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6381711

원작자 허락 안 받았으니 갤에서만 보고 한국어 공부하려고 하는 핫산 가져온거라 의역 비중 엄청 높음

그리면 나온다지만 뼛속까지 소비러라서 평소에 가끔 픽십 소설 번역하는거 히게사니 찾아서 했다 아니쟈 저희 혼마루에서 동생마루가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요...

그리고 당연하지만 히게키리 없어서 말투 잘 몰겠어오 위키 보기는 했는데 암튼 51 뺑이 그만 돌고 싶으니 얼른 좀 나와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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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자가 사랑을 알게 된 것은 제법 오래 된 일이었다. 투명한 색을 한, 길거리의 한 구석에 수줍게 피어 있는 들꽃과도 같은 마음이었다. 지고지순하면서도 묵묵한 사랑이었다.


심신자의 짝사랑은 눈을 뜬 순간부터 이미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탄생의 기쁨을 소리 높여 노래할 시간도 없이 눈 깜짝 할 사이에 시든 마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앞에는 지나치게 많은 벽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연령이 달랐다. 존재 방식이 달랐다. 처한 입장이 달랐다. 사고 방식이 달랐다. 심신자와 그 칼은 그저 다른 것들 투성이었다. 마음 속에 핀 꽃을 남몰래 짓밟아 버린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으로 만들 수도 없었던 것이다. 싹을 뽑아 버린다 하더라도 한 번 움튼 사랑은 그녀의 안에 확실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그녀의 여자로서의 부분은 확실하게 부드러운 사랑을 구하고 있었다.


그렇게 뒷모습을 바라보는 일이 늘었다. 먼 발치에서 지켜보는 일이 늘었다. 절대 입에 담을 수는 없는 마음을 그렇게 해서라도 채우고 싶었던 것이다.

야속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그 분은 오히려 속이 다 시원할 정도로의 충신으로 내 곁을 지킬 뿐이었다. 심신자가 품은 마음의 작은 파편조차 눈치채는 일은 없었다. 요즘 얼굴색이 좋지 않다는 걱정이라도 받은 날에는 심신자는 차라리 혀라도 깨물어 죽고 싶은 마음마저 들 정도였다.


아무 것도 모른 채로 고결한 자신의 방식을 지켜 나가는 그 사람이 원망스러웠다. 그 여린 꽃을 눈치채 주지 못하는 것이 원망스러웠다. 이렇게 자신은 날이 갈수록 추해지기만 하는데도 구해주지 않는 것이 원망스러웠다. 무엇보다도 자기 멋대로인 원망의 늪에서 악귀(*원문에서는 鬼 =오니)처럼 변해가는 자신이 가장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한지 얼마나 흘렀을까. 어느 날, 심신자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망연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어라…?”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한 목소리가 자신의 목에서 흘러나왔다. 거울 앞에서 얌전히 무릎을 모아 앉아 있는 자기 자신이었다. 아직 비녀를 꽂지 않은 머리카락은 그 끝이 약간 뻗쳐 있었다. 그 모습에서 아직 잠에서 깬지 얼마 되지 않은 나른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건, 대체?”


심신자는 몇 번이고 눈을 깜빡였다. 거울에 비친 것이 정말 자신인지 확인해 보기도 했다. 그러자 거울 속에 비친 여성의 속눈썹이 힘 없이 몇 번 흔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것이 자기 자신임은 확실해 보였다. 멍하니 입을 벌린 얼굴이 얼마나 얼빠져 보이는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뭘 잘못 본 거겠지. 그렇게 자신에게 되뇌였다.


아직 잠이 덜 깬 것이 분명했다. 아니면 츠루마루라든가가 거울에 약간의 장난질을 쳐 두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 짓을 할 만한 츠쿠모가미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역시 그럴 것이다. 그럼이 틀림 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설명할 길이 없었다.


심신자는 당황하여 서랍 속에서 손거울을 꺼내 들었다. 그 손길에 비녀가 굴러 떨어졌지만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그럴 여력이 없었다.


“거짓말이지?…”


결과부터 말하자면, 현실은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분명히 자기 자신 그 이외의 누구도 아니었다.


“그럴리가…”


심신자는 머뭇거리며 한 족 손을 들어올려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러자 드러난 흰 이마에 생긴 뿌리 부분을 떨리는 손가락으로 살짝 쓰다듬었다.


그것은 소름끼치도록 차가웠다. 상아를 곱게 갈아 만든 것처럼도 보였다. 다만 그 색이 진한 붉은색을 띠고 있고 장지문을 통해 들어오는 희미한 아침 햇살을 받아 분명하게 윤기를 띠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 끝은 뾰족하게 솟아 있어 머뭇거리는 손길로 그곳을 눌러보자 피부에 약간 잠기는 것이 느껴졌다.


