소리에는 경계의 빛이 진하다. 이곳의 사니와에 대해서 알리고 싶지 않은 일이라도 있는 걸까.


"아아, 저기.......여기 사니와님에 대한 게 아니라, 출입구에 대해서 여쭐 수 있으면 해서....."

"......출입구라고?"

"네. 이 혼마루에서 현세로 나가는, 출입구입니다"

되묻는 목소리에 다시금 대답하니, 방 안에서는 생각에 잠긴 듯한 침묵.

수십초인지 수분인지. 잠시동안 입을 다물어버린 코기츠네마루는 아까보다는 어느정도 침착한 톤으로 말을 꺼냈다.


"제어판도 조작할 수 없는 강아지와 그 주인에게는 관계없는 이야기지만----그 허약한 생명력으로 통과한다면, 빈약한 몸뚱이 째로 날아가겠지"

"..................네 놈"

"코기츠네마루상, 감사합니다"

약간 재미있어하는 빛을 품은 대답에, 그래도 나는 머리를 숙였다. 당장이라도 달려들려고 하는 헤시키리상은 손을 꼭 잡아서 제지한다.


"헤시키리상, 가요"

"......알았다"

소화불량으로 보이는 그에게는 미안하지만 너무 깊이 추궁해서 쓸데없이 분노를 사면 귀찮게 된다.

그런데 코기츠네마루는 왜 출입구에 대해서 가르쳐 준 걸까. 혹시, 이 혼마루에서 누군가가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 걸까?

뭐 어쨌든, 제어판 조작과 생명력 증강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았다. 한 걸음 전진이다.


"일단 방으로 돌아가서 작전 회의를 해야겠네요"

생명력 같은 건 잘 모르겠지만, 헤시키리상이나 직원에게 상담해보면 무언가 알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런 낙관적인 생각으로 거점으로 가는 길을 걸었다.

..........그것과는 또 달리, 무언가 잊고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드는데.




"주인님, 저 충견은 여기서 나갈 지도 모르겠군요"

조용한 방에 내려앉은 목소리는, 온화하고 침착한 것이었다.

흰 머리카락의 남자는 멍하니 허공에 시선을 던지며 말을 잇는다.


"잘 하면, 어느 정도만이라도----주인님께서 바라시던대로, 놓아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안도한 듯한 부드러운 그 음성에는, 그러나 명백한 체념이 번져나오고 있었다.


"아아 허나, 안심하십시오. 주인님의 마음은 이 코기츠네마루가......이 세상 끝까지 가지고 갈 테니"

거칠고 울퉁불퉁한 그 손에는 오래되어 낡은 책 한 권이 들려 있었다.




5월 8일

오늘은 시간 정부의 직원들이 집에 찾아왔다. 뭐라더라, 나에게는 사니와라는 것의 적성이 있다고 한다. 건강 진단도 받아서 나쁠 것은 없는가 보네. 지금 회사보다 연봉은 크게 오르지만, 전쟁같은 무시무시한 것에 참가할 생각은 없다. 만약 내가 죽으면 입원중인 여동생은 어떻게 하라고.


5월 9일

오늘도 시간 정부의 직원들이 찾아왔다. 모처럼 휴일이었는데...... 동생 문병에 늦을 뻔 했다. 안 되지 안 돼. 뭐, 누구나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적성이 있는 사람에게는 필사적으로 권유하겠다는 마음은 이해 못할 것도 아니지만.


5월 15일

매일매일 시간 정부에서 권유가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여동생이야. 왠지 요즘, 좋지 않은 느낌이 드는 기침을 하게 되었다. 동생은 그런 말은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는 조금 더 자주 문병을 가기로 했다.


6월 2일

동생이 피를 토했다. 의사 말에 의하면, 동생은 스무 살을 맞이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운명은 틀려먹었어.


6월 3일

오늘은 시간 정부에서 직원들이 찾아왔다. 지쳐 있었던 탓인지 채 거절하지 못하고 방으로 들이고 말았다. 하지만 그들이 해 주는 시간 전쟁에 대해 설명을 듣고, 흥미가 생기는 점이 있다. 역사수정주의자의 공격은 현재 이미 이루어지고 있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은 올바른 형태가 아니라고 한다. 어쩌면 역사를 바로 고치면 여동생의 비통한 운명도 정상으로 돌아가는 게 아닐까?


8월 31일

동생에게 마지막 문병을 갔다. 손을 잡았다. 굉장히 마르고 쇠약한 손이었다. 나는 내일부터 혼마루라고 불리는 시설에서 시간 전쟁에 참가한다.


9월 1일

도검남사라고 불리는 그들은, 개성은 강하지만 다행히도 마음씨가 좋은 녀석들이었다. 동생이 보낸 편지가 왔다. 앞으로 어떻게든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10월 5일

처음으로 바로 앞에서 따뜻한 내장이 사람 배에서 넘쳐흐르는 것을 보았다. 먹은 것을 모두 토했다. 나는 수리를 잘 못하는지도 모른다. 익숙해져야 해.


11월 10일

오늘은 역사수정주의자를 25명 죽였다.


12월 23일

오늘은 역사수정주의자를 36명 죽였다.


1월 3일

여동생이 보낸 편지가 왔다. 무려, 악화되고 있던 종양의 일부가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동생은 기적이라며 기뻐하고 있었다. 역시 내 가설은 맞았어! 이렇게 역사수정주의자를 죽여 나가면, 그녀라는 존재를 좀먹고 있던 병이라는 운명을 잘라낼 수 있을 거야!


