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사람의 눈을 당신은 본 적이 있는가.


집무실에서 오후 업무를 처리하고 있을 때였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초봄의 바람 내음에 이끌려 자꾸만 창밖으로 눈을 돌리게 되던 평범한 날이었다.

톤보키리가 요즘 매정합니DA!”

갑작스레 쳐들어오더니 부루퉁한 얼굴로 그렇게 내뱉은 무라마사가 순식간에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원래 돌발 행동이 잦은 남사이기도 한 터에 그리 놀라지 않고 그의 보랏빛 머리칼을 살살 쓰다듬었다

그것에 자극이라도 받은 듯 그가 품속에서 쉴 새 없이 늘어놓는 투정의 내용은 이러했다. 최근 톤보키리의 행동이 이상하다. 멍하니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거나, 자기가 얘기를 할 때도 집중하지 못한다는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 전투에서 지나치게 사나워진다거나, 수리실에서 한참동안 나오지 않기에 확인했더니 상처도 치료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는 걸 들켰다는 등 사니와로서 마냥 웃어넘길 수 없는 일들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껌딱지마냥 달라붙어 있는 무라마사를 조금씩 밀어내며-아무런 소용이 없었지만- 톤보키리에 대해 생각했다.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애송이 시절부터 나를 믿어주고 충성을 바친 톤보키리. 초기도인 무츠노카미가 질투했을 정도로 친했던 사이였지만, 동료가 늘고 업무도 늘면서 자연스레 그와 보내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그의 성격을 알기에 혼자서도 잘 하겠거니 라고 안심해 왔는데, 같이 출진을 보냈던 단도 아이들이 벌벌 떨면서 돌아올 정도라면 무언가 조치가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에 잠겨 있던 나는 어느새 드리워진 그림자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앞에 서 있는 것은 톤보키리였다. 평소와 다름없는 차분한 모습이었지만, 어딘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약간은 섬뜩하기까지 한 모습에 놀라 말을 걸려던 순간, 굳은 표정의 그가 아직 품에 안겨있는 무라마사를 다소 거칠게 떼어냈다.

주군께 민폐다.”

무라마사의 항의를 이 한 마디로 일축하고 톤보키리는 그를 집무실에서 끄집어냈다. 둘을 따라 복도로 나가자, 톤보키리는 멀어지는 무라마사를 뒤로 한 채 내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고는 이내 등을 돌렸다. 아까와는 다르게 어쩐지 힘없어보이는 뒷모습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저기, 있지.”

. 부르셨습니까.”


천천히 고개를 돌린 톤보키리와 눈이 아주 잠깐 동안 마주쳤다.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가 그 눈동자 안에 일렁이고 있었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아는 그에게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감정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묘한 흥분감과 함께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쫙 하고 끼쳐왔다. 나와 눈이 마주친 톤보키리가 시선을 급히 피할 때까지의 아주 찰나에 일어난 일이었다.

어쩐지 그것을 건드려서는 안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아무것도 아니라고 얼버무리고 말았다. 그는 잠시 내 얼굴을 쳐다보고는, 내가 다시 눈을 맞추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목례한 후에 사라졌다. 어디서 오는지 모르는 한기에 몸은 아직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톤보키리는 나중에 따로 불러서 얘기해볼까, 라며 나는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그것이 인생에서 최악의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하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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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도 안 하고 쓴거라 그냥 싸다 만듯한 글이 돼버렷다.. 다음편도 찾아보면 아마 어디 있을텐데 찾기 싫으다