“이게, 뭐지?”


그렇게 심신자가 멍하니 중얼거린 순간이었다.


“……주인?”


장지문 너머로 그림자가 나타났다. 빛을 등진 그림자는 얇은 종이 너머로 검게 일렁거리고 있었다.


“주인, 아직도 준비 중이니? 들어갈게.”

“히, 히게키리씨……!?”


심신자는 자기도 모르게 손거울을 떨어뜨렸다. 당황하여 주위를 둘러보아도 숨을 수 있을 만한 장소는 없었다. 그렇다기 보다는 설령 숨는다 하더라도 금방 들키고 말겠지. 그도 그럴 것이 상대가 상대였다.


일단 이불을 끌어당겨 감추어 보려고 했지만 장지문이 열리고 그 사이를 아침 해가 비추는 쪽이 더 빨랐다. 심신자는 돌이라도 된 것처럼 그 자리에서 굳어버리는 수 밖에 없었다.


“카센 카네사다가 눈을 치켜뜨고 기다리고 있어. 그 형상은 그야말로…….”


순간 소리가 멈추었다. 장지문을 연 히게키리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방 안에는 주군의 모습이 보였다. 다다미 위에 주저 앉은 그 모습은 급하게 이불을 끌어 오려고 했던 거겠지. 잠옷 자락이 약간 접혀 올라가 드러난 무릎에는 다다미에 쓸린 자국이 생겨 있었다.


“이런. 이런이런… 이건 놀랄 일이네.”

“읏…

“나는 카센 카네사다가 악귀 같은 형상으로 널 기다리고 있다고 말할 생각이었지만…”


발을 한 발짝 더 내딛었다. 의외로 뼈가 굵고 두터운 발이 소리도 없이 내려 앉았다.


“여기에도, 악귀가 있었네.”


히게키리의 눈 앞에 있는 것은 틀림 없이 그의 주군이었다. 츠쿠모가미들을 거느려 이형의 존재들과 맞서 싸우는 그의 주인이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움직이는 일도, 손을 뻗어 그것을 감추는 일도 못한 채로 얼어붙어 있는 주인의 이마에서 솟아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네가 늦잠을 잤을 리는 없으니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이건 정말 놀랄 일이구나.”


뿔. 이형의 상징. 매일 같이 자신이 베고 있는 흉악한 것들의, 혹은 언젠가 베어버린 그 흉측한 것에게 달려 있던 것이다.


“히, 히게키리.”


심신자의 목소리는 보잘 것 없이 떨리고 있었다. 고개를 내저으며 얼굴을 가린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그런 게 아니에요. 저는, 이런… 눈을 떠보니까 갑자기, 대체 무슨 일인지…”


히게키리에게 있어 이것은 퇴치해야 마땅할 대상이다. 히게키리는 그 검으로 악귀라는 이름이 붙은 것마다 베어 왔다. 그것이 비록 자신의 주군이라고 예외는 아닐 터였다. 애초부터 자신의 주군으로서의 그릇은 멋 옛날의 위인들과는 비교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아아, 그렇게 두려워하지 말아 주겠니?”


히게키리는 곤란한 미소를 지었다.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말도 제대로 내뱉지 못하는 주군의 모습은 그 어찌나 갸륵한 것인지.


어깨를 감싸 안은 채로 허리를 숙인 심신자에게 조용히 다가갔다. 잘게 떨리고 있는 손등 위에 자신의 것을 겹쳐 올렸다. 조심스럽게 감싸 안듯이 심신자의 몸이 자신을 향하도록 했다.


“설마 내가 널 벨리가 없잖니.”

“네?...”

“이야, 미안해. 조금 놀란 것 뿐이야. 그야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해봤는 걸.”

“그건, 저야말로…! 이런, 어째서, 제가…”


정말로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심신자야말로 대체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침 일찍 언제나처럼 눈이 떠졌다. 창가의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재촉당하여 몸을 일으키면서 아직 무거운 눈꺼풀을 비볐다. 그러고 나서 잠시 멍하니 있은 후, 그제야 잠결에서 빠져나온 의식을 갖고 이불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귀찮으니까 이불은 나중에 정리하자고 생각하면서 먼저 거울 앞에 앉은 참이었었다.

그리고, 그것이 있었다.


얼굴을 들어 올리자, 거울 앞의 자신에게는 이것이 자라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분명히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없었던 것이 오늘 아침에는 그곳에 있었다. 확실한 존재감과 질량을 가지고 존재하고 있었다.