1월 13일

오늘은 역사수정주의자를 42명 죽였다.


2월 8일

오늘은 역사수정주의자를 58명 죽였다.


3월 25일

오늘은 역사수정주의자를 61명 죽였다.


4월 4일

동생이 보낸 편지가 왔다. 몸이 좋아졌으니까, 오랜만에 볼 수 없겠느냐는 말이었다. 사진에 찍힌 동생은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꽤 혈색이 좋고, 기쁜 듯이 웃고 있다. .....하지만 나는 분명 여동생을 만나면 또다시 이 전장에 몸을 던질 수 없게 될 것이다. 한 번이라도 행복을 손에 넣으면, 잃는 것이 무서워진다. 다음에 동생을 볼 때는 그녀의 병이 완치되었을 때가 될 것 같다.


5월 17일

오늘은 역사수정주의자를 74명 죽였다.


8월 3일

요즘, 식사나 수면, 동생이 보낸 편지를 읽을 시간마저도 전쟁에 사용하고 있었더니 어느 틈엔가 쓰러진 모양이다. 보다 못한 코기츠네마루가 나를 이불에 눕혀 주었다.


12월 21일

오늘은 역사수정주의자를 82명 죽였다.


4월 3일

오늘도 동생이 보낸 편지를 읽지 못했다. 요즘 모든 부대를 있는대로 다 회전시키고 있기 때문에, 얼마동안 얼굴을 보지 못한 도검남사도 많다. 다들 잘도 나같은 보통 사니와같은 거랑 어울려주고 있네.


6월 19일

오늘은 역사수정주의자를 95명 죽였다.


2월 28일

이 일기를 펼치는 것도 얼마만일까. 오늘도 또 집무실 책상에 엎드려 정신을 잃은 것을 코기츠네마루가 옮겨다 주었다. 항상 신세를 지기만 한다. 우울하게 사과했더니, 코기츠네마루가 만물상에서 비녀를 사다 주었다. 동생에게 편지로 답장을 써서, 같이 보내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내일이야말로 쌓아놓은 동생의 편지를 읽어야지. 그리고 답장을 쓰는 거야.


3월 1일

책상 구석에 쌓아놓았던 편지가 없다. 이미 읽은 것도 찾아봤지만, 모두 함께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대체 왜?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3월 2일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드디어 받았다고 생각했더니 모르는 남자였다. 잘못 걸었다고 생각했지만 몇 번을 걸어도 그 남자가 받는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3월 3일

정부에게 연락했다. 나에게는 여동생 같은 것은 없었다. 그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역사야말로, 올바른 역사였던 것이다. 나는, 내 손으로 동생을----


4월 2일

어차피 이렇게 될 거 그 날 동생을 봤으면 좋았을걸. 아니 아니지, 애초부터 더 거슬러올라가서, 사니와 같은 게 되지 않으면 좋았다. 나쁜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이대로는 내가 역사수정주의자로 전락하고 만다. 이 혼마루 안의 도검남사도 휘말리겠지. 마음씨 좋은 그들을, 다정한 그들을, 이런 나를 따라 준 그들을 끌어들여서. 그것만은 안 된다.


4월 3일

잘라낼 거라면, 결정적으로, 치명적일 만큼 확실하게 가를 필요가 있다. 나를 향한 정을 남겨둔 채로는 언젠가 그들 또한 전락할 것이다. 미움받아도 좋고, 원한을 사도 좋다. 이건 분명 제멋대로 폐만 끼쳐 오던 내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 될 것이다. 그들은 이제 내 칼 같은 게 아니다.


4월 4일

오늘 나는, 역사수정주의자를 1명 죽일 것이다.





방으로 돌아온 나와 헤시키리상은 일단 물로 목을 적시고 둘이서 신음했다.


"제어판 조작이라니...."

"시공을 건널 때에 사용하는 것인데.....현재는 닫혀 있다. 내가 조작할 수 없는 것은 확실하지만, 애초에 현재 이 혼마루에서 조작한다 해도 현세로는 연결되지 않아"

"뭐어, '봉인 지정' 이라는 스케일 큰 단어까지 쓸 정도니까요.....그렇게 되겠죠......."

으음, 하고 둘이서 머리를 쥐어뜯고 신음한다. 이 혼마루의 일이라면 몰라도 현세의 사정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게다가 생명력? 이란 건 어떻게 강하게 할 수 있을까요? 역시 이렇게, 수련 같은 걸....."

"아아, 그것에 관해서는 나에게 생각이 있지"

"어 정말요?!"

"그건 내게 맡겨두면 된다"

여, 역시 유능한 남자.....헤시키리상, 엄청나게 듬직하다니까.


"그럼 역시 문제는 시공을 건너는 장치? 같은 녀석이 되겠네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턱을 문지른, 그 때.


"두 분-!"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멍청한 목소리가 방에 울렸다.


"윽........콘노스케상?!"

줄곧 머릿속에 걸려 있던 의문이 풀린다. 무언가를 잊고 있었다고 할까, 빠트렸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드디어 알았다. 그거다, 꽤 전부터 콘노스케상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거다!


"콘노스케, 지금 돌아왔습니다요!"

"어디 갔었어요?! 아니 진짜로"

무슨 일인지 천장의 점검 통로에서 내려온 콘노스케상은 약간 꾀죄죄하다. 천장 위에 올라갔던 걸까? 아니, 뭐 때문에.....?


"사실은 이 콘노스케, 여기에 발을 들인 이래로 계속 신경쓰이던 점이 있었습니다"

"그건......?"

"이 혼마루와 여기에 있는 도검남사 여러분들께서는, 주(呪)가 너무나도 심하게 한쪽으로 쏠려 있으시다는 겁니다"

미묘한 묘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콘노스케상은, 자기 꼬리 털을 슥슥 빗어내리고 있다. 털이 지저분해진 것이 신경쓰이는 모양이다.


"주가....쏠려.....?"

"네, 통상적으로 혼마루를 봉인 지정할 때는, 그 혼마루 전체의 주 농도를 조사하여 결정합니다요. 전락할 때에는 혼마루가 통째로 한꺼번에, 라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지요"

전락한다......는 건, 왠지 별로 좋지 않은 일이라는 건 알겠다.


"이 혼마루는 도검남사 여러분 개개인의 원한 농도에 차이가 아주 심합니다. 주가 대부분 풍화되어 있으신 분도 있으면, 인간을 향해 신선한 증오를 불태우시고 계신 분도 있으시지요"

"흠흠.....그걸 알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내가 시간 정부에 대한 것도 혼마루에 대한 것도 자세히 알지 못하는 탓에, 너무 얼빠진 질문을 하고 마는 것을 용서받고 싶다. 전 현대인 아저씨는 이 정도도 꽤 힘을 낸 거라고!


"주가 풍화되었거나 본래부터 약했던 분이 계시다면, 이 봉인 지정 혼마루에서 구출해야 한다는 신청을 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요!"

".....................정말요?"

그야말로 구원의 손길이다. 어 그거 헤시키리상 같으면 갈 수 있는 거 아니야? 이만큼 나라는 인간 어린애한테 다정한 태도고, 신청 통과되지 않을까?!


"단.....이 일 자체를 모르는 정부의 술사는, 아마 규정대로 획일화된 주 농도 검사밖에 하지 않습니다. 편중되어 있다, 는 사실 자체를 실제 데이터와 함께 알리지 않으면....."

"아아......."

"괜한 희망만 보여드린 것 같아 죄송합니다요....."

그런가, 그렇겠지. 콘노스케상은 아마 몰래 여기로 왔을 거고, 정부에 회수해 달라고 할 수 없는 이상, 역시 우리가 자력으로 현세에 돌아가는 일이 필수다.

나와 콘노스케상이 어깨를 축 늘어뜨린 순간, 삐삐삐삐, 하고 실내에 전자음이 울렸다.


"어,"

"아마 그 녀석이다"

헤시키리상이 익숙한 손놀림으로 벽을 손등으로 가볍게 노크하자, 부오옹, 하고 짧은 소리가 나고는 아무것도 없는 벽에 전자 패널이 나타난다. 들리는 것은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경박한 목소리다.


"네에네에, 항상 방긋방긋 사니와님의 고민에 다가가는, 시간 정부 생활과, 고민 상담 담당입니다. 현재 연락은 저, 직원 번호 1123번이 맡고 있습니다"

"......뭐냐, 샛길이라도 찾아냈나"

"그거 말인데요, 좋은 소식이랑 나쁜 소식이 하나씩. 어느 쪽부터 들으실래요?"

"나쁜 쪽은"

"여러분께서 계시는 혼마루 번호 이 2535에 대해서 말입니다만, 경과 관찰 기간이 초과되었기 때문에, 한달 뒤에----그쪽의 경과 시간으로는 3일이군요, 3일 후에 현세와의 게이트 패스를 완전히 소실시키기로 결정되었습니다"

게이트 패스가, 소실. 이라는 건.


"............혹시, 우리 현세로 돌아갈 수"

"없겠네요. 현재는 닫혀 있을 뿐인 패스가, 존재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에"

초대형급 악재잖아! 어 이쪽 시간으로는 3일 후라고 하지 않았어 지금?!


"좋은 소식은 뭐냐, 쓸데없는 일이면 네놈의 목을 따겠다"

"아하하, 그렇게 소름돋는 말씀 하지 마세요! ......좋은 소식 말입니다만, 게이트 패스 소실 30분 전에, 이쪽에서 게이트 패스 파괴 준비를 위해서 딱 3초만 게이트 패스가 열린다는 거죠"

".....잠깐, 그건 어느 쪽 시간이지"

"그쪽 시공에서 보기에는 뭐, 영원히 현세와 잘려나가기 3분 전에, 0.3초동안 게이트 패스가 열린다, 라는 형태가 되겠네요. 처음부터 열려 있으면 사전 검사에 걸리니까, 잘 해서 그 0.3초에 핀포인트로 맞춰서 그쪽 게이트를 열면, 그 순간만은 현세에 이어진다는 걸로"

"그거 꽤 억지스러운 오더 아닌가요?!"

이쪽 사이드에 얼마나 엄청난 해커가 필요하다는 말인가. 나도 헤시키리상도 그런 거 못한다고?!


"거기, 봉인 지정 혼마루니까요. 머리카락 하나 정도의 틈이긴 해도, 연결된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인걸요?"

"으아아.........그, 그렇군요....."

굉장한 초절기교를 아무렇지 않게 요구하는 직원. 나도 모르게 굳은 얼굴로 헤시키리상을 살핀다.


".......한 명, 짚이는 것이 없는 건 아니다"

".....어, 정말요?! 이 시대 착오적일 만큼 무사뿐인 혼마루라는 장소에서요?!"

너무 동요한 나머지 무심코 엄청나게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상당히 귀가 아팠는지 헤시키리상의 잘생긴 얼굴이 엄청나게 떫은 표정으로 바뀐다. 실례.