순간, 심신자는 공포에 휩싸였다. 절망의 늪에 빠뜨려진 기분이었다. 그 늪이 제 등 뒤에서 쩍 하니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심신자는 맞서 싸우는 자이다. 싸우는 대상이 누구냐고 물어진다면 그거야 역사수정주의자들이었다. 인간의 역사를 그 기반에서부터 뒤집으려 하는 흉악한 이형의 존재들이야말로 심신자의 적이었다.


그러한 이형의, 혹은 요사스럽고 사악한 것의 상징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것이 자신의 이마에 있다는 것이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콘노스케는 뭐라고 할까. 정부는 대체 뭐라고 할까.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을 믿고 따르던 도검남사들은, 오늘은 어떤 눈빛으로 나를 비출까.


주군의 자리에 앉아 있다고는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도검남사들의 동의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에 하나라도 그 날이 자신을 향하는 날에는 평범한 인간의 몸을 한 자신은 무력하기 그지 없었다. 종잇장을 찢는 것처럼 간단하게 자신의 목숨은 꺾이고 말겠지.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마음에 품은 인간에게서 살의를 갖고 대해진다면 그보다 슬픈 일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이 몸이 찢어지는 것과도 같은 절망이었다.


“있잖아, 좀 더 내 쪽을 봐주지 않을래?”

“예?”

“그래, 그렇게. 좀 더 이 쪽을 보고…… 응, 착한 아이네.”


히게키리는 심신자의 얼굴에 손을 뻗었다. 덜덜 떨리고 있는 모습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다. 헤이안 시대에 만들어진 칼들에게서 유독 보이는 특징 중 하나였다. 그것이 여기까지 와서 제 발목을 잡았다. 


“저, 저기, 히게키리 씨?”

“그래, 그래, 자 얌전히 있어야지? 여자 아이의 얼굴에 상처라도 나면 큰일이니까.”


히게키리는 심신자의 양 볼을 두 손으로 감싸 억지로 목을 돌려 그 이마를 들여다 보았다.


“윽, 읏……!”


심신자의 여린 등이 강하게 휘었다. 억지로 움직여진 탓이었다. 숨이 막혀와 가슴 언저리가 괴로웠다. 잠에서 깬지 얼마 되지 않은 몸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린 것만 같았다.


“……아아.”


히게키리의 입가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어떻게 보면 탄식으로도 들리는 목소리였다.


“……자그맣구나.”


히게키리의 감탄이 물기를 머금더니 사라져갔다. 남은 것은 동백꽃의 향이 어린 것 같은 숨결 뿐이었다.


“작구나. 정말 작아. 게다가……”


손가락이 사양 없이 그것을 쓰다듬었다. 윤곽을 훑어 내리는 것처럼 올라온 손가락이 심신자의 이마에까지 이르렀다.


“후후, 귀여워라.”


뿔이 솟아난 가장 두터운 부분을 가볍게 원을 그리 듯이 쓰다듬는다.


“의외로 매끈매끈하네. 색도 예쁜 붉은 빛이고. 작지만 제대로 솟아 있고... 그래도 이렇게 작아서는 어린 악귀도 당해내지 못하겠네.”

“저, 저기, 히게키리 씨? 이제 슬슬……!”


히게키리의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전신에 둔한 통증이 일었다. 신경이 이어져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작게 열린 히게키리의 입에서 흘러 나온 감탄의 숨이 몇 번이고 심신자의 이마를 간질였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어찌 되었든, 심신자도 슬슬 한계였다. 수치심이 재촉하는 대로 히게키리의 가슴팍을 강하게 밀었다. 덕분에 공포라든지 발안 같은 것들이 조금은 자취를 감춘 것처럼 느껴졌다.


“아아, 응, 그렇지. 미안해.”


히게키리가 가볍게 손을 놓았다.


“가, 갑자기 뭘 하는 거에요……!”


다다미 위에 주저 앉은 심신자는 자기도 모르게 양 손으로 이마를 감쌌다. 다시 마음 대로 가지고 놀게 놔둘 수는 없었다. 심신자야 말로 아직 이게 대체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였다.


“음… 그래도 곤란한 일이 되었네.”

“예?”

“응? 그야 그렇잖니?”


히게키리가 고개를 기울이며 되물었다. 그 몸짓에 따라 그의 머리카락이 흔들려 마치 옅은 색을 띤 비단실과도 같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지만, 이건 틀림 없이 악귀의 것이야. 너, 이걸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생각이니?”