".................어쨌든, 한 번 말을 꺼내 보겠다. 상세한 시간대를 이리로 넘겨"

"이쪽 기재 상황이랑 시각이 확정되면 바로 콘쨩에게 연락 넣을게요. 아아, 마지막으로----혼마루 번호 이 2535의 근시 등록 도검남사 헤시키리 하세베님과, 자칭 공물님"

"네?"

"이번에는 뭐냐"

반사적으로 대답하자, 한 박자를 쉬더니 평소대로 경박한 목소리가 말했다.


"그럼 안녕히----다음에는 현세에서 뵙죠"

그 목소리를 듣고, 꼭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반드시 현세로 데려갈거야. 이 소년의 몸도, 헤시키리상도.




통신이 끊어진 방에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는다. 실패하면 앞으로 3일 뒤에 영원히 이 혼마루에서 나갈 수 없게 된다. 그야 비장감도 감돌만 하다.


"헤시키리상, 저기, 엄청나게 게이트를 조작할 수 있는 짚이는 사람이란 건.....?"

힐끔, 하고 제비꽃 빛깔 눈동자를 올려다보자, 헤시키리상은 일단 나를 내려다본 뒤에 얼굴을 찡그렸다.


"그 녀석을 깨우기 전에, 그 옷을 갈아입어야 하겠군"

"아아, 확실히 작업복으로는 인상이----"

내가 지금 입고 있는 것은 밭일이나 그런 일을 할 때 입는 그 옷이다. 사립 학교같은 곳의 체육복 같은, 헤시키리상이 준 옷.


"아니, 인상이라고 할까.......그건 원래 그 녀석의 옷이니까"

"............네?"

그러니까-----상대는 어린애라는 말인가. 거짓말이지.

어린애인데다 게이트 패스 조작이 뛰어난. 그 워드이 머릿속을 스치는 그림자가 있다. 흐린 달빛 속에서, 먼지투성이 방에서 만났던 색소가 엷은 머리카락.

설마, 하고. 내심 읊조린 그 말에는, 희망적 관측도 아마 포함되어 있었다.


"영력 고갈 때문에 칼로 돌아가 있을 테니, 일단 깨우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중얼거린 헤시키리상의 시선 끝에는 텅 빈 방. 다다미 위에는 작은 책상과 책장 정도로, 일본도나 창 같은 건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가 흘리고 다닌 영력으로 일어난 모양이군?"

"....................그 때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옆에서 느끼는 중압감이 괴롭다. 악의는 없었다고! 악의는 없었어 그 때는!!


"그러나 뭐, 여기에 없다면 아마 관제실이겠지"

그런 별 것도 아닌 헤시키리상의 말에, 아까부터 품고 있던 의혹이 확신이 되어버린다.

가고 싶지 않다, 헤시키리상한테 혼날 거야......아니, 갈 수 밖에 없지만.....그건 아저씨도 알고 있는데......

그런 나의 기도도 허무하게, 관제실에 무사히 도착하고 말았다. 도중에 아무런 트러블도 없었다. 일절. 시원시원할 만큼.


"---하카타, 나다"

헤시키리상이 잘 울려퍼지는 목소리로 장지 너머에 말을 건다. 그러자, 소리도 없이 장지가 스르륵 옆으로 열린다.


"기다렸다고"

씩 웃은 그는, 햇빛 아래에서 보니 아름다운 민들레 빛깔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헤에, 짧은 시간만 현세와 패스가 이어진다고?"

헤시키리상의 설명을 쭉 들은 그---하카타군이라고 하는 것 같다---는, 의자 위에서 다리를 붕붕 흔들었다.


"하카타, 그......지금 내가, 생각하는 게 있는데"

"해 줘도 되는걸? 단, 이쪽에도 조건이 있지"

어색해하는 헤시키리상의 목소리를 덮듯이, 명랑하고 쾌활한 하카타군의 목소리가 난다. 빨간 테 안경 너머로 호수처럼 맑은 눈동자가 가만히 헤시키리상과 나를 보는 것이 조금 무섭다.


"저쪽에 도착하면, 이쪽에 남아 있는 도검남사 중에 희망자를 회수하도록 요청해 줬으면 하거든"

"아, 그래, 그건 물론---"

"나 뿐만이 아니라, 아저씨라거나 그 외에도"

그 말에 헤시키리상의 목소리가 으윽 하며 줄어들었다. 잠깐, 아저씨라니 그 검고 위험해보이는 남자를 지칭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렇게 못하겠다면 나도 못 해!"

"......서, 선처할"

"이런 계약은 확약이 아니면 의미가 없잖아"

"....................그래.....알았다, 약속하지"

헤시키리상의 표정이 엄청나게 변했지만, 가만히 눈을 돌린다. 코기츠네마루와도 사이가 나쁘다고 했지. 그 검은 남자와도, 사이가 양호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이야.


"좋았어! 실력 발휘 좀 해야겠는데!"

의자에서 훌쩍 뛰어내린 소년은 아, 하고 작게 소리냈다.


"깜빡했네"

혈색 좋은 분홍빛 입술이 내 귓가에 다가와, 헤시키리상에게 들리지 않도록 목소리를 낮춘다.


"거래 한가지 더......그날 밤에 마음대로 돌아다녔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으면, 하세베를 소중하게 대해주라고!"

"으에?! 아니, 그건 물론, 인데요....."

"............? 뭐냐, 무슨 얘기지"

"아니아니 아무것도요?! 아닌데요?!"

"아니, 그 반응은 아무리 봐도 뭐가.........상관없다만......."

수상쩍어하는 표정을 지은 헤시키리상은 그래도 깊이 추궁하지는 않는다. 아까 그 대화롤 보아도 그렇지만, 이 소년을 신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나는 관제실에 박혀 있을 테니까. 현세의 접속 게이트 패스를 캐내는 데 집중해야지"

씩 웃은 하카타군은 3일 뒤에 보자며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3일 동안, 나와 헤시키리상은 매우 바빴다----뭐 때문이냐고? 농업이다.


"......자, 자랐네-"

"자랐군"

한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로 무성하게 자란 밭을 보고, 감탄의 한숨이 흐른다. 매력적인 광경이다. 온 몸의 근육통을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는.

아니, 그게 말이야. 이 혼마루의 주 데이터는 콘노스케상이 수집해 준다고 하고, 게이트 패스에 관해서는 하카타군이 해 준다고 하고, 내 생명력? 건은, 헤시키리상이 맡겨 두라며 고집만 부리고 아무 설명도 안 해준단 말이지? 없었다고.....할 일이......


그런 와중에 나라도 이 혼마루에 남을 그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은 결과가 이거다. 식량 확보.

뭐 먹지 않아도 죽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좋잖아. 아마. 이런 미력한 것밖에 해 주지 못하는 것은 미안하지만.


"앞으로 두시간인가.....좋아,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어라"

"아아, 이 작업복 결국은 하카타군 거였지. 평소에 입던 걸로---"

"아니, 처음에 입고 있었던 수의 쪽이다"

"어? 아아, 그 옷 안 버렸나 보네요? 근데 왜 그런 걸...."

헤시키리상의 이해되지 않는 지정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으니, 회갈색 머리카락에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미장부는, 헐리웃 영화의 악역 보스와 맞먹는 악랄한 미소를 지었다.


"그 '산제물이 된 피해자입니다' 라고 온 몸으로 주장하는 듯한 차림새로 현세에 돌아가 봐라. 꽤나 정중한 대접을 받을 수 있겠지"


흙을 털어내고 목욕을 하고 수의를 입었다. 정성스럽게도 왼쪽 눈 위에 붕대까지 다시 감은 나는, 헤시키리상과 함께 정원에 서 있었다.

그가 져지가 아니라 보라색 정복을 입은 모습도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이 토리이, 현세로 가는 게이트....였던 거군요....."

"정확하게는 시공 이동용 게이트지. 현세 뿐 아니라, 여러 전장에도 건너갈 수 있다"

"히엑....."

사족이지만 하카타군에게 마지막 인사도 끝냈다. 어떻게 관제실에서 정원에 신호할 생각인가 했더니, 수수께끼의 금색 구슬 (하반신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를 흔든 하카타군이 '이거!' 하고 말하자 헤시키리상이 '알았다' 라고 대답했다. 도검남사는 수정구슬 텔레파시 같은 걸 쓸 수 있는지도 모른다.


"어이, 대롱여우가 오기 전에 끝내겠다"

"어? 아아, 생명력 강도가 어떻다니 하던 그거 말인가요?"

그 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채로 헤시키리상에게 맡겨 놓았는데, 일단 나도 무언가 할 일이 있기는 한 것 같다.


"눈을 감아라, 됐다고 할 때까지 뜨지 말고"

"네에"

그 말대로 눈을 감자, 한박자 뒤에 쿵 하는 무거운 충격이 가슴에 닿았다. 그 장소가, 너무 뜨겁다.


"........어?"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눈을 떠서 가슴을 확인한다.

거기에는----헤시키리상의 본체라고 불러야 할 일본도가, 깊숙하게 박혀 있었다.




"....................................어?!"

"눈을 뜨지 말라고 했잖나"

스르륵, 하고 소리도 없이 파고드는 일본도. 마비되는 것처럼 뜨겁지만, 그 부위에서 피가 흐르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다.


"어, 이거, 잠깐"

"곧 끝난다"

"아니 이거, 찔려......?!"

이미 반쯤 일본도가 박혀 있는데, 이 얄팍한 몸 어디로 사라진 걸까. 칼끝이 등을 뚫고 나오지도 않는다.

그대로 소리도 없이 점점 파고들어오는 아름다운 칼은, 이윽고 날받이를 지나, 끝까지 들어와 완전히 안 보이게 되었다.


"......좋아, 이제 됐다"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지금 거 뭐 한 거에요?!"

불안감에 가슴을 이리저리 더듬어 확인하지만 이상은 없다. 아니, 이상이 없는 것이 이상하지만.


"두분 다, 기다리셨습니다요-!"

정원과 접해 있는 툇마루에서 콘노스케상이 타다닥 뛰어온다. 타이밍이 안 좋아......콘노스케상 앞에서 이 이야기를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추궁할 수가 없어.....!


"아니, 딱 좋을 때에 왔다"

"그거 참 다행입니다"

콘노스케상이 내 어깨에 휙 올라타더니, 그대로 옷 속으로 파고들어 온다. 이거 간지러운데?! 맨살에 직접 대롱여우는 좀 아닌 것 같은데?!


"게이트는 한순간밖에 열리지 않으니, 네 발로는 무리일 거다"

그렇게 말한 헤시키리상은 당연하다는 듯이 나에게 손을 뻗는다.


"헤시키리상이라면 할 수 있나요? 0.3초라는건 꽤....."