“그건……”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입술을 깨문 채로 고개를 숙이자 푸른 다다미마저 무정하게 자신을 비웃는 것만 같았다.


“그건……”


자신을 믿고 따르는 츠쿠고마기들을 의심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만약 악귀가 주인으로 변장한 것은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자신에게 그것을 부정할 방법은 없었다. 전장의 한복판에서 살아가는 도검남사들, 혹은 엄격한 정부가 자신의 말 한 마디로 의심을 지울 리가 없었다.


“그게 들키면 어떻게 되려나… 뭐 보통 일로 끝나지 않는다는 건 확실하네.”

“……읏,”


꿀꺽, 하고 마른 침을 삼켰다. 삼킨 것이 목 안 깊은 곳에서 걸려 다시 밑으로 밑으로 내려가 떨어졌다. 그저 괴로웠다. 등이 무거운 돌이 매달린 것처럼 몸이 무거웠다.

만약, 이었다.


만약 정말로 그런 상황에 처한다 하더라도, 그 때 자신 앞에 닥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차가운 시선일까. 날카로운 살의일까. 용서 없는 매도일까.

어쩌면 차가운 총구일까. 차게 식은 칼날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이 마음에 품고 있는 그 칼일 것일까.


“싫어……”


그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찢겨 나가는 것만 같았다. 움츠려 들었던 공포가 다시 그 질량을 더하며 자신의 몸을 덮치려 하고 있었다.


“싫어, 부탁이야, 부탁이니까…!”


숨결이 거칠어졌다. 떨리는 손발이 히게키리를 붙잡았다. 이쪽을 조용히 내려다보는 츠쿠모가미의 손발에 매달렸다.


“죽이지, 죽이지 말아줘. 죽이지 말아줘, 부탁이니까…!”


그런, 그런 마지막은 싫었다. 정말 싫었다. 마지막에는 먼지 한 톨 남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의미 없는 마지막은 싫었다. 아직 좋아하는 그 분의 곁에 있고 싶었다. 보답 받지 못하더라도 상관 없으니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족했다.


히게키리는 어딘가 곤란한 듯이 웃었다. 다시 한 번 심신자의 양 볼을 손으로 감싸 절망으로 얼룩진 그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아무리 악귀를 베었다고 해서 내가 그런 일을 할리는 없잖아.”

“읏, 그럼,”

“그렇지만, 다른 이들이 어떨지는 모르겠네. 악귀라고 오해를 사버리면 깔끔하게 베어버릴지도 모르고 말이야.”

“그런……!”

“뭐, 그렇지. 아무에게도 말 못하겠네, 이런 일은.”


히게키리는 뿔이 난 자리를 쓰다듬었다. 손가락의 부드러운 부분을 누르며 그 감각을 즐긴다. 방금 전까지 마음껏 즐기고 있을 터인데도 그 감각에 질릴 것 같지 않았다.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올라 있어 평정을 잃어가는 심신자와는 대조적으로, 히게키리는 슬플 정도로 언제나의 모습이었다.


“……그래도, 걱정할 필요는 없단다.”

“네……?”


심신자의 몸이 한 번 더 작게 떨리더니 눈물 맺힌 눈동자가 이쪽을 향했다.

히게키리는 남몰래 입 안을 적신 후, 심신자의 귓가에 입을 가져갔다.


“내가 널 지켜줄게.”


작은 구멍에 숨을 불어 넣듯이. 물기 어린 그 한숨은 심신자의 뇌수까지 적시는 것 같았다.


“근시를 나로 바꾸면 된단다. 뭐 까다로운 일은 있겠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잘 해결해 줄게. 네 그것이 없어질 때까지, 내가 널 감추어 줄게.”


그러니까, 이건 너와 나만의 비밀이란다.


달콤한 꿀이 흘러 내리는 것 같은 환각이 일었다. 황금색의 눈동자가 눈 앞에 떠있었다.

지켜준다고 했다. 그렇다면 고개를 저을 필요가 그 어디에 있을까?


공포가 다시 한 번 흐려져 갔다. 절망도 고개를 숙였다. 대신 희미한 배덕감이 온 몸을 지배했다. 알겠지? 하고 다시 한 번 물어오는 입술이 시키는 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착한 아이라며 속삭이면서 뿔을 쓰다듬어 주었다. 마치 고양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에 휩싸여 그대로 몸을 맡겼다.




“히게키리, 주인은…,”

“아아, 미안해. 아직 몸이 좋지 않은 모양이라서. 점차 호전되는 모양이라고 의원이 말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었으면 좋겠어.”

“그런가... 아니야, 됐어. 모두에게도 그렇게 전해두지. 부디 옥체를 보존하시라는 말을 주인께.”

“물론이야.”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기척이 점차 멀어지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아마도 하세베였을 것이다. 그 곧게 뻗은 낮은 목소리를 헷갈릴 리가 없었다.


처음에는 단도들이나 다른 이들이 모여 병문안을 와주었지만 점차 그 빈도는 줄어갔다. 이제 와서는 문을 두드리는 일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좀처럼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자신을 걱정해서였지만. 얼굴 한 번 비추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자 단도들도 주의를 기울여 이쪽을 찾는 일은 줄어들었다. 최근에 들어서는 대표로서 가끔 하세베가 방문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가버렸네.”


소리도 없이 장지문이 열렸다. 눈을 찌르는 듯한 햇살이 눈꺼풀을 태우는 것만 같았다.


“그런, 가요…”

“응. 그러니까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괜찮아.


히게키리가 심신자를 감춘 방법은 그야말로 간단했다.


내보내지 않는다. 오직 그뿐이었다. 병으로 인해 몸져 누운 것으로 해둔 후, 정부에도 감추어왔다. 다행히도 결과만 내놓는다면 정부 측에서 추궁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병마와 싸우는 주군을 위해서라도 도검남사들도 한 층 더 본분에 힘쓰게 되어 오히려 성과는 점차 오르고 있었다.


오직 히게키리만이 그녀의 곁에 있었다. 병으로 쓰러진 주인을 돌본다는 대의명분. 심신자가 방 안에 틀어박힌 이후로 근시는 늘 히게키리가 맡고 있었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여전히 건강하지만 단지 그 이마에 기묘한 것을 달고 있는 심신자는 언제나처럼 그저 그곳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벌써 이만큼이나 줄어들었네.”


히게키리는 심신자의 곁에 앉아 뿔을 간지럽히 듯이 쓰다듬었다. 심신자는 아무 말 없이 눈을 감을 뿐이었다.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에 이제와서 뭐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조금쯤 안심되는 기분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네요.”


그렇지 않아도 자그마했던 뿔은 이제 그 선단이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을 뿐이었다. 이대로 두기만 하면 곧 사라지겠지. 결국 마지막까지 이게 대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런 확신이 들었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다시 돌아갈 수 있어. 자신의 책무를 다하며 가끔은 단도들과 장난을 치기도 하고, 이형의 적들과 싸우는 나날로.


그저 어째서인지 그렇게나 자신을 괴롭혀왔던 사랑 또한 조그맣게 줄어든 기분이 드는 것 같았다. 떼어내려 해도 떼어낼 수 없던 그것이 어느샌가 땅달막하게 줄어들어 마음 한 구석을 굴러다니고 있었다.


틈만 나면 바라보고 있었던 그 뒷모습도 돌이켜 보면 보지 못한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틀어박히기 시작한 즈음에는 이루어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슬펐지만 지금에 와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마음이 줄어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던 마음은 점차 흐릿해져 바람에 실려 사라진 것 같았다. 흐린 벚꽃 잎이 하늘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것처럼.


“응, 응, 다행이네… 작은 악귀였던 너도 귀여웠으니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러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대신이라고 하기는 어려웠지만,


“......네.”


옅은 복숭아색의 그림자가 점차 짙어지고 있었다. 뿔을 살짝 만져질 때마다 몇 번이나 걱정할 필요 없다고 어깨를 안아줄 때마다, 귓가에 낮은 목소리가 흘러들어올 때마다, 점차 짙어지고 있었다. 흐려질 뿐인 뒷모습을 점차 무언가가 대신하려 하고 있었다.


“……그렇네요.”


어깨를 감싸왔기 때문에 당연하다는 듯이 몸을 맡겼다. 분명 아무 것도 두려워 할 필요는 없겠지만 곧 이 방 밖을 나설 수 있는 날이 와도 분명 자신은 근시를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 그 뒷모습을 하염없이 좇음이 틀림 없었다. 아아, 하지만 그렇게나 자신의 마음을 태우던 그 마음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돌이켜 보면,

심신자의 이마에 나타난 이형의 증거는 사실상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사라져갔다.


아무도 그것을 보지 못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아무도 그녀와 만나지 않았다.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감추어 왔던 마음을 원망하던 심신자의 그림자가 불러 일으킨 것일지도 몰랐다. 어쩌면 다른 누군가가 행한 저주로 인한 것일지도 몰랐다. 아니, 애초에 정말로 그것은 존재했던 것일까.


아무도 모른다. 귀신에 홀린 것인지. 혹은 속아 넘어간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