"하, 기동에는 자신이 있으니까"

별 것 아니라는 듯 끌어안겨 시야가 훅 위로 향한다. 시원시원한 파란 하늘과 낡고 아름다운 폐허같은 성.


"......떨어뜨리지는 말아주세요"

"물론이다"

절대적인 자신감으로 가득 찬 목소리에, 그럴 때가 아니건만 굉장히 안심이 된다. 아무리 무리인 것 같은 타임 어택이라도 헤시키리상이 할 수 있다고 하면 할 수 있는 거겠지. 아무런 근거도 없지만, 그런 기분이 든다.

하지만 결국 하카타군은 어떻게 신호를......설마 진짜로 텔레파시로....... 그런 멍청한 생각을 하기 시작한 순간.

-----저 높이 하늘에 울리는 한 발의 총성이 들리고, 내 시야는 희게 흔들렸다.





정신을 차리니 그곳은, 근대적인 리놀리움 바닥 위였다. 머리 위에는 눈을 자극하는 빨강. 이 현대적인 건물 안에 토리이라니, 상당히 미스매치네.....?

그리고 내 아래에서 신음하는 헤시키리상은 착지 때 아래에 깔렸을 것이다. 미안하네.

다치진 않았을까, 애초에 목적지를 실수한 건 아닐까.

왠지 현재, 이 시설에는 대음량으로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아니, 왠지가 아니지. 원인은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둘과 한마리다.

일단 헤시키리상 위에서 비켜야지. 이대로 있으면 불쌍하니까. 그런 생각에 몸을 움직인 순간, 갑자기 시야에 그림자가 비쳤다.

무슨 일인가 하고 올려다보니 거기에는 셔츠와 넥타이에 슬랙스라는, 전형적인 공무원 복장의 평범한 남자.


"어서 오세요----처음 뵙겠습니다, 혼마루 번호 이 2535의 근시 등록 도검남사 헤시키리 하세베님과, 자칭 공물님"


처음 듣는 육성이, 우리가 성공했노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눈물이 났다.




그 다음에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꽤나 고생의 연속이었다.

먼저 30분 이내에 게이트 패스가 파괴되는 것을 중지해 달라고 매달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내 신체검사, 콘노스케상이 가지고 있던 데이터를 이용해서 혼마루 재검사 의뢰, 내 신체검사, 산제물을 정기적으로 처넣던 상층부 적발, 내 신체검사, 헤시키리상의 영력 검사, 내 신체검사.......

나 신체검사 너무 많이 하는 거 아니야? 하고 생각했지만, 그건 모두 헤시키리상 때문이다.

탈출 직전에 헤시키리상이 내 몸에 칼을 집어넣은 그것은, 상당히 위험한 짓이었다고 한다. 맨 처음에 내 검사를 담당했던 성인 남성이 거품을 물고 쓰러질 레벨이다.

그 행동 때문에 나는 현재 인간을 그만두었다. 뭐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게이트를 통과할 수 없었다고 하니까, 후회는 안 하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창문 밖을 본다. 지금은 헤시키리상도 검사를 한다며 데리고 가버렸다. 병원 침대에서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적단 말이다.


똑똑, 하고. 방에 건조한 소리가 났다. 방문할 만한 짚이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들어오세요' 하고 대답한다.

"실례, 혼마루 번호 이 1577의 사니와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들어온 것은 기모노를 입고 예리한 눈초리를 가진 남자였다. 뒤에는 인간이 아닌 듯한 색채의 새하얀 남자를 데리고 있다.


"오늘은 해주 상담을 받고 왔습니다. 눈을 좀 봐도 될까?"

"네"

소독액 냄새가 나는 안대를 풀고, 보이지 않는 쪽의 눈알을 들여다본다. 가볍게 아래쪽 눈꺼풀을 잡아당기더니 남자가 조금 표정을 구겼다.


".......츠루마루, 풀 수 있겠어?"

"뭐, 풀라고 하면 풀 수 있는 범주지만......이미 흘러나가 버린 건 안 돌아와"

츠루마루라고 불린 하얀 남자는 표표하게 대답한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금색 사슬이 자르륵거린다.


"저기, 저 혼마루 문 앞에서 서 있기 이전의 기억이 없거든요. 어떻게 해서 되찾을 수 없을까요?"

그렇게 물으니 기모노를 입은 남자가 가엾어하며 눈을 가늘게 뜬다. 이 몸은 다른 어린애의 것이다. 돌려줘야 한다. 무엇을 희생하더라도.


"........네 예전 기억은 살아 있지만, 지금은 잠들어 있다. 별로 반드시 되찾아야 하는 건 아니니까. 떠올리기 싫은 게 생각나거나, 지금 현재의 너 자신을 잃어버릴지도 모른지"

연민에 젖은 그 목소리에, 하지만 내가 느낀 것은 환희였다.

살아 있는 건가. 잠들어 있을 뿐이다. 망가지지 않았다면 이 몸을 돌려줄 수 있다.


"상관없어요, 돌려주세요"

"그래도....."

"별로 상관없잖아? 풀어주면"

곤란해하며 망설이는 남자 뒤에서 하얀 남자가 고개를 내민다. 지나칠 정도로 단정한 그 얼굴이, 씨익, 하고 웃는 모양으로 찌그러진다.


"본인이 좋다고 하잖아"

"네, 부탁드려요"

금색 눈을 똑바로 마주본다. 츠루마루라고 하는 듯한 하얀 남자의 손이 내 뺨에 와 닿는다.


"......어이, 츠루마루"

"그는 진심으로 얘기하는 거야, 의사를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

".........................너, 정말로 그래도 되겠어? 한번 더 네가 좋다고 하면, 아마 이 녀석이 마음대로 풀어버릴 거야"

포기한듯이 한숨을 쉬는 남자. 한순간 뇌리를 스치는 것은 회갈색 머리카락과 보라색 눈동자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아무 말도 없이 헤어지고 싶지 않다. 이런 어린애 모습으로 아무것도 몰랐던 나와, 함께 걸어 준 그 올곧은 검의 신. 하지만.


"괜찮아요"

이쪽도 나이 먹을만큼 먹은 아저씨고, 원래는 한 번 인생 끝난 몸이다.

어린 아이의 인생을 가로채도 될 리가 없다.


"그럼 풀어 줘야지"

금색 눈동자가 휘며 웃는다. 색소가 엷은 입술이 후우, 하고 보이지 않는 왼쪽 눈에 숨을 불어넣자, 목 뒤에서 무언가가 딱 하고 터지는 소리가 났다.

몸이 무너져 내려 흰 시트의 바다에 빠진다. 흘러들어오는 정보의 탁류에 숨을 쉬는 것도 잊고 눈만 크게 뜨고 있는데, 커다란 소리가 나면서 병실 문이 열리는 것을 알았다.


"...........네 놈들, 주인에게 무슨 짓을 했나!!"

노성의 주인은 일직선으로 침대까지 달려온다.

가벼운 경련을 일으키는 어린애의 빈약한 몸을 끌어안고, 귓가에 작게 '죄송합니다' 라고 속식이고----그 손을, 내 가슴에 꽂아넣는다.


"윽, 아........."

소리도 없이 내 가슴 속에서 주르륵 뽑혀나오는 일본도. 그것은 그 자신의 본체이기도 하다.


"대답에 따라서는 베겠다"

나를 지키듯이 앞을 가로막고 선 헤시키리상은, 낮게 억누른 목소리로 으르렁거린다. 잠깐만, 아니야.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은 손을 뻗어서 어떻게든 그 등에 손톱을 세운다.


"........주인?"

"괜, 찮으, 니까요"

쥐어짜낸 목소리는 까슬까슬했지만, 눈 앞의 그에게는 닿은 모양이다. 불안해하며 내 모습을 지켜보는 보라색이 다정하다.


"헤에, 상대를 칼집으로 삼은 타입은 처음 보네"

".......츠루마루 이 자식 일부러 그랬지"

"뭐 그렇게 화내지 마, 네 동생이랑 어떻게 다른지가 신경쓰였을 뿐이라고----무엇보다,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서. 현인신이라는 건 말이야"

사니와와 츠루마루라는 남자는, 헤시키리상이 칼을 뽑아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다행이다, 귀찮은 일은 질색이다.


"어이쿠, 여기부터는 우리가 방해되겠구만"

"......정말 미안하다, 다음에 다시 사죄와 문병을 오도록 할게"

사니와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이지만, 시야가 흐려서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 내 얼굴을 본 헤시키리상은 잔뜩 혼이 난 강아지처럼 풀이 죽어 허둥거리기 시작했다.


"주인님, 어디가 아프십니까?! 아니면 역시 저 놈들에게 무슨 짓을 당하신 겁니까?!"

막힌 코를 들이마시고 눈물을 닦는다. 하지만 도저히 멈출 기색이 없다.


"......헤지기리샹"

"네, 어떻게 할까요?!"

"나, 제대로 나였어요"

"...........? 그건 대체..........?"

흘러들어온 기억 중에서도, 나는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나였다. 그저 한가지 보통이 아니었던 점은, 원래부터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뿐이다.

이번 생의 것이 아닌 기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생의 기억을 모두 걸어 잠가도 무언가가 남아 있었던 것 뿐이었다.

잠근 것을 풀어도, 그 알맹이는 제대로 나였다.


"주인님, 울지 마십시오. 당신은 당신이십니다, 그대로 나의 주인이십니다"

흰 장갑으로 울지 말라며 눈가를 닦아주는 헤시키리상. 하지만 그런 그 쪽이 훨씬 더 곤란해하며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별로, 뭐가 슬픈 것도 아니다.

기쁠 뿐이다.

이렇게 솔직하고 다정한, 아름다울 정도로 올곧은 검의 신을 배신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이.

기억을 제멋대로 해방시켜, 놓아두고 가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이.


"헤시키리상"

"네, 무슨 일이십니까!"

곤란한 듯이 눈꼬리를 내리고, 그래도 기세 좋게 대답해 주는 이 신이 사랑스럽다.

그는 분명, 아니 반드시. 세간에서 말하는 '좋은 녀석' 인 것이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같이 살아가 줄래요"

조금 선명해진 시야로 그렇게 묻자, 이번에는 그의 보라색 눈동자가 젖어 흐려졌다.


"물론입니다"

뺨을 적시는 그는, 그래도 우는 모습까지 잘생겨서 나처럼 보기 흉하게 콧물을 삼키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다.



"당신이-----네가, 나에게 말했지. 버림받고 그저 썩어가는 것을 기다리는 빈 껍데기나 마찬가지였던 내게, 아깝다고. 나라면, 좀 더 소중하게 대할 거라고"






등장인물 해설


헤시키리상

이번 자칭 공물님이 주웠......다고 할까 자칭 공물님을 처음 본 날 재계약하고, 무사히 주인을 갖게 되었다. 원래 제 1부대의 대장으로 전 사니와에게도 실력적으로 신뢰받고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줄곧 전장에 나가 있었던 탓에 전 사니와의 일상적인 시중이나 관제실의 제어 패널 조작 같은 것은 전혀 모른다. 자칭 공물님을 돌보는 것은 사실은 굉장히 힘을 내서 열심히 했다. 직원 번호 1123이 가르쳐 준, 혼마루에서 그다지 사용하지 않은 초기 설비를 뒤져 비상 식량부터 교과서까지 입수하고 철야로 몰래 공부하던 노력가이기도 하다.

별로 상관없는 뒷설정 : 전 사니와를 '그 남자' 라고 부르는 것은, 전 주인이 죽기 전에 '이제, 내 칼 같은 게 아니다' 고 말했기 때문에, 주인이라고 부를 수 없게 되었기 때문. 사니와는 언젠가 나를 두고 간다는 공포가 각인되어서 자칭 공물님이 사니와 취급 당하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 듯 하다.


자칭 공물님

전 헤이세이 시대 아저씨. 갑자기 정신을 자리고 보니 어린애가 되어 있지 엄청나게 다쳤지 뭐가 뭔지도 알 수 없는 장소에 있지 하는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꽤 중반까지 억지로 이것은 꿈이라고 믿으려 했던 현실도피 버릇이 있다. 사실은 공물에게 주술을 걸어도 즉사하지 않는 레벨로 수련시키는 단계에서, 그럭저럭 죽어버리기도 하지만, 전생의 지식을 사용해서 어떻게든 살아남은 끈질긴 사람.

별로 상관없는 뒷설정 : 기억이 돌아온 순간에 공물용 수련 (이라는 이름의 이러저러한 고문) 에 대한 기억도 단번에 흘러들어왔기 때문에, 멘탈이 너덜너덜해져 감정의 기복을 억누르지 못하고 정신연령 52세이면서도 남들 앞에서 엉엉 울게 되어버린 불쌍한 정신 중년 남성.


코기츠네마루

나이 덕도 있어 전 사니와를 혼마루에서 가장 많이 케어해 왔지만, 손해보는 역할을 떠맡게 된 가엾은 태도. 그러나 본인은 그다지 비관하지 않는다. 가능한 한 전 사니와의 의사를 존중하여, 이 혼마루의 도검남사들을 깨끗한 채로 잠들게 하거나, 밖으로 놓아주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뭐 둘째치고 전 사니와 외에 정부쪽 인간이라거나는 어리석고 증오스럽다고 생각하며 잘못 들어오게 된 폐인 상태의 공물은 배가 고프면 아무렇지 않게 잡아먹는다.

별로 상관없는 뒷설정 :  이 혼마루의 위험도 판정이 봉인 지정을 집행하게 될 레벨까지 가 버린 것은, 사실은 대체적으로 코기츠네마루가 굉장히 정부를 증오하고 있는 탓. 그래도 역사수정주의자가 되지 않는 것은, 전 사니와가 '자신의 도검남사들을 역사수정주의자로 만들고 싶지 않다' 고 강하게 기원했기 때문에 그것을 존중하는 탓. 사니와를 격려해 주려고 사다 준 비녀를 사용해서 자결한 것이 사실은 조금 트라우마지만, 비녀는 제대로 회수해서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는 듯 하다.


직원 번호 1123

상대가 누구든지 항상 '경박해보이는 목소리를 가진 남자다' 라고 인식당하는 불쌍한 시간 정부의 직원. 조직의 화이트화에 그럭저럭 생각하는 바가 있는듯, 종종 업무 범위를 넘어서 암약하는 것이 취미.

별로 상관없는 뒷설정 : 0.3초 건을 전했을 때는, 이번에는 분명 살 수 없겠네 하고 약간 포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카타군이 딱 맞춰 게이트 패스를 열었을 때는 남몰래 소름이 돋았다. 실화냐. 그래서 시설 내의 토리이 게이트까지 도착하는 데 약간 시간이 걸렸다. 이럴 거라면 게이트 앞에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걸.


전 사니와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이번 작품에서 가장 미안해서 눈도 마주칠 수 없으며 작자의 위장이 아파오는 사람. 원래 병약한 여동생을 위해 힘을 내서 익숙하지 않은 사니와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여동생과 좀처럼 만날 수 없게 된 데다, 그것 때문에 여동생이 세계에서 소멸했다. 역사가 올바르게 돌아왔을 때는, 그 대상에 대한 기억은 관련이 별로 없는 사람부터 점점 없어지지만, 잊어버릴 뻔 할때마다 보내줄 예정이었던 비녀를 보고 떠올리고 있었다. 빨리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이대로는 나까지 완전히 동생을 잊어버릴지도 몰라, 하는 것이 마지막 결정타였다.

별로 상관없는 뒷설정 : 여동생이 보낸 편지가 사라진 것은, 동생의 존재가 사라졌기 때문. 이쪽에서 보낼 예정이었던 비녀는 코기츠네마루가 사다 준 것이기 때문에 남아 있었다. 그렇게 멘탈이 강하지 않은 사람이 어물쩡 사니와를 시작하는 건 실제로는 대단히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거든요......라는 작자의 별것도 아닌 생각에서 태어나버린 슬픈 사람. 평소에는 내성적이고 얌전한 남자지만, 혼마루에 왔을 당초 주인으로서 얕보이지 않도록! 했기 때문에 그 태도가 약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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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가 중간에 생각났었는데 하얀거 시리즈의 주인공들이 신사에서 만났던 꼬마 사니와와 헤시키리 하세베가 이 시리즈의 주인공